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0
219화.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귀찮아지겠네.’
케일은 손에 맴도는 바람의 소리를 내려다봤다.
고대의 힘을 하나 더 드러내면 엄청 귀찮아지겠지? 지금 방패로도 온 난리인데, 이것까지 내보이면 아주 그냥 온갖 곳에서 일을 시키려고 하지 않을까?
…사령관에서 끝날 수 있을까?
케일은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백수 라이프가 저 멀리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것 같았다.
지독하게 바쁘게 살아야 했던, 록수였을 적 삶이 떠올랐다. 팀장이 되기 전, 되고 난 후에도 얼마나 굴려졌던가. 매일매일 두통이 밀려오는 삶이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다른 방법이 없나?’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을 때, 투명화해 따라오는 라온의 목소리가 최한과 케일에게 들려왔다.
“약한 인간! 나도 한다! 나도 소용돌이하면 엄청날 거다! 다 구하자!”
엄청날 거다.
그 말이 케일의 귓가에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저번에 동북부 해상에서야 안개가 있어서 아군들의 눈을 대충 속일 수 있었다. 다른 일행이 한 짓으로 얼렁뚱땅 넘겼으니까.
“케일 님.”
“…어?”
케일은 앞을 쳐다봤다. 최한의 등이 보였다.
“혹시 힘을 더 드러내는 일로 고민 중이십니까?”
이야.
똑똑한데?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보면 다른 고대의 힘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으시길래요.”
“맞아. 네 생각이 정확하다.”
케일은 최한의 영리함에 감탄하며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흘러가듯이 덧붙였다.
“…무섭거든. 힘을 더 드러내는 게.”
더 이상 못 쉴까 봐 무서웠다.
백수라는 꿈의 직업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인간.”
“음?”
케일은 작은 앞발이 제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투명화해서 보이지 않는 작은 앞발이었다.
툭툭.
“걱정 마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조금 위대하니까!”
뭐래?
케일은 황당한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케일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사람, 케일의 앞을 지키고 선 최한은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였다.
무섭다니. 케일이 그런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과 라온 앞에서 케일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떠올라 말문이 막혀왔다. 아마도 우리 둘이 가장 강해서이리라.
그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저도 가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2월 말이 되어 한겨울의 찬바람은 아니었지만, 최한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여전히 한겨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 자식은 또 무슨 소리야? 내 백수 라이프를 네가 왜 지켜?
케일은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고대의 힘을 드러내기 싫으시면, 제가 최대한 배의 이동을 막아보겠습니다.”
“…다른 고대의 힘을 드러낼 생각이 없다만?”
“네?”
최한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바람의 소리가 아닌 은빛 선을 뿜어내는 케일의 왼손이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왼손에는 바람의 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최한은 웃고 있는 케일의 표정이 보였다.
“인간, 왜 또 그렇게 웃나!”
라온도 케일을 쳐다봤다. 두 마리의 와이번은 이제 불굴 연합 함대보다 조금 앞쪽 해상 위에서 멈춰 섰다.
케일은 두 힘을 함께 손에서 뿜어내며 생각한 바를 내뱉었다.
“남들 눈에는 하나로 보이면 되는 거 아냐?”
케일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멈춰 선 와이번 두 마리를 향한 적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갑판 위로 나오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그는 약간 맛이 간 놈, 클로페가 줄줄이 읊던 내용을 떠올렸다.
‘암의 붉은 별 중 두 명은 마법사입니다. 한 명은 노인이고, 한 명은 젊었습니다. 젊은 쪽은 조금 멍청하게 생겼는데 공격 마법만 잘한다고 하더군요.’
해상에 자리한 대형 선박들.
그 위에 마법진이 펼쳐지고 있었다.
불굴 연합 마법사들의 손길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마법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최한.”
“네.”
케일은 와이번의 목덜미 뼈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이끌었다. 최한을 지나쳐 앞으로 날아간 그가 입을 열었다.
“최고의 방어는 선공이다.”
그 순간, 케일은 공기의 파동을 느꼈다.
아래에서부터 치솟아 오르는 힘들.
“마법을 더 쏴라!”
“제1진 공격을 펼쳐라!”
마법사들의 마나가 하늘을 향했다.
“알겠습니다.”
채앵, 최한은 검을 뽑아 들었다.
“메리, 가자.”
최한이 검은 뼈에게 속삭이자 메리가 손을 움직였다.
최한의 몸이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의 검 끝에 피어오른 검은 오러.
콰아앙!
곧 마법과 오러가 부딪치며 굉음을 내었다.
“더 마법을 쏴!”
