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2
181화.
그래서 라온은 당황했다.
짧은 앞발이 척하니 케일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
“인간, 이거면 사과 파이가 몇천, 아니, 몇만 개다! 이 보석을 보아라!”
또 다른 짧은 앞발이 왕관의 보석을 가리켰지만, 찌푸려진 케일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라온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건 네 기운이 흘러나오는 왕관이다! 분명 너한테 도움이 될 거다! 약한 너는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강해질 필요는 얼어 죽을.
케일은 라온의 말에 눈가를 찡그린 채 투덜거렸다.
“필요 없어. 어차피 너 내 옆에 있을 거 아냐?”
그리고 최한에 온, 홍에. 부려먹을 동료들이 더 많은데 굳이 강해져서 피 흘리며 싸울 필요가 있나?
케일은 라온이 아무 대답도 없이 조용하자, 검은 용을 쳐다봤다.
움찔.
검은 용은 케일의 시선에 멈칫하다가 외쳤다.
“당연히 있을 거다! 나 두고 가면 가만 안 둔다!”
참, 네 살 때나 여섯 살 때나 변함이 없다.
케일은 얼굴을 들이미는 라온을 밀어내며 일단 상자를 닫아 제 품 안에 넣었다. 왕관은 만지지도 않았다.
‘이건 짐덩이야.’
케일은 카로 왕국에서의 일까지 모두 처리하고 저택으로 돌아갔을 때, 이걸 고룡 에르하벤에게 보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시에 그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이걸 ‘암’이 들고 있지?’
그러고 보니 검은 늪에서 죽은 마나를 담아갔던 놈들도 비밀 단체 놈들이다.
케일은 괜히 짜증이 났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암’이 정말로 후작에게 그냥 동물도 아니고 ‘용’을 그저 거래로 넘겨주었을까?
제국에다가 북 3국까지 연합한 놈들이 작은 로운 왕국 일개 귀족과의 친분이 중요했을까?
“인간, 얼굴이 왜 그리 찡그려졌나? 눌린 사과 파이 같다!”
케일은 라온의 말에 더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혹시 비밀 단체는 나중에 후작이 용을 키워내면 뺏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암이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 같다.
그리 생각하면 이 왕관도, 라온도 뭔가 아귀가 들어맞는 것 같았다. 케일은 짜증에 가득 차 중얼거렸다.
“…이것들, 나보다 나쁜 놈들 아냐?”
라온은 케일이 낮게 중얼거리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 넌 얍삽하지만 근본은 아주 여리고 착하다! 자신을 나쁘게 여기지 마라!”
하아.
케일은 태평한 소리나 내뱉는 라온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그는 자꾸 알짱대는 라온을 무시하며 문고리를 돌렸다.
달칵.
그 소리에 라온은 곧바로 투명화를 했고, 이어진 케일의 말에 놀랐다.
“이 방 날려 버려.”
날리라고?
검은 용의 날개가 파닥였다.
“아니. 하지 마.”
케일은 공작가를 날려 버리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세카 공작가 고용인들은 무슨 죄인가. 케일은 문을 거칠게 열었다.
그러자 난장판이 펼쳐졌다.
“커헉!”
최한의 칼등에 맞은 사자족 에드리치의 어깨가 뒤틀려졌다.
그로니카는 곧바로 그 틈을 노려 최한에게 채찍을 휘둘렀지만 너덜너덜해진 채찍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툭.
채찍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헉!”
“아, 앞이 안 보여!”
기사 한 명이 방향을 잃고 주저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땅을 짚으려 했다.
“크으윽!”
“헉!”
기사는 사지가 마비되어 부들부들 떠는 동료의 몸에서 황급히 손을 뗐다. 그 사이로 웃음기 가득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옹.
“으, 으으-”
기사는 황급히 입을 가렸다. 독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5층 복도는 안개로 자욱해 앞이 안 보였다.
하지만 케일에게는 알아서 안개가 길을 터줬다. 그런 그의 곁으로 최한이 가볍게 내려섰다.
“오셨습니까?”
뒤이어 사자족 에드리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훔친 것을 내놔라! 너희 같은 조잡한 놈들이 가져갈 것이 아니다!”
