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태양의 단죄가 정말로 실존하는 건가요?’
성자 잭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미친 신관 케이지의 반응이었다. 그녀는 놀란 얼굴이었다.
그때, 케일은 예감했다.
‘예사 물건이 아니구나.’
성자 잭은 케일의 예감에 답하듯 한 단어를 내뱉었다.
‘신물입니다.’
신물.
신이 내린 물건.
케일이 가진 고대의 힘 ‘바람의 소리’ 주인이었던 도둑은 신물을 들고서 도망가다가 죽음을 당했다.
그럴 만큼 귀한 물건이었다. 비밀 단체 ‘암’이 강했던 푸른 늑대족을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신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케일은 한껏 설렘을 안고 물었다.
‘태양의 단죄가 어디에 있습니까? 도로 되찾아 오겠습니다.’
하지만 잭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모릅니다.’
잭도 아주 어릴 적 교황에게 성자로서의 교육을 받을 때 흘러가듯이 신물의 존재에 대해서 들었을 뿐. 그 후로 교황은 잭이 ‘신물은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마다 ‘신물이라니? 그런 건 없다’라고 답했다.
가만히 잭의 말을 듣고 있던 가짜 성녀 하나가 비웃음을 흘렸다.
‘교황이 없다고 했잖아? 그러면 어딘가에는 있다는 소리야. 그 욕심 많은 노인네가 꽁꽁 숨겨두었겠지.’
그때, 잭은 재밌는 말을 했다.
‘하지만 교황은 신물의 위치를 알아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왜 그렇죠?’
‘500여 년 전 교황 이후로 태양신께서 직접 지정해 준 교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 교단 내 수뇌부들의 회의로 교황을 선정했지요.’
하나는 한 번 더 냉소적인 미소를 흘렸다.
‘수뇌부 회의는 무슨. 추악한 권력 싸움이지.’
케일은 미친 신관, 성자, 가짜 성녀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대화의 마무리쯤 잭에게 물었다.
‘태양의 단죄는 어떤 신물입니까?’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케일은 이번 일에 목표를 하나 세웠다.
운이 닿아 찾으면 훔쳐오자.
‘다만 마땅한 방법이 없지.’
성자와 성녀도 모르는 위치를 케일이 알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서 ‘운이 닿아’라는 가정을 덧붙였다.
툭.
케일은 제 어깨 위에 올라간 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지.”
왕세자였다.
그의 말에 반응한 이는 케일을 포함한 로운 왕국 측 현장 조사단과 제국 측 관리들이었다.
케일은 최한, 에르하벤, 부단장과 함께 알베르의 뒤를 따라 교황청으로 향했다.
교황청 앞 광장은 아직 폭발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았다.
교황청 건물 역시도 일부분이 마법 폭탄으로 인해 부서져 있었다.
사건 현장을 따라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고 그 바리게이트 밖 폭발 여파를 받지 않은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국민과 교단을 망가뜨린 추악한 두 쌍둥이를 잡아라!”
“태양신 교단은 부패했다! 권력을 탐하는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교황님을 죽인 그 악마의 존재들을 잡아 죽여라!”
“태양신은 제국에 필요 없다! 제국민을 죽이는 태양신 교단은 물러가라!”
제국은 이번 테러 사건을 수사하며 발견한 수많은 태양신 교단의 폐해를 공개했다. 그 결과, 교황청 안에 있어야 할 신관을 포함한 관련인들 모두가 현재 조사 상태라 교황청은 텅 비어 있었다.
‘참, 제국도 재밌는 데란 말이야.’
케일은 제국 황실이 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일부러 건들지 않고 놔두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분명 저 안에는 황실에서 보낸 사람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이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 인간! 우리 보물 엄청 많이 찾자!
케일은 머릿속에 울리는 라온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제국 어디서든 보이는 연금술 종탑.
태양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탑이 보였다.