“계속 공격 단계를 높인다! 다가오지만 못하게 해!”
최한은 아래로, 망설임 없이 하강했다.
그의 검 끝에 부딪친 마법이 하나 터져 나갔다. 동시에 와이번은 몸을 틀었다.
콰아앙!
마법이 하나 터지자, 최한은 또 다른 마법을 마주했다. 고개를 들자 벌써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공격 마법들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마정석이 있던 배였다. 마정석 등급은 알 수 없으나, 이를 소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마법사들의 힘은 평소보다 강해진다.
하지만 최한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
죽지 않으면 상관없다.
끼이이이-
와이번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마치 최한에게 날아오는 마법을 막아내려는 듯 활짝 펼쳐진 날개. 최한은 메리의 마음을 느끼며 말했다.
“가자.”
헤니투스 영지 전투에서의 페어가 한 번 더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속 쏴라!”
“연속해서 마법진을 사용해!”
“틈을 주어선 안 된다! 뼈는 부서지기 마련이다!”
최한의 검 끝이 정확하게 적들에게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수십 개의 마법들로 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길어진 검은 오러에 마법들이 부딪쳤을 때.
최한은 멈칫했다.
콰아아아앙!
귓가를 두드리는 소리.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해수면이 뒤집히며 파도가 솟구쳐 올랐다.
그 사이로 바다를 가를 듯 해수면을 가르는 존재가 보였다.
거대한 은빛의 벽.
“…하, 하하.”
최한은 웃었다.
역시.
“역시, 이런 분이시지.”
북부 해안가로 향하는 배들 앞에 거대한 장벽이 생겼다.
리오나성을 감싸던 그 거대한 방패.
그 방패가 이제는 북부 바다에 내리꽂혔다.
“난간을 잡아! 키를 돌려! 파도를 피해!”
바다를 가른 방패로부터 거친 파도가 밀려왔다. 병사들은 저마나 난간을, 손에 잡히는 것을 부여잡았다.
배가 흔들렸다.
“갑자기 방패가 왜?”
“방패를 이런 용도로 쓸 수도 있는 건가?”
각 배에서 아우성이 쏟아졌다.
“미친. 방향을 틀어! 방패를 피해 움직인다!”
“뱃머리를 돌려라!”
“제기랄, 시간이 더 걸리게 생겼어!”
거대한 방패. 리오나성을 감싸던 그 방패를 피해 적의 함대는 뱃머리를 급히 돌리기 시작했다.
-최한아, 저 방패는 안 부서진다. 왜냐면 이 조금 위대한 라온 미르가 만든 실드를 부숴야 방패에 닿을 수 있으니까!
여섯 살 용의 목소리가 최한의 머릿속에 울렸다.
“하하하-”
최한은 이상하게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뱃머리를 돌리던 배들은 이내 또 다른 광경을 마주해야 했다.
“어? 해수면이 왜 이래?”
“뭐야, 이건!”
바다가 일렁인다.
바다 저 아래, 분명 케일과 라온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해수면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을 터.
바다 밑에서 휘몰아치는 수많은 소용돌이가 배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앞에는 방패가, 바로 발밑에는 소용돌이가 적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런 동료들이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가자.”
끼이이. 끼이이-
와이번의 날개가 다시 아래로 향했다. 와이번은 망설임 없이 첫 번째 대형 선박으로 내려꽂혔다. 하지만 와이번의 머리가 닿기도 전.
“실드! 실드를 펼쳐!”
검은 오러가 먼저 배 갑판을 향해 겨눠졌다.
가장 큰 마법진을 보유한 배. 바로 그 위였다.
‘아, 그리고 최한. 그 맛이 살짝 간 놈한테 들은 건데, 암에도 마법단이 있다더군. 북부는 기사의 나라잖아? 그러니 마법사가 가장 많은 곳이 아마 암일 거다.’
최한은 사냥감을 발견했다.
‘그리고 암의 붉은 별 나머지 두 명 중 한 놈도 마법사라던데. 그놈이 이번에 올지 모르니 조심하도록. 물론 드래곤 슬레이어보다는 약하다는 게 클로페 놈의 말이지만.’
‘맛이 간 놈의 말을 모두 믿을 순 없잖아?’
맞다.
믿을 수 없다.
적이었던 자는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최한은 자신과 메리를 믿었다.
그랬기에 검은 오러는 망설임 없이 가장 마법사가 많은 배, 그 배의 거대한 갑판 위로 떨어졌다.
“피해!”
“실드를 펼쳐라! 병사들은 모두 배 안으로 들어가!”
