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그런데 좌표가 있다고 해도, 왕궁 안에 허용하지 않은 마법의 침투를 막는 방비가 되어 있을 텐데요?”
로잘린이 케일의 계획에 한마디를 건넸다.
아무리 마법이 덜 발달한 아스코산과 노르란드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왕궁 보안 마법은 펼쳐져 있을 것이다.
“더욱이 왕궁 마법사의 허가가 있어야 텔레포트 이동이 가능하잖아요?”
왕궁에서 비밀리에 사용하는 텔레포트 진을 제외하고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텔레포트 진은 보안을 중점으로 설계되어 반드시 왕궁 마법사들의 허가가 있어야 이동이 가능했다.
케일은 로잘린의 물음에 별다른 대답 없이 클로페를 쳐다보았고, 클로페는 담담하게 답했다.
“매수했습니다.”
“뭐, 이런-”
로잘린은 말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클로페의 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쟁에 나서지 않고 왕궁에 남아 있는 마법사들 중엔, 수도 방비를 위해 남아 있는 이들도 있지만 제 몸을 보신하기 위해 나서지 않은 이들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를 매수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차분하게 미소 짓는 클로페는 우수에 젖은 북방의 수호기사다운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어디든 배신할 놈은 존재합니다. 또 돈을 좋아하는 놈들도 있고요.”
다만 내뱉는 말에는 우수가 전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는 마법진은 왕궁 안에 도달하는 텔레포트 진이 아닙니다.”
분명 왕궁 좌표라고 했는데?
로잘린이 클로페의 말에 다시 의문을 얼굴 위로 드러냈을 때, 클로페가 부드럽게 답했다.
“불굴 연합을 만들 당시 파에른이 두 왕국의 왕궁 가까이에 구매해 둔 저택이 있습니다. 몰락 귀족의 저택으로, 부호로 위장해서 구매했죠.”
오.
케일은 살짝 감탄을 흘렸다.
신뢰와 협력이 중요한 불굴 연합 초기.
파에른은 아예 시작부터 배신을 위한 초석을 다져놓았다.
‘이것들 우리한테도 그러는 거 아냐?’
케일의 시선이 슬쩍 알베르에게 향했고, 왕세자 알베르는 티 나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해왔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클로페에게 말했다.
“그 저택 안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해 두었겠군.”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제 신속하게 움직이면 되겠어. 시간 싸움이니까.”
케일은 왕세자의 생각에 동의했다.
최대한 소수로 움직여야 한다. 반대 진영에서 케일 일행의 이동을 알아채고 공격을 시도해 오면 안 되니까.
물론 케일을 포함한 몇 명이 빠진다고 해서 적들에게 쉬이 당하진 않을 것이다.
케일은 그 근거를 응시했다. 시선을 받은 알베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일단 지휘하고 있도록 하지.”
로잘린과 케일이 빠져도 통솔할 사람이 있다.
알베르 크로스만.
특출하진 않지만 중급 기사 이상의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진 그는 기사들이 납득하기에 자격이 충분했고, 마법병단의 소유자였기에 마법사들 지휘도 가능했다.
“그럼 바로 움직이도록 하죠.”
천막 안의 각 수장들이 저마다의 일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일은 로잘린과 클로페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알베르에게 다가갔다.
“저하.”
곧 홀로 남아 이곳에서 적진의 동태를 살필 알베르 왕세자. 그에게 나름의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케일은 왕세자 알베르가 화사한 얼굴로 내뱉는 말에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아주 피 칠갑을 하고 다니는구나. 포션은 뒀다 뭐 하는 거지? 포션 수집해 두는 게 취민가?”
알베르의 시선이 피가 말라붙은 검은색 제복을 지나 케일 품 안의 담요 포대기로 향했다. 아까부터 팔을 덜덜 떨면서도 그걸 안고 있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그런데 자네, 그 담요 포대기 안에는 뭔가?”
케일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알베르 왕세자가 멈칫했다.
“궁금하십니까?”
차분하고 부드럽게 건네는 물음. 그 물음에 화사한 미소를 띤 왕세자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아니, 전혀. 자네 얼굴을 보니 의문도 사라지고 저 포대기 안도 보기가 싫어지는군. 엮이기 싫네.”
“…한 번에 많은 말을 하시는군요.”
진심이 가득 담긴 거부 의사에 케일은 허탈하게 알베르를 쳐다봤다. 용에 대해 말할 때가 되어서 좀 말해주려고 했더니, 역시 왕세자인지 먹고 체할 이야기는 귀신같이 피해냈다.
