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4
183화.
“밀어요? 뭘요?”
힐스만이 어벙하게 되물었지만 케일은 가벼이 무시하며 술집을 빠져나왔다.
3층에서부터 술집 입구까지.
앞만 보고 걸어가는 케일을 향한 여러 시선들이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기예르 영지민으로, 하루 종일 술을 마시고도 멀쩡하게 걸어가는 케일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힐스만도 그 엄청난 주량에 감탄하다가 이내 케일의 손에 빈 술병이 들려 있음을 보고 경기할 듯 놀라며 그 뒤를 따랐다.
“고, 공자님!”
“왜?”
“일단 수, 술병은 내려놓으시고……!”
“아.”
까먹었다.
손에 술병이 들려 있다는 걸 까먹었다.
휙.
케일이 술병을 들어 올렸다.
“허엇!”
힐스만은 불과 2년 전이 떠올랐다. 영지 안의 깡패란 깡패에게 모두 술병을 집어 던지던 그 망나니. 힐스만은 그 뒤처리를 맡아서 해본 적이 있었다.
“…취했냐?”
“네?”
케일은 갑자기 두 손을 드는 힐스만을 찡그린 채로 쳐다보다가 술병을 론에게 건넸다.
“론.”
“네.”
술병은 사라졌고, 케일은 술집을 나섰다. 론은 술병과 술값을 건네고는 그 뒤를 여유로이 따랐다. 물론 멍하니 서 있는 부단장도 챙겼다.
“론 씨, 공자님이 지금 뭘 밀어버리려고 하십니까?”
론의 능력을 알고 난 후, 힐스만은 론에게 전보다 더 깍듯이 대했다. 은둔 고수. 그게 힐스만이 본 론의 진면목이었다.
“글쎄요.”
시종은 인자하게 답해주었다.
“아마 집들을 때려 부수지 않을까요?”
“…네?”
“자, 갑시다.”
힐스만은 황급히 론과 함께 케일을 쫓아갔다. 힐스만은 술이 확 깬 얼굴로 다리 중앙에 서 있는 케일의 옆에 딱 붙어 섰다.
‘…공자님은 스케일이 크신 분이니까!’
힐스만이 여태껏 케일이 간단히 움직인다면서 때려 부순 것들의 전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단장.”
“네, 공자님.”
힐스만은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케일을 바라봤다.
노을이 비춰 붉어진 강과 붉은 하늘. 그 사이에 선 붉은 머리칼의 케일은 꽤 잘 어울렸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다리 위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적었다.
사실 빈민가와 상가를 나누는 이 다리를 지나가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힐스만은 가까이 있어야 들릴 정도로 케일의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리 건너에 보이는 빈민가에 가끔씩 한 귀족 가문의 집사가 찾아가 음식들을 나눠준다는 군.”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부단장은 그 대화에 스며들며 편히 답했다.
“좋은 집사군요.”
“그래. 그리고 그 집사는 서남부 왕국민들을 잡아와 노예로 만들어 팔아버리는 가문의 일꾼이지.”
“…네?”
케일은 다리 건너편, 빈민가를 쳐다봤다.
“방금 전 그 집사가 빈민가로 향했다. 지하에 납치한 영지민들이 감금되어 있는 집 열 채로 향했지.”
밀어버려야 하거든.
부단장 힐스만은 케일이 밀어버린다는 게 무엇인지 서서히 깨달았다.
“힐스만.”
“네.”
“어떻게 생각하지?”
케일은 힐스만의 대답을 기다렸고 기사는 곧 답했다.
“기사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습니다.”
케일이 그를 쳐다보자 힐스만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물론 주군과 관련된 일이면 불의도 참습니다.”
“덧붙인 말도 기사도인가?”
“아뇨. 제 생각입니다.”
기사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아야 하지만, 주군과 관련되면 불의도 참는다.
참 비겁하게 보일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말이 기사 힐스만의 신념이었다.
‘우리’가 먼저인 헤니투스 백작가의 부단장에 오른 힐스만의 신념은 케일에게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케일은 기대고 있던 다리 난간에서 몸을 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참지 말자고.”
