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9
238화.
다 부숴라.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늘 케일의 곁에 있던 이들이었다.
“최한!”
로잘린이 최한을 불렀다. 동시에 그녀의 손은 최상급 마정석을 하나 움켜쥐었고.
최한은 벼랑을 향해 뛰었다.
우우우웅-
마나의 파동이 그녀 주위에 일어났다. 로잘린의 다른 손이 바쁘게 마법 캐스팅을 펼쳤다. 총 다섯 번의 동작.
그 동작의 끝.
타닥, 타닥, 탁!
최한의 발이 땅을 박찼다.
로잘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의 최한 일행 중 가장 냉철한 성격을 지닌 여인. 그녀는 다른 의미에서 겁이 없었고 두려움이 없었다.
왕위를 버릴 만큼 겁이 없었고, 마탑주를 꿈꿀 만큼 한계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냉철하다고 해서 차분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적들을 향했다.
“다 죽었어.”
그녀의 손은 최한에게로 향했다.
촤아악. 최한의 몸을 바람이 감쌌다.
비행 마법.
최한을 올려보낸 로잘린은 곧바로 다음 행동을 펼쳤다.
“마법병단 1, 2, 3대대는 당장 최대 공격 마법진을 준비한다!”
그녀는 제 주위로 다가오는 로운과 브렉 각 병단의 단장에게 최상급 마정석을 던졌다. 그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단장들은 최상급 마정석을 황급히 받아 챙겼다.
“그리고 4대대는 속도 상승 마법진을 펼쳐 아군을 후방으로 보낸다!”
또 하나의 최상급 마정석이 4대대 단장에게 던져졌다. 그런 그녀에게로, 궁정 수석 마법사의 수제자 에크러스 백작이 다가왔다.
그는 마법병단 3대대의 부단장이었다.
“사령관님, 비행 마법은요?”
호족과 고래족, 그리고 케일 쪽의 강자들.
당장 하늘 위로 날아오른 곰족들과 싸울 강자들을 올려 보낼 비행 마법이 필요했다. 타인을 하늘에서 날게 하는 일. 그건 쉬운 마법이 아니었다. 중급 마법사 이상이어야 가능했다.
“내가 한다.”
“네?”
로잘린은 에크러스 백작을 보지 않고 벌써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로 충분해. 부단장은 3대대로 돌아가도록.”
에크러스 백작은 멈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나, 둘, 셋. 로잘린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마나가 얇은 실선이 되어 그녀를 휘감기 시작했다.
아니, 파도처럼 그녀의 주위를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에크러스, 로잘린 왕녀님은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면 안 된다. 왕녀님은 왕위를 버린 이유가 있어.’
에크러스는 브렉 왕국 수석 궁정 마법사인 스승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운과 브렉의 마법사들이 합쳐져 한 대대의 숫자는 상당했다.
에크러스는 이렇게 많은 전투 마법사들이 모인 광경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니, 이렇게 마법사들이 모인 광경도 보지 못했다.
왜냐면 지금은 마탑이 없으니까.
마탑.
그곳이라면 언제든 마법사들이 수백 명은 모여들 터. 하지만 현재 마탑은 무너졌다.
에크러스는 로잘린의 등을 바라봤다.
수많은 붉은 마나 실선으로 더 이상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 로잘린.
마법병단을 이끄는 그녀는 머리색만큼 정열적이고 파괴적으로 보였다.
‘에크러스. 나는 로잘린 왕녀님, 아니, 마법사 로잘린의 미래가 기대돼.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잘 보고 배우거라.’
스승님.
스승님이 본 미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에크러스 백작은 로잘린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는 바삐 자신의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로잘린은 제 곁에 서는 이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걱정 마세요, 공자.”
그녀는 케일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마정석 값은 제대로 다 값을 치러줄 테니까요.”
“대량 구매하면 할인됩니다.”
실없는 소리에 로잘린은 웃으며 눈을 감았다가 잠시 뒤에 뜨며 외쳤다. 동시에 그녀의 주위를 넘실대던 붉은 실선들이 한곳을 향해 쏘아졌다.
“이동하세요!”
그 말에 호족들이 반응했다.
거대한 덩치의 이들이 움직이는 발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사이를 주술사 가샨의 목소리가 뚫고 나왔다.
“바람이여, 검은 날개를 불러주소서!”
푸욱.
가샨의 지팡이가 땅에 박혔다. 그 순간 저 멀리 울음소리가 몰려왔다.
까아악, 까악, 까아악.
시꺼먼 무리.