왕세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곧 떠날 케일에게 사근사근 말을 건넸다.
“잘 다녀오게. 여기 걱정은 말고. 여기 강자들보다야 내가 약하지만, 지위는 내가 제일 높으니 어쩔 수 없이 임시로 받은 지휘권을 잘 사용하겠네.”
알베르는 말을 내뱉고 나서 멈칫했다.
아무 말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는 케일의 시선 때문이었다.
케일은 예전에 라온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로운 왕국 수도에서 열린 귀족 자제들 모임. 그곳에서 왕세자 알베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때 라온은 케일에게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음? 이 인간 약하지 않다. 약한 인간, 특별히 조심해라. 너는 죽는다.’
평범한 무력과 검술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진 알베르 크로스만.
하지만 다크엘프 쿼터임을 숨기며 살아온 그가 자신의 무력도 모두 드러내었을까?
라온이 약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면 꽤 강한 편이다.
왕세자 알베르는 케일의 입가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미소에 괜히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믿어는 드리죠.”
“…들켰네.”
깔끔하게 인정하는 왕세자의 표정은 상당히 떨떠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 위해 움직였다.
수장들이 있는 천막을 나와 걸음을 옮기는 그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왜 연락이 안 되지?’
고룡 에르하벤. 그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
분명 메시지도 남겼건만,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쌔액, 쌔액.
라온도 문제고, 에르하벤도 문제고.
그리고 이 둘이 없으면 동대륙을 못 간다. 로잘린은 그 정도의 장거리 텔레포트 진은 불가능하다.
론과 비크로스, 그리고 온과 홍. 그 넷은 잘못하다간 동대륙에서 터를 내리고 살아야 할 판이다.
‘제기랄.’
짜증이 있는 대로 치민 케일은 그나마 다행인 점을 떠올렸다.
급격하게 줄어든 지배하는 물의 양. 그럼에도 멀쩡한 몸의 상태.
마음을 정리한 케일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시원하게 풀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잠시 뒤, 텔레포트 진 앞에서 만들어졌다.
***
“공자님, 이렇게 소수만 가도 됩니까?”
껄렁한 말투에는 진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아치의 눈동자가 급하게 만든 비밀 텔레포트 진이 자리한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왜? 충분한데?”
오히려 케일은 아치의 말에 의문을 드러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한, 라크, 로잘린.
그리고 아치와 케일, 포대기 안의 라온.
이렇게 여섯만 움직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천막 안에는 위티라를 포함한 몇 사람이 더 있었다.
케일은 클로페의 휠체어 뒤에 서 있는 메리가 검은 로브 너머로 따라오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이는 걸 느꼈지만, 모른 척했다.
클로페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자신보다, 폭탄과 같은 팔다리를 만들어준 메리일 테니까.
‘저 맛 간 놈이 허튼수작을 부리려고 하면, 바로 메리에게 처리를 맡겨야지.’
케일이 나름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았음에 만족할 때, 아치는 영 안심할 수 없었다.
“음, 궁을 부수기에는 좀.”
아치는 최한이야 정상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며 넘겼지만, 로잘린과 라크는 지극히 정상으로 보였기에 궁을 때려 부수는 일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로잘린은 아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그려 보였다.
“걱정 말아요, 아치 씨. 우리 셋이서 한 번 부숴본 적이 있답니다.”
예전에 로잘린과 최한, 라크는 셋이서 브렉 왕국에 가 온갖 깽판을 다 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녀를 암살하려던 대공 가문을 박살 내고 왕족의 권리와 책임을 버리기 위해 궁도 부쉈다.
로잘린은 말문이 막힌 아치에게 여전히 미소를 그렸다.
“나름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에요.”
무덤덤한 최한과 라크까지. 아치는 셋의 행태를 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섬 하나씩 때려 부수자는 것처럼 쉽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케일은 멈칫했다. 이 고래족 아치에게는 섬을 부수는 일이 쉬운 일인 걸까?
왠지 묻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 할 말만 하기로 했다.
“노르란드부터 먼저 가고, 그다음이 아스코산입니다. 작전은 모두 기억하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케일은 그 대답에 로잘린을 응시했고, 그녀는 곧바로 텔레포트 진을 가동했다.
우우우웅-
텔레포트 진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위티라와 메리, 클로페는 그들을 배웅했다. 왕세자 알베르는 현재 통솔권을 이어받아 진영을 안정화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녀와요.”
