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9
218화.
바람의 정령들의 손길로, 다크엘프들은 날아갈 듯이 사막을 넘어 땅에 발을 디뎠다. 그중 선두에 선 자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이동하여 리오나성으로 다가왔다.
찰박, 찰박.
검은 액체. 죽은 마나를 거리낌 없이 밟으며 다가오는 존재. 앞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을 막는 것은 없었다.
성벽 바로 아래, 부서진 배 조각들로 가득한 공간. 그저 검은 액체로만 뒤덮인 평평한 땅 위에 선 그녀는 한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사령관님, 모든 인원이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발렌티노 왕세자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다크엘프.
엘프들보다 더 보기 힘든 존재이자, 지금껏 서대륙에서 외면받아 온 존재였다. 아니, 혐오받는 존재였다.
시체들이 묻힌 곳에서 터를 내리고 살아가는 다크엘프. 그들이 따로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그것만으로도 서대륙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꼈다.
‘…그자들을 로운 왕국에서, 아니, 케일 사령관이 거둔 것인가?’
발렌티노 왕세자는 네크로맨서까지 함께 떠오르자, 케일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무섭다.’
케일 사령관이 무서워졌다. 그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령관은 오히려 선한 편이었다.
그러나 편견이 없는 선함, 그것의 힘은 왕세자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물론 발렌티노는 이들이 죽음의 땅 지하에 사는 다크엘프임을 몰랐다. 그는 그저 케일과 로운 왕국의 저력에 놀라웠을 뿐이다. 또한 대륙에서 혐오받는 존재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그들의 결단력이 놀라웠다.
“저하.”
“…사령관.”
그는 거침이 없는 케일 헤니투스를 바라봤다.
“공격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수성이 아니라, 공격이라는 단어가 케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발렌티노 왕세자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뭘 묻고 그래.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발렌티노는 전쟁이 시작할 때 케일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했다.
“부탁하네.”
“그 부탁, 반드시 이뤄 드리죠.”
믿음직스러웠다.
동시에 발렌티노는 로운 왕국 왕세자 알베르에게 고마움이 밀려왔다. 로운 왕국은 자신들이 보낼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을 카로 왕국에 보내주었다.
그는 케일이 다크엘프에게 내리는 명령을 들을 수 있었다.
“적을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반드시 잡아라.”
다크엘프는 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대형 기사단과 같은 규모의 다크엘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불, 물, 땅. 바람, 각기 속성의 정령들이 다크엘프를 돕기 시작했다.
불화살이 만들어져 해안가로 쏘아졌고, 물 폭탄이 곰족의 머리 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이 들썩거리며 배로 향하는 병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백여 명의 다크엘프들이 리오나성 앞의 땅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다크엘프들을 이끄는 여인, 타샤였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다른 다크엘프들과는 확연히 다른 규모의 바람이 그녀의 옆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2m에 이르는 수많은 바람 화살들이 공중으로 떠올랐고, 그 화살들이 해안가와 배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대형 선박의 갑판이 부서졌다.
으아아악.
크아악.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에서 곰족은 부서지는 갑판과 다크엘프들을 번갈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다크엘프? 아직 서대륙에 살고 있었단 말인가?”
“이것들이 왜 튀어나와?”
“인간들이 다크엘프와 손을 잡은 건가?”
곰족과 병사들의 여러 목소리가 뒤섞였다. 생각도 못 했던 존재의 등장에 다들 당황한 것이다. 그때, 흉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닥쳐!”
크르르. 짐승의 울부짖음이 함께 들려왔다. 그제야 불굴 연합은 정신을 차리고 한쪽을 바라봤다.
백곰 수인. 3m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지닌 백곰이 앞으로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대로 진행한다! 마법사들은 실드를 쳐서 다크엘프의 공격을 막아! 그리고 곰족 전사들은 앞으로 나와!”
단호한 목소리에 혼란이 가라앉아 갔다.
그들은 한껏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백곰 수인이 보였다.
“저 다크엘프들이 죽은 마나 땅을 벗어나는 순간, 죽인다!”
혼란은 광기로 잠재울 수 있는 법이었다. 백곰족 수인은 광기를 일부러 연기하며 외쳤다.
