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1
180화.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문제였다.
축제의 마지막 날이라 잠들지 못했던 밤, 그 밤을 태우려는 듯한 화려한 불기둥에 공작가 사람들은 잠들지 못했다.
가주와 소가주가 잠들지 못하는데, 그 식솔들이 잠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 저런 미친노, 놈이!”
공작가의 노집사는 뒷목이 뻐근해져 왔다.
기사와 사병들이 앞을 가렸지만 부서진 와이번 조각상이 보였다. 자랑스러운 세카 공작가의 수문장과 같은 존재였던 와이번 조각상.
파직, 파지직.
그 조각상이 잘게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그것도 한 사람에 의해서.
“아이구, 이렇게 손에만 쥐면 그냥 부서지네?”
웬 야행복을 입은 미친놈이 와이번 조각상의 부서진 조각을 손에 쥐고 하나씩 가루를 내며 히죽이고 있었다.
당연히 그 사람은 아치였다.
“이야, 아주 재밌네. 자근자근 밟는 게 기분 좋아.”
퍽. 퍽. 아치가 발길질을 할 때마다 조각상들이 더 잘게 쪼개져 갔다. 그리고 아치는 개운함을 느꼈다.
딱 봐도 공작가 사람들은 뒷골이 당기는 표정이었다. 그간 고래왕 시켈러의 훈계 때문에 조용히 살아야 했던 아치는 날아갈 것 같았다.
-인간, 저 범고래 아주 야비해 보인다! 대단하다!
케일은 라온이 머릿속으로 건네는 말에 동의했다. 아치는 아주 제대로 싸가지가 없어 보였다. 공작가의 기사가 외쳤다.
단장은 아닌 것 같고 그다음 직급의 기사 같았다.
“네놈들은 누구냐? 이 무슨 천인공노할 짓이냐!”
흥.
아치는 콧방귀를 꼈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쳤다.
“우린 비밀 단체다!”
그리 말하고는 혼자 낄낄댔다. 그 모습에도 기사는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현재 공작은 오고 있는 중이었고 수호기사 클로페와 단장은 호수에 가 있는 상태였다. 둘에게 전령은 보내두었다.
부단장인 그는 현장 명령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서지 못했다.
거대한 와이번 조각상을 한 번의 주먹질로 부수는 힘.
거기다가 그 힘에는 어떠한 마나와 오러의 힘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신력이란 소리였다. 더불어 저 남자 뒤에 서 있는 또 다른 복면인 중 한 명에게서 강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당연히 그 복면인은 로잘린이었지만, 이를 알 길 없는 부단장은 대치 상태를 차라리 반겼다. 동시에 힐끗거리며 옆을 쳐다봤다.
황금색 갈기와 같은 머리칼을 지닌 남자. 다른 이들은 그저 공작의 손님으로 알지만 부단장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사자왕의 둘째 아들.
부단장은 강자인 그를 힐끗거리며 현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사자왕 둘째 아들의 짓씹듯이 내뱉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유명한 미친놈들이 저놈들이구나.”
저 침입자들이 유명한 자들인가?
부단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를 모른 채 사자왕 후계자 2순위인 남자는 외쳤다.
“네놈들이 지금 감히 누구 앞에서 그딴 말을 들먹이는 것이냐!”
사자족 에드리치는 아치, 로잘린, 파세톤을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그의 속마음은 흥미진진했다.
‘유명한 놈들을 여기서 볼 줄 몰랐는데?’
저 조잡한 비밀 단체 복장.
‘암’의 마창사와 테이머가 이를 가는 대상이었다.
인어와 고래족 간의 싸움. 열 손가락 산 엘프 마을 습격. 그것들을 틀어버린 놈들이었다. 안 그래도 현재 ‘암’은 저자들을 ‘윗선’에 보고한 상태였다.