에드리치와 그로니카 정도의 이들에게 안개는 중요치 않았다. 그들은 안개를 헤치고 케일과 최한 쪽으로 달려왔다.
에드리치는 안 맞은 곳이 없었고 그로니카는 왼쪽 어깨에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케일은 최한을 쳐다봤다.
“가벼웠습니다.”
최한은 멀쩡하게 웃고 있었다.
이 미친놈. 역시 주인공감이다.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달려오는 에드리치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고 에드리치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외쳤다.
“이 미친놈들! 우리가 누군지 모르나? 죽고 싶지 않다면 내놔라!”
자신의 조직에 자꾸 훼방을 놓는 놈들.
에드리치는 이들이 자신의 조직에 대해 알게 되면 절대 덤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에드리치는 초승달처럼 휘는 상대의 눈꼬리를 볼 수 있었다.
“너야말로 죽고 싶은가 보구나.”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달려들던 에드리치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였다. 그로니카도 멈칫하며 멈췄다.
짐승의 촉이 말해주었다.
위험하다.
지금은 죽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멈춰 서서 한 사람을 응시했다. 전투 상황 속에서 피 한 방울 없이, 태연하게 서 있는 남자.
최한도 그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케일 헤니투스.
가끔씩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지금 이 순간만큼 강한 아우라가 느껴진 적은 없었다.
‘약한 사람이 어떻게?’
전장을 헤 쳐나간 것도, 죽음 위를 거니는 싸움을 한 것도 아닌 사람에게서 어떻게 이런 기운이 느껴질까.
최한은 의문을 삼키며 케일을 바라봤다.
그리고 케일은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인간! 너 왜… 너 왜 강해 보이나! 내 앞다리, 아니, 날개 한 짝만 하다!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지배하는 아우라 힘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사자족 두 명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누군지 너희는 모르겠지?”
사자족이 멈칫했다.
에드리치는 자신이 한 말을 떠올렸다.
‘이 미친놈들! 우리가 누군지 모르나? 죽고 싶지 않다면 내놔라!’
그는 침을 삼켰다. 눈앞의 복면인은 그분처럼 다가가기 힘들었다. 여유로운 남자와 달리 에드리치는 이상하게 손끝이 떨려왔다.
그는 마주 보고 있음에도 내려다보는 듯한 복면인의 시선과 더불어 태연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지금 누구 덕에 네 숨이 붙어 있다고 생각하지?”
케일은 답을 못 하는 사자족들에게 단정 짓듯이 말했다.
“모르는 것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모르는 것.
맞다. 에드리치는 눈앞의 이들을 모른다. 그제야 지금의 상황이 확 와닿았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 자신이 아는 묘족 중 최고인 안개 묘족처럼 강한 묘족들.
무엇보다도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눈앞의 남자.
왜 네 숨이 붙어 있는가?
그리 물은 남자의 답을 에드리치는 서서히 깨달았다. 겁을 모르던 사자족 2순위 후계자의 표정이 달라졌다.
다시 눈이 마주친 그에게 복면인은 말했다.
“겁먹기는.”
복면인은 웃고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뒤돌아섰지만 에드리치는 선뜻 그 등에 덤벼들 수 없었다.
그 등이 마치 태산과 같이 거대해 보였다.
최한은 5층 복도 끝 창문으로 향하는 케일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런 그를 지나쳐 가던 케일이 속삭이듯이 지시했다.
“저 누런 빗자루, 저 볏짚 같은 머리칼이나 잘라내 버려. 단발이 좋겠네.”
“…네?”
위엄 서린 목소리에 최한은 되물었다가, 상당히 짜증과 불만이 가득한 케일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알겠습니다. 다 하고 난 후, 뒤따르겠습니다.”
최한은 비행 마법으로 멀어지는 케일에게 인사한 후, 사자족들에게 달려 나갔다. 케일은 죽이러 오듯 비장한 최한의 모습에 겁먹은 에드리치의 눈동자를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저택에서 날아올랐다.
“으아아악! 내, 내 고귀한 머리칼이! 황금빛 머리칼이!”
