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9
158화.
검은 용 라온은 케일의 굳어진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라온.”
나직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라온은 스스로가 섣불렀음을 깨달았다. 라온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라온은 케일의 힘을 꽤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검은 용의 앞발이 케일의 다리를 두드렸다.
“인간, 내가 조금 성급한 말을 했다. 인간 네가 몸도 약하지만, 제국 황실보다 약한 권력을 지닌 인간이란 것도 까먹었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내가 턴.”
“뭔 소리야?”
“음?”
심각하던 라온과 달리 케일은 상자와 일기장을 챙기며 새로운 계획을 내뱉었다.
“내일부터 찾아보자.”
“역시 인간, 너는 인간 너답다! 황궁도 위대한 용에 비하면 먼지다! 걱정 마라! 걸리면 다 부순다!”
케일은 혼자서 신이 나 살벌한 소리를 내뱉는 다섯 살을 무시하며 이 15층의 유일한 창으로 향했다.
케일은 창 앞에 섰다.
15층에 창이 있음에도 케일은 이리로 침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케일 얼굴만 한 크기의 좁은 창. 그마저도 철창으로 인해 제대로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철창 너머로 교황청이 모두 내려다보였다. 그리고 교황청 너머의 연금술 종탑과 그 너머 황궁이 보였다.
라온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밖을 내다보는 케일 옆으로 다가갔다. 케일은 철창을 매만지며 말했다.
“성녀는 힘들었겠어. 이런 공간에 갇혀 평생을 보냈다니.”
꽤 감상적인 말에 라온은 제가 갇혔던 동굴을 떠올렸다. 용은 새삼스러운 느낌으로 케일을 쳐다봤다.
역시 이 인간은 착하다. 이런 생각도 할 줄 알고.
“라온.”
“그래, 착한 인간.”
“우리 이 성녀 한을 풀어주자.”
“그래! 인간, 꼭 해내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라온을 보며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아주 음흉한 미소였다.
***
“다녀오셨습니까?”
케일은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마주친 최한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 있던 병을 하나 건넸다.
“…죽은 마나 아닙니까?”
죽은 마나 액체였다. 마시는 순간 치명적인 극독이었다. 또한 케일이 혹시 모른다며 늘 들고 다니는 작은 병이었다.
케일은 첨탑 문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후원에 풀 좀 다 뽑아놓고, 죽은 마나 한두 방울만 흙에 뿌려놔. 오염되면 곤란하니까.”
최한은 갑작스러운 지시에 갈피를 잡기 힘들었으나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다.
“케일 님, ‘암’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면 됩니까?”
역시, 똑똑하단 말이야.
케일은 최한이 가끔 어벙하게 행동해서 그렇지 영리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맞아. 그리고 빈민가에 가짜 연금술사 위치를 가르쳐 줄 테니 찾아가라. 신관이 보냈다고 하면 알 거다.”
“그자에게 무엇을 하면 됩니까?”
“소문을 내라고 해.”
“무슨 소문이요?”
케일은 북 3국과의 전쟁 후 제국과의 일전을 준비하고자 했다. 그랬기에 제국과 부딪치는 것은 적어도 2년 후라 예상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어.’
신물을 손에 넣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기적을 보면 그것을 진실로 믿는 법이다.
‘제국을 흔든다.’
제국에 씨앗을 뿌려놓아야 한다.
케일은 자신을 바라보는 최한에게 지시했다.
“제국은 신의 말씀을 전할 이를 잃었다. 사악한 힘이 영원한 밤을 데리고 올 것이다. 이미 그 증거가 이단이 머물던 첨탑 가까이에서 나타났다.”
그의 입에서 빈민가 아이들에게서부터 시작되어 서서히 제국에 퍼질 소문이 시작되었다.
***
왕세자 알베르는 오늘 아침 전해 받은 소식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의구심이 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케일 헤니투스를 불렀다.
달칵.
찻잔이 차탁 위에 올려졌고, 알베르는 맞은편의 케일 헤니투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냐?”
“뭐가 말입니까?”
난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표정으로 쿠키를 오독오독 씹고 있는 케일의 꼴에 알베르는 확신했다.
“너구나.”
“뭐가요?”