제국의 꿍꿍이를 조사하느라 바쁜 ‘암’에게 일거리를 더 안겨준 저놈들은 꽤 골칫거리였다.
‘그리고 강하군.’
사자족 에드리치는 마창사의 말대로 상대의 경지가 자신과 대등하거나 혹은 가늠할 수 없음을 눈치챘다.
그렇다고 수그러들 순 없었다.
자신은 대범하고 위엄 있는 차기 사자왕이니까.
“네놈들은 누구냐! 제대로 정체를 밝혀라!”
적수를 맞이한 사자족은 상대를 인정하며 그들의 정체를 물었다.
그때 케일은 손을 들었고, 아치가 이를 확인했다. 아치는 케일이 지시해 둔 대로 대답했다.
“너 같으면 말하겠냐? 누런 빗자루 머리야.”
사자족 에드리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케일은 기분 좋게 지시했다.
“우리도 움직이자고.”
케일의 몸이 점점 투명해져 갔다. 뒤돌아선 그의 등 뒤로 에드리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이 고귀한 황금색을 보고 그딴 소리를 하다니!”
“뭐래? 저 자식은 지가 집주인도 아닌데 왜 저리 설쳐?”
“이, 이-!”
아치의 대꾸에 에드리치는 말을 잇지 못했고 부단장은 멈칫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케일은 아치의 말 받아치는 솜씨에 감탄하며 다가오는 최한에게 말했다.
“아치처럼 저렇게 하는 게 좋아.”
“…배우고 싶진 않습니다만.”
“그렇긴 하지. 저런 놈은 한 명으로 족해.”
과연 아치 한 명일까요? 그런 눈빛으로 최한이 케일을 쳐다봤으나, 케일은 바삐 움직였다.
그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일행은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쓸데없이 말하지 말고. 덤벼.”
아치는 덤비라고 말한 것과 달리 먼저 달려들었다. 그 방향은 정확히 사자족 에드리치를 향했다.
뒤이어 로잘린과 파세톤은 공작가 기사들 쪽으로 움직였다.
케일은 그 상황 속에서 최한과 라온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잘 따라와. 내 옆에 있어.”
왜냐면 다른 사자족 한 명과 나머지 ‘암’ 단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최한과 라온이 옆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자신과 고양이들이 안전했다.
-알았다, 인간! 난 늘 같이 다닐 거다!
라온의 흐뭇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케일은 무시하며 공작가로 스며들었다.
***
사아아-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공작가 5층 복도 끝 방.
차기 공작 클로페 세카의 서재 바로 옆방에 서 있던 사자족 그로니카는 입을 열었다.
“…창문이 열린 곳이 있었던가?”
“네?”
공작가 기사는 무심코 되물었다가 안색이 달라졌다.
스릉.
암 단원들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창문이 열린 곳은 없다.
공작가에 외부인이 침입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이들은 곧바로 5층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구를 봉쇄하거나, 혹은 문에 기사를 배치했다.
바람이 불어선 안 되었다.
사아아-
다시 한번 바람이 불었다. 동시에 무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안개였다.
바람과 함께 안개가 복도 저 멀리에서부터 밀려왔다.
하얀 파도가 밤을 뚫고 빠르게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도록.”
그로니카가 안개 속으로 돌진했다. 그녀의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촤르르르.
황금 머리칼을 닮은 황금 채찍이 안개를 가르기 위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옹.
고양이다.
그녀는 문득 이를 갈며 분노하던, 어린아이 모습을 한 추악한 노인네를 떠올렸다.
테이머. 그자가 말했었다.
‘고양이들은 반드시 내가 죽인다.’
그녀가 참여한 ‘암’ 전투단 회의에서 마창사가 보고했다.
‘고양이가 두 마리 있습니다. 독에 능합니다.’
냐아아옹.
한 번 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곧바로 채찍으로 안개를 갈랐다.
챙!
하지만 그 채찍을 막는 존재가 있었다. 채찍이 검에 튕겨져 길을 잃었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 나타난 한 남자.
