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헤니투스 영지는 전운이 감돌았다.
로운 왕국의 선전포고 이후, 서대륙은 겉으로는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폭풍을 앞둔 고요일 뿐이었다.
헤니투스 영지의 영주성이 자리한 레인 시.
도시 안을 거니는 영지민의 어깨는 움츠러들어 있었다.
홀로, 혹은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영지민들의 표정은 묘했다. 두려움, 걱정, 그 사이로 다른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동료와 함께 걷던 영지민은 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로 보수해 단단한 성벽이 보였다. 아주 높고 두꺼운 성벽.
그리고 성벽 위를 오가는 병사와 기사들이 보였다.
이를 쳐다보던 영지민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몸도 약하신 분이.”
영지민이 내뱉은 말에 함께 걷던 동료들도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레인 시 전체를 감싸는 높은 성벽. 그 성벽도 하늘에 닿지는 못했다.
영지민들은 회색의 겨울 하늘이 흐릿하게 보였다.
저 흐린 하늘로 와이번이 침략한다니.
두려움이 마음속에 밀려왔다.
그러나 영지민들의 눈에는 흐린 하늘보다 은빛이 먼저 보였다.
레인 시. 작은 편에 속하는 도시. 그 하늘 아래에 흐릿한 은빛 방패가 펼쳐져 있었다. 영지민들 얼굴에 드리운 두려움과 걱정, 그 사이로 보이던 다른 감정.
그것은 안도였다.
“…방패를 쓰면 피를 토한다고 하지 않으셨나?”
“그렇지.”
영지민의 물음에 동료는 최대한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민은 하늘로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벌써 3일째야.”
왕세자 알베르가 와이번 영상을 공개하며 결코 패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가장 위험해진 곳이 로운 왕국 북부였다.
그중 동북부가 가장 위험했다.
적국 노르란드. 그곳과 어둠의 숲을 사이에 끼고 닿아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동북부, 헤니투스 영지였으니까.
그래서 영지민들은 혼란을 느껴야 했다.
그런데 왕세자의 선언 이후, 그날 저녁부터 레인 시 하늘은 은빛이 수놓기 시작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
은빛 방패는 3일째 한순간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저렇게 커다란 방패를 쓰면, 쓰러지지 않으실까? 그냥 북쪽 놈들이 쳐들어오면 그때 펼치면 될 텐데.”
영지민이 내뱉는 말에 동료는 입가를 쓸어내리며 답했다.
“보면 모르나? 우리가, 영지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게 보기 싫으신 거지.”
영지민은 동료의 말에 대답을 못 했다.
하늘을 보면 그 뜻을 알 수밖에 없었다. 높은 성벽도 와이번을 막지 못한다. 그리고 로운 왕국은 마법사도 적어 하늘로 공격할 수 있는 이도 적다.
그러니 약한 케일 공자가 고대의 힘을 무리해서 쓰고 있는 것이리라.
영지민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그때였다. 동료 중 한 명이 툭 던지듯 말했다.
“망나니라더니.”
영지민은 저도 모르게 동료를 보며 외쳤다.
“예끼! 이 사람이!”
다른 동료가 이어 말했다.
“내가 알아보니까 양아치 놈들한테 술병 던지던 분이시래! 그게 뭐가 망나니야?”
“물건도 부쉈다던데? 가게들 문도 다 부수고?”
“크흠, 뭐.”
동료의 반박에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망나니는 망나니였다. 과거는 없어질 수도 미화될 수도 없는 법.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희생을 비하할 요소는 아니었다.
“정신 차리셨나 보지. 어쨌든 지금은 우리 공자님이신데.”
“맞아. 우리 영주님이 좋은 분이시니, 그 아들인 공자님도 뭔가를 느끼신 것이겠지.”
영지민은 동료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레인 시 곳곳에 붙은 방서를 쳐다봤다. 그는 드물게 글자를 아는 사람이었다.
영주성에서 붙인 방서.
헤니투스 백작가는 창고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들이 쌓은 부는 기약이 정해지지 않은 약속을 할 수 있을 만큼 부유했다.
영지민은 성문을 쳐다봤다.
영주성 은빛 방패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영지민들의 행렬이 끝이 없었다. 분명 공격이 시작되면 와이번 기사단은 다른 시골 지역보다 레인 시를 먼저 집중 공격할 것인데.
그럼에도 영주의 아래로 영지민들은 모여들었다.
또한 헤니투스 백작가의 식량을 실은 수레들이 영지 곳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수레에는 식량 말고 농기구도 있었다.