그와 반대로 음침하고 무너진 교황청.
‘아, 설레.’
가짜 성녀 하나는 말했다.
‘나는 ‘암’에게 비밀의 방에 대해서는 말했어. 교황과 수뇌부들이 협력하는 비밀의 방이지. 그곳엔 교단 보물도 많아.’
‘하지만 그 비밀의 방에 존재하는 비밀 탁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어.’
‘거기가 진짜로 가는 통로야.’
케일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임했다.
보물로 향하는 길. 신중해야 했다. 케일은 이미 알베르와 어느 정도 대화를 끝내놓은 상태였다.
‘케일 헤니투스. 현장 조사 마지막 날에 실행하도록 하지.’
‘바로 그다음 날에 연회가 있기 때문입니까?’
‘어. 연회 때문에 제국도 정신없을 때 슥 하는 거지.’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전까지는 성실한 조사관이 되어야겠군요.’
회상을 끝낸 케일의 엄숙한 표정을 본 왕국 측 현장 조사단의 표정도 굳어졌다.
바스락.
케일은 부서진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돌을 밟으며 서서히 교황청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가 알아서 조사를 하면 되는 건가?”
왕세자 알베르의 물음에 제국 측 관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다만 장소를 미리 알려주시고, 저희들 중 한 명을 대동하고 움직여 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그래? 뭐, 그러도록 하지.”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는 알베르의 행동에 관리는 안도의 숨을 삼켰다. 왕세자는 현장 조사단 인원을 나누며 지시했다.
“중앙 건물은 나를 포함한 이렇게 다섯 조사원이 움직인다.”
중앙 건물. 동쪽 별관. 서쪽 행정원. 각각 건물에 조사원을 배정한 알베르는 마지막 건물을 가리키며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 헤니투스 공자, 자네와 벤 조사관은 후원과 그 뒤의 첨탑을 조사하도록.”
케일과 벤의 시선이 부딪쳤다.
벤은 왕세자의 비서 중 한 명으로 수색에 능해 조사관으로 임명된 이였다. 당연히 위장한 다크엘프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제 호위기사가 셋이니, 따로 경호 인원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알베르는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자네와 벤, 그리고 여기 제국 측 관리 한 명. 총 셋이니 기사 셋이면 되겠지.”
알베르는 곧바로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
케일은 벤을 앞세우고 느긋하게 후원으로 향했다.
‘후원에는 아무것도 없어.’
가짜 성녀 하나는 후원에는 가져갈 것이 없다고 했다.
케일은 후원에 들어서자마자, 함께 온 제국 관리가 어색하게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조금 많이 흉측하지요?”
관리의 눈에는 짓밟힌 화초들이 보였다. 핏자국까지 남아 후원보다는 전쟁터 같았다. 그 참상을 내보이기 썩 그래서, 관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말했다.
“다만 그 참혹했던 순간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군요.”
“아.”
관리는 새삼 눈앞의 이 공자가 테러를 막고자 살신성인했던 이였음을 떠올렸다. 그는 정의로운 귀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부디 범인을 찾아 죽어간 이들에게 위로를,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케일은 대충 정의로운 흉내를 내며 후원을 거닐었다. 후원 너머 첨탑이 보였다. 탑의 꼭대기에 아주 작은 창문이 하나 보였다.
그의 시선이 닿은 것을 안 관리는 입을 열었다.
“몇백여 년 전, 이곳에 교황청이 생겼을 때 이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단자를 저 탑의 꼭대기에 가뒀다고 하더군요.”
성자 잭에게서도 들었다.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계단만 있는 건물로, 쓸데없는 건물이죠. 몇백여 년간 사용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가짜 성녀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첨탑에 시선을 둔 순간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케일은 첨탑에 시선을 두며 입을 열었다.
“벤, 나눠서 조사하죠. 저는 첨탑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국 관리는 후원 입구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편히 조사하십시오.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감시를 한다는 소리였다.