“교황청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오독.
쿠키를 씹는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오늘 이른 아침. 제국에서 로운 왕국 현장 조사단에게 잠시 조사를 멈춰달라는 통보를 내렸다.
왕세자는 통보 내용을 떠올렸다. 제국이 타 왕국을 향해 대놓고 고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사실에 기분이 나빴지만 무엇보다도 제국이 협의가 불가할 만큼 급박해 보였다.
그는 케일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제국에서 3일간 조사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내렸어.”
“그렇군요. 참 아쉽네요.”
톡. 톡. 소파 팔걸이를 두드리던 왕세자는 입을 열었다.
“분명 교황청에 어젯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우리를 탓하거나 의심하는 분위기가 아니야. 오히려 어떻게든 우리가 교황청에 조사 가려는 걸 막으려는 움직임이더군.”
“그래서 받아들이셨습니까?”
“미쳤다고 바로 받아들이겠어? 조사 기간이 일주일인데 그중 3일을 하지 말라는 건 너무하다고 항의했지.”
사실 알베르는 항의할 필요가 없었다.
조사는 명목일 뿐이었으니까. 그가 제국으로 온 이유에서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저하, 그러면 3일 조사를 못 하는 대신에 남은 기간 동안 감시하는 관리를 줄여달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렇게 말했어.”
왕세자의 찡그렸던 미간이 살짝 풀어졌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실소를 흘렸다.
제국 측 관리를 줄이면 마지막 날 교황청을 털 케일과 다크엘프의 움직임이 편해진다.
왕세자는 다시 찻잔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말할 생각이 없나 보군.”
케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보통 이렇게 왕세자의 말에 답하지 않으면, 알베르는 왕세자라는 자리 때문에라도 화를 내야 맞았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하, 로운 왕국에 득일 겁니다.”
케일 헤니투스. 그는 빈말을 안 했다. 여러 사건을 일으켰지만 로운 왕국에 해를 끼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도우면 도왔지.’
로운 왕국을 돕기 위해,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놈이 케일 헤니투스였다.
그렇기에 왕세자는 아무 말 않고 넘어갔다.
‘… 신뢰할 만한 놈이긴 하지.’
슬슬 신뢰가 생겼다. 왕세자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케일을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 호의가 머물렀다.
그때, 케일이 조심스럽게 왕세자를 불렀다.
“저하.”
“그래.”
“그럼 오늘은 놉니까?”
순간 왕세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뭐 하게?”
알베르의 물음에 케일은 밝게 답했다.
“독서와 산책을 할까 합니다.”
“누가?”
케일은 스스로를 가리켰다.
“저요.”
방 안에는 변장한 다크엘프 상급 마법사가 있었다.
그럼에도 왕세자는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돌겠다, 진짜.”
케일은 태연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왕세자는 얼른 가보라는 듯 손짓했다. 케일은 자신을 묘하게 쳐다보는 다크엘프에게 미소로 인사를 건네곤 독서를 위해 황궁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혼자 갈 순 없었다.
“공자님, 기사분의 안내를 따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국 측 안내인이 달라붙었다.
붉은 머리칼의 기사였다.
그래, 그 묘족이다.
“어디로 모시면 됩니까?”
청년과 소년, 그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묘족 기사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기사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내리깐 듯 낮은 목소리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황궁 도서관으로 부탁하네. 이방인도 1층은 구경 가능하지 않나?”
“네, 가능합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묘족 기사는 절도 있는 걸음으로 앞장섰다.
케일은 자신의 왼쪽 편에서 반걸음 앞장선 묘족을 따라 걸었고, 케일 뒤를 최한과 투명화한 라온이 따랐다.
-인간, 쟤 자꾸 너 힐끗거린다.
그러게.
묘족 기사는 안내를 하면서도 힐끗힐끗 케일을 쳐다봤다. 숨기면서 하는 행동도 아니고 꼭 케일이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행동 같았다.
그래서 무시했다.
‘누굴 죽이러 온 놈인 줄 알고 말을 걸어?’
케일은 애써 저 멀리 모고르 황실의 자랑 중 하나인 황궁 도서관을 바라봤다. 다른 화려한 궁들에 비해 아카데미를 떠올리게 하는 검소하면서도 기품 있는 외관이 보였다.