밝아오는 새벽을 등지고서 검은 무리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한 방향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방향에서부터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까마귀들이 뭉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로잘린과 가샨의 눈이 마주쳤다.
가샨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네 덕에 날아오른 호랑이들의 땅이 되어줄 존재들이지.”
호족의 걸음걸음마다 검은 날개가 잠시 디딜 땅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눈을 가릴 존재들이고.”
또한 까마귀들은 하늘을 오가며 적들의 눈을 가릴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호족과 최한의 검이 나타나리라.
“좋은데요? 맘에 들어요.”
로잘린은 가볍게 응수하며 눈을 감고 두 손을 펼쳤다. 사라락. 최상급 마정석이 공중에 떠올랐고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붉은 마나 실선들이 호랑이들의 몸을 휘감았다.
로잘린의 붉은 머리칼은 떠오르는 태양처럼 붉은빛에 휘감긴 채 물결쳤다.
쿵. 쿵. 쿵. 쿵.
호족의 발이 땅을 거세게 박찼다.
붉은 실선들은 호족들을 하늘로 올려보냈다. 뚜욱. 로잘린과 이어진 붉은 마나 실선들은 끊어졌지만 연결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붉은 실선들은 호족을 감싸며 점점 투명해지더니 바람이 되었다.
“크흐흐, 곰족 놈들을 또 보는구먼!”
호족들은 흩어졌다. 그들은 저마다 수십 명의 곰족들을 마주해야 했다. 일대다. 하지만 호족들은 흥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놈들이 우리 불곰족을 죽인 호족들이구나!”
호족은 저를 보며 이를 드러내는 불곰족 수인을 비웃었다.
“지들끼리 싸우다가 죽어놓고선 왜 내 탓이야.”
투욱. 호족은 제 발 밑에 까마귀들이 다가와 몸을 지지대로 내어주는 것을 느꼈다.
저 아래, 우두머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처럼 달려라!”
가샨의 명령.
호랑이들이 가장 강할 수 있는 장소, 산. 그곳처럼 날뛰어라.
호족은 입맛을 다셨다.
그의 발이 까마귀, 검은 땅을 살짝 박찼다. 호족의 하얀 도복이 바람에 휘날렸다.
“혼자서 우리 수십을 당할 수 있겠어?”
곰족은 날개를 움직이며 저를 향해 다가오는 호족에게 달려들었다. 호족은 웃었다.
“거추장스러운 거 달고 다니는 놈이 산의 호랑이를 어찌 이기겠느냐.”
검은 땅과 투명한 바람을 품에 안은 호랑이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움직임이 불편한 날개를 달고서 달려드는 곰족들을 뛰어넘었다.
마치 지진으로 요동치는 땅처럼. 그는 움직였다.
그리고 저를 향해 말을 걸던 곰족의 뒤에 자리했다.
호족의 손이 움직이며 가짜 날개를 움켜잡았다.
“이, 익!”
곰족이 발버둥 쳤지만 날개가 잡힌 몸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수십의 곰족들이 그 호족에게로 달려들었다.
동서남북, 그리고 머리 위.
누가 보아도 호족은 피할 곳이 없었다.
“넌 어디로도 못 가! 결국 죽을 거다! 으하하하!”
날개가 잡힌 곰족이 웃음이 터뜨렸다.
“곰족 새끼들은 말이 많아.”
“뭐?”
곰족은 고개를 돌렸다. 달려드는 수십의 곰족들이 보이건만, 호족은 웃고 있었다. 뒤가 잡힌 곰족은 등이 서늘해져 왔다.
호족은 산뜻하게 말했다.
“산이잖아, 산. 산은 평지가 없어.”
산뜻하게 짓는 미소는 송곳니가 드러나 흉폭해 보였다.
“산은 위 아니면 아래지.”
설마?
곰족의 눈동자가 커진 순간.
호족은 검은 땅을 박찼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졌다.
죽음의 협곡.
그 어둠만이 보이는 곳으로, 호족은 곰족 하나를 쥐고서 떨어져 내렸다.
“이 미친!”
곰족은 제 뺨을 스치는 바람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등 뒤 호랑이의 웃음소리에 두려움을 느꼈다.
호족은 거대한 날개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끼이익, 콰직!
날개를 뜯었다. 부쉈다. 떨어지면서도 호족은 끊임없이 날개를 부서뜨렸다.
곰족은 저보다 먼저 아래로 던져지는 날개의 잔해가 보였다.
뼛조각, 철. 순서대로 하나씩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마정석은 챙겨야지.”
