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땅에서부터 나타나 하늘을 향해 움직이는 수백의 석창들.
케일의 뜻을 따라, 그리고 힘의 전 주인의 뜻을 따라 석창들이 빛을 향했다.
“어디서 이런 돌들이!”
곰족은 하늘을 노리는 석창들을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협곡에 있는 돌들, 어딘가에 있던 협곡의 부서진 작은 돌들, 바위 가루들.
그 모든 작은 것들이 뭉쳐서 창이 되었다.
적을 부술 가장 날카롭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 적의 목을 노렸다.
용 혼혈은 저를 향한 창 수백 개의 날카로운 끝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래! 언제나 나한테는 이런 가시만 향했지! 크하하하하!”
용 혼혈의 시야는 점점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보였다. 하지만 저를 향한 저 석창의 날카로운 창끝과 붉은 머리칼, 그 품 안의 용의 존재는 명확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빌어먹을 아버지에게 받은 이 빛의 힘도.
용 혼혈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의 얼굴에 불거져 나온 핏줄들만큼 흉측하게 비틀린 입술 끝에는 분노와 부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나는 저렇게 자라지 못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자신을 빛 하나 보이지 않는 깊디깊은 동굴 속에서 자라게 만들었다. 그래야 빛에 대한 갈망이 커져 파괴적인 빛을 얻게 될 것이라고.
차가운 동굴 바닥에서 살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함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1차 성장을 하고 나서야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케일의 품에 안겨 있는 용의 존재는 미칠 듯이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시야가 뒤틀렸다.
용 혼혈은 용의 피가 지닌 이성을 무시하며 감정이라는 파도에 제 몸을 실었다. 내부가 해일에 휩쓸리듯 요동쳤다.
“크윽. 흐흐흐, 컥.”
빌어먹을 인간 새끼가 남긴 어둠이 아직도 제 몸을 갉아먹는다.
폭주하는 용 혼혈은 이 분노와 뒤틀린 억울함을 풀어야만 했다.
“가라! 창이고 뭐고 다 부숴 버려!”
파지직. 파직. 파지직.
수많은 전류를 띤 빛줄기들이 빛나며 다시 대지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 빛줄기들을 향해 석창이 달려들었다.
눈이 부시게 환한 빛과 단단한 석창이 부딪치려는 때.
케일은 입을 열었다.
“공격을 준비한다!”
그의 목소리가 진영을 가득 채웠다.
힘이 담긴 목소리는 도망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마법병단은 실드를 펼친다! 병사와 기사들은 방패를 펼쳐 원형진을 만들어 폭발 여파를 최소로 줄인다!”
케일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의 일행이 있는 곳.
그의 시선이 전사들에게 멈췄다.
고래족, 호족, 그리고 로잘린과 라크, 최한.
“폭주하는 존재는 결국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
폭주는 목숨을 갉아먹으며 펼쳐지는 한계를 넘어선 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 용 혼혈에게 남겨질 것은 죽음뿐이었다.
그래서 도망치는 쪽을 택하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비록 죽음의 협곡이 망가지고 도망치지 못한 자들이 죽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이를 막겠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케일에게 시선이 집중된 통에, 그들은 케일의 손에 들린 영상 통신구를 보지 못했다.
삐이이- 삐이-
긴급 연락을 뜻하는 소리가 울려 펴젔다.
지금의 이 영상 통신구로 연락할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알베르 크로스만.
왕세자가 준비를 끝냈다.
참 빌어먹을 타이밍이다.
하지만 적당한 타이밍이다.
케일은 영상 통신구를 로잘린에게 던졌다. 로잘린은 엉겁결에 이를 받아 들고는 얼른 영상통신을 연결했다.
그사이 케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빛줄기는 내가 막는다.”
막는다.
그 말에 최한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 결국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케일이 버티는 동안 용 혼혈의 폭주가 끝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최한은 입술을 깨무는 행동을 멈췄다.
-준비됐다.
알베르 크로스만 왕세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케일은 일행에게 명령했다.
자신이 저 빛줄기들을 막는 동안.
“저놈을 추락시켜.”
그리고 영상 통신구에 대고 이어 말했다.
“시작하죠.”
케일이 말이 끝나자마자, 적 진영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나타났다.
“으아아악!”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야!”
“커헉! 왜 우리한테, 검, 검날을!”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용 혼혈의 벼락으로 인한 소리가 아니었다. 최한은 고개를 들었다.
곧 부딪친다.
느리게 움직이던 거대한 힘들이 드디어 하늘에서 부딪친다.
“이, 이, 파에른 새끼들이!”
“지금 배신을 한 것이냐!”
곰족들의 분노와 불굴 연합의 비명이 들려왔다.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알베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의 뒤통수를 치는 건 즐거운 일이지.
파에른 왕국의 검이 불굴 연합을 향하기 시작했다.
케일도, 알베르도, 클로페 세카도.