‘봄에 농사를 지어야지.’
데르트 백작이 농기구를 영지민들에게 내리며 한 말은 그들 사이에서 들불처럼 퍼지고 있었다.
그 말 덕분에 영지민들의 머릿속에는 확실하게 한 가지가 새겨졌다.
전쟁 이후.
늦겨울이 가고 올 봄.
그때도 자신들의 삶은 이전과 똑같이 진행됨을 그들은 깨달았다.
영지민은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아프신데도 열심히 하신다고 들었는데.”
부디 힘들지 않으시길.
케일 헤니투스.
동북부 군사사령관을 맡은 이는 현재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 소문은 헤니투스 영지를 벗어나 동북부, 그리고 로운 왕국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
당연히.
“귀찮아.”
케일 헤니투스. 본인이 낸 소문이었다.
케일은 백작가 내 자신의 침실을 집무실로 사용 중이었다.
그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댄 채로 입을 열었다.
“에릭 휠스만 공자가 잘하고 있겠지?”
“잘하실 겁니다.”
케일은 인자하게 웃는 론을 보며 무서운 노인네란 생각을 했다. 물론 케일 자신도 나쁜 놈이다.
그는 군사 명령권을 쥐었고, 명령만 내렸다.
그러면 에릭 공자와 우바르 영주가 그 명령에 따라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영지에 지시 사항을 전했다.
더불어 그 가이드라인 확인은, 1차는 론이, 2차는 알베르 왕세자가 했다.
동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암살 가문의 가주 론. 그는 케일보다 군사 지식이 뛰어났다. 더불어 알베르 왕세자는 가장 먼저 침략될 가능성이 높은 동북부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역시, 남이 다 해주니 편하단 말이야.’
케일은 편했다.
그러나 론은 인자하게 웃으면서도 케일의 시선이 사라지자 표정이 서늘해졌다. 그의 시선이 문서에 파묻혀 꼼꼼하게 가이드라인을 읽고 큰 그림에 대해 정확하게 지시하는 케일에게로 향해 있었다.
창백하게 변한 케일의 얼굴이 보였다.
탁. 탁. 탁.
3일째. 방구석에서 라온이 꼬리로 바닥을 쳐댔다. 온과 홍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용은 불만이 쌓여 있었다.
“…멍청하게 착해빠진 인간!”
“맞는데. 바본데.”
“…이번에는 답답한데.”
온과 홍의 맞장구에도 라온은 뚫어질 듯 케일 뒷모습만 쳐다봤다.
라온은 자신이 나서서 다 부순다고 했다.
그러자 케일이 답했다.
‘안 돼. 네 모습이 드러났다가 위험해지면 안 돼.’
참으로 단호했다.
라온은 그 말에 답답했다. 어디서 누가 위대한 용을 위험하게 만든단 말인가.
그러나 케일은 용의 피를 먹는 왕관에 대해 아직 알아내지 못했기에 라온을 전면으로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고룡 에르하벤을 만날 틈도 없었다.
또한 이번에는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편하게 살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로운 왕국이 강해진다.
다크엘프.
네크로맨서.
호족.
그리고 헤니투스 영지.
케일이 만들 영웅의 이름이었다.
그는 왕국, 대륙의 사람들 마음속을 뒤흔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법.
케일은 마지막 문서를 대충 확인하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확실히 부서지지 않은 방패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뭔가를 받치거나 혹은 막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펼쳐놓은 일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물론 이는 심장의 활력 덕분이었다. 요즘은 잠을 자지 않아도 말짱했다. 한두 시간만 자도 상쾌했다.
케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침실 창밖을 바라봤다. 흐린 하늘과 방패가 보였다.
그때였다.
“케일 님, 힘들지 않으십니까?”
최한이었다.
케일은 시선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이 자식은 왜 나이가 안 들까?’
여전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외모에 의문이 들었으나, 케일은 귀찮아서 더 생각하지 않고 최한의 물음에 답했다.
“그다지 힘들지 않아. 지금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니까.”
암, 그렇고말고.
영웅의 탄생은 이미 다 어그러졌다. 그러니 새로운 역사 아니겠는가?
그런 건 원래 번거로운 일이었다.
물론 번거로울 뿐 몸은 딱히 힘들지 않았다.
케일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한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파에 기대어 창밖을 내다보는 케일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지?’
