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4
223화.
눈물범벅으로 달려오는 왕세자. 그 얼굴을 본 순간, 케일은 뒷걸음질을 치고 싶었다.
메리에 의해 정화된, 죽은 마나가 없는 일부의 땅을 밟으며 달려온 왕세자 발렌티노.
“사령관!”
그는 케일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야.
케일은 왕세자 어깨 너머 저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하필 왕세자 어깨 너머는 리오나성이었다.
리오나성의 세 첨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거대한 성벽, 그 성벽 위의 병사와 기사, 마법사.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뿔싸.
케일의 감정은 그것뿐이었다.
그때, 케일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님, 배로 도망가지 못한 곰족들은 모두 죽은 마나로 가뒀습니다.”
다크엘프 타샤, 그녀의 목소리였다. 케일은 그녀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냉큼 왕세자의 손에서 빠져나온 케일은 그녀를 향해 뒤돌아섰다.
타샤는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녀는 아직 죽은 마나 범벅이었다.
“아, 사령관님. 죄송합니다. 죽은 마나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
“안 닿으면 되잖아?”
타샤는 제 바로 앞까지 다가온 케일을 보며 미소를 그렸다.
“맞습니다. 닿지 않으면 사령관님도 안전하시죠.”
케일은 타샤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저 멀리 해안가.
“이, 이놈들이!”
“이런 비겁한!”
도망가지 못한 곰족들과 부상당한 곰족들을 빙 둘러싼 다크엘프들이 보였다. 죽은 마나가 바람에 담겨 마치 파도처럼 곰족을 원형으로 감싼 채 일렁이고 있었다.
“한곳으로 모느라 힘들었겠어.”
케일은 쓰러진 곰족들의 중심이 보였다. 3m에 달하던 거대한 백곰 수인. 그 수인이 광폭화가 풀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몸은 온갖 상처가 가득했다. 그 상처는 바람이 만든 상처였다.
“저 백곰족도 잡느라 고생했겠고.”
타샤는 제 어깨를 쳐다보는 케일의 시선에 씨익 웃어 보였다. 그녀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보였다. 죽은 마나 액체와 붉은 피가 뒤섞여 흘러내렸다.
자연계의 존재란 증거. 죽은 마나를 지녔지만 결국은 자연의 일부라는 증거. 그 증거가 바로 붉은 피였다.
타샤는 한 손으로 반대편 어깨를 지혈하며 입을 열었다.
“다크엘프 피 색 처음 보시죠?”
“피 색이 거기서 거기지.”
무뚝뚝한 대답에 타샤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케일은 다쳐놓고 점점 환하게 웃는 타샤가 조금 이상해 보여 대충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건넸다.
“포션은 안 먹힐 테고, 지혈하는 데 써.”
“네, 감사합니다.”
타샤는 제 품으로 던져지는 손수건을 잡아 들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마저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타샤는 케일의 뒤에서 다가오는 이를 보았다. 왕세자 발렌티노였다.
그녀를 포함한 다크엘프들이 사는 지하 도시, 죽음의 땅.
그 죽음의 땅을 지닌 카로 왕국을 다스릴지도 모를 사람.
그녀는 케일이 뒤에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쭈뼛거리는 발렌티노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죽은 마나가 두려워, 그리고 다크엘프가 낯설어 다가오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 그게 지금껏 다크엘프가 받은 취급이었고, 어쩌면 죽은 마나를 뒤집어쓴 그녀가 평생 겪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타샤는 이번엔 다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최고였네. 나중에 대화를 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죽은 마나는 조금 무서워서 말이야.”
어색한 표정으로,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발렌티노의 모습이 타샤의 눈에 담겼다.
무섭지만 최고다. 그리고 나중에 보자.
타샤는 솔직한 말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뒤로하고 뒤돌아섰다. 바람이 그녀의 발끝에 맴돌았고, 그녀의 몸이 빠르게 해안가, 아직 뒤처리가 남은 곰족들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저에게 길을 터주는 기사들이 보였다. 검 끝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길을 터준다. 그 사실이 타샤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만들었다.
