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8
187화.
-인간, 이, 이것들은 뭔가!
냐아아옹.
냐아옹!
산책을 나왔다.
도박장으로.
케일은 1층부터 화려한 분수대와 마법 도박 장치, 더불어 1층 한쪽 편에 놓인 테이블들을 보며 유유히 걸음을 내디뎠다.
-이, 인간! 방금 봤나? 1 동화를 넣었는데 마법 장치가 금화를 내놓는다!
투명화한 6살 용의 눈이 바삐 1층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
분명 동화 한 개를 넣어 수많은 금화를 만들어주는 마법은 없다. 마법이든 연금술이든 무엇을 하나 희생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는다.
마나를 사용하여 불을 얻고, 바람을 얻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검은 용은 대번에 수많은 과일 그림을 맞춰야 하는 저 마법 도박 기구의 본질을 파악했다. 2년 동안 세상 경험을 한 똑똑한 용은 케일에게 깨달은 바를 심각하게 말했다.
-인간, 저 마법 장치들을 털 생각은 없나?
“어이구.”
케일은 기가 찼다. 동시에 감탄했다.
‘확실히 용은 다르네.’
저 슬롯머신과 비슷한 도박 마법 장치를 해보자는 게 아니라, 저 마법 장치를 가져가서 분해해 보고 싶다고 한다.
케일은 내심 흡족한 마음이 일었지만 모른 척 되물었다.
“왜?”
워낙 시끄러운 곳이라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품에 안은 케일의 목소리에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홍을 품에 안고 따라오는 부단장 힐스만과 그 뒤의 빌로스만이 의아해하며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케일이야, 그 둘한테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왜긴 왜인가! 작동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도 모르나?
호오.
-그래서 여기 돈 다 내가 가진다! 내 저금통에 있는 1 실버로 모두 다 털어먹는다!
케일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역시 용은 대단했다. 케일보다 생각이 한층 더 실용적이었다.
케일은 진지하게 라온의 의견에 관해 고민했지만 이내 1 동화, 카로 왕국 화폐 단위로 1 카운드를 기계적으로 마법 장치에 넣는 사람들을 보며 시선을 돌렸다.
체념, 기대, 간절함, 집착, 절망감.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서 모인 돈을 뺏고 싶지 않았다.
이왕 빼앗는다면 그래도 될 만한 놈들의 돈을 뺏는 게 좋지 않겠나?
“공자님, 저기 올라갑니다.”
빌로스가 살짝 한쪽을 가리켰다. 케일의 눈동자가 1층의 가장 안쪽을 향했다.
금으로 겉을 감싼 거대한 나무 모양의 건물.
황금이 열리는 나무라고 하여 황금 나무라 불리는 이곳은 카로 왕국이 승인한 합법적 도박장이었다.
누구나 1 은화, 10카운드를 내면 입장이 가능했고, 1층에 들어서면 가장 안쪽까지 일직선으로 분수대가 놓여 있었다.
일정 간격으로 놓인 다양한 모양의 분수대들을 지나면, 황금 문으로 장식된 통로가 하나 존재했다.
황금 나무의 열매라 일컬어지는 상층으로 가는 통로였다.
지금 그 통로로 한 사람이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케일이 찾던, 그가 제국에서 빌로스에게 시켜 초대장을 보냈던 두 사람 중 한 명.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그러나 근엄한 표정과 달리 한국이었으면 딱 국회의원이 되었을 관상의 인간이었다.
‘그것도 비리로 덕지덕지 치장된 삼선 국회의원쯤?’
딱 그 정도가 맞는 인간이었다.
태연한 케일과 달리 빌로스는 탄성을 흘리며, 열린 황금 문으로 발을 내딛는 중년인을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저 상단주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중년인은 상단주였다.
모고르 제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단.
싱텐 상단.
상술도 뛰어나지만 그보다 정치력이 훨씬 뛰어나 십여 년 사이 제국 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상단이었다.
그 상단의 주인인 플라빈 싱텐.
빌로스는 그가 케일이 익명으로 보낸 초대장에 반응해 이곳에 온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사실에 숨을 들이마셨다.