미적 감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최한에 의해 더벅머리가 된 에드리치가 더 공포와 패닉에 가득 찬 비명을 질러댔다. 그 소리가 케일의 등 뒤로 들려왔다.
“인간, 이제 웃는다!”
케일은 라온의 말은 흘려들으며 박수를 쳤다.
짝짝짝.
그 소리는 거대한 소리에 묻혀 버렸다.
콰아앙!
범고래 아치의 주먹질과 파세톤의 칼질, 그리고 로잘린의 마법에 거대하고 높은 담이 무너져 내렸다.
“아주 훌륭한 동료들이야.”
케일은 박수를 치며 천 년 가까이 역사를 이어온 세카 공작가의 높은 담이 무너지는 광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라온의 확성 마법에 입가를 대며 지시했다.
“철수.”
공작가는 물론 귀족 가문이 있는 구역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흠칫했다.
그 순간 아치는 그새 돌아온 록 세카 공작이 뒤로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며 마지막 비웃음을 날렸다.
“이 담벼락이 천 년짜리인가? 오래되어서 그런가, 아주 자알 부서지네! 크하하하하!”
그리고 도망쳤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일행은 각자 숙지한 퇴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세카 공작가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잠시 뒤 ‘암’과 공작가를 믿고서 조금 느긋하게 돌아왔던 수호기사 클로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하루 사이에 이게 무슨 일이래?”
“내 말이. 공작가에 도둑이 들다니.”
파에른 왕국민은 저 멀리 솟아오른 불기둥은 힐끔거리기만 할 뿐 계속 공작가 얘기만 떠들어댔다. 함께 대화를 하던 사람도 얼른 그 화제에 끼었다.
“그냥 도둑이 아니라던데?”
“그래?”
“내 사촌이 그 동네 귀족가에서 일하잖아. 그런데 공작가 담이랑 저택을 다 부쉈다고 하더군. 그게 도둑이겠어?”
“어이구, 큰일이네.”
“그러니까! 거기다가 세카 공작가 와이번 상도 부쉈대!”
“그걸 어떻게? 아이구, 수호기사 가문에 큰일이 났구먼.”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또 다른 왕국민은 둘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문제여?”
그 말에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신의 눈물 호수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불기둥이 보였다.
곧 끈다던 불이 낮이 되어도 밤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거대한 크기에 멀리 있어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열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손바닥에 땀이 차올랐다.
한 사람이 툭 던지듯 말했다.
“…안전한 건가.”
여기, 수도가 안전한 게 맞을까?
불은 더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했다.
추운 땅에서 불이 꺼지지 않았다.
처음 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기둥. 모르는 것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는 수호기사 클로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장님!”
공작가도 돌보지 못하고 호숫가 불기둥을 지켜보던 그에게 수하가 달려왔다. 호숫가 동쪽 숲을 수색하라 지시를 내린 수하였다.
“무슨- 손에 그건 뭐지?”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클로페는 안색을 굳히며 수하의 손에 들린 것을 쳐다봤다. 수하는 약간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쪽 숲 중앙에서 발견했습니다. 그, 단장님이 찾으시던 분의 흔적 같습니다만.”
클로페는 수하가 건네는 옷을 받아들었다.
흰 신관복.
어떠한 신의 문양도 없지만 고급스러우면서도 검소한 신관복이었다. 어디서나 구하려면 흔하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클로페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 옷은 클로페도 수하도 며칠 전에 보았던 것이었다.
백발 신관.
클로페가 호숫가에서 만난 그 신관이 입었던 옷이 틀림없었다. 수호기사 클로페는 수하를 쳐다봤다.
“분명 며칠 전에는 동쪽 숲을 수색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네. 오늘 갑자기 발견되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백발 신관이 사라졌던 동쪽 숲에서 이 옷을 발견하지 못했다.
클로페는 불기둥을 쳐다봤다가 신관복을 펼쳤다.
툭.
작은 종이가 한 장 떨어졌다.
클로페는 떨어진 종이를 내려다봤다.
수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리고 쪽지에 있는 내용은 저만 봤습니다. 이상한 내용이더군요. 그래서 바로 들고 왔습니다.”