“갈기갈기 찢어 죽이도록! 다크엘프를 죽여보는 건 처음이겠어. 아주 재밌겠군. 크하하하!”
그 웃음소리를 따라 곰족들도 웃기 시작했다.
다크엘프. 분명 강한 존재들이지만, 광폭화한 곰족들도 만만치 않았다. 백여 명의 다크엘프들보다 몇 배 많은 곰족들이 현재 이 수백여 척의 배에 포진해 있었다.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저들이 두려워해야 할 터.
백곰족은 외쳤다.
“다크엘프들은 살고 싶다면 거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도록! 나오면 우리의 손발이 너희의 목숨 줄을 찢어발길 테니까!”
그 순간 검은 액체 밖으로, 해안가로 달려오던 다크엘프들이 멈칫했다.
곰족들의 미소가 짙어지고, 병사들은 빠르게 다시 배로 올라섰다. 이제 거의 다 올라서서 수백여 척의 배가 바로 항해를 떠날 준비를 끝마쳐 갔다.
다크엘프들은 멈춘 채로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려 리오나성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그들의 대장, 다크엘프 타샤가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황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바보 아냐?”
곰족은 영악하다며?
그런데 영악한 놈들이 저런 말을 해?
“멍청한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린 타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음 지시를 내렸다. 바람이 그녀의 곁으로 머물며 해안가 전체가 울릴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를 퍼뜨렸다.
“뒤집어써라!”
그 순간, 곰족들이 멈칫했다.
쿠웅, 쿠웅. 쿵.
멈췄던 다크엘프들의 발이 거칠게 바닥을 두드렸다. 그리고 타샤의 바람이 그들을 스쳐 지나가며 죽은 마나가 솟구쳐 오르게 만들었다.
다크엘프의 온몸을 죽은 마나가 뒤덮었다. 그러나 새까맣게 흘러내리는 액체 사이로, 다크엘프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온몸에 힘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타샤는 미소를 그렸다.
구하기 힘든, 귀한 죽은 마나가 가득한 땅.
“아주, 아주 마음에 드는 전장이야.”
다크엘프가 날뛰기에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었다.
죽은 마나를 온몸에 두른 다크엘프들.
그녀는 다크엘프의 진정한 무서움을 모르는 존재들에게 미소를 그려 보였다.
배척당했으나 몰살당하지 않았던 이유.
그들은 누구도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존재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공격.”
정령과 죽은 마나를 둘러쓴 다크엘프들. 그들이 해안가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령의 힘에 죽기 싫으면, 죽은 마나에 중독되어 죽기 싫으면 적들은 도망쳐야 할 것이다.
“…이런.”
“저걸 뒤집어쓰고 달려들면 우리가 공격을 못 하잖아?”
곰족들이 주춤거렸다.
“빨리, 빨리 올라타!”
“서둘러!”
불굴 연합 기사들은 서둘러 얼마 안 남은 병사들을 태웠다. 선원들이 배 위를 빠르게 오가며 도망갈 준비를 했다.
병사들은 죽은 마나를 뒤집어쓰고 달려오는 이들이 악마처럼 보였다. 공포에 잠식된 병사들은 앞의 병사들을 밀며 서둘러 배에 올라타려 했다.
도망가면 살 수 있다.
전장을 지켜보던 발렌티노 왕세자와 카로 왕국 대장군도 저들의 공포를 알아챘다. 대장군과 눈이 마주친 발렌티노 왕세자가 외쳤다.
“모든 마법사들은 마법을 준비해라! 적들의 배를 공격하라!”
기사들을 보낼 비행 마법은 필요 없었다. 다크엘프들이 기사 이상으로 움직여 주었다.
저들이 해안가에서 곰족의 발을 묶어두며 배들을 공격할 동안.
이제 마법으로 최대한 적들의 발길을 묶거나 배들을 파괴시켜야 한다.
우우웅, 우웅.
발렌티노 왕세자는 성벽 아래의 작은 진동을 느끼며 케일의 곁으로 다가갔다.
염치없는 일이지만, 마법 공격에 마법사들이 집중할 동안 혹시 모를 공격을 대비해 방패를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중앙 첨탑 꼭대기 난간에 선 케일의 옆에 서며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사령관, 방패를 부탁해도 되겠나? 마법 공격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러네.”