신물 생각에 케일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때, 훅 치고 들어왔다.
“저, 공자님.”
“…왜 그러지?”
묘족 기사는 자신의 머리칼보다 더 선명하게 붉은 머리칼의 귀공자가 보낸 눈빛에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혹시 고양이 키우십니까?”
케일은 심장이 철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묘족 기사는 수더분하게, 순수한 소년처럼 수줍게 말했다.
“아니, 그게 고양이 냄새가 나서요.”
주근깨 가득한 코를 찡긋거리는 얼굴은 참으로 순수해 보였다. 그러나 고개를 든 묘족 기사는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동자에 기사는 자신이 잘못했나 싶어 멈칫했다.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네가 키우는 게 아니고?”
“네?”
“고양이는 네가 키우는 것 같은데.”
순수해 보이던 얼굴에 살짝 혼란이 담겼다. 그때 케일의 손이 기사의 어깨에 닿았다.
툭. 툭. 어깨를 털어내는 그 동작에 기사의 어깨가 굳었다. 케일과 묘족의 눈이 마주쳤다.
“동물 털이 제복에 붙었더군.”
“…그렇습니까?”
“그래. 네 머리와 같은 붉은 고양이인가 봐?”
케일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물음을 던졌고 기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리카락인가 봅니다. 저 동물 안 키웁니다.”
“그래?”
케일은 단호한 기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 동물이라면 끔찍하고 싫습니다.”
진심으로 그래 보였다.
케일은 별다른 말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고 묘족 기사도 안내를 다시 시작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의 말이 들려왔다.
-쟤 아까 고양이 키우냐고 물을 때는 신나하더니, 동물 싫다고 할 때는 엄청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 희한하다!
그러게.
희한한 놈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도서관 앞에서 묘족 기사를 대기시키고 도서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최한이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다시 한번 다짐했다.
“케일 님, 저 기사의 수준은 안내인을 하고 있을 수준이 아닙니다. 기사는 위장 같습니다.”
모른 척하자.
늘 그렇듯 암살자의 생각이야 케일 알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케일의 머릿속에 저 기사에 대해 부단장 힐스만이 구해온 대외적인 정보가 몇 개 떠올랐다.
‘빈민가 출신 기사라고 합니다.’
‘가난한 부모와 여러 형제 밑에서 성실하게 자라, 빈민과 평민들에게 개천에서 난 용이라며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마지막 정보가 자꾸 거슬렸다.
저 기사의 나이는 23세.
‘저 기사의 형제 몇 명은 15년 전에 연금술 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확실한 인간인 것 같습니다.’
15년. 빈민가.
연금술 종탑이 떠올랐다.
무엇을 죽이러 묘족 기사는 이곳에 왔을까?
케일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사서 관리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 1층을 거닐었다.
사서는 꽤 반가워하면서도 신기해하는 얼굴이었다.
“황궁의 역사를 알고 싶어 하시는 외국분은 오랜만에 뵙네요.”
“그런가. 나는 그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제국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초대받은 나라의 역사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케일의 반문에 사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젊은 타국 사람의 자세가 사서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사서는 1층에 황궁 방문인 모두를 위해 공개된 제국 연대기란에 멈춰 서서 케일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황궁의 역사와 역대 황제 전하들의 업적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호오, 그렇군. 내 찬찬히 살펴보겠네.”
“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데스크에 오십시오.”
사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글을 읽기 시작하는 젊은 공자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뒤돌아섰다.
‘제국어를 안다니, 꽤 제국을 좋아하는 귀족인가 보군.’
사서의 호감 이유였다.
도서관 1층은 타국 사신단에게 공개했지만 언어가 모두 제국어였다. 결국 말이 공개지, 제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케일에게는 라온이 있었다.
-인간, 교황청 건립은 지금 손댄 책장에서 세 칸 더 가야 한다.
케일은 차근차근 책들을 살펴보았다.
사락. 사라락.
라온의 똘망똘망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교황청 건립 당시, 새로 지은 궁이 있다.
케일은 책으로 입가를 가린 채 읊조렸다.
“더 말해봐.”