마정석은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곰족은 제 뒷목을 움켜쥐는 손을 느꼈다.
“잘 가라.”
“…커헉!”
곰족은 숨이 막혀왔다. 거대한 날개로 몸이 둔해져 무엇도 할 수 없었던 곰족. 광폭화한 몸의 목덜미가 호랑이의 손에 쥐어졌다.
“커억, 컥!”
비명과 함께 곰족의 몸이 축 늘어졌다. 정신을 잃은 것이리라. 호족은 잡고 있던 목을 그대로 손에서 놓았다.
곰족은 떨어졌다.
하지만 호족은 위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탁.
그의 발에 까마귀들이 몸을 내주었다.
호족은 고개를 들었다. 저를 쳐다보는 곰족들의 눈빛이 보였다.
호족은 그들을 향해 미소를 그렸다.
“자, 올라가자.”
호족은 마치 산골짜기를 타듯 뒷짐을 진 채로 검은 땅을 밟고서 하늘로, 적들을 향해 올라갔다. 그 모습은 거침이 없었으며, 또한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는 광폭화한 곰족들의 눈동자에 작게 어린 두려움을 보았다.
“이래서 곰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머리가 좋으면 뭐 해. 쪽수만 믿고 겁은 많잖아.”
하얀 도복의 넓은 소맷자락이 펄럭였다. 바람을 느끼며 호족은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이는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모든 호족들은 곰족들에게 산을 지배하는 자들의 공포를 거침없이 알려주며 하늘을 노닐기 시작했다.
로잘린은 눈을 떴다.
투명한 바람을 호족들에게 무사히 안겨다 준 그녀.
로잘린의 두 눈동자는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한곳을 향했다.
쿠웅, 쿵, 쿵,
맞은편. 아직 하늘로 비상하지 않은, 날개를 매단 곰족들이 이제는 방향을 바꿔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공중이 아닌 그녀가 있는 곳, 브렉 왕국 진영을 향해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우우우웅-
로잘린은 달려드는 삼백여 명가량의 곰족들 뒤에 있는 거대한 원통 장치를 바라봤다. 가동 소리와 함께 마법 폭탄들이 담긴 원통에 조금씩 빛이 맴돌고 있었다.
그 원통 옆에 날개를 매단 드워프들이 방어진을 펼쳤고, 적의 마법사들이 모여들었다.
로잘린은 다시금 미소를 머금었다.
쿠웅-!
일시에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수백여 명의 곰족들이 그녀 쪽으로 달려들었다. 호족과 까마귀를 피해, 마법병단을 부수기 위해.
로잘린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셋!”
그녀가 딛고 있는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법병단 마법사들의 로브가 펄럭이고, 최상급 마정석을 중심에 두고 빙 둘러선 마법사들이 그녀처럼 앞으로 두 손을 내밀었다.
마나가 일렁였다.
로잘린은 저 날아오는 곰족들의 날개를 부러뜨릴 마법을 준비했다.
‘…반!’
저 나는 놈들의 반은 협곡에서 죽인다.
“둘!”
그리고 호족을 피해 마법을 펼쳐야 한다.
로잘린은 고개를 돌렸다. 주술사 가샨과 눈이 마주쳤다.
까악. 까악.
까마귀들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격 마법이 지나갈 길이 하나둘 만들어졌다.
1, 2, 3대대, 그리고 로잘린. 네 개의 마법을 위한 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로 협곡을 건너 날아오는 곰족들이 보였다.
‘일단 곰족들부터 공격하고 연달아 저 원통을 멈추거나 공격해야 돼.’
몸에 무리가 가겠지만 로잘린은 대규모 공격 마법을 연달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최상급 마정석도 많으니, 일단 무리해서라도 저 마법 폭탄들이 담긴 원통을 막아야 했다.
즉 가동을 멈추거나, 아니면 차악으로 적군 진영에서 터뜨려야 한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크기면 맞은편에서 터져도 큰일이야.’
절벽 맞은편에서 원통이 터져도 마법 폭탄의 여파는 브렉 왕국 진영까지 올 터. 그러나 브렉 왕국에서 터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나.
그 숫자를 뱉는 순간,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하-”
“로잘린 씨.”
그때, 그녀는 저를 막아서는 부름을 들었다. 케일의 얼굴이 보이고, 동시에 케일 등 뒤로 움직이는 이들이 보였다.
타닥, 타닥.
한 여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다를 담은 푸른 머리칼이 공중에 흩날렸다.
