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5
204화.
물론 약속을 지키는 방식은 케일 본인의 방식이었다.
콰아아앙!
소용돌이가 치솟아 오르며 배와 부딪쳤다. 선체가 순간 기우뚱거리며 흔들렸다.
혹은.
“으아악!”
부서졌다.
하늘과 바다, 양쪽에서 불굴 연합을 뒤흔들었지만 정작 공격을 행한 상대방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용잡이의 앞에는 적이 존재했다.
드래곤 슬레이어, 투구의 기사는 바다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
적이 없는 붉은 안개와 바다 소용돌이를 향해 마법을 쓰는 사람들. 혹은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허공에 칼질을 해대는 기사들.
“배를 몰아라! 안개 밖으로, 소용돌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이들이 안개를 피해 실드 안에서 외쳐댔다. 이를 지켜보던 용잡이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마법사 노인네는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거지?’
왜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 거지?
재수 없는 노인네지만 사리 분별은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지금껏 조용하다는 게 이상했다. 분명 무언가를 해도 했어야 할 시간이었다.
‘설마?’
용잡이의 귓가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덜미가 잡혀도 딴생각할 틈이 있나 보군.”
케일이었다.
물론 케일은 일부러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딴생각을 할 틈을 주었다.
그래야 제 처지를 잘 알 테니까.
망망대해.
케일의 적에게 바다란 기댈 곳이 없는 곳이어야 했다.
케일은 투구의 기사에게 친절히 자신의 처지를 알려주었다.
“왜? 마법사가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이상한가?”
“…마법사의 존재를 어떻게-?”
기사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콰아아아앙!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음. 용잡이의 고개가 돌려졌다. 그의 눈에 삼백여 척을 이끌던 가장 앞선 배에서 치솟아 오르는 물기둥과 거대한 빛의 충돌이 보였다.
마법사는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다.
못한 것이다.
그는 공격을 받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귓가로 다시 한번 케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용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잖아?”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 투구의 기사는 뒷목이 섬뜩해져 왔다. 그의 동공이 케일을 향했다.
어느 누가 이자를 선한 영웅이라 한단 말인가.
또 이자는 어떻게 고대의 힘을 세 개나 몸에 지닐 수 있지?
그릇은 누구보다도 보잘것없었다. 지나가던 놈팡이들, 딱 그 수준의 몸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자는 재생력을 지녀도 결국 힘을 얻고 난 몇 년 뒤에는 나무와 바람이 충돌해 몇 년간 계속 괴로워하다 죽어야 정상이었다.
‘…설마?’
기상천외한.
정말로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머릿속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몸을 덮치는 감각이 있었다.
쿠웅, 쿵.
그의 몸 안 고대의 힘이 반응하는 힘이었다. 재해의 검이 경고를 보내는 힘.
“…이, 이게 무슨-”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정확히는 케일의 손. 그의 손바닥 위에 맴돌고 있는 작고 붉은 번개가 보였다.
불.
재해의 검이 지닌 화산의 힘보다 더 강력한 불의 힘. 그 힘이 저 작은 번개에서 느껴졌다. 가장 강력한 파괴력이 느껴졌다.
불과 번개. 땅에서 치솟아 오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칠 수 있는 가장 강한 힘. 두 가지가 섞이며 불의 본질을 극대화시켰다.
투구의 기사 입술이 잘게 떨렸다.
기상천외한.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현실로 되어 나타났다.
“…설마, 설마-”
자연 5대 속성을 모두 모은 건가?
그래서 몸이 터지지 않은 거야?
재생력과 서로를 경계하는 속성들로 저 유리알 같은 몸이 버티고 있는 건가?
그는 마주했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케일의 시선을 쳐다볼 수 있었다.
“어떻게 그 많은 고대의 힘을 모을 수가-”
“너와 다르니까.”
덤덤한 목소리가 용잡이에게 되물었다.
“넌 만들어진 드래곤 슬레이어니까. 안 그래?”
드래곤 슬레이어의 동공이 흔들렸다.