검은 야행복을 입은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동시에 공기 중의 검은 오러가 눈에 담겼다.
그로니카는 수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독이다.”
‘암’도 이들에 대한 정보가 몇 개 있었다.
그녀는 채찍이 튕겨져 나온 순간 그 정보 중 한 가지를 바로 떠올렸다.
“당신이 소드 마스터군.”
복면 속 검은 눈동자가 눈웃음을 그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로니카는 거세게 채찍을 휘둘렀다.
챙그랑-!
복도의 창문들이 부서졌다. 유리 조각들이 창밖으로 흩어졌다.
“유, 유리가 왜?”
“무슨!”
공작가 저택 정문에 있던 이들은 깨지는 유리 소리에 당황해했다. 그리고 5층에 일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그로니카는 독안개가 창밖으로 나가며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목을 살짝 돌렸다.
“뭐 하는 거냐? 쫄았냐? 이 와이번 파리 새끼들 같은 놈들아! 누런 빗자루, 도망가냐? 크하하하! 잘 도망가라!”
창밖에서 침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런 빗자루. 그 말에 그녀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곧바로 최한에게 달려들었다.
“문을 지켜라.”
수하들을 향한 짧은 지시와 함께 그녀의 채찍이 최한에게 짓쳐들어왔다.
촤르르르!
쾅!
검과 채찍이 부딪친 소리가 아니었다. 유리가 깨진 창문틀이 흔들렸다. 그로니카는 짧은 단검을 쥐고서 채찍을 튕겨낸 최한에게 돌진했다.
최한의 공간 속으로 그녀의 검이 들어섰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부딪쳤다.
그 순간 그로니카는 침입자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너무 약한데.”
뭐?
그로니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로니카!”
이종사촌 에드리치가 5층 복도에 나타났다. 다른 기사들도 보였다.
얼굴을 맞았는지 흉물스러운 꼴로 에드리치는 다급히 전투에 끼어들었다.
‘다 왔네.’
케일은 5층 복도 입구에서 이 광경을 투명화한 채 가만히 바라봤다.
-인간, 언제 하나?
라온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용은 아직 암에 대한 복수심을 잊지 않았다. 케일은 천천히 발끝에 바람의 소리를 피어 올렸다.
“이런 미친! 너는 또 뭐야? 도대체 뭐냐고!”
짜증과 울분에 가득 찬 에드리치는 최한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 모습에 그로니카도 바로 합동 공격에 들어갔다. 위와 아래. 틈새를 노리는 둘의 협력은 준비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상대는 최한이었다.
투둑. 툭.
아주 간단하게 주먹과 채찍이 막혔다. 그렇다고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그로니카의 단검이 바로 최한의 어깨를 향해, 에드리치의 발이 최한의 무릎을 향했다.
민첩하면서도 빠른 공격은 남들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숴.”
그로니카는 멈칫했다.
…누구?
생각이 끝맺어지기도 전이었다.
쏴아아-
마치 갑작스러운 소나기 소리와 같았다. 그녀는 눈동자를 돌렸다.
안개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붉은 안개가 서서히 휘몰아치며 커져갔다.
“어딜 봐?”
섬뜩한 음성에 그로니카는 단검의 방향을 바꿨다.
채앵. 오러를 씌운 손과 단검이 부딪쳤다.
“커헉!”
“에드리치!”
복면인의 손아귀에 에드리치의 목이 잡혔다.
“가, 감히 왕이 될 몸을……! 이거 크흑, 놔!”
에드리치는 발버둥 쳤다. 그로니카는 자신의 가문을 위한 권력의 도구인 에드리치를 구하러 그에게 달려가려다가 멈췄다.
쏴아아아-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달려온다.
무언가가 달려온다.
그녀가 그렇게 느끼고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맞다.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
하얀 안개에 감싸인 사람이 일직선으로 빠르고 거침없이 달려왔다.