‘불의 결정이 정말로 공자님 손에 있구나.’
케일의 명으로 초대장을 쓴 장본인이 빌로스였다. 그렇기에 그는 케일이 무엇을 미끼로 두 사람을 불러냈는지 알고 있었다.
불의 결정.
싱텐 상단이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보석이자 목걸이였다.
오래전 용암에서 발견된 신비의 보석으로 어떠한 불도 이 보석을 흠집 낼 수 없었고, 이후 마탑을 설계했던 드워프 장인이 맡아 아름다운 목걸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걸 십여 년 전 싱텐 상단이 이곳 베거스 황금 나무 경매장에서 소유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공자님이?’
빌로스는 도대체 어떻게 된 연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케일의 수완에 감탄했다.
어쨌든 그 목걸이를 현재 케일이 가지고 있단 소리 아닌가?
‘더불어 밤의 환희도 진짜로 가지고 계시겠군.’
또 다른 인물을 불러낼 미끼인 보석 밤의 환희.
빌로스는 큰 건이라던 케일의 말을 떠올리며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통통한 얼굴에 깊은 기대감이 드러났다.
‘최소 200억이다.’
불의 결정만 해도 십여 년 전에 공식 경매 낙찰가가 150억이었다. 비밀리에 하는 거래이니 이 금액에서 조금 더 얻거나 혹은 덜 얻는 정도일 터.
물론 싱텐 상단이 이 목걸이를 원한다는 전제하였지만, 여기까지 온 것 보면 저 보석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빌로스는 슬그머니 케일에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공자님, 150억은 버시겠군요.”
“뭔 소리야?”
“네?”
그는 황당해하는 케일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케일은 황당했다.
150억이라니.
“빌로스.”
“네, 공자님.”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진지해진 케일의 모습에 빌로스는 자세를 똑바로 하며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렸다.
“나는 경매에서 물건들이 왜 몇십억, 나아가 백억을 넘기면서 낙찰되는지 이해가 잘 안 돼.”
케일은 VIP 경매에서 낙찰되는 보석과 예술품의 가격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높은 가격에 낙찰되겠지.”
그 가치는 순수한 예술적 가치일 수도 있었고, 투자 혹은 그 외의 이유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케일은 그 가치를 존중할 생각이 충분했다.
그래서 가격 책정은 그 경매가에서 시작했다. 케일의 입에서 불의 결정의 최종 가치가 흘러나왔다.
“300.”
“네?”
케일이 내뱉은 숫자에 빌로스는 잠시 머릿속이 멍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을까?’
왜 그리 비싼 가격에 낙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더니, 튀어나온 가격은 두 배였다.
그것도 그냥 두 배가 아니다.
300억.
케일은 분명 300억을 언급했다.
카로 왕국이 경매에서 사용하는 화폐 단위는 카로 왕국의 화폐인 카운드였다. 상업이 발달한 나라이니만큼 카로 왕국의 300억 카운드는 로운 왕국으로 오면 350억쯤 될 것이다.
‘헛소리를 할 분도 아니고!’
빌로스는 답답함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케일이 헛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다. 헐렁한 것 같아도 계산이나 자신의 이득에는 합리적인 편이었다.
그런 이의 입에서 나온 가격은 당연히 실현 가능한 가격일 터.
“…공자님.”
“어.”
“늘 곁에 있겠습니다.”
빌로스는 간신을 넘어 충성스러운 무장의 표정으로 케일을 뚫어질 듯 쳐다봤다. 케일은 당연히 코웃음을 치며 아부를 대충 넘겼다.
빌로스는 그 모습에 더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선뜻 묻지 못했다. 그가 본 케일은 필요한 일이면 말해주는 사람이었고 곁에 있으면 자연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도 이번엔 궁금한데, 물어볼까? 물어도 쉬이 가르쳐 줄 분도 아닌데.’
빌로스의 생각은 정확했다.
케일은 이번만큼은 빌로스가 물어도 설명해 줄 수 없었다.