용 혼혈의 등장에 도망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강대한 적이 나타났을 때 그 숨통을 쥘 수 있는 방법은 작은 틈을 만드는 것.
불굴 연합.
그들에게 폭주하는 용 혼혈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등 뒤에서 뻗어오는 검이었다.
기사들의 나라, 파에른.
그들의 기사와 보병의 힘은 강대했다.
펄럭, 펄럭.
불굴 연합을 나타내는 깃발들 사이로 다른 깃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들이 지금 이런 때에 배신을!”
불굴 연합원은 분노를 담은 외침을 내뱉었다.
용 혼혈이 폭주하는 지금,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공격하는 이 순간, 우리를 죽이려 들다니! 그 무자비함에 분노가 치밀었다.
펄럭펄럭.
하지만 파에른 왕국기를 펼친 파에른의 기사들은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때니까, 배신을 하는 거다.
하늘에서 부딪치는 거대한 힘.
폭주하는 자의 힘과 냉정한 자의 힘.
당연히 냉정한 자의 밑에 기어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아직 냉정한 사람, 케일은 외쳤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
그 목소리가 브렉 왕국 진영을 가득 채웠다.
이 상황에서도 승리를 노리는 목소리는 강인했다.
진영의 병사들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난장판이 된 적들, 그리고 곧 들이닥칠 거대한 힘의 충돌. 하지만 이상하게 승리라는 단어가 심장에 새겨졌다.
“실드를 펼쳐라!”
“방패를 들고 몸을 숙여!”
마법사와 기사들이 외쳤다.
병사들은 강인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붉은 머리칼의 사령관을 보고자 했지만, 그 대신 저마다 자신의 일을 해야 했다.
부딪쳤다.
드디어 저 멀리 하늘에서 석창과 벼락이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귀가, 고막이 찢길 것 같은 굉음이 하늘을 흔들었다.
벼락과 부딪친 석창들이 부서져 갔다. 동시에 벼락도 함께 터져 나갔다. 공중에서 불꽃놀이가 터지듯 아름다운 빛의 폭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괜찮다니까.”
“…안 돼요.”
케일은 폭발로부터 제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덩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라크는 한숨 소리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케일과 라온의 앞에 섰다.
그가 맡은 일이었다.
라크는 고개를 들어 공중을 바라봤다.
동료들이 맡은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환하게 터지는 빛들을 향해 날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을 올려 보내는 힘은 가느다란 붉은 실선이었다.
로잘린은 다시금 마법을 일으켰다.
그리고 붉은 마법으로 날아가는 사람 중 한 명.
탕! 탕! 탕!
부서진 돌조각들이 그의 몸에 부딪쳤다. 빛을 머금은 돌조각들이 제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자잘한 상처를 내었지만, 최한은 오로지 위만 바라봤다.
석창들이 벼락을 막아주었다. 아니, 부숴주었다.
최한은 로잘린의 마법과 부서지고 있는 석창들을 밟고서 위로,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백하게 깨달았다.
채앵.
검을 뽑아 들었다.
용 혼혈과 최한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둘 모두 수십 년 이상의 오랜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내야 했다. 어두운 동굴과 어둠의 숲. 각기 어둠 속에서 성장해야 했던 자들.
용 혼혈의 기괴한 모습이 최한의 눈에 담겼다.
백금발이던 머리칼이 검게 물들어갔다.
용 혼혈은 점점 염색 마법으로 숨겼던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쿨럭, 크흑.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용 혼혈의 눈동자가 점점 흐려졌다. 폭주하는 내부로 인해 그의 몸 모든 곳이 뒤틀려 갔다. 하지만 용 혼혈은 제 힘을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두 손에 다시 벼락이 맺혔다.
벼락이 저를 보며 올라오는 놈에게로 향했다.
“죽어!”
최한을 향해 빛의 정수가 날아갔다. 하지만 최한은 그 벼락을 보면서도, 조금도 검을 움직이지 않았다.
우우우웅.
대신 검은 오러를 키웠다. 점점 더, 불완전한 어둠을 검에 덮고 또 덮었다. 그리고 똑바로 용 혼혈만을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믿었으니까.
최한은 저를 향하는 상극의 벼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콰아앙!
콰앙!
채찍이 두 개의 벼락과 부딪쳤다. 물채찍의 끝이 흔들리며 부서졌다. 하지만 벼락은 방향을 틀었다.
위티라, 그녀가 최한의 앞길을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방향이 틀린 벼락을 석창이 꿰뚫으며 터졌다.
최한의 앞에 하얀 머리칼 남자의 등이 보였다. 최한은 그 어깨를 밟았다.
그는 그 어깨를 지지대 삼아 도움닫기를 했다. 아치의 두 손이 최한의 마지막 디딤대가 되어주었고, 그는 두 손으로 힘껏 최한을 위로 올려 보냈다.
“쏴!”
아치의 외침.
최한은 검을 쥔 팔을 한껏 뒤로 넘겼다.