동시에 거대한 물채찍이 공중을 가로질렀다.
촤르르르륵.
“어?”
“피해! 고래족이다!”
곰족들이 황급히 채찍을 피했다. 하지만 채찍은 곰족이 목표가 아니었다.
마치 벼락과도 같은 채찍은 협곡 건너편까지 뻗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절벽 건너편 땅이 움푹 파였다. 물채찍이 그 자리에 내리꽂혔다.
하지만 채찍은 곧 사라졌다. 대신 채찍을 팔에 휘감은 여인이 채찍의 반동으로 그 자리에 내려섰다.
적진에 가장 먼저 내려선 존재, 위티라.
그녀는 채찍을 다시 집고는 양손으로 물채찍을 갈랐다.
촤르르륵.
채찍은 손쉽게 두 갈래로 갈렸다. 위티라의 양손에 물채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로잘린은 그 광경을 보면서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
마지막 신호가 그녀의 입밖으로 나오기 전, 곰족들의 목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제기랄! 반은 고래를 쫓아가! 반은 그대로 간다!”
“서둘러!”
곰족 수인들을 이끄는 이들이 속도를 내어 브렉 왕국 진영으로 날아들었다. 수백의 날개가 동시에 화살처럼 날아드는 광경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로잘린 씨.”
하지만 로잘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자꾸 저를 막아서며 부르는 케일을 바라봤다.
브렉 진영과 곰족이 몇십 미터 남지 않았을 때.
브렉 왕국 측 사람들의 몸이 움츠러들었을 때.
동시에 로운 왕국 측 사람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을 때.
그 시선을 받은 한 사람, 케일의 손에서 은빛 선이 뻗어져 나왔다. 동시에 굉음이 협곡 사이를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앙!
은빛 방패가 펼쳐지며 곰족들과 부딪쳤다.
“크윽.”
케일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로잘린은 저를 막아서는 케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콰앙! 쾅! 콰앙!
곰족의 날개와 케일의 방패가 계속해서 부딪쳤다.
로잘린은 입을 열었다.
“…공자, 라온도 없잖아요.”
케일의 은빛 방패를 늘 감싸던 힘. 로잘린은 라온의 실드를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것도 없이 홀로 방패를 펼친 케일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
“공격 마법으로 곰족을 막고, 그다음에 저 원통 가동도 막으면 돼요! 고래족도, 호족도 있으니까 가능할 거예요!”
그 순간, 로잘린은 케일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괴롭다는 듯 찡그렸지만 동시에 짜증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로잘린 씨, 짧게 말합니다.”
쿨럭. 케일의 입에서 다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럴수록 케일의 안색이 좋아져 갔으나, 피로 인해 남들은 그런 안색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고래족은 원통 장치를 안 막습니다. 호족도요.”
“그게 무슨-”
원통을 안 막는다니? 마법 폭탄을 안 막는다고?
“마법병단과 로잘린 씨는 반은 저 원통을 공격하고, 동시에 반은 실드와 도망갈 마법을 준비합니다.”
“…폭탄이 터질 텐데요? 수십 개의 폭탄이 터질 거예요!”
지금도 곰족이 은빛 방패에 부딪치는 와중이었다. 로잘린은 저를 보는 케일의 담담한 눈빛에 빠르게 말을 쏟아내었다.
공격을 위해 대기 중인 마법사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폭탄이 터지면 분명 다리가 생길 거예요! 무너진 바위들을 밟고 보병들이, 적들이 넘어올 겁니다. 적의 숫자가 많아서 우리 피해도 클 거예요!”
“적은 못 넘어옵니다.”
“…네?”
케일은 여전히 제 뒤에 있는 라크, 그 품 안의 라온. 그리고 피를 토해내며 후련해진 속을 느꼈다.
그는 라온이라면 ‘인간, 왜 그렇게 웃나?’라고 말할 미소를 지으며 허전함을 애써 지웠다. 그의 입이 열렸다.
협곡이 흔들리는 순간.
적들은 분노와 맞닥뜨릴 것이다.
“용의 분노가 치솟아 오를 겁니다.”
용의 분노.
“아.”
로잘린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잊고 있었던 존재.
올해 초, 케일이 호족과 함께 협곡 속에 심어둔 물건.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아 오를 불기둥.
연금술 종탑이 만든 것보다 상위의 불기둥.
고룡 에르하벤이 만든 불기둥이 협곡 깊숙한 곳에서 숨죽인 채 잠들어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적을 속이는 겁니다.”
케일의 미소가 로잘린의 눈동자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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