클로페는 종이를 천천히 주워 들었다.
쪽지의 내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클로페의 입이 열렸다.
“이상한 말이군. 너만 봤나?”
“네. 저만 봤습니다. 단장님께서 은밀히 찾으라 지시하셨던 것이 생각나서요. 참 이상한 내용이죠?”
“그러게. 여하튼 잘했어. 마저 수색해서 이상한 부분이 나오면 오도록.”
“네!”
수하는 클로페의 격려에 고개를 숙이며 다시 수색 장소로 이동했다. 클로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종이를 한곳으로 던졌다.
화르르르-
불기둥 속으로 쪽지는 사라졌다.
클로페는 곁을 지키는 심복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말했다.
“죽여.”
“…네.”
심복는 저 멀리 뛰어가는 수하의 생명이 오늘로 마지막임을 깨달으며 클로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심복은 클로페가 왜 그를 죽여라 명했는지 모른다. 그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하는 것뿐이었다.
클로페는 심복의 표정은 무시한 채 불기둥을 바라봤다.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호수는 결국 흘러넘쳐 강이 됩니다.’
…가문의 그 비밀을 어떻게 안 거지?
정말로 신의 사자였단 말인가.
클로페는 신의 마음을 이어받은 자가 자신이라 믿었다. 오로지 세카 가문의 후계자만이 아는 파에른 땅의 진실을 알았으니까.
그는 예전에 백발 신관의 흔적을 쫓다 발견한 쪽지를 떠올렸다.
그 주인공은 분명 자신일 것이라, 클로페는 믿었다.
그는 불기둥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닿을 듯한 불기둥. 왕국민들은 신의 분노라며 수군거렸지만 왕국 수뇌부들은 제국의 연금술을 의심하고 조사 중이었다.
‘신은 잊지 않으셨습니다.’
수호기사 클로페는 쪽지에 적힌 글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왠지 저 문구가 이렇게 읽혔다.
신은 분노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클로페는 불기둥을 지켜보다 눈을 감았다.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
케일은 눈을 떴다.
그는 현재 다시 로운 왕국으로 돌아왔다. 몇 번의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온 그는 마지막으로 마차를 타고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달칵.
마차 문이 밖에서 열렸다.
“도련님, 야위어지셨습니다.”
시종 론이 케일을 반겼다.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지옥의 파수꾼을 조각했던 암살자 프리지아도 케일을 반겼다.
케일은 론에게 물었다.
“준비됐지?”
로잘린과 최한은 이미 저택으로 돌아갔다.
라온은 여전히 함께였고.
냐아아옹.
냐아옹.
온과 홍도 함께였다.
셋과 더불어 론, 그리고 프리지아가 우두머리인 정보 길드, 지금쯤 안토니오 기예르 영지에 도착해 있을 부단장 힐스만까지.
이렇게 이번 일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케일은 서남부의 지배 세력인 기예르 공작가의 후계자 안토니오의 목을 죄려왔다.
론은 준비가 됐냐는 케일의 물음에 인자하게 답했다.
“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어린아이 납치를 의뢰했던 기예르 가문의 가신. 그 귀족이 저지른 짓을 토대로 케일은 안토니오를 건드리려 했다.
그런데 문제라니.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을 때, 론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 가신이 요즘 몰래 인신매매를 자행하고 있더군요. 제가 산책 겸 가보고 봤습니다.”
아.
케일은 문제가 뭔지 깨달았다.
과거 미수로 그쳤던 짓을 잡아넣으려고 왔는데, 지금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단다.
케일은 상당히 찡그린 얼굴로, 지옥의 파수꾼을 조각했던 프리지아에게 물었다.
“그래도 준비는 다 했겠지?”
프리지아 대신 론이 인자하게 답했다.
“네. 족칠 준비는 다 했습니다.”
케일은 살벌한 암살자 노인네의 대답을 이번만큼은 살벌하다고 평하지 않았다.
“적절하게 준비했네.”
역시 연륜은 어디 가는 게 아닌 듯, 론은 적절하게 준비를 잘 마쳐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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