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7
216화.
마치 새와 같았다.
다만 그 새는 사냥감의 목을 노리는 새였다.
최한의 몸이 아래로 쏘아 내려져 갔다.
“드디어 네놈을 보게 되는구나!”
선두 배의 불곰족은 최한을 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네 그 2m도 되지 않는 오러로 이 배를 부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불곰족이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다.
헤니투스 영지에서 홀로 살아 돌아온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 로운 동북부 해상전 직전, 그가 동북부 바다에서 ‘암’을 통해 전달한 보고에 따르면 최한의 오러 길이는 최대 2m를 넘지 않았다.
그러니 오러 길이의 몇 배에 달하는 이 배를 완전히 파괴할 수 없었다.
양쪽 바퀴가 함께 굴러갈 수 있는 이상, 배는 멈추지 않는다.
“내 친우들을 죽인 헤니투스 네놈들은 내가 반드시 죽인다!”
로운 왕국 측을 향해 오는 배들 위에는 불곰족만이 존재했다. 헤니투스 영지의 전투에 참가했던 불곰족이었다.
광폭화한 불곰족의 두 팔에 힘줄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땅에 선 자와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
불곰족은 최한과 두 눈이 마주쳤다. 그가 작게 중얼거리는 입모양이 보였다.
불곰족은 짧은 순간, 저도 모르게 입모양을 읽었다.
‘우스워.’
우습다고?
불곰족은 순간 서늘함이 느껴져 황급히 갑판 위를 뛰어올랐다.
그때, 최한이 검을 세로로 내리그었다.
꽤 많은 힘을 담아, 천천히. 검이 하늘에서 땅으로 향했다.
“이, 이런! 피해!”
불곰족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
2m.
그 길이가 채 되지 않았던 검은 오러.
검을 내리그은 순간, 오러는 창이 되었다.
길이를 알 수 없는 창.
2m는 우습다는 듯, 최한의 손끝에서 피어오른 검은 오러는 끊임없이 길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오러가 선두의 배를 꿰뚫었다.
콰아아앙.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미, 미친!”
불곰족은 땅에 착지하며 허망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꿰뚫렸다.
선두로 오던 배가 정확하게 가운데가 꿰뚫려 두 동강이 났다. 화염의 드워프족이 웬만한 마법에도 부서지지 않도록 제작한 배.
그 배가 단박에 잘렸다.
그리고 두 척 더.
총 세 척의 배가 창과 같았던 오러에 부딪쳐 박살이 나버렸다.
“…무슨 이런.”
순간 전장에 정적이 감도는 듯했다.
불곰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군.”
흑발의 소드 마스터가 보였다.
“한 번에 힘을 발산하는 게 말이야.”
그의 시선은 정확히 불곰족에게 꽂혀 있었다.
불곰족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부, 분명 오러 길이가 최대 2m를 넘지 않는다고 했는데-!”
물론 드래곤 슬레이어의 보고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같은 1m의 오러라도 그 농도가 다른 법이었다.
원래 1m인 것과 원래 10m인 것을 최대한 압축한 1m의 오러. 이 둘은 명백히 달랐다.
제 몸 아프다고 대충 보고한 드래곤 슬레이어로 인해, 불굴 연합은 잘못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 케일에게 드래곤 슬레이어가 잡히며 불굴 연합은 더 이상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우스워.’
최한의 그 말이 뒤늦게 불곰족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최한은 정말로 불곰족의 행동이 우스웠다.
작은 구석 영지에 먼저 쳐들어와 죽이고 부수려던 자들이 왜 우리에게 복수를 논하는가.
불곰족의 대부분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와이번 폭발에 의해 죽지 않았던가.
왜 공격하는 자들이 지키는 자들을 탓하는가.
그러면 아무 말 않고 죽어줘야 옳단 말인가.
전쟁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야 하는, 가장 더러운 진흙판이다. 최한은 그곳에서 고고하고 선량한 모습 따윈 원치 않았다.
내 사람, 우리 가족을 지키는 것.
본인이 가장 더러워지더라도, 그것이야말로 최한이 원하는 일이었다.