“그러지. 위티라, 그 혼혈 놈 감시 부탁한다.”
“네, 걱정 마-”
삐이이이- 삐이이-
“…걱정 마세요.”
위티라는 제 목소리를 끊으며 울리는 소리에 잠시 멈췄다가 말을 끝맺었다. 그녀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삐이이이- 삐이이-
케일 헤니투스.
그를 감싸며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
케일은 늑대 소년 라크에게 포대기를 넘기며 품 안을 황급히 뒤졌다.
삐이이- 삐이-
그러자 드러난 붉은빛의 물건.
영상 통신구였다.
라온의 아공간에 있는 영상 통신구가 아니라, 그가 전쟁 통에 로잘린에게 받아 사용하던 그 영상 통신구였다.
때문에 지금 이렇게 긴급 연락을 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에르하벤.
골드 드래곤, 그뿐이다.
로잘린이 그에게 남겼던 메시지는 간단했다.
그리고 로잘린은 그 문장의 끝에 한 가지를 더 남겨두었다. 구명줄이라 생각했던 에르하벤에게 그녀가 부탁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좌표.
그녀는 이 죽음의 협곡에서 전쟁이 펼쳐지는 곳의 좌표를 남겼다.
그것도 그 순간 머리를 써서 남들 눈에 들키지 않을 최적의 장소에 남겼다.
그 장소를 로잘린도, 케일도 알았다.
오로지 두 사람만 알았다.
“로잘린 씨.”
케일이 그녀를 부른 순간, 그녀는 곧바로 말을 꺼냈다.
“공자, 우리끼리 다녀올게요.”
라크가 라온을 다시 케일의 품에 안겨주며 그를 슬그머니 텔레포트 진 밖으로 떠밀었다.
최한은 클로페를 한번 쳐다보고는 담담히 말했다.
“케일 님, 부탁합니다.”
라온을 부탁합니다.
그 말을 삼켰지만, 케일은 충분히 알아들었다. 아치는 그 광경을 보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슬쩍 말 한마디를 걸쳤다.
“뭐, 공자님은 때려 부술 힘도 없어 보이고. 최한하고 제가 다 때려 부수죠. 제 전문이거든요.”
자랑스레 어깨를 쫙 펴는 아치를 쳐다보는 이는 없었다.
케일은 라온과 영상 통신구, 일행을 쳐다보다가 담담히 말했다.
“배웅은 하지요.”
로잘린은 웃으며 잠시 멈췄던 텔레포트 진을 다시 가동시켰고, 곧 일행은 천막에서 사라졌다.
케일은 그들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난 후, 메리와 클로페, 위티라가 있는 천막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벗어났다.
***
삐이이- 삐이-
품 안의 긴급한 알람 소리를 따라 케일은 거침없이,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가 머물던 천막이었다.
로운 동북부 사령관의 전용 천막.
로잘린은 그곳의 좌표를 남겼다.
케일이 천막을 걷었다.
“꼴이 엉망이구나.”
혀를 차는 반가운 소리와 함께, 백금발의 아름다운 미남자가 케일을 맞이했다.
케일은 천막 입구를 천으로 가리며 고룡을 향해 인사 대신 물음을 던졌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고룡 에르하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는 동대륙에서 리브산과 돌기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오래전 1차 성장 때 보호해 주었던 용을 만나러 갔었다. 그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싶어, 케일은 라온을 침대에 눕히며 물었다.
스르륵.
담요 포대기 속 라온이 천천히 축 늘어진 모습을 드러냈을 때, 케일은 작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고룡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케일은 그의 눈동자에 서리는 분노를 보았다.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그놈 아직 살아 있나?”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
그 녀석 이야기를 왜 하는 거지?
케일이 의문을 드러내기 전, 그는 이어지는 에르하벤의 말을 먼저 들을 수 있었다.
“죽었다.”
뭐?
“만나러 간 용은 이미 죽었더군.”
에르하벤은 예전에 라온에게만 말해준 적이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그들은 용을 잡아먹으며 성장한다. 그는 그 이야기를 어린 용에게만 해주었다.
‘이 박복한 놈은 그 사실까진 모르겠지.’
에르하벤은 텅 비었던 레어와 누군가에게 잡아먹히다 만 것 같은 오래된 시체를 떠올리며 천천히 읊조렸다.
“누군가에 의해 죽었어.”
케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쌔액, 쌔액.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라온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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