케일은 책을 펼쳤다.
-불탄 궁에 대한 정보는 교황청 건립 전후 쓰여진 사료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이 모고르 황궁 역사를 보면 그 당시에 유일하게 세워진 궁이 하나 있다.
제국 황궁 어디에도 불탄 자국이 남은 곳은 없다.
-그리고 그 궁 옆에 정원이 하나 조성됐다.
교황청 건립 때 맞춰 세워진 궁과 정원.
-그곳의 이름은 각각 ‘태양궁’, ‘태양의 정원’이라고 한다. 이 이름은 당시 차기 황제로 유력했던 왕자가 교황과 함께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사락. 사락.
케일은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물론 라온은 이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장장 세 시간 동안 서서 책장만 넘기던 케일에게 라온은 말했다.
-아까 그것뿐이다.
탁.
케일은 책을 덮었다. 그는 최한에게 말했다.
“가자.”
이제 독서를 할 이유가 없다.
태양궁.
케일은 그곳이 어딘지 안다.
그 옆의 유명한 태양의 정원도 안다.
연회 장소였으니까.
케일은 도서관을 나와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앞에 가장 화려한 궁과, 그 옆의 마찬가지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다.
태양처럼 빛나는 곳.
그곳과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손바닥이 근질근질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케일의 곁에서 맴돌았다.
***
조사단 현장 조사 마지막 날.
왕세자는 마차에서 내리기 전 케일에게 말했다.
“끝나고 연회서 보도록 하지.”
왕세자는 케일이 동쪽 별관에 갈 틈을 만들기 위해 제국 측 관리들과 함께 온 건물을 돌아다니며 열혈 왕세자 흉내를 낼 예정이었다.
제국 측 관리도 반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후원과 첨탑 조사는 이제 불가했다.
“아.”
연회를 언급했던 왕세자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연회 때 소드 마스터가 온다더군.”
“제국의 소드 마스터요?”
“그래.”
소드 마스터.
서대륙에는 제국에 한 명, 카로 왕국에 한 명, 북쪽에 한 명 존재했다.
그렇게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다.
“음.”
케일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 모습에 왕세자는 케일의 마음을 짐작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걱정 안 해도 될 거다. 제국에서는 연회 때 소드 마스터의 모습을 드러내 타국에 기선제압을 할 작정이겠지. 내일 도착해 바로 연회에 참가한다더군. 우린 신경 안 써도 돼.”
소드 마스터의 존재는 한 나라의 위상과 기사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검의 끝.
그 경지는 의미가 컸다.
그래서 왕세자는 소드 마스터가 없는 로운 왕국의 상황을 걱정하는 듯 굳어진 케일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의 적이지만 지금 섣불리 겁낼 필요가 없지.”
“저하.”
“그래.”
“최한이 소드 마스터입니다만, 연회에 데리고 가면 서로 경지를 알아채겠죠?”
왕세자는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 케일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저, 힐스만 부단장도 최상급 기사인데. 그건 괜찮겠죠?”
케일은 멍한 왕세자의 표정에 아쉬움을 느꼈다. 태양궁에서의 신물 탐사는 천상 자신과 라온 둘이서 해야 할 듯싶다.
‘에르하벤 님을 데려갈까? 라온도 기척을 숨기라고 해야겠어.’
케일은 왕세자를 바라봤다.
왕세자는 한 글자를 내뱉었다.
“…허.”
케일은 그 모습에 알베르를 불렀다.
“저하?”
알베르는 한참 만에 한마디를 내뱉었다.
“미친놈.”
당연히 그 말은 케일은 향한 말이었다.
그리고 품 안의 마법 주머니를 꺼내 던지듯 건넸다.
“다 털어와.”
케일은 마법 주머니를 챙기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교황청 동쪽 별관.
“여기도 도서관이네.”
닫힌 도서관 문 앞에서 케일은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부탁드립니다, 공자님.”
상급 마법사이자 위장한 다크엘프의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도서관 문을 열었다.
이 안의 비밀의 방.
그리고 그 안의 비밀 탁자.
그곳에 보물이 있다.
끼이이익-
도서관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들려왔다.
-희생하려는 건가?
뭐?
무서운 짱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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