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아마 제국 놈들에게 나는 아주 짜증 나는 인간일 거다.
갑자기 왕세자는 왜 자기비판을 하는 것일까.
케일은 제국에 간다면서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 왕세자의 다음 말을 잠자코 기다렸다.
생글생글 웃는 왕세자가 상당히 유쾌해 보였기 때문이다.
‘저런 왕세자 얼굴은 또 처음인데.’
괜히 케일은 찝찝해져 왔다.
-나는 우리 로운 왕국에 잔인한 일을 벌이려고 했던 마법 폭탄 테러 조직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정의로운 열혈 왕세자였지.
케일의 표정이 더 떨떠름해졌다.
반면 왕세자 알베르는 아주 즐겁다는 듯 더 표정이 밝아져 갔다.
-세상 돌아가는 것보다 그런 못된 놈들을 서대륙에서 없애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둔 왕세자처럼. 또 같은 아픔을 겪은 제국에게 강한 유대감을 보이며, 그들에게 함께 범인을 어서 찾자고 결연하게 말하는 왕세자였어.
보다 못한 케일은 입을 열었다.
“제국에서 상당히 골치 아팠겠네요.”
-어. 즐거웠어.
왕세자 알베르는 실로 오랜만에 케일 앞에서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케일은 그 미소를 외면하며 제국도 참 난감했겠다 싶었다.
로운 왕국.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왕국. 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서대륙에서 역사를 이어가는 왕국이었다.
그 왕국의 유력한 왕세자가 정의에 가득 차 설친다면, 제국은 무시하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정의를 외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들이 공범이니까.’
비밀 단체 ‘암’의 로운 왕국 수도 마법 폭탄 테러에 모고르 제국이 가담했는지는 케일도 왕세자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태양신 교단을 향한 비밀 단체의 테러에는 제국이 한 발 걸쳐 있었고, 또한 그들은 성자와 성녀를 죽이려고 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폭탄 테러 사건을 최대한 유야무야 넘기고 싶을 터.
그런데 그걸 자꾸 걸고넘어지는 열혈 왕세자가 참 짜증 날 것이다.
하지만 왕세자 알베르는 나름대로 다른 왕국과의 협력을 숨기기 위해 더 그렇게 행동했다.
“그런데 그것과 한 건이 무슨 상관입니까?”
-내가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말이야.
케일은 왕세자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기라뇨. 왕세자 저하는 그런 분이십니다. 정의롭고 선하시고,”
-헛소리는 집어치우지.
왕세자의 얼굴이 구겨지고 케일은 입을 다물었다. 알베르는 저보다 더한 놈에게 말했다.
-아무튼 내가 현장 조사를 주야장천 부탁했어.
“현장 조사요?”
-어. 조금의 실마리라도 얻고 싶다고, 폭발이 일어난 태양신 교단 교황청과 그 앞의 광장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지. 전쟁 중에도 계속 건의했어.
“제국이 화 안 내덥니까?”
-살살 건드렸지.
어련히 살살 건드렸겠다. 케일은 헛웃음을 삼키며 물었다.
“저한테 연락하신 걸로 보아 제국에서 용케도 현장 조사를 허가했나 봅니다?”
-벌써 일 년이 지난 일이지. 내가 발견할 건더기가 없다고 생각해서 허락한 것 같다.
왕세자는 탁자를 두드리며 케일에게 말했다.
-가서 교단 둘러보는 김에 연금술도 구경하고 좋잖아?
전혀 좋지 않았다.
아까부터 뒤통수가 근질근질한 것이 느낌이 이상했다.
“안 그래도 제국은 위퍼 왕국에게 성을 하나 뺏겨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습니까?”
-뒤숭숭하지. 그래서 아마, 로운 왕국에서 폭탄 테러 수사를 하려는 것에 협조함으로써 제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 같다.
왕세자는 케일을 빤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제국은 아마도 진작에 수사를 명목으로 교단에서 챙길 것들을 다 챙겼을 거야. 그렇지?
“…그렇죠?”
-너 성자랑 성녀 잘 있냐?
“잘 있-”
대답을 하려던 케일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이내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저하.”
-그래.
왕세자는 떨떠름한 기색이 사라진 케일을 보며 어서 말하라는 듯 재촉했다.
“교단에 숨겨진 보물이라도 있을까 봐요?”
-왜 없을 거 같아?
전혀.
꼭 있을 것 같다.
이건 다년간 판타지 소설을 읽어온 이로서 오는 감이었다.
몇백 년 동안 제국의 국교로서 버텨온 태양신 교단.
그곳의 귀한 보물들 중 몇몇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제국은 아직 폭탄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교단의 건물들을 부수지 않았다.