발렌티노 왕세자도 고대의 힘을 쓰고 나면 피를 토하고 괴로워하며 요양하는 케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사령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면 방패와 함께 가장 먼저 들리는 정보였으니까.
발렌티노는 지금에서야 케일이 유독 창백해 보였다.
물론 케일은 지금 멀쩡했다. 그냥 피부가 하얀 것이지 창백한 것도 아니었다. 배가 조금 고플 뿐이었다.
-인간, 배고프나? 사과 파이 몰래 줄까?
케일은 라온의 말을 잠시 보류해 두고서 발렌티노를 쳐다봤다. 그 차분한 시선에 발렌티노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카로 왕국에 사는 신관들도 하지 않는 희생을 하는 로운 왕국 사람들이 고마웠다.
그때였다.
“방패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뭐?”
“힘들 것 같습니다.”
“아.”
발렌티노는 숨을 쉬었다.
‘많이 무리했나 보구나.’
그래, 사령관이 고대의 힘을 쓰다가 쓰러지면 안 되지.
케일 사령관은 버티고 있어야 한다. 병사들은 아직 은빛 방패를 잊지 않았고, 그 덕에 죽은 마나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있었다.
발렌티노는 미안함을 담아 말했다.
“미안하네. 내가 괜히 무리한 부탁을,”
“부숴야 해서 말입니다.”
“…뭐라고 했나?”
발렌티노는 케일의 입가에 머문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 미소에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다크엘프가 끝이 아니란 말인가?
뭔가 더 있다는 말인가?
“…사령관, 무엇을 할 예정인가?”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속했던 대로 잡아야지요.”
배를 잡는다.
어떻게?
그 의문을 발렌티노가 드러내기 전이었다.
파지직, 파직.
북측 첨탑 제국 측과 연결된 영상 통신구가 아닌, 연결 시도 중이던 다른 영상 통신구 하나.
남측 첨탑 로운 왕국과 연결된 영상 통신구가 이제야 연결이 되었다.
그 영상 통신구 화면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검은 로브로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
케일은 입을 열었다.
“메리.”
-네.
“시작해.”
-알겠습니다.
발렌티노는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발렌티노에게 웃으며 말했다.
“죽은 마나 아래서 가장 강한 존재는 네크로맨서죠.”
발렌티노는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적들은, 불굴 연합은 분명 카로 왕국을 망가뜨리기 위해 죽은 마나를 썼으리라.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반대였다.
우우우웅- 우웅-
발렌티노는 제 발밑을 내려다봤다.
아까 전부터 느껴지는 작은 진동.
마법 폭탄의 여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설마?’
그는 황급히 케일을 쳐다봤다.
그 순간이었다.
“허억!”
남측 첨탑 아래를 내려다보던 카로 왕국 측 기사와 전령을 맡은 병사들 몇몇이 기함을 토해냈다.
콰지직, 콰직.
검은 액체로 뒤덮인 성벽 아래가 꿈틀거리며 들썩였다.
남측 첨탑에 있던 어린 카로 왕국 병사의 눈에도 검은 로브로 둘러싸인 네크로맨서가 보였다.
그녀의 손을 덮고 있는 소매에서부터 검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빛을 따라 땅이 요동쳤다.
‘설마 로운 왕국 사람들이 심어둔 것이!’
그것이 네크로맨서를 위한 것인가?
병사는 숨을 들이마시며 성벽 아래 검은 늪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하얀 무언가가 검은 늪 사이로 기어올랐다.
맞다. 기어오른다는 표현이 맞았다.
땅이 갈라졌다. 아니, 하얀 것을 감싸고 있던 포대자루와 땅이 찢겨지며 하얀 것이 검은 늪 위를 움켜쥐었다.
뼈였다.
하얀 뼈.
수백, 아니, 수천 개의 뼈들이 땅에서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의 잔해 밑에 깔려 있던 뼈도 이를 뚫고서 나타났다.
“…이, 이럴 수가.”
발렌티노는 난간을 잡고서 성벽 아래, 정확히 말해 남측 첨탑 아래를 내려다봤다.