우우우웅.
그의 마음에 반응하듯 최한의 검에서 다시 검은 오러가 치솟아 올랐다. 어둠의 완성을 한 발짝 앞둔 검. 그 검 끝이 적들에게로 향했다.
타닥.
땅을 박찬 최한이 앞으로 쏘아졌다.
케일 님의 명령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부술 것들이 많았다.
성벽 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봤다.
남측 첨탑 위, 소드 마스터가 없는 카로 측 마법사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소드 마스터가 저렇게 강한 존재인가?’
압도적인 강함에 손이 떨려왔다. 그녀의 시선이 중앙 첨탑과 북측 첨탑으로 향했다. 특히 북측 첨탑, 제국의 소드 마스터 후텐 공작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멀어서 공작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들은 압도당해 있었다.
그때였다.
“통신 연결 부탁하네.”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그녀는 제 손에 들린 영상 통신구를 쳐다봤다.
삐이이- 삐이-
발렌티노 왕세자로부터 오는 긴급 연락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영상통신을 연결하며 로운 왕국 사람들을 쳐다봤다.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비로소 그녀는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밀려왔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로운 왕국.
그 이야기는 진실이구나.
‘그렇다면 우리도-!’
영상 통신구를 쥔 그녀의 손이 다른 의미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영상 통신구 위로 작은 화면이 나타났다.
-…사령관.
발렌티노 왕세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이 영상통신 화면 위로 드러났다.
“보셨습니까?”
보았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잘 보았다.
발렌티노는 겨우 입을 열어 케일의 말에 답했다.
-…후텐 공작도 저렇게 한 번에 꿰뚫는 건 힘들다고 하더군. 웬만한 소드 마스터라도 최대 오러 길이는 3m라고.
“웬만한 소드 마스터가 아닙니다.”
발렌티노는 전장을 내다보고 있는 케일, 그의 모습에서 전쟁의 무게를 느꼈다.
“그는 영웅입니다.”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저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발렌티노는 남측 첨탑을 걱정해 영상통신을 했다가 최한을 보고 넋이 나간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사령관, 잘 부탁하네.
그는 그제야 저를 쳐다보는 케일 헤니투스를 볼 수 있었다.
“그 부탁, 반드시 이뤄 드리죠.”
발렌티노는 웃으며 영상통신을 먼저 끊었다. 통신용 영상구를 들고 있던 마법사는 꺼진 영상 통신구를 품에 갈무리하며 케일을 바라봤다.
사령관은 남측 첨탑 성벽 위의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모두가 모이기 전에, 최대한 버틴다.”
모두?
마법사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생각의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기사들은 혹시 모를 공격에 마법사들을 보호한다. 그리고 마법병단.”
케일이 손을 들었다.
“윽.”
마법사는 순간 일렁이는 마나 파동에 몸을 움츠러트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펄럭, 펄럭. 마법병단 모든 마법사들의 로브가 거칠게 펄럭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로브 속에 감춰져 있던 목걸이가 빛을 발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최상급 마정석!”
최상급 마정석.
막대한 마나가 담긴 보석이 두 개씩 달린 목걸이가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우우우웅, 우우웅.
막대한 마나의 움직임에, 주변 공기를 울리는 마나 파동이 일어났다. 카로 왕국 마법사는 이 정도의 마나 파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케일은 그런 그녀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이건 자네의 몫이야.”
“네?”
그녀의 목에 목걸이가 하나 걸렸다.
우우우웅.
주변의 마나 파동에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반응했다.
최상급 마정석 목걸이.
카로 왕국 마법사는 로운 왕국 동북부 사령관을 바라봤다. 사령관은 그녀를 포함한 마법사들에게 말했다.
“공격.”
케일의 손이 내려갔다.
그의 손끝은 적을 향해 있었다.
우우우-
거대한 맹수의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가 남측 첨탑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법병단 부단장은 외쳤다.
“5의 라로케!”
마법사들의 손에서 마법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카로 왕국 마법사는 마정석뿐만 아니라 그들의 힘이 합쳐지는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
‘얼마나 연습한 거지?’