반대로 케일은 느긋했다. 그는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가 불었던 진실 중 하나를 떠올렸다.
‘쿨럭, 가짜로 만든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합니다. 커헉, 또, 그자와 함께 불굴 연합에 함께하는 암의 수뇌부에는 마법사와 힐러가 있습니다.’
‘이백여 년 전 동대륙에서, 크윽, 가장 최근에 죽었던 고룡을 먹고 성장한 자라고 합니다.’
성룡보다는 죽기 직전의 고룡이 아주 아주 좋은 먹잇감이라고 한다. 특히 재해의 검을 소유한 이에게는 용의 신체가 무엇보다도 좋은 보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드래곤 슬레이어는 재해의 검과 더불어 하나가 더 있어야 완전해진다고 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유물.
왕관.
드래곤 슬레이어는 용의 피를 마시는 왕관을 손에 얻어야 용과 같은 몸이 된다고 한다.
케일은 클로페가 분에 가득 차서 자신에게 고자질하듯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걸 어떤 새끼들이, 후, 훔쳐 가는 바람에- 커헉!’
그리고 그 말을 할 때 비크로스가 한 번 더 클로페의 머리통을 채찍으로 후려갈겼다.
‘왜냐면 그 훔친 새끼가 나니까.’
케일은 웃음을 참았다.
쿠웅.
쿵.
지금 그의 몸 안은 또다시 거세게 뛰고 있었다. 먹보 신녀, 방패가 계속해서 케일에게 말을 걸었다.
-이것도 먹는 거야?
현재 케일의 몸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고대의 힘.
바람의 소리.
방패는 그 재능을 탐내고 있었다. 끊임없이 욕심을 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케일은 신녀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내 욕심도 꽤 되거든.’
고대의 힘은 주인이 죽으면 특정한 장소나 물건에 스며든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는 나무에.
심장의 활력은 돌탑에.
파괴의 불은 돼지 조각상에.
바람의 소리는 바위 아래 팽이에.
조용히 스며들어 다음 주인을 기다린다.
고대의 힘 소유자를 죽였다고 해서 힘이 곧바로 그 소유자를 죽인 자에게 전이되지 않는 것이다.
그랬다면 고대의 힘이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오랜 시간 동안 묻힐 이유는 없을 터.
다시 한번 케일의 머릿속으로 먹보 신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먹으면 정말 안 돼?
바람의 소리. 또 하나의 재능. 고대의 힘을 노리는 방패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그러나 케일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오늘은 안 된다.
아직 자신의 그릇으로는 부족했다. 더 이상 무리를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방패에게 줄 것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줄 것은 있었다.
고대의 힘이 바로 전이되지 않고 특정 장소나 물건에 전이된다면.
‘주우면 그만 아닌가?’
내가 가지면 그만이다.
케일의 눈동자가 정확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향했다. 사냥감을 찾은 그의 입이 열렸다.
그는 사냥감을 찾으면 하기로 했던 생각을 떠올렸다.
패 죽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패기에는 케일의 근력이 부족했다. 이놈의 몸은 점점 근육이 줄어들어 더 연약해져 갔다. 이럴 때면 김록수일 적의 근력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힘든 훈련이 싫어, 편한 고대의 힘을 얻지 않았던가?
케일의 손가락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리켰다. 그 행동에 드래곤 슬레이어의 몸이 멈칫했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던져.”
뭐?
드래곤 슬레이어는 의문을 느끼기도 전 그의 몸이 들리는 것을 느꼈다.
“네, 도련님.”
인자한 목소리와 함께 용잡이는 공중으로 던져졌다.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 이런!”
우르르르.
붉은 안개 너머.
하늘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커졌다.
번쩍, 밤하늘에 핏빛이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콰아앙!
“으아아악!”
그는 자신을 향해 내리치는 붉은 벼락에 그대로 관통당해야 했다. 재해 검 화산 속성을 일으켰지만 소용없었다.
그것보다 더 강력한 힘이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어떻게 저놈에게 이런 힘이……!’
그의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벼락은 정확히 하늘로 던져진 그만을 공격했다.