끼리릭, 끼리릭.
기어 올라온 수천 개의 뼈들이 이내 검은 거미줄에 얽히듯 움직이며 서서히 저들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클로페를 감시하는 동안, 메리가 감옥에서 매만졌던 뼛조각들.
그것들이 완성된 모습이 지금 그녀의 손끝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얀 뼈들은 검은 실을 따라 움직이며 하나둘 형체를 만들어갔다.
처음에 만들어진 것은 거대한 발과 발톱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만들어진 것은 몸통과 머리였으며.
마지막은.
날개였다.
거대한 날개.
그렇게 완성된, 거대한 날개를 가진 두 마리의 괴물.
발렌티노는 고개를 돌려 케일을 쳐다봤다.
저것은 헤니투스 영지를 습격했던 존재들이었다.
“…와이번!”
그는 제 대답에 케일이 미소로 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휘이이-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발렌티노는 고개를 들었다.
두 마리의 거대한 와이번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드래곤 슬레이어에 의해 폭발한 와이번들.
그들의 모든 잔해가 폭발로 사라지진 않았다. 단단한 뼈들은 일부 남아 있었다.
케일은 폭발한 와이번들의 뼈를 모았다.
‘아깝게 왜 버려?’
그리고 이를 모두 메리에게 넘겼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나타나려 했다.
“…사령관.”
그는 저를 쳐다보는 발렌티노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영상 통신구로 메리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강화합니다.
강화?
케일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도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강화라니?
하지만 곧 이어진 광경에 케일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쿠웅, 쿵!
와이번 두 마리의 앞발이 검은 늪을 짚었다.
새하얀 뼈는 검은 늪과 대비되어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는 곧 사라졌다.
-역시 우리 메리는 대단하다.
그러게. 대단한데.
검은 액체가 땅에서 사라져 갔다.
와이번 두 마리가 검은 액체, 죽은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와이번의 뼈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헤니투스 영지를 지켰던 그 검은 뼈의 드래곤처럼.
그들의 뼈도 까맣게 변해 마치 작은 용과 같아졌다.
이 광경을 멍하니 보던 발렌티노는 케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화는 필요없겠군.”
네크로맨서가 다 빨아들이고 있으니까.
메리는 더욱더 강해질 기회를 얻었다.
케일은 영상 통신구를 향해 말했다. 메리라면 분명히 알아들을 터.
“와라.”
오라니? 왕세자가 의아해하기 전 케일이 이어 말했다.
“최한, 가자.”
-네, 케일 님.
발렌티노는 검은 로브 뒤에서 성벽으로 뛰어오르는 소드 마스터를 볼 수 있었다.
‘설마?’
그는 번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이미 난간에 발을 올리고 있었다.
“사령관, 설마-”
그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중앙 첨탑 난간, 그곳에 검은 뼈의 와이번 한 마리가 날아와 머리를 숙였다.
케일 사령관은 와이번의 머리를 밟고 올라 등 위에 섰다. 와이번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저하.”
케일은 그 말과 함께 날아올랐다.
그의 곁으로 최한의 와이번이 다가왔다.
“케일 님.”
최한의 묘한 표정이 보였다.
케일은 바로 그 표정을 이해했다.
‘원 계획과 달라졌으니까.’
원래는 이 자리에 힐스만 부단장이 타야 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들을 공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기에 케일이 직접 올라타야 했다.
“최한, 지금부터 너는 나를 엄호한다. 나에게 오는 모든 마법이나 다른 공격을 막는다.”
최한은 대답 대신 케일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의 손에 바람이 맴돌고 있었다.
지금 다크엘프 타샤가 날리는 바람의 화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난폭한 힘이 그의 손에서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람의 소리.
그 힘이 케일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최한은 케일의 눈을 바라봤다.
케일이 그에게 말했다.
“그러면 나는 바다에 소용돌이를 내린다. 적들은 결코 도망치지 못한다. 알겠나?”
바다로 나가는 길목.
케일은 그 길을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최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 마리의 와이번이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와이번이 다른 와이번을 엄호하듯 앞에 섰다. 그 위에는 최한이 있었다.
케일은 그의 뒤에서 아래쪽에 펼쳐진 땅과 바다를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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