케일이 론과 프리지아를 통해 알아낸 노예 거래 상단 정보는 꽤 상세했다.
1차 보고로 들은 상단 이름은 케일이 처음 듣는 상단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이어진 보고로 그 상단의 진짜 주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현재 론이 이 황금 나무 도박장에 없는 것도, 굳이 타샤가 이 무리에 합류한 것도 그 주인을 알아내고 난 후 벌어진 일이었다.
케일은 집 2채를 부숴 버리고 난 새벽, 알베르 왕세자와의 영상 통신으로 1차 보고를 했다. 그리고 그 후 받은 2차 정보 또한 왕세자에게 알려주었다.
이번 거래에 수익의 3은 왕세자의 몫이었으니까. 물론 안토니오의 목줄을 쥐여줌으로써, 케일은 약속대로 수익을 5 대 5에서 7대 3으로 바꿔 7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왕세자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 상단의 뒷배가 싱텐 상단이란 말이지?’
노예 거래를 했던 상단의 뒷배가 싱텐 상단이었다.
불의 결정을 거래할 싱텐 상단.
참 공교롭게도 이렇게 엮였다.
‘자네 정보통은 참 대단해.’
당연히 대단했다.
자그마치 론이고, 더불어 원래 제국과의 국경선이 존재하는 서남부에서 활동하던 암살 길드원들이 프리지아와 그녀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노예 거래 상단 직원이 제국의 국경선에 존재하는 싱텐 상단 지부에 방문해 거액의 어음을 들고 나오는 정황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 지부를 심층 조사했고, 결국 지부장이 전령새를 통해 보내는 비밀 서신을 빼돌려 정보를 알아내었다.
‘정보통들을 나한테 소개시켜 줄 생각 없나?’
‘없습니다, 저하.’
당연히 론과 정보 길드원들의 존재가 제대로 세상에 드러난 적이 없었기에, 수월하게 진행 가능한 일이었다.
‘저하, 어떻게 할까요?’
케일이 싱텐 상단주와의 거래를 앞두고 새로이 얻은 노예 거래 관련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고, 도리어 왕세자는 되물었다.
‘어떻게 했으면 하지?’
‘원래대로 하죠.’
‘원래대로?’
케일은 원래 계획이 좋다고 판단했다.
‘보석을 팔아서 싱텐 상단에서 돈을 벌고, 저하는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하셔서 상단을 잡아들이는 거죠.’
‘…돈을 악착같이 뜯어내고, 상단은 잡아서 다 족치고?’
‘맞습니다.’
‘훌륭하군. 그렇게 하도록 하지.’
왕세자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제 케일 마음대로 하면 되는 일이었다.
“저, 공자님.”
케일은 조심스럽게 저를 쳐다보는 빌로스를 내려다봤다.
“그, 어떻게 그렇게 파실지 너무 궁금해서요.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없을까요?”
-나도, 나도 궁금하다! 300억이라니! 인간, 넌 위대, 아니, 위대한 건 나지만 너도 대단하다!
라온의 우렁찬 목소리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케일은 충격받은 듯 시끄러운 여섯 살 때문에 머리가 울려 미간을 찌푸렸다.
그 행동에 조심스레 물었던 빌로스가 멈칫했다. 괜히 물었나 싶었다. 그때 케일은 라온과 빌로스뿐만 아니라 제 곁의 사람들, 이 둘만큼 궁금해하는 힐스만, 온, 홍 주변을 훑어보았다.
시끄러운 도박 장치 소리가 계속 울렸다. 케일 일행 곁에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싱텐 상단이 어떻게 그 자리에 왔는지 생각해 봐. 그게 답이니까.”
집중해 듣고 있던 빌로스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반면에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싱텐 상단이 어떻게 그 자리에 왔냐고?
싱텐 상단은 십여 년 전부터 급격하게 성장한 상단으로, 제국 내에서 황실과의 사이가 가장 좋은 상단이었다.
정치력도 상당히 뛰어난 상단으로 평가받았다.