쿠웅!
던져졌던 몸이 다시 배 위로 떨어졌다.
“커헉……!”
용잡이의 몸이 꿈틀거렸다. 마치 지렁이처럼, 혹은 뱀처럼, 그는 온몸을 비틀거렸다.
치이이익-
붉은 벼락의 잔해가 꺼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마치 지금 그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스멀스멀 뱀이 되어 그의 몸을 야금야금 파먹어갔다.
그러나 남이 구해준 고룡을 한 마리 먹은 용잡이의 몸은 강했다.
아직 눈이 보였고 귀가 들렸으며 냄새가 맡아졌다. 그리고 말할 수 있었다.
툭.
용잡이의 앞에 신발이 보였다. 꿈틀거리던 몸이 멈칫했다. 아직 소리가 들리는 그의 귀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이었다.
케일은 용잡이가 가진 고대의 힘을 떠올렸다.
하나, 재해를 담은 검. 또 다른 하나, 와이번을 움직이던 그 힘.
더불어 세계수가 전해준 말을 떠올렸다.
‘고대의 힘을 모으는 자는 고대의 힘을 총 세 개 소유했다.’
케일의 목소리가 용잡이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왜 마지막 고대의 힘을 사용 안 해? 하나 더 있잖아.”
투구의 기사는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어디까지 아는 거지?
용잡이는 다른 의미로 몸을 꿈틀거렸다.
지금껏 클로페 세카, 그 비열한 수호 기사 놈이 다 불어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고대의 힘이 세 개라는 사실은 오로지 자신과 그 미친놈만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거멓게 타버린 얼굴이 천천히 하늘을 향했다. 그의 하늘에 자리한 것은 웃는 케일의 얼굴이었다.
“빨리 보여줘.”
케일은 꽤 다정히 말을 건넸다.
“그것도 내가 가지게.”
아직 눈이 멀쩡했기에, 용잡이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케일 헤니투스의 눈빛이 제대로 보였다. 동시에 그는 경악을 토해냈다.
“…어떻게 너에게!”
화상으로 입을 벌릴 때마다 입가가 찢겨져 나가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서서히 그를 덮치는 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만이 지닐 것 같은 아우라.
이 아우라를, 완전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꿈꾸는 그는 대번에 알아차렸다.
지배하는 아우라.
아무 쓸모도 없는, 동시에 허상만이 존재하는 힘.
그러나 그 힘이 지금은 그의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몸은 이런 허상의 힘조차 버거웠다.
‘…이건 나 혼자 알아선 안 된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배하는 아우라.
거기에 더해 그가 가진 재생력과 5대 속성 고대의 힘.
그릇이 되지 않음에도 그런 것은 무시하는 자.
이건 법칙을 깨부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용잡이도 인간을 초월했기에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자연에는 예외가 늘 존재했다. 그리고 그 예외가 무엇을 만들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이 일을 ‘암’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사라지며 동시에 다른 한 가지가 떠올랐다.
살 수 있을까?
이 미친 케일 헤니투스. 지금껏 사람들에게 고대의 힘을 숨겨오며 착한 척만 해왔던, 이런 잔인한 공격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겨온 자에게서.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악하고 나쁜 쪽으로 머리가 꽤 잘 돌아가기에, 드래곤 슬레이어는 명확하게 케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속았다.
그래, 이놈에게 속았다.
뭐를 속았는지 알 수 없으나, 모든 것이 틀어진 것은 이놈에게 속아서 그런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다, 다 말할게!”
그래서 그는 빠르게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이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다! 지배하는 아우라를 지녔다면 왕관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너도 왕관을 알지? 그걸 너에게 내가 가져다주마! 그리고 우리 쪽 비밀도 다 말하지! 맹세할게!”
다급하게 말을 쏟아내는 그는 몸의 아픔도 알지 못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듯 가만히 듣고 있는 케일 헤니투스의 모습에 안도를 느꼈다.
그때였다.
“네가 말을 할지 말지.”
케일은 천천히 품에 있던 왕관을 꺼내 들었다.