검은 오러로 뒤덮이고 또 뒤덮여 마치 검은 창과 같이 변해 버린 검.
최한은 헤니투스 영지 전투 때 케일에게 이 검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네 힘을 다 써라.’
‘네가 이곳에 써 내릴 너의 역사지.’
‘믿는다.’
최한은 검은 새가 저를 스쳐 앞으로 나아가자 미소를 그렸다.
“이, 뭐야. 이 까마귀는! 이 하찮은 존재가 감히! 떨어져!”
까마귀들이 용 혼혈의 얼굴을 뒤덮었다. 호족의 주술사 가샨이 용 혼혈의 흐려져 가는 눈을 검은색으로 완전히 덮어버린 순간.
최한의 어둠이 창이 되어 날아갔다.
하지만 용 혼혈은 저를 노리고 다가오는 힘을 놓치지 않았다. 다가오는 상극의 힘. 뒤틀린 몸에 닿으면 자신은 정말로 끝이리라.
폭주하더라도 이를 모를 순 없었다. 용 혼혈의 두 팔이 움직였다.
“이런 잔수작에 내가, 크윽!”
취이이익.
두 팔이 묶였다.
그를 잠시라도 묶어둘 수 있는 존재. 위티라의 갈라진 두 채찍이 빛에 타들어가면서도 그의 두 팔을 붙잡았다.
“이런 제기랄! 다, 다, 다 죽인다!”
용 혼혈은 발버둥을 쳤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둠, 그리고 움직여지지 않는 몸.
과거 어두운 동굴에서 자랄 때와 똑같았다.
아니, 자란다는 표현은 틀렸다.
사육될 때.
그때와 같은 감각에 용 혼혈의 몸은 마침내 한계에 도달했다.
툭.
용 혼혈은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기는 감각을 느꼈다. 동시에 그의 몸이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으으윽, 크헉.”
환한 빛이 용 혼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폭탄처럼,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뜨거워, 뜨거워!’
용 혼혈은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고, 그럴수록 그의 몸은 환해졌다.
취이이익-
물채찍은 결국 빛에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다 도망가!”
위티라가 외쳤고, 동시에 그녀의 채찍이 끊어졌다. 빛에 타버렸다.
터진다.
저 용 혼혈의 몸이 마침내 터진다.
그리고 죽는다.
그 폭발의 여파는 어마어마할 터.
위티라는 아래로 뛰어내리며 폭탄으로 향하는 힘을 느꼈다.
카운트다운의 마지막을 맺을 존재.
검은 창.
최한은 두 팔을 벌리며 땅으로 추락했다. 그는 낙법을 펼치지도 않고서 두 눈을 뜬 채 한곳만을 응시했다.
날아간 검은 창, 그것이 마침내 빛에 닿았다.
아니, 빛에 있던 유일한 어둠에 닿았다.
라온과 최한이 만든 상처가 남겨져 있던 곳.
푸욱.
어둠이 빛을 꿰뚫었다.
“으아아아아악!”
용 혼혈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최한은 이 대륙에 와서 저랑 가장 비슷한 외양을 가진 사람을 보았다.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
본래의 색을 되찾은 용 혼혈의 비명이 죽음의 협곡을 뒤덮었다.
그리고 잠시 뒤.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하늘이 뒤흔들렸다.
툭.
최한은 제 몸을 받치는 존재를 느꼈다.
끼릭, 끼릭. 엉성하게 연결된 뼛조각들이 달칵이는 소리를 내며 그의 등을 받쳐주었다. 메리가 급하게 만든 새 와이번 조각들이 추락하는 최한을 받쳐주었다.
그는 환한 빛 사이로 제 어둠을 느꼈다.
그리고 확신했다.
“…명령을 완수했어.”
추락시켜.
케일의 말대로 결과를 만들었다.
최한은 저 높은 곳에서 서서히 추락하는 이가 보였다. 인간도, 용도 아닌 중간 모습의 괴이한 검은 존재가 천천히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 추락을 전장의 모든 이들이 바라보았다.
그중 한 사람, 케일 헤니투스는 땅으로 떨어지는 존재를 보며 라온의 숨소리를 들었다.
쌔액쌔액.
내뱉는 숨이 뜨거웠다. 점점 앓는 소리를 내는 어린 용. 하지만 참 얌전하게 아팠다.
케일은 그 사실에 입가를 찡그리며 라온의 뜨거워지는 숨만큼 제 품 안에서 뜨거워지는 존재를 꺼냈다.
“공자님,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 왜 추락하는 쪽으로 가세요?”
라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케일은 망설임 없이 한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추락하는 용이 대지에 떨어질 장소.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는 품 안에 있던 물건을 꽉 움켜쥐었다.
그것은 하얀 왕관이었다.
용의 피를 좋아한다는 왕관.
드래곤 슬레이어가 찾았지만 케일이 중간에서 가로챘던 마지막 힘.
케일은 그것을 들고서, 추락하는 자의 마지막을 맞이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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