여러 사람의 마나가 뭉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소한 일 년, 그것도 늘 합숙하듯이 모여서 연습해야 가능했다.
‘…그냥 강했던 게 아니야.’
카로 왕국 마법사는 제 목에 걸린 마정석을 움켜쥐었다.
로운 왕국은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힘을 쌓아온 것이다. 언젠가 일어날 전쟁을 대비해, 이런 압도적인 힘과 재력을 대비해 둔 것이다.
마법사의 힘과 최상급 마정석이 그 증거였다.
“공격!”
부단장이 외치자 뭉쳐진 다섯 개의 마나구가 전장으로 향했다.
콰아아앙!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이를 보며 아군들이 전율을 느낄 때, 케일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비싼 값을 하네.’
케일은 이참에 가지고 있던 최상급 마정석의 일부를 왕세자한테 팔았다. 그리고 그 마정석들은 마법병단에게 돌아갔다.
‘짭짤했어.’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돈으로 조금 해소되었다.
하지만 케일의 표정은 미소 한 번 띠지 않고 있었다.
‘이상한데.’
케일은 수호기사 클로페의 말을 떠올렸다.
‘케일 님, 우리 편이 이겼으니, 이후 분명 저 불굴 연합 측에서 뭔 짓을 할 겁니다. 이번 전투에서 지면 최후의 전투만 남으니까요.’
최후의 전투. 그건 죽음의 협곡을 가리켰다.
그래서 이상했다.
-인간. 얘네들 별로 안 강하다! 곰족은 강하지만, 내 날갯짓이면 날아간다!
그러니까.
라온의 말대로 적이 애매하게 약했다.
콰아앙!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북측 첨탑. 제국은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전형적인 수성전을 펼치며 간간이 곰족에게로 후텐 공작이 오러를 날려댔다. 더할 나위 없이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제국군이었다.
“…열심히 해?”
생각할수록 제국이 이상하다. 분명 뭔 수를 썼을 텐데.
케일은 중앙 첨탑을 바라봤다.
“크하하하! 성벽을 부수자! 부서진 배 위를 타고 위로 올라가라!”
중앙 첨탑에 중형의 배가 세 척 부딪쳤다. 중앙 첨탑 성벽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3m의 백곰족이 날아드는 화살과 마법 따위는 몸으로 부딪치며 다른 곰족들에게 지시했다.
카로 왕국군은 꽤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당연한 모습이었다.
불굴 연합은 충분히 강했다. 분명, 저게 약한 게 아닌데.
‘그래도 좀 약한데?’
헤니투스 영지에 왔을 때는 어땠던가?
와이번에, 소드 마스터에, ‘암’의 붉은 별까지, 많이도 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곰족만이라고?
“이상해.”
“네?”
곁에 있던 기사가 케일을 쳐다봤다. 하지만 케일은 전장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대형 배에서 내린 병사들은 기사들과 함께 서서히 진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해안가에 정박 중인 중형과 소형 배들이 많았다.
저 배들도 바퀴가 달려 있을 터. 저 위에서도 곰족들이 광폭화한 채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아직 성으로 돌진한 배는 백여 척이 되지 않았다.
케일은 선두에 도착하여 성벽에 부딪치거나 혹은 멈춰 서서 공격을 준비하는 배들, 그리고 아직 달려오고 있는 후방의 소형 배들을 쳐다봤다.
후방의 소형 배들이 아주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콰아아앙!
다시 한번 남측 첨탑 근처의 배가 하나 부서졌다.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불곰족들이 모두 최한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법사들의 마나구가 배를 하나 부쉈다.
노을로 붉어진 하늘.
그 아래에서 부서진 배의 동강 난 단면이 보였다.
케일은 그제야 느꼈다.
“…배에 아무것도 없어!”
“네?”
기사가 되물었지만 케일은 대답하지 않고 표정을 굳혔다.
두 동강이 난 배의 잔해에는 튀어나오는 곰족들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말이 되나?
왜 배를 이렇게 허비하지?
그때, 케일은 뒤에서 달려오는 소형 배들이 보였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았다.