“네!”
케일은 다리 건너편 상가 쪽을 쳐다봤다.
프리지아가 수신호를 보내왔다.
케일을 따라오던 이들 중 몇 명이 제 주인에게로 갔다는 신호였다.
그 주인은 당연히 안토니오 기예르였다.
안토니오가 케일의 뒤에 사람을 붙이지 않을 리 없었다. 그걸 알기에 케일은 대놓고 움직이기로 했다.
케일의 걸음이 허름한 집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집. 그 집부터 시작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집 10채.
케일은 첫 번째 집 앞에 섰다.
“누구신지?”
집 마당에 있던 평범해 보이는 중년. 그 중년인은 귀족으로 보이는 케일과 기사의 등장에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도 술에 취한 듯 벌겋게 물든 케일의 얼굴에 취한 귀족에게 잘못 걸렸구나 싶어 낭패감도 언뜻 표정에 드러냈다가 숨겼다.
그런 중년인에게 케일이 물었다.
“너 혼자 사느냐?”
“네? 아닙니다. 가족과 삽니다.”
“그래?”
케일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 다 데리고 나오도록.”
“네?”
“10초 준다.”
십. 구.
케일은 숫자를 세었다. 중년인은 그 모습에 당황하다가 케일이 잠시 숫자 세는 것을 멈추고 내뱉은 말에 황급히 움직여야 했다.
“귀족 말이 우습나 보군.”
그 말에 중년인은 대번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 건너편 상가 건물들에서 이 모습이 모두 보였다. 빈민가 사람들은 얼른 집 안으로 들어서며 낡은 창문과 문을 걸어 잠갔다.
어디서 미친 귀족이 나와 핍박하는구나.
다들 그렇게 느껴질 법했다.
당장 가족을 데리고 나오는 중년인도 그랬다.
그는 아내와 아들 둘, 딸을 데리고 나왔다.
“공자님, 이렇게 저희 가족입니다.”
바들바들 떨며 말하는 중년인과 그 가족들은 애처로워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케일의 머릿속으로 검은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에 사람 있다. 많다. 애들도 있다.
검은 용의 목소리는 살벌했다.
-다들 말랐다. 굶은 것 같다. 더럽다. 못 씻은 것 같다.
라온은 음울하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 젊은 사람들이 지하 사람들 때렸다. 다 때려 부수고 싶다.
케일은 중년인이 자식이라 소개한 아들 둘과 딸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그들은 귀족이 무섭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케일은 중년인에게 물었다.
“이렇게 다섯이 다인가?”
중년인은 잠시 멈칫했지만 납작 엎드릴 듯한 자세로 외쳤다.
“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가족을 모두 데리고 왔습니다!”
-가족 아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집 안에서 지들끼리 대장, 부대장 이랬다. 거짓말까지 한다! 나쁘다! 아주 나쁘다!
라온이 알아서 거짓말 탐지기가 되어주었다.
케일은 별다른 반응 없이 중년인을 내려다봤다. 그 시선에 허리를 숙이고 있던 중년인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가 당황했다.
웃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것 같은 미친 귀족이 히죽이며 웃고 있었다.
‘잘못 걸렸나?’
중년인은 저 멀리 크리쉬 남작가 집사가 보였다. 그는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그때 귀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가족들이 모두 나왔으니 집에는 아무도 없겠군.”
중년인은 노예들이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며 이 술 취한 귀족의 비위를 어떻게 맞춰줘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귀족은, 케일은 중년인의 상상 이상이었다.
“집이 낡았어. 아주 허름해.”
툭. 케일은 호숫가에 돌을 던지듯 말했다.
“그러니 밀어버려야겠어.”
“…네?”
중년인은 진심으로 헛소리를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눈앞의 귀족은 진심이었다.
“왜? 새집 줄 테니, 부수면 안 되나?”
“아니, 그게.”
가만히 있던 기사가 나섰다. 말은 없었다. 그저 달칵, 달칵. 검집을 매만져 대며 노골적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미친. 무슨 이런 경우가!’
중년인은 기가 찼다.
허름한 집이라도 상가 바로 건너편이라 빈민가치고는 좋은 집이었다.