반면에, 케일의 입가는 잘게 떨렸다.
“사령관.”
덥석. 다시 한번 발렌티노가 케일의 두 손을 잡았다. 케일은 슬쩍 그 손을 쳐내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저하, 해상에 아직 적들이 남아 있고 아직 처리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또, 정화가 부족한 땅들도 있으니,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손 좀 놓고, 나 좀 놔달라.
케일의 의사 표현이었다.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중앙 첨탑 아래에 있던 중앙 성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더니 죽은 마나가 사라진 길을 조심조심 밟으며 마법사들이 나왔다. 카로 왕국의 마법사들이었다. 몇몇은 비행 마법을 통해 이미 해상으로 나가고 있었다.
“걱정 말게. 내 이런 일까지 사령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생각이야! 북부로 이동시켜 놨던 왕국 배들이 여기로 올 걸세. 그리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남은 잔당들을 잡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발렌티노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비록 아직 죽은 마나는 자네에게 부탁을 해야 될 것 같지만.”
그는 대신관이나 빛 속성 교단에게 일을 맡기기 싫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더불어 발렌티노는 지금 교단에 대한 극심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분노 대신 다른 것을 담아 케일을 쳐다봤다.
“이리, 이리 걱정을 많이 해주지 않아도 되네. 이제 마음 편히 해도 될 것 같네. 자네의 부서지지 않는 방패 덕에 우리가 살았지 않은가?”
미치겠다.
케일은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저 눈물 젖은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 왕세자 발렌티노의 얼굴을 저 멀리 치워 버리고 싶었다.
차라리 로운의 왕세자 알베르가 나았다. 이건 뭐 진심으로 감동해서 쳐다보니, 케일은 오글거리고 떨떠름해져 왔다.
“그러니 이제 산 자들이 자네의 짐을 덜어줘야겠지.”
…강적이다. 발렌티노 왕세자는 강적이다.
케일은 진심으로 발렌티노 왕세자가 강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간신히 찡그려지려는 얼굴을 막아냈다. 무표정. 그가 간신히 유지할 수 있는 최대의 표정이었다.
발렌티노는 그 담담한 표정에 입을 꾹 다물었다. 사령관의 표정이 아직 방심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가 저 뒤 리오나성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전쟁의 뒤처리가 남았음을 깨달았다.
그래, 아직 불굴 연합은 항복하지 않았다.
종전은 오지 않았다.
꽈악.
케일을 잡은 발렌티노 왕세자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약한 인간! 저 왕세자가 손 아프게 잡나? 왜 표정이 안 좋나? 손잡는 것도 이제 아프나? …너무 약하다. 걱정스럽다. 금 용 할배한테 영약을 구해달라고 해야겠다.
아니야.
둘 다 아니야.
어린 용의 모습도, 왕세자의 모습도 모두 거부하고 뛰쳐나가 버리고 싶은 케일이었다. 하지만 곧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열린 리오나 중앙 성문.
그곳이 아닌 북측 첨탑 아래 성문이 열렸다.
그 성문 밖으로 한 사람이 기사와 마법사들을 대동하고서 빠르지만 가벼운 걸음으로 나오고 있었다.
또 다른 소드 마스터이자, 모고르 제국의 공작인 후텐. 그가 감격에 겨운 듯, 기쁜 듯 진중한 얼굴에 밝은 기운을 담고서 성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케일은 발렌티노 왕세자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리고 후텐 공작에게 움직이는 자신의 입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쓰며 입을 열었다.
“저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무언가? 자네의 말이라면 내 두 귀가 열려 있네.”
발렌티노는 사뭇 밝게 말했지만 이어진 말에 멈칫했다.
“죽은 마나 폭탄. 그걸 만든 곳을 아십니까?”
케일은 왕세자 어깨 너머 소드 마스터 후텐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웃는 그를 보며 케일도 눈인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입은 후텐 공작을 향한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다만 다른 말을 건넸다.
“가끔 적은 내 등 뒤에서 웃고 있죠.”
내 등 뒤?
발렌티노 왕세자는 등 뒤가 서늘해져 왔다. 그 순간, 그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케일 사령관!”