눈앞의 용잡이가 말을 할지 말지.
“그걸 결정하는 건 나다.”
왕관을 보는 용잡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넋이라도 나간 듯한 표정이 보였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공포가 그를 집어삼켜 갔다.
‘…그, 그놈보다 더해!’
암의 하얀 별.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놈보다 더했다.
왜냐고?
“시렘, 넌 우두머리의 얼굴을 본 적이 있지?”
그놈은 케일 헤니투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니까.
그러나 케일은 그놈의 존재를 안다. 그 간극은 컸다.
용잡이는 제 이름을 부르는 케일에게 본 적이 있다는 의미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가면을 써서 얼굴은 모르지만 봐, 봤어!”
“지금 마지막 고대의 힘을 보여주기에는 네 몸이 힘에 부치지?”
“마, 맞아! 하지만 네가 원하면 보여줄게!”
대화가 되는 것 같은 분위기에 용잡이 시렘은 최대한 비굴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그러나 화상을 입고 지금도 타고 있는 얼굴은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악!
콰아앙!
여전히 사람의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러나 이 소리 속에서 로운 왕국, 적의 소리는 없었다.
오로지 독에 중독된 아군과 배가 부서지는 소리뿐이었다.
시렘은 간절한 얼굴로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필요 없어.”
“…뭐?”
“네 고대의 힘 굳이 보지 않아도 돼.”
케일은 시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내가 주울 것, 그때 가서 알아보면 된다.
케일은 뒤에 서 있는 이들에게로 걸어갔다.
“론, 말만 가능하게 만들어놔.”
론은 아들의 흰 장갑을 매만지며 인자한 미소를 그렸다. 케일은 제 영역 안의 존재들을 건드린 용잡이 시렘을 고이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는 자신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케일은 덧붙였다.
“라온과 최한, 메리 몫은 남겨두도록. 그리고 마지막은 나다.”
“도련님, 알겠습니다.”
론이 케일을 스쳐 지나 용잡이에게 다가갔다.
케일은 최한의 곁으로 걸어가며 밤바다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다 왔군.”
딱 적당한 때에 왔다. 케일은 바람의 소리로 이동을 시작했다.
“으아아악!”
“배를, 조금만 더 배를 몰아라! 곧 끝이다!”
불굴 연합 측 마법사가 실드로 독안개를 막아내며 항해사에게 소리쳤다. 항해사의 귀로 마법사의 목소리와 망가진 배에서 떨어져 가는 병사들의 비명이 뒤엉켜 들려왔다.
“커헉, 컥!”
그리고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갑판 위에서 동료가 숨죽이며 죽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배를 조종하는 그의 손이 떨렸다.
살아야 한다.
그 생각만으로 그는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피해 간신히 독안개를 헤쳐 나갔다.
“그래, 조금만 더!”
마법사는 자신과 항해사, 그리고 정예인 기사들을 보호하며 다독였다. 이 독안개만 벗어나면, 그러면 그래도 가망이 있었다.
붉은 독안개가 희미해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 조금만!”
그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살짝 걸렸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저 멀리 옅어진 붉은 안개 사이로 짙은 붉은색이 보였다.
“소, 소용돌이를 피했습니다!”
항해사는 감격에 겨워 외쳤다.
그러나 그는 곧 소용돌이의 끝에서 붉은 배를 마주해야 했다.
독안개의 끝을 경계선처럼 빙 둘러싼 수많은 배들.
붉은 안개를 닮은 붉은 배.
그리고 그 붉은 배들의 가장 앞에 선 황금선이 보였다.
황금선의 갑판, 어느새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케일은 헤니투스의 상징, 황금 거북이가 조각된 선수를 어루만지며 간신히 지옥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에게 말했다.
“기다렸어.”
간신히 독안개를 헤쳐 나온 적들은 진짜 귀신을 만나야 했다. 그들을 죽이고자 하는 자들, 그자들이 바로 귀신이었다.
케일은 명령했다.
“적들을 모두 몰살해라.”
수많은 화살과 마법이 바다를 덮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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