잠자코 구석에서 듣고 있던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인간! 보물찾기 하나? 나 보물 잘 찾는다!
케일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성자가 맹하고 성녀가 교단에 악감정을 품고 있다고 해도-
‘비밀 공간은 알지 않겠어?’
생각을 정리하는 케일에게 알베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 대 5. 내가 5로 하지.
케일의 눈동자가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아주 양보한 거야.
“왕실에 보물로 넘기지 않고요?”
-왕실에 넘기고 돈 받아야지. 저번에 포션값으로 내 사비가 많이 털렸어.
케일에게 라온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인간, 너랑 왕세자랑 똑같이 웃는다! 또 그렇게 웃는다!
케일은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어내며 왕세자에게 물었다.
“언제입니까?”
-12월. 12월 말 송년회도 함께 즐기자고 하더군. 나름대로 세를 펼치고 싶었나 봐.
“세는 무슨. 지금도 힘을 다 숨기고 있는 제국 아닙니까?”
툰카와 싸울 때도 연금술을 비롯한 핵심 전력을 철저히 숨긴 제국이었다. 참 웃기지도 않을 일이었다.
-아무튼 12월 초에는 제국으로 출발한다.
현재 11월 중순 초겨울이었다.
케일은 영상 통신구를 끌 준비를 하며 알베르에게 인사말을 남겼다.
“수도에서 뵙겠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알베르는 케일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영상통신을 끊었다. 역시 한결같은 왕세자 저하였다.
***
케일은 라온, 최한과 함께 다른 일행보다 빨리 움직였다.
그는 현재 헤니투스 영주성 영주 집무실에서 아버지 데르트와 마주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영주성을 찾은 그였다.
“아버지.”
“그래.”
데르트 백작은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백작은 케일이 계속 해리스 마을 별장에 틀어박혀 지내다가 오랜만에 왕세자의 지시를 행하러 타국에 갔다고 알고 있었다.
“제가 말입니다.”
“편히 말해보거라.”
케일이 다른 이들보다 한발 먼저 영지에 온 이유가 있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을 영지로 데려오려고 합니다.”
아는 사람들.
당연히 호족이다. 그들은 그 거구에 숫자가 꽤 되어 영주에게 숨기는 것이 더 번거롭고 힘들었다.
데르트 백작은 아들의 얼굴에 서리는 근심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몇 명?”
“스무 명가량입니다. 터전을 잃어 불쌍하고 안쓰러운 이들이지요.”
“가족 단위인가?”
“네.”
흐음.
데르트 백작은 침음을 삼켰다.
초겨울. 터전을 잃고 헤매는 이들. 분명 가을에 추수도 하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일 것이다.
“어른에 아이와 노인도 섞여 있습니다.”
케일의 이어진 말에 데르트 백작의 미간에 주름이 더 깊어졌다.
벌벌 떨며 터전을 찾아 헤맬 불쌍한 이들.
괜히 속이 허해져 데르트 백작은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그는 따뜻한 차에 속이 데워지자 아들 케일을 바라봤다.
그는 그들을 데려오려는 아들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역시 우리 아들은 마음이 부자였다.
케일은 데르트의 반응을 살피며 최대한 불쌍하게 말했다.
“아버지, 그래서 그 사람들을 해리스 마을로 이주시키고 싶습니다. 될까요?”
영주민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것은 엄연히 영주의 영역이었다. 케일도 제 손님으로 한두 명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터전을 주는 일이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허락해 주겠지.’
데르트 백작 성정상 거절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백작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곤란하다.”
케일은 멈칫했다고.
“네?”
거절할 줄 몰랐는데.
케일은 정말 그럴 줄 몰랐다. 그때, 데르트 백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리스 마을이 우리 영지의 최북단이다. 북 3국이 봄에 내려올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이 아니냐.”
데르트 백작은 스스로가 속물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제 영역 안의 존재들에 대한 애정은 있었다.
“그래서 현재 영지 북부의 주민들도 봄 전에 이동시킬 생각이다. 위험한 곳에 영지민이 될 이들을 둘 수는 없지.”
탁. 데르트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네가 거둔 이들은 영주성으로 데려와라. 머물 곳을 내어주마.”
케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데르트 백작을 응시했다. 백작은 그 모습에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우리 영지는 광산이 많고 예술이 발달해 타지인에 대한 텃세도 거의 없지 않느냐. 그리고 성벽을 보수하면서 더 넓어졌고. 비용이야 내가 대면.”
“아버지.”
케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은 데르트 백작의 말을 조심스레 끊으며 말했다.
“호족입니다.”
“응?”
“호랑이족이요.”
갑자기 호랑이족 얘기가 왜 나오나 싶어 데르트 백작은 아들을 바라봤다.