빌로스도 아는 사실이고 케일도 아는 사실이었다. 덧붙여 케일은 여기에 하나를 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불의 결정은 교황의 비밀 장소에서 나왔지.’
십여 년 전부터 싱텐 상단이 소유했다고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케일이 발견한 이 목걸이는 교황의 것이었다.
그 말이 무엇이겠나?
‘싱텐 상단이 교황에게 바쳤거나, 교황이 구해오라 지시해서 구해왔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정보가 싱텐 상단주의 마음을 불안감으로 날뛰게 만들 것이다.
현재 태양신 교단과 제국의 상황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싱텐 상단이 정치를 잘한다더니, 양쪽에 다 발을 걸쳤어.’
그리고 그게 이제부터 악재가 되리라.
케일은 황금 문으로 사라진 상단주가 낚싯줄에 낚여 펄떡이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냥 자동적으로 그런 모습이 그려졌다.
케일은 돈만 악착같이 뜯어낼 생각은 없었다.
약점은 결코 그냥 넘겨줄 순 없는 일.
거기다가 약점이 두 개다.
교황에게 바친 이 목걸이와 노예 거래 정황.
싱텐 상단이 어떻게 십여 년 전부터 급격하게 성장했는지 이번 일로 예상 가능했다.
연금술 종탑에서 빈민가와 고아인 아이들을 실험체로 쓰는 것을 멈췄을 때. 그때부터 또 다른 실험체를 제공한 공급책 중에 하나가 싱텐 상단이리라.
그래서 성장했을 것이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감탄 중이었다.
-인간, 나도 그 정도 모을 거다! 인간, 너는 어디에 그 돈을 쓸 건가? 나 사과 파이 사달라!
그깟 사과 파이쯤이야.
케일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미 이번에 번 돈의 일부를 어떻게 쓸지 정해두긴 했다.
케일은 론과 프리지아를 통해 모은 싱텐 상단 관련 정보를 원본을 제외하고 따로 두 개의 복사본을 더 만들었다.
하나는 왕세자에게 줄 정보가 담긴 복사본.
또 다른 하나는 제국에 숨어서 세력을 모으고 있을 두 사람, 주정뱅이 연금술사와 묘족 기사 렉스 경에게 넘겨줄 복사본이었다.
물론 두 사람에게는 지금이 아닌 나중에 넘겨줄 예정이었다.
‘탈탈 털어야지.’
케일은 싱텐 상단을 차근차근 탈탈 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래야 기예르 영지 빈민가에서 지하실 문을 열었을 때 보였던 그 절망 어린 얼굴들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돈도 벌고. 아주 좋아.’
꽤 마음에 드는 계획이었다.
-…인간, 갑자기 왜 사기 칠 때처럼 웃나? 나 사과 파이 하나면 된다!
케일은 라온의 말은 가볍게 흘려들으며 빌로스가 가리키는 또 다른 사람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그분이 보낸 사람 같습니다.”
또 다른 보석. 밤의 환희.
케일의 시선에 한 사람이 잡혔다.
평범한 신관복을 입은 평신관. 그는 치료차 온 듯 치료 도구들을 바리바리 들고서 황금 문 안으로 황급히 사라졌다.
신관복에는 태양신 교단 문양이 있었다.
카로 왕국은 서대륙에서 두 번째로 태양신 신도가 많은 왕국이다. 물론 제국에 비하면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그리고 밤의 환희는 카로 왕국 베거스 시 태양신 신전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진 보석이었다.
참으로 숭고한 의미가 담긴 보석이기도 했다.
‘그걸 자신의 직위를 위해 교황한테 바쳤단 말이지.’
두 번째로 낚을 놈은 카로 왕국 태양신 교단 주교였다.
카로 왕국 태양신 교단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 교황이 될 자격이 가장 유력한 이였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앞으로 반쪽짜리 성자 잭의 앞길을 밝혀줄 불빛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물론 자의는 아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음 태양신 교단의 교황은 잭의 자리니까.
-인간! 무슨 사기를 칠 거길래, 아주 심하게 그렇게 웃나?
케일은 활기찬 도시에 와서 그런지 절로 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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