“공격진을 방어진으로 변경시키라!”
갑판 위는 아비규환이었다.
그때였다.
투욱.
최한은 고개를 드는 마법사가 한 명 보였다.
마법사의 후드가 벗겨져 얼굴이 드러났다.
어리숙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마법사의 삐쩍 마른 손가락이 까딱 움직인 순간.
‘저자구나!’
암의 붉은 별.
저놈이 틀림없다.
최한의 오러가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삐쩍 마른 마법사를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메리?”
와이번이 멈췄다. 그리고 그의 뒷덜미를 누가 잡았다.
“어?”
최한은 뒷덜미가 잡힌 채 위로 끌어 올려졌다. 최한이 탔던 와이번은 미친 듯이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 버렸다.
“클로페 이 새끼는 맛만 가고 도움이 안 돼!”
“…네?”
최한은 고개를 돌렸다.
힘이 달려 부들부들 떠는 팔로 자신을 낚아챈 케일이 보였다.
그리고 케일의 뒤.
“…케일 님!”
“알아! 제기랄!”
케일의 와이번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움직였다. 그 방향은 방패 쪽이었다.
최한이 있던 자리, 그 자리를 케일이 벗어난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큰 소리도 아니었다.
스치듯 작은 소리와 함께 지나간 존재.
그러나 최한은 뒷덜미가 서늘해져 왔다.
작은 벼락.
아주 작은 벼락이었다.
하지만.
최한이 긴장할 만한 무언가였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케일의 와이번에 걸쳐진 최한에게 라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 저, 저놈은 인간이 아니다!”
저놈.
최한은 고개를 숙였다.
“클로페 이 미친 새끼! 약하다고? 공격 마법만 할 줄 안다고?”
케일의 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보였다.
어리숙한 인상의 마법사.
그의 삐쩍 말라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위로 올라가 미소를 그렸다.
그 입모양이 보였다.
‘아쉽네.’
아쉽다고?
탁.
마법사의 손가락이 까딱였다. 그러자 실드가 배 위를 덮었다.
작은 벼락이 실드 위에 닿았다.
콰아아아앙!
작은 벼락은 뱃길을 막은 케일의 방패보다 더 큰 굉음을 내었다.
벼락은 실드에 닿자마자 수십 줄기의 거대한 벼락이 되어 실드 겉면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바다를 뒤흔들었다.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다! 약한 인간, 저 마법사 놈 우리 보라고 일부러 저러는 거다! 마법 없앨 수 있으면서, 굳이 실드 펼치면서 지금 까부는 거다!”
암의 마법사는 일부러 방어력과 공격력 모두를 보여주었다.
최한은 검을 움켜쥐었다.
그때, 우물쭈물하는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조금 강한 것 같다. 이상하다. 완전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냐?
“…익숙한 냄새가 난다.”
최한은 방향을 틀어 케일을 쳐다봤다. 입을 꾹 다문 그가 보였다.
케일은 고개를 숙인 채로 마법사를 응시했다.
대형 선박 위에 자리한 불굴 연합 조타수들은 뱃길이 막혀 어떻게든 방패가 아닌 다른 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는 케일과 라온의 소용돌이로 인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떠나, 케일은 마법사의 입모양이 보였다.
“저 새끼 지금 뭐라냐?”
그는 곧 최한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로드의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로드.
그 단어로 떠오르는 건 드래곤 로드뿐이었다. 여기 드래곤 로드 냄새가 날 리 없지만, 일단 용은 있다.
케일은 라온에게 물었다.
“저거 용이냐?”
라온의 놀란 목소리가 곧 들려왔다.
“오! 약한 인간! 맞다!”
용이라고?
순간 케일은 심장이 철렁했다.
암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하얀 별인가 그 우두머리를 보좌하는 붉은 별이 용이라고? 그 자존심 높은 용이 누굴 모신다고?
왜?
유희를 하다가 맛이 갔나?
에르하벤 불러와?
곧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와 함께 라온의 명쾌한 답이 내려졌다.
“저거 인간이랑 용 냄새랑 섞였다! 혼혈이다!”
제기랄.
하긴 영웅의 탄생 최한 일행의 적수로 이 정도는 나와야 말이 되었다.
‘케일 님, 그 어리숙한 마법사는 공격 마법도 노인 마법사보다 약하다고 합니다. 분명 우리 로운 왕국과 파에른 왕국 연합이 이길 겁니다. 케일 님 앞길을 막을 존재는 없을 겁니다.’
클로페 이 새끼.
정신 나간 놈이 해맑게 하는 말을 믿은 내 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