거대한 바람이 그와 함께였다.
안개가, 독이 그 바람 속으로 스며들었다. 흰색, 붉은색, 파란색, 검은색. 온갖 독안개들이 휘몰아쳤다.
터진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글자였다.
곧 그녀는 에드리치의 목을 잡은 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놔주지.”
에드리치가 던져졌다.
“피해!”
그로니카의 말과 함께 바람이 터졌다.
콰아아앙-
거대한 독안개 소용돌이가 ‘암’을 덮쳤다.
창문틀이 부서져 터져 나갔다.
벽에 금이 갔다.
“커헉!”
에드리치는 정통으로 소용돌이와 부딪쳤다. 그는 독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지만, 소용돌이 자체도 강했다.
그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웅!
하지만 곧바로 일어선 그는 꽤 멀쩡해 보였다.
“크헉!”
“어, 아, 앞이!”
단원들과 기사들이 독에 중독되어 뭐라 지껄였으나 사자족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곧바로 끝 방으로 향했다.
달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 으으,”
문 앞에 서 있던 기사는 이미 독에 의해 일시적으로 마비된 상태였다.
“아.”
그로니카는 허무한 탄식을 흘렸다.
최한이 그녀와 에드리치의 앞을 막았다.
그 뒤에 문고리를 돌린 한 남자가 보였다.
투명화와 안개가 사라지며 발끝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사람.
남자의 복면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사자족을 향해 웃고 있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케일은 여유롭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달칵.
문이 닫혔고, 사자족은 최한의 검에 가로막혔다.
“일단 나부터 넘고.”
최한은 즐겁게 말하며 검에 오러를 씌웠다. 본격적으로 싸운다는 뜻이었다.
냐아아옹.
냐아옹.
뒤이어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 안개가 피어올랐다.
***
그러나 그런 상황과 상관없이 케일은 당황했다.
-…인간. 이상한데.
라온도 당황했다.
케일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사자족이 지키려고 했던 상자이자, 수호기사 가문에게 비밀리에 넘기던 물건. 케일은 그 상자 안을 보고 난감해져 왔다.
왕관이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인간, 네 힘이 느껴진다. 가끔씩 내 앞발만큼 강해 보일 때! 그때 기운이 느껴진다! 인간, 저놈들이 네 걸 훔친 적이 있나? 아주 못된 놈들이다!
하얀색 왕관.
케일의 입이 열렸다.
“라온, 이 왕관 익숙하지 않아?”
-…응?
라온은 잠시 침묵하다가 놀라서 외쳤다. 저도 모르게 투명화도 풀고서 말해 버렸다.
“검은 늪!”
그래. 검은 늪에 있던 용 시체.
그 시체의 머리 위에 이 하얀색 왕관이 있었다.
케일은 그 왕관을 거머쥐는 순간, ‘지배하는 아우라’, 사기 치기 좋은, 허세만 가득한 그 힘을 얻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짱돌이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동시에 오랜 기억 속의 목소리였다.
케일은 그 목소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상대의 숨을, 호흡을 빼앗는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공포다.’
‘잘 이용해 먹어라!’
‘때로는 허수가 너를 살리기도 할 테니까. 으하하하하!’
지배하는 아우라의 힘을 전해주었던 전 주인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오랜만에 말했다.
-저 왕관은 용의 피를 좋아한다.
그리고 침묵했다.
짱돌도 아무 말이 없었다.
케일은 라온을 바라봤다.
“왜 그러나, 인간?”
케일은 말했다.
“이거 버리자.”
“뭐?”
“아니다. 그러다가 저놈들이 계속 가지고 있으면 절대 안 되지.”
검은 용은 케일이 비싸 보이는 것, 그것도 보석까지 박힌 왕관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온에게 케일은 단호히 말했다.
“부숴 버릴까.”
줍고 마음에 안 들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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