케일은 관리의 말에 별다른 반박 없이 첨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왜 그러십니까?”
케일의 뒤는 최한이 따랐다.
벤에게 힐스만이, 제국 관리에게는 에르하벤이 붙었다.
케일은 최한의 물음에 대충 답했다.
“아니, 그냥 심장이 뛰어서 말이야.”
심장?
최한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그때였다.
첨탑과 한층 더 가까워졌을 때.
대략 15층 높이의 투박하고 냉혹해 보이는 탑의 유일한 문이 보였을 때.
최한은 보았다.
“케일 님, 손에-”
그는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얼른 케일의 대각선 뒤에 서며 제국 관리의 시선을 막았다.
최한은 케일의 오른손을 가렸다.
휘이이이-
케일의 오른손에 작은 바람이 일고 있었다.
“하, 하하-”
낮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지 않은 웃음소리는 감탄과 황당함을 담고 있었다.
케일이었다. 케일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발끝이 가벼워졌다.
바람의 소리다.
어느 때보다도 바람의 소리가 그의 몸 안에서 요동쳤다. 케일은 이 힘의 주인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렸다.
신의 물건을 훔쳤던 최고의 도둑.
빠른 발만큼이나 간이 컸던 그녀.
휘이이이-
케일 손바닥 위의 바람이 자꾸 첨탑을 향해 날아가려고 하였다.
-인간, 왜 그러나? 바람을 왜 일으키나? 소용돌이로 탑 부수려고 하나?
라온의 심각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지 마라! 저번에 손 벌벌 떠는 것 나는 다 봤다! 네가 원하면 위대한 라온 미르가 이깟 탑쯤은 부숴준다! 황궁도 부숴준다!
케일은 낮게 말했다.
“부수면 안 돼.”
“네?”
-…부수는 거 아닌가?
최한이 되물었고, 라온이 묘하게 아쉬운 투로 답했다.
케일은 왼손으로 제 눈가를 쓸어내렸다.
그는 성자와 성자가 설명해 준 첨탑에 대해 떠올렸다.
‘사실 대외적으로는 이단아라고 했지만, 사실 수뇌부가 되면 압니다. 그 성에 갇혔던 이가 마지막 진짜 성녀였다고 합니다.’
‘맞아. 그리고 그녀는 교단의 폐해를 뒤집어엎으려고 했다더군. 그러나 실패하고 평생 탑에 갇혀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했대.’
‘교황은 어릴 적부터 저희들에게 그 성녀 행세를 했다가는 남는 게 비참한 생뿐이라고 늘 세뇌시키듯 말했죠.’
진짜 성녀가 살았던 첨탑.
교황청 가장 높은 첨탑에 갇혀서 작은 창문으로 교단을 내려다봤던 그녀.
케일은 자신이 성자에게 했던 물음과 그의 답을 떠올렸다.
‘태양의 단죄는 어떤 신물입니까?’
성자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었다.
‘말 그대로 단죄지요. 사실 믿기 힘들지만.’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밤을 멈춘다고 합니다. 하얀 밤. 환한 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태양의 단죄.
어둠이 없는 백야를 만드는 존재.
태양신 교단만이 가질 수 있는 성물이었다.
케일은 첨탑을 바라봤다.
여기다.
도둑이, 바람의 소리가 그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다.
이곳에 신의 물건이 있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최한.”
“네.”
“오늘 밤 몰래 황궁을 벗어난다.”
“…네?”
놀라는 최한을 보지도 않고 케일은 라온에게 말했다.
“라온.”
-왜 그러나, 인간?
“내 방에 있는 암살자 놈한테 환상 좀 보여줘. 내가 침실에서 고이 자는 환상.”
-걔 좀 강해서 마정석 하나로 마법진 그려야 한다.
“써.”
써도 된다.
신물이 있는데 그게 문젠가?
케일은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이 첨탑을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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