점점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그 배 위에 곰족은 없었다.
그저 병사들만이 보였다.
케일의 시선이 그 병사들에게로 향했기 때문이었을까.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약한 인간, 저 병사들 떤다. 운다!
소형 배 갑판에 있는 적군 병사들. 각 배에 채 다섯 명이 되지 않았다. 그들이 울고 있었다.
왜?
“제기랄.”
답이 나왔다.
저 배 안에 뭐가 있구나.
최소 폭탄이다.
“영상 통신구!”
“네?”
케일은 카로 왕국 마법사를 향해 다급히 지시했다.
“당장 왕세자 저하께 영상통신 연결해!”
소형 배가 멀지 않았다.
마법사가 황급히 영상통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아!”
누군가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백곰 수인이었다. 그는 비장한 얼굴로 외쳤다.
“공격하라! 해가 지기 전에 성벽을 무너뜨려라!”
소형 배 들이 속도를 더 빨리하며 달려왔다.
동시에 선두에 있던 곰족들이 괴성을 지르며 기세를 더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은 일시에 첨탑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죽어라! 우리 부족의 원수!”
최한은 제 앞길만을 막으려고 하던 곰족들이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던지고 일시에 달려들자 검을 바로 잡았다.
한 번에, 해가 지기 전에, 해치운다.
최한의 표정이 더욱더 차가워졌다.
그때였다.
“…뭐야?”
최한은 저도 모르게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도망친다.
달려들 듯 굴던 곰족이 반대편으로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 순간, 확성 마법을 건 목소리가 남측 첨탑을 넘어 리오나성 전체에 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목소리.
케일이었다.
-모두 피해라! 마법 폭탄이다!
폭탄?
최한은 곰족과 달리 맹렬하게 달려오는 소형 배들이 보였다.
‘설마?’
최한은 그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최한, 인간이 너 걱정한다. 그래서 구한다.
라온의 목소리가 최한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하늘로 떠오른 최한은 제 밑을 스쳐 지나가는 소형 배가 보였다.
소형 배들은 부들부들 떠는 적군 병사를 태운 채 멈추지 않고 성벽으로 향했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실드!”
마법사들은 곧바로 실드를 치기 시작했다.
파앗.
그 순간, 영상 통신구가 연결되었다.
-사령관! 폭탄이라니, 무슨 소린가! 저 소형 배가 폭탄이란 말인가!
발렌티노 왕세자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 누가 자기 병사들을 태운 배에 폭탄을 실었으리라 쉬이 생각하겠는가.
“시간이 없습니다.”
-…알았네.
영상통신이 끊겼다. 곧 중앙 첨탑과 북측 첨탑에 실드가 하나둘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부족하다.
저 수십 척의 소형 배가 모두 폭탄이라고 했을 때, 지금 이 실드로는 리오나성을 모두 지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중앙 첨탑에서 확성 마법이 울려 퍼졌다.
-소형 배가 성벽에 닿기 전에 파괴하라!
그 순간, 중앙 첨탑에서 쏟아진 마법이 소형 배에게로 쏟아졌다. 물론 카로 왕국 마법사의 마법은 모든 소형 배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부술 수 있었다.
콰아아앙!
“으아아악!”
“으아악!”
적군 병사의 비명소리와 함께 소형 배가 폭발했다.
그 광경을 보며 케일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모든 적군의 배를 막을 순 없으나, 실드를 강화하며 최대한 성벽에 닿기 전에 멈춰 세-”
그러나 그 움직임은 멈췄다.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 마법 폭탄이랑 그 냄새 난다.
콰아아앙!
또 다른 소형 배 한 척이 카로 왕국 마법에 맞아 터졌다. 그러나 뒤따라오는 소형 배들은 이를 무시하고 앞으로만 달렸다.
하지만 쏟아지던 카로 왕국의 마법은 멈췄다.
라온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그 냄새다. 죽은 마나 냄새가 난다.
“…미친 새끼들.”
폭발하는 소형 배에서 검은 액체가 마법 폭탄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마법 폭탄으로 부서진 땅 위에 죽은 마나가 스며들었다.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북측 첨탑.