최한은 케일이 도저히 가늠되지 않았다. 그는 칼집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역사. 그 단어에 최한은 집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여유롭게 론이 내민 따뜻한 차를 집어 들었다.
‘음?’
달달하니 입에 딱 맞는 차였다. 케일이 슬쩍 론을 쳐다보자, 론은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케일은 생각했다.
‘저 노인네도 피곤한가 보네.’
신 차를 까먹다니.
케일은 떨떠름함과 안쓰러움을 담아 론을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리며 차를 머금었다. 단맛이라 한껏 들이마셨다.
“푸핫-!”
그리고 그대로 뱉어냈다.
검은 용이 짧은 앞발을 굴리며 벌떡 날아올랐다.
저 멀리 검은 점이 보였다.
그리고 곧.
콰앙!
하늘이 울렸다.
케일은 흘러내리는 찻물을 닦아내며 일어섰다.
검은 점은 순식간에 날아와 방패와 부딪쳤다.
와이번이다.
하나둘. 검은 점들이 멀리서 점점 날아오기 시작했다.
콰앙, 쾅!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위이잉-
헤니투스 영지 레인 시 전체에 비상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적이 왔다.
한가롭던 오후가 전쟁의 시작점이 되었다.
“다들 진정해라! 안내 병사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도록!”
헤니투스 기사단 소속 평기사는 목소리를 높이며 겁을 집어먹은 영지민들을 이동시켰다. 미리 모의 연습해 둔 대로 병사들 몇몇이 영지민들을 집으로 옮겼다.
탁. 탁. 탁.
영지 곳곳 집들 문이 닫혔다. 굳게 걸어 잠근 문. 그러나 문을 잠그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탁. 탁. 탁.
갑옷을 입은 기사들과 무장한 병사들이 성벽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영지 곳곳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콰앙- 쾅!
은빛 방패를 두드리는 굉음이 너무나도 컸다.
크아아아!
와이번의 울음소리가 굉음 사이로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영지민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실제 눈으로 본 와이번의 크기.
가장 작은 것이 5m 정도였다. 그 거대한 몬스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사가 아주 작은 점처럼 보였다.
그러나 눈처럼 새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흉포한 와이번을 능숙하게 조종했고, 그 탓에 성벽을 둘러싼 병사와 기사들은 침을 삼켜야 했다.
달칵. 달칵.
영지민들 집의 창문이 조금씩 열렸다.
방패가 부서지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가 죽는 건가?
그들은 두려움에 성벽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공자님이시다!”
창밖을 내다보던 영지민이 저도 모르게 외쳤다.
성벽에 케일이 나타났다.
그의 양손에서 눈이 부신 은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케일은 성벽 중심에 서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이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생에 처음으로 전쟁을 겪는 이들.
그들에게로 서릿발처럼 거센 목소리가 내리쳐졌다.
“방패는 부서지지 않는다!”
갑옷을 입은 데르트 백작이었다.
늘 온순하고 평범하게 보였던 백작의 얼굴이 오늘은 매서웠다.
“모두 정신 차려!”
방패를 두드리는 소리도, 와이번의 울음소리도 이 목소리만큼 크게 울리지 않았다.
케일은 데르트 백작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그렸다.
‘은근히 능력이 좋단 말이야.’
그가 아버지 데르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순간이었다.
콰아앙-!
어느 때보다 커다란 소리에 방패 안이 울렸다.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15m.
엄청난 크기의 와이번이 방패 아래 케일을 보며 입을 벌렸다.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15m의 와이번.
새하얀 와이번은 돌연변이로 보였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왔구나.”
역시 올 줄 알았다.
새하얀 와이번 위에 올라탄 사람. 파에른의 수호 기사.
백발의 클로페 세카.
그가 와이번을 뒤로 물리며 케일을 내려다봤다.
두 사람의 눈이 부딪쳤다.
클로페 세카는 케일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방패를 부수면 다 무너지는 법.”
로운 왕국이 공개한 영상.
클로페는 그 영상을 본 순간, 오랜 세월 살아남기만 했을 뿐 힘 하나 없는 로운 왕국을 먼저 무너뜨리기로 했다. 만약 로운을 먼저 건들지 않고 다른 곳부터 시작한다면 그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꼭 로운의 선언에 겁을 낸 모습 아닌가.
그렇기에 그는, 불굴 연합은 로운을 타깃으로 잡았다.
더불어 로운에서 조금 유명해진 사람을 떠올렸다.
은빛의 방패를 쓰는 귀족 자제.
“재밌군.”