그 집을 갑자기 부순다니.
그때였다.
“5초 뒤에 부순다.”
인신매매범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있으니 부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지하실 노예들은 집이 무너지면 자연히 죽을 터.
“5.”
귀족은 숫자를 셌다.
“4.”
저 멀리 크리쉬 남작가 집사는 고개를 돌렸다.
“3.”
저 노예들은 버리자는 소리였다.
“2.”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젊은 귀족은 어떻게 집을 부순다는 거지?
기사가 하나?
“1.”
그 의문의 답은 곧장 나왔다.
“땡.”
케일은 끝을 알렸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으로 검은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실 입구와 지하실에 실드 쳤다.
“하, 하하-”
케일이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인신매매 조직이 의아해할 때였다.
우우우웅-
순간 공간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귀족은 손을 앞으로 펼쳤다.
파아앗!
날개가 보였다.
더불어 거대한 방패가 보였다.
“…어?”
방패에 달린 날개가 집을 감쌌다.
마치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만들려는 듯 집을 꽁꽁 감쌌다.
은빛 방패.
수도와 먼 서남부였지만, 중년인은, 특히 지켜보던 남작가 집사는 그 방패가 익숙했다.
“…설마?”
집사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떠오르는 왕국의 인재.
무력, 지력이 특출한 인재가 아닌 그 마음가짐으로 인재라 칭해지는 귀족 자제. 제국과 가까운 기예르 영지라서 그 이름이 더 금방 떠올랐다.
“…케일 헤니투스?”
집사는 그 이름을 내뱉는 순간, 숨을 삼켰다.
스윽.
서늘한 칼이 그의 등 뒤에 닿았다.
“우리 도련님 이름을 함부로 말하시면 안 되지요.”
복면을 쓴 론의 단검이 집사의 등 뒤를 슬쩍 눌렀다.
잘못됐다.
집사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곧 확신이 되었다.
“고, 공자님, 정말로 저, 저희 집을 부수시려는 겁니까?”
중년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케일을 보며 말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케일의 눈동자가 보였다.
저건 취한 사람의 눈빛이 아니다.
벌게진 얼굴에 신경 쓰느라 그 눈동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중년인은 차가운 눈동자와 하나둘 집 틈새로 쳐다보는 빈민가 사람들, 웅성거리며 구경하는 영지민들의 눈빛까지 느끼며 할 말을 잃어갔다.
그때서야 케일은 중년인에게 답해주었다.
“5초 지났잖아.”
5초가 지났다.
거대한 방패가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내 마법도 보탠다!
라온의 마법까지 보태진 은빛 방패. 그 방패가 은빛 날개로 감싼 집에 떨어졌다.
콰직.
처음에는 지붕이 조금 부서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내 그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쿠우웅-
땅이 울렸다.
그리고 집이 무너졌다.
“아.”
중년인은 땅의 울림에 비틀거리다가 주저읹았다. 거대한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먼지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반투명한 날개와 방패 사이로 폭삭 주저앉은 집이 보였다.
‘노예 새끼들이!’
팔아야 할 것들이 저 무너진 집 아래에 깔렸다.
분명 조잡한 지하실이니, 깔려 죽었을 터.
거대한 소리에 비명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떡하지?’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지?
인신매매범들의 얼굴이 일그러져 갔을 때였다.
“케일 공자!”
다리 건너편에서 말을 탄 안토니오 기예르가 기사들을 대동한 채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케일은 여전히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그대로 둔 채, 안토니오를 쳐다봤다.
말을 멈춰 세운 안토니오는 말에서 내려 케일 앞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안토니오는 볼일이 있어 밖을 나왔다가 케일이 술에 취해 빈민가의 집을 부수려 한다는 소리에 황급히 달려왔다. 그는 그래도 케일이 제대로 된 인간인 줄 알았는데, 역시나 망나니 소문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봐라, 지금도 집을 부수고 표정이 태연하지 않는가?
“생각보다 빨리 왔군요.”
빨리 왔다고?
안토니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 공자,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습니까?”
“무슨 짓이긴요. 집을 부쉈지요.”