왕세자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웃으며 다가오는 후텐 공작이 보였다. 발렌티노는 다시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웃지 않는 케일 헤니투스가 보였다.
“…나중에 내가 좋은 만찬을 대접하도록 하지.”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언제든 기다리겠습니다.”
담담하게 답하는 케일을 발렌티노는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왕세자는 케일의 입가에 묻은 피가 보였다. 그리고 물에 홀딱 젖은 그의 제복이 보였다.
“그럼 저는 이만 제 진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왕세자는 고개를 숙이곤 남쪽 첨탑으로 걸어가는 케일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보았다. 케일의 뒤를 최한과 힐스만이 따랐고 와이번 두 마리는 다시 날아올라 남측 첨탑으로 향했다.
“사령관! 아주 대단했네! 그런 광경은 내 처음 보았어!”
그러나 케일은 후텐 공작과 마주쳐야 했다. 후텐 공작은 소드 마스터의 진중함을 벗어던지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네크로맨서의 힘은 전율 그 자체였어. 소드 마스터도 그렇고. 자네의 방패도 놀라웠어. 자네 덕분에 우리 모두가 살았네. 정말 고맙네.”
공작은 작위에 신경 쓰지 않고 케일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왕세자에 이어 공작까지 보이는 그런 모습은 새삼 훈훈해 보였다.
하지만 케일의 생각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고?
“그런데 아까, 적의 보라색 구가 어떤 벼락을 맞아서 터지는 것 같던데. 그것도 자네 측의 힘이었나?”
이렇게 우리의 힘을 탐색하려고 드니까.
훈훈은 얼어 죽을. 음습함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케일은 발렌티노 같은 사람보다 이쪽이 더 편했다. 케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글쎄요. 저는 제국에서 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까?”
“어? 우리 제국? 아니다만.”
“설마 또 다른 존재가 있었던 겁니까?”
케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글쎄.”
“그렇군요.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저는 공작님께서 검을 쓰지 않으시고 지휘에만 총력을 기울이시길래 마법으로 그런 대형 벼락을 준비하신 건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후텐 공작의 표정이 묘해졌다.
지금 검을 들고 싸우지 않았다고 비꼬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케일의 얼굴이 진심으로 심각해 보였다. 대답하려던 후텐 공작의 움직임이 곧 이어진 케일의 말에 멈췄다.
“솔직히 죽은 마나도 의심스럽습니다. 불굴 연합이 어떻게 죽은 마나로 폭탄을 만들었을까요? 그쪽은 기사의 나라라서 마법이나 다른 기술이 부족할 텐데. 이에 대한 조사를 해야겠습니다.”
후텐 공작과 케일의 주위에 있던 카로 왕국 기사와 마법사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충분히 조사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 이상 사람이 다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이어진 케일의 말에 기사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케일은 아무 말이 없는 후텐 공작을 바라봤다. 후텐 공작은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그리며 곧바로 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그 조사에 우리 제국도 힘쓰겠네. 그런 위험한 물건의 정체는 파헤쳐져야지.”
“역시 제국의 영웅이신 공작님의 생각은 저와 같군요.”
물론 곧 제국의 영웅이 아니라 대륙의 역적이 되겠지만.
케일은 뻔뻔한 후텐 공작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는 그와의 대화를 끝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뒤처리는 우리 제국이 힘을 더 쏟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뒤처리는 무슨
증거가 될 만한 걸 없애나, 안 없애나 그걸 관찰해야 할 판이었다.
물론 다크엘프 타샤가 있었다. 케일은 그녀를 믿으며 남측 첨탑으로 향했다. 그가 남측 성문 앞에 도착했을 때, 성문이 천천히 열렸다.
남측 성문을 여는 이들은 카로 왕국 병사들이었다. 남측 성벽에 몇 없던 카로 왕국 측 전령 병사들. 그중 어린 병사는 창대를 허리춤에 꽂은 채 두 손으로 성문을 힘껏 열었다.
무거운 성문은 천천히 열렸다.
끼이이이익-
어린 병사는 서서히 열리는 성문 틈새로 한 사람이 보였다.