“아버지, 제가 데려오는 이들이 호랑이족입니다.”
케일은 순간 혼란을 겪는 듯한 데르트 백작에게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아주 강합니다. 전쟁 대비 전력으로 상당히 뛰어납니다. 터전을 잃고 떠돌길래 데려오고자 합니다.”
한참 만에 데르트 백작의 입이 열렸다.
“장하다.”
“네.”
케일은 백작의 칭찬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아버지. 어차피 해리스 마을 정비도 끝났는데, 그곳에 이주한 영지민들도 없지 않습니까? 호족도 숲 근처를 원하고. 그들에게 그 마을을 터로 주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백작은 입을 열었다.
백작의 입가에 이전과는 조금 다른 미소가 맺혔다. 투명화해서 부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라온이 케일의 머릿속으로 말했다.
-인간아, 백작이 너 사기 칠 때처럼 웃는다! 신기하다! 아주 비슷하다!
케일은 이제 배경음악처럼 그 말을 흘려들었다. 백작은 영주로서 아들에게 지시했다.
“그 일은 너에게 맡기마.”
“네.”
케일은 호족 일을 매듭짓고 백작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무실 문을 향하는 그에게 데르트 백작은 말했다.
“바쁘게 지내더라도 한 번씩 얼굴은 비추거라. 네 어머니도 동생들도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연초는 영지에서 지내도록 해볼게요.”
“그래.”
케일은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케일이 된 김록수. 피로 이어진 가족이 없었던 오랜 세월이 이럴 때마다 그를 조금 어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계속 느끼고 있을 틈이 없었다.
케일은 오랜만에 성내 찻집을 방문했다.
플린 상단의 서자 빌로스가 운영하는 찻집이었다. 수도로 그가 떠나고 난 후 직원이 관리하는 찻집이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오늘, 찻집에는 오랜만에 주인이 찾아왔다.
“오랜만이다.”
“잘 지내셨습니까, 공자님?”
빌로스는 돼지 저금통을 닮은 얼굴 가득 반가움을 드러냈다.
케일이 건넨 마법 장치와 위퍼 왕국 내전에서 얻은 것들로 톡톡히 한몫을 챙겨 플린 상단 안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그럭저럭 지냈지. 연락했다고 바로 올 줄은 몰랐는데.”
“근처에 있었거든요. 공자님이 부르시면 바로 와야죠.”
빌로스는 솔직한 마음을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케일은 한 번 부르면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상인의 촉이 왔다.
케일은 부를 때마다 뭔가 터뜨렸다.
이번에도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서 바로 달려왔다.
케일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제국에 좀 가자.”
“…제국이요?”
빌로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무슨 얘길 하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평이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어. 그런데 자네가 아는 연금술사 있나?”
“…네?”
톡톡.
케일은 찻집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단조로운 어조였다.
“연금술 종탑에 속하지 못하고 내팽개쳐진 연금술사가 분명 있을 거란 말이지. 위퍼 왕국처럼.”
위퍼 왕국처럼.
마탑이 지배하던 시절. 위퍼 왕국의 마법사들 중 마탑의 잔인한 실험과 왕국민들을 핍박하는 모습에 질려 마탑에서 나온 마법사들과, 이를 개선하자고 마탑에 건의했다가 쫓겨난 마법사들이 있었다.
연금술 종탑은 쉬쉬하지만 현재 잔인한 실험을 자행 중이다.
분명 그것에 반발하거나 참지 못하고 떠난 선하고 강직한 이들이 있을 터.
케일은 빌로스가 입을 여는 것을 지켜봤다. 빌로스는 말했다.
“아는 이가 없어도 찾아내겠습니다.”
“그래. 그런 답이 좋아.”
빌로스는 대화가 통했다. 만족해하는 케일에게 빌로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그 연금술사를 찾으시면 어쩌시려고?”
“부려먹게.”
“…네?”
케일은 빌로스의 물음을 무시하며 제 할 말을 했다.
“연금술 재료 어디서 사는지 아나?”
“…제국에 많지요.”
“그럼 내가 말한 것들 많이 사놔.”
“…어, 음. 네.”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이 말했다.
-인간! 우리도 그 불기둥 만드나?
천 년의 고룡은 연금술에도 꽤 깊은 조예가 있었다. 에르하벤은 불기둥을 만들었던 액체를 보고 말했다.
‘호오, 인간들이 꽤 재밌는 걸 만들었구나.’
재밌어하는 에르하벤은 제 레어에 틀어박혀 연구 중이었다.
케일은 제국에 간 김에 필요한 것들을 다 구해올 작정이었다.
-인간, 재밌겠다!
제국이 만드는데, 우리가 못 만들 이유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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