“…지금 그게 말이라고-!”
“인신매매범 집이지요.”
순간 안토니오는 입을 다물었다.
다리까지 구경 나왔던 영지민들도, 주위에 있던 기사들도, 심지어 인신매매범 본인들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케일은 그런 정적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파아앗-
그의 은빛 방패가 떠올라 다음 집 위로 향했다.
케일은 방패가 떠나간 동시에 무너진 집으로 다가갔다.
-여기다. 인간, 여기다!
케일은 무너진 집 한 곳에 멈춰 섰다. 그는 잔해물들을 치웠다. 묵묵히 잔해물들을 치우는 그의 곁으로 힐스만이 다가왔다.
“힐스만, 이 기둥 치워.”
“네.”
큰 기둥이 힐스만에 의해 치워졌다.
케일은 바닥에 붙은 문이 보였다.
유일하게 흠집 하나 없이 안전한 문.
케일은 허리를 숙여 그 문의 문고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끼이이익.
낡은 소리와 함께 케일은 좁은 지하에서 조금의 틈도 없이 웅크린 채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삐쩍 곯은 얼굴과 동시에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동자들이 수십 쌍이었다.
케일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살았습니다.”
그는 숙였던 허리를 펴 안토니오를 쳐다봤다.
그제야 안토니오는 케일의 눈동자가 선명한 빛을 띠고 있음을 깨달았다.
“안토니오 공자.”
방패가 다음 집 위에서 날개를 펼쳤다.
“으, 으아악!”
상황을 지켜보던 인신매매범들이 숨어 있던 집에서 도망쳐 나오기 시작했다. 케일은 그런 그들을 가리키며 안토니오에게 말했다.
“데려온 기사들 좀 빌립시다.”
아.
안토니오는 탄성과 함께 도망치는 이들에게 기사를 보냈다. 그리고 기사 한 명은 영주성으로 급히 움직였다.
동시에 케일이 수신호를 보냈고, 프리지아와 수하들이 나머지 집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냐아아옹.
흘려듣기 쉬운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온과 홍이 함께 움직였다. 웬만한 퇴로는 온과 홍이 독안개로 다 막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론은 복면을 쓴 채 크리쉬 남작가 집사 목을 쥐고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 살벌한 노인네.’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머릿속에 울리는 라온의 말을 들었다.
-아쉽다. 아직 한 채만 부쉈는데, 벌써 올 줄 몰랐다.
그러게. 열 채 다 부쉈을 때 오지.
하지만 케일은 입을 열었다.
“하나 더.”
-진짜? 알았다! 지하실에 실드 쳐놨다! 납치된 사람들은 안전하다! 위대한 실드니까!
쿠우웅-
집이 하나 더 무너졌다.
안토니오가 일찍 와 이제 굳이 더 집을 부술 필요가 없었지만 케일은 부쉈다.
짜증이 났으니까.
지하실에서 올려다보던 그 생기 없는 얼굴들이 생각나서 집이라도 부수고 싶었다.
파아앗-
케일의 손에서 뻗어져 나온 은빛 선이 사그라졌다.
은빛 방패도 서서히 사라졌다.
사아아-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부터 바람이 밀려왔다.
“쿨럭.”
케일은 얕은 기침과 함께 조금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이 정도쯤이야.’
부서지지 않는 방패에 라온의 마법이라, 몸에 무리가 크게 가지도 않았다. 비틀거리지도 않고, 피를 토해내지도 않고. 하지만 어째 방패의 힘이 더 커져가는 것 같았다.
케일은 그저 작은 기침과 조금 흘러내리는 피에 만족하며, 심장의 활력으로 쌩쌩한 몸을 느꼈다.
라온이 살벌한 표정으로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으나, 그는 당연히 보이지 않았으므로 아주 건강한 상태에서 태연하게 고개를 돌렸다.
“…케일 공자.”
안토니오 기예르와 시선이 부딪쳤다. 그는 굳어 있었다.
케일은 그에게 말을 건넸다.
“대화를 할까요?”
물론 대화 주제도, 대화 시작도 끝도. 모든 건 케일이 정하는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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