피와 물로 형편없는 모습의 사령관.
그리고 그 사령관 뒤에서, 마찬가지로 형편없는 모습의 소드 마스터와 부단장 힐스만이 보였다.
어린 병사는 그 모습을 보며 있는 힘껏 성문을 열었다. 어찌나 힘껏 문을 여는지 병사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떨림에는 살아서 이 문을 열 수 있음에 대한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끼이이이- 쾅!
마침내 남측 성문이 활짝 열렸다.
병사는 성문 안으로 들어서는 케일을 보았다.
이곳에서 본인이 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전쟁을,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만들어낸 사람.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 어린 병사는 흠칫 어깨를 움찔했다. 그는 제 손을 쳐다보는 사령관의 눈빛에 얼른 떨리는 두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사령관의 목소리가 남측 첨탑에 울려 퍼졌다.
“다 같이 살아남았으니, 술이라도 한잔하지.”
어린 병사는 케일이 전쟁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늘 다 같이 살아남고, 술이라도 한잔하지.’
병사는 케일과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다.
“물론 나이가 안 되면, 주스를 마셔야겠지만.”
아.
병사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스로도 이상하다 생각될 표정이 되어갔다.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
하지만 어린 병사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병사는 주먹을 꽉 쥐며 멀어지는 사령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와아아아-
으아아-
다른 첨탑 쪽에서 병사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왕세자가 전투의 끝을 알렸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남측 첨탑은 고요했다.
살아남은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이들의 겉모습은 고요했지만, 그들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거세게 박동하고 있었다.
반면 케일은 조용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인간! 우리 스테이크 먹나? 뭐 먹나?
하지만 케일은 슬쩍 제 배 위를 어루만지며 그 시끄러움을 즐겼다. 카로 왕국의 맛있는 음식들을 있는 대로 다 먹으리라.
많은 문제가 산재하고 있었지만, 케일의 입꼬리는 스멀스멀 올라갔다.
그때였다.
-희생하려는 건가?
시끄럽던 머릿속. 라온의 목소리 외의 존재가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희생하려는 건가?
짱돌이었다.
-희생하려는 건가?
-희생하려는 건가?
왜 이래? 고장 났어?
케일은 걸음을 멈췄다. 계속해서 짱돌이 ‘희생하려는 건가?’를 내뱉었다. 왜 이래?
…무섭잖아.
케일은 스테이크고 와인이고 간에 다 잊어버렸다. 대신 서늘함이 그를 덮쳐왔다.
그때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인간! 짱돌 저택에서 통신이 왔다! 신관 케이지가 연락했다!
…미친 신관 케이지? 짱돌 저택?
죽음의 신 교단에서 파문된 미친 신관. 그녀가 갑자기 왜 연락을 했을까?
그녀는 지금 반쪽짜리 성자 잭과 소드 마스터 하나와 함께 짱돌 저택에서 쉬고 있을 텐데?
-아! 통신이 끊어졌다! 메시지가 남겨졌다!
영상통신은 빠르게 끊겼다. 라온은 케이지가 영상 통신구에 남긴 메시지를 읽었다.
-공자님. 지하 공동에 있는 돌기둥이 흔들립니다. 부서지려는 것 같은데요? 이거 부서져도 괜찮나요? 전쟁 중인 것 같아서 통신은 끊고 메시지로 남깁니다. 힘내세요. 죽음의 신께 기도 중입니다. 공자님 다치면 태양신 교단으로 갈아탄다고요. 수고하세요.
미친 신관 케이지 그녀다운 느긋하고 담담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케일의 표정은 서서히 구겨져 갔다.
짱돌 저택에 있는 돌기둥.
그건 무서운 짱돌 주인이 봉인해 둔 통로가 있는 장소였다. 동대륙의 몬스터가 넘어오던 통로. 그 통로를 막고 있는 돌기둥.
-희생하려는 건가?
이런 짱돌 같으니라고!
라온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한 인간, 우리 집에 가나? 다 볼 수 있나? 나 다 보고 싶다!
케일은 그냥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암흑이었다.
그냥 눈앞이 깜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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