클로페 세카는 희미한 은빛을 발하는 방패를 바라봤다.
이 방패도, 저 붉은 머리칼의 놈도 없앤다면 승리라는 이야기의 좋은 시작이 될 터. 그렇기에 클로페는 자신이 직접 왔다.
압도적인 힘으로 새로운 전설을 쓸 사람은 자신이니까.
그는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이-
저 멀리 수십 마리의 와이번이 빠르게 날아왔다.
헤니투스 영지의 병사들은 창대를 움켜쥐었다.
영상과 달리 수십 마리에 달하는 와이번이 헤니투스 영지 하늘 위를 점령했다. 수호 기사는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내려다봤다.
‘케일 헤니투스랬던가?’
그도 곧 끝이다.
고대의 힘은 한계가 있는 법.
수호 기사는 손을 들었다.
“낙하.”
그 순간이었다.
뒤따라온 와이번에서 커다란 덩치의 존재들이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처음 보는 낙하 장치를 펼치며 편안히 아래로 내려갔다.
쿵. 쿵. 쿵.
레인 시 성벽 밖에 거대한 몸집의 존재들이 하나둘 내려섰다.
그 숫자가 백은 가뿐히 넘어섰다.
병사는 침음을 흘렸다.
“…곰족.”
수인족 중 수위에 들 만큼 강하면서도 그 개체가 가장 많은 존재.
광폭화한 거대한 곰족이 성벽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드워프가 만든 낙하 장치를 써서 여기에 올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수호 기사 클로페는 가볍게 들었던 손을 아래로 내리며 지시했다.
“공격.”
동시에 와이번들이 은빛 방패로 향했다.
하얀 와이번도 방패로 향했다.
수호기사 클로페는 성벽 위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병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 영주성 안의 영지민들도 저런 얼굴일 터.
그는 가벼운 승리를 장담했다.
마법 폭탄 따위와는, 무너지는 궁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공격이니까.
이 정도 약한 공격이면 작은 영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방패로 쏟아지던 그의 시선이 케일과 부딪쳤다.
끝이다.
콰아앙! 콰앙!
고막을 부술 것 같은 소리였다.
“…어떻게 저런.”
담이 약한 병사는 성벽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방패는 부서질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병사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하얗게 질려 언제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공자가 보였다.
수많은 시선들이 케일에게 쏟아졌다.
그 순간 케일은 생각했다.
‘참 북쪽도 먼치킨이야.’
아주 강했다.
그런데 말이야.
-인간, 와이번은 덩치만 크지 약하다. 조막만 한 것들이 귀엽다.
여기는 용이 있네?
방패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
방패를 감싼 용의 실드가 있었으니까.
와이번 따위는 용의 실드를 부수지 못한다.
‘라온이 드러나는 건 안 되지만, 그래도 써먹어야 할 거 아냐?’
케일은 굉음 속에서 방패를 펼쳤다.
콰앙, 쾅!
그렇게 수십 번. 남들 눈에 방패는 두드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
병사의 입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한 번, 열 번, 수십 번. 두드리고 두드려도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환한 빛을 뿜어내었다.
병사의 입에서 백작이 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방패는 부서지지 않는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공자는 쓰러지지 않았다.
“하!”
수호 기사 클로페는 감탄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강하다. 비실비실하게 생긴 것과 달리 저 공자의 고대의 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그러나 그래 봤자였다.
결국 방패는 두드리면 부서진다. 또한 방패 외에도 두드릴 곳이 많았다.
클로페 세카. 수호 기사는 여유를 그대로 유지한 채 케일을 내려다봤다.
그때였다.
케일 헤니투스.
그가 웃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클로페는 목 뒤가 섬뜩했다.
뒤다.
하얀 와이번이 황급히 뒤돌아섰다.
처음엔 하얀 구름인 줄 알았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하얀 구름이 내려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뼈?”
해골이다.
수백 마리.
뼈만 남은 몬스터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시체들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케일은 웃었다.
“어쩌나, 이제 시작인데.”
그는 하늘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둠의 숲.
그곳 검은 늪에서 한 존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검은색 뼈를 지닌 존재.
가죽 없이, 뼈만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수백 마리의 시체.
그 사이로 거대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수호 기사의 동공이 커졌다.
드래곤이다.
검은 뼈뿐이었지만, 20m에 달하는 존재.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거대함. 몇 미터에 달하는 검은 날개가 하늘을 향해 펼쳐져 있었다.
죽어도 지배자였다.
케일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압도적인 싸움은 재밌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