어느 때보다도 탄탄한 실드 마법을 두른 제국 측이 보였다.
‘제국 새끼들이!’
죽은 마나 폭탄.
그건 제국 연금술 종탑에서 만든 폭탄이었다.
그게 불굴 연합에서 튀어나왔다.
케일은 클로페의 목소리가 다시금 떠올랐다.
‘분명 저 불굴 연합 측에서 뭔 짓을 할 겁니다.’
뭔 짓을 한다는 게 죽은 마나 폭탄이었던가?
세상에 드러나면 지탄받을 무기를 쓸 만큼, 불굴 연합은 이 전투의 승리에 그렇게도 목이 말랐단 말인가?
“끄어어어.”
“끄어.”
마법 폭탄으로 다치고, 죽은 마나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적군의 병사들이 보였다.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죽은 마나 폭탄을 써서 리오나성을 무너뜨려도 죽은 마나 폭탄에 뒤덮인 성을 적군 또한 지나갈 수 없을 텐데?
그때였다.
뿌우우우- 뿌우우-
해안가에서 뿔나팔 소리가 들렸다.
적 병사들이 다시 배에 올랐다.
적의 함대 중 두 척이 다시 해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 하하.”
케일은 헛웃음을 흘렸다.
적의 배들이 다시 바다로 향했다.
그 의미를 케일은 곧바로 깨달았다.
‘북부 해안가로 가는구나.’
이제야 불굴 연합의 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리오나성에 카로 왕국 측의 핵심 병력이 집결되어 있었다.
그런 곳에 죽은 마나를 뿌리고 도망치면?
리오나성은 폐허가 된다.
해안가는 죽은 마나에 뒤덮여 지금 저 도망가는 곰족들을 쫓아갈 수도 없다.
여기서는 더 이상 싸울 수가 없다.
저기 수백여 척의 배들이 떠나도 카로 왕국 측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죽은 마나 폭탄을 피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동안 불굴 연합은 북부 해안가로 향할 것이다.
배가 빠를까? 아니면 여기서 지금 죽은 마나 폭탄과 싸워야 하는, 이 죽은 마나가 리오나성 너머 내륙을 중독시켜서는 안 되는 카로 왕국군 측의 움직임이 빠를까?
북부 해안가에도 병력이 일부 있었지만 턱없이 적었다. 또한 거기에는 피신도 못 한 카로 왕국민과 상업 지구의 풍부한 자원들이 존재했다.
“사, 사령관님, 죽은 마나입니다! 분명합니다!”
다급한 카로 왕국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로 왕국 기사는 술렁이는 리오나성의 분위기에서, 다가오는 소형 배를 보며 절망을 느꼈다.
그리고 실드를 쳐다봤다.
남측 첨탑의 실드는 단단했다.
죽은 마나 액체를 뒤집어쓰지 않을 것 같았다.
북측 제국 측도 그래 보였다.
‘하지만 우리 왕국은?’
중앙 첨탑 실드는 허술했다.
카로 왕국 마법사들은 로운이나 모고르 제국만큼 강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그때, 기사의 귓가에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영악한 새끼들.”
케일 사령관의 목소리였다.
몇 없지만 당황한 남측 첨탑 병사들, 그 사이로 케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하지 마라.”
병사들은 사령관을 바라봤다. 그 순간에도 소형 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소형 배에 시선을 두지 못했다.
은빛.
은색이 보였다.
파아앗.
은빛 선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약한 인간. 걱정 마라! 나도 은빛 실드 할 줄 안다! 다 지킬 수 있다!
은빛 선은 이내 남측 첨탑, 나아가 중앙 첨탑과 북측 첨탑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은빛 날개와 함께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그 방패를 은빛이 감싸고 있었다. 은빛 실드였다.
남측 첨탑 위 병사들은 전쟁 전 힐스만 부단장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방패는 부서지지 않는다.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 수십 개가 리오나성을 덮쳤다.
콰아앙, 콰앙, 콰아앙!
소형 배들이 폭발하며 검은 액체, 죽은 마나가 은빛 방패를 향해 해일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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