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9
268화.
특히 케일을 보던 온과 홍의 순진무구한 얼굴이 렉스 경에게로 향했다. 홍은 매우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진짜로 애긴데! 광폭화를 모르는데!”
“그럴 수도 있는데. 모르면 막내처럼 배우면 되는데. 그리고 어른인 것 같은데.”
온이 렉스 경에게 동생 홍이 다가가려는 것을 앞발로 저지하며 차분히 말했다. 물론 렉스 경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케일은 온처럼 차분히 물었다.
“렉스 경, 본인이 묘족이면 궁금해서라도 수인 관련 자료를 찾아보지 않나?”
“빈민가 있을 때야 그런 정보가 없었고, 기사가 되고 나서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럴 틈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알고 싶어도 빈민가 상황상 그런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고, 기사가 된 뒤에는 복수를 위해서 다른 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도 묘족이라는 걸 들켰다가 큰일 날 것 같아서요.”
툭.
결국 다가간 홍이 이해한다는 듯 렉스의 발등을 두드렸고, 렉스는 그때마다 흠칫거리며 굳었다. 저도 모르게 보이는 반응이었다.
이상하게 이 묘족 두 명은 조금 무서웠다. 압박감이 느껴졌다. 렉스 경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온의 눈빛이 묘한 빛을 띠었다.
묘족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부족인 안개족.
고양이들에게서 있어 가장 은밀하다는 것은 가장 강하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안개족에서도 극소수만이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온은 안개, 동생 홍은 독처럼 말이다.
그 안개 묘족에서도 지배자의 혈통이며 동시에 돌연변이였던 온.
동생 홍은 아직 순진했지만, 온은 마냥 순진하지 않았다. 세 살. 동생과 큰 나이 차는 아니었지만, 누나인 온은 자신들을 버리고 방치한 부족에서 동생을 데리고 도망쳐 나왔다.
그때가 10살이 되던 해의 1월이었다. 그리고 그 10살 봄에 케일을 만났다.
온의 눈동자가 렉스 경을 한 번 더 훑어보고는 다시 케일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온이 평소와 달리 앞발을 들어 올리며 안아달라고 하자, 그러려니 하며 품에 안았다.
온도 꽤 컸네.
케일은 별다른 생각 없이 온의 무게를 느끼며 안아 들었다. 그런 케일의 귓가로 온의 태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렉스 경보다 내가 더 강한데.”
케일은 순간 멈칫했다.
그는 단순히 묘족 렉스 경이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그리고 저번에 온과 홍만 두고 온 것이 괜히 신경 쓰여 둘을 데려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내 부하 생길 것 같은데.”
온은 태연하게 말하자 케일은 당황했다.
‘누가? 렉스 경이? 12살 온이 렉스 경을 부하로 둔다고?’
케일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반면에 온은 케일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케일은 온을 바라봤다. 온도 케일을 바라봤다.
눈빛 교환이 이루어졌다.
온이 씨익 웃어 보이더니, 케일의 품에서 사뿐히 벗어나 바닥에 내려섰다. 그러고는 꽤 우아한 걸음걸이로 케일에게서 멀어져 갔다.
‘…뭔 일이야?’
케일은 황당한 심정으로 멀어져 가는 온을 쳐다봤다.
온과 홍.
그 둘은 케일에게 라온과 비슷했다.
그냥 자신이 거둔 애들이다.
라크의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케일은 적어도 온이 허튼 말이나 충동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는 게 없다.
‘묘족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어.’
기본적인 것들만 알고 있었다.
묘족은 은밀한 종족이라 알려진 것도 극히 드문 상황이었지만, 특히 케일은 ‘영웅의 탄생’으로만 수인족의 이야기를 보았기에 책에 거의 등장하지 않은 묘족에 대해선 당연히 아는 것이 드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온과 홍의 상황이나 안개 묘족, 돌연변이에 대해서는 그간 들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케일은 온과 홍을 보며 해야 할 일을 하나 더 늘렸다.
‘나중에 에르하벤 님께 묘족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봐야겠어.’
생각에 잠긴 케일에게 다가가는 이가 있었다.
레이 스테커.
빈민가의 술주정뱅이 연금술사였으며, 과거 연금술 종탑의 악행에 질려 도망친 자였다.
그리고 현재는 술은 일절 마시지 않고 케일을 누구보다도 기다려 온 인물이었다.
“공자님.”
그는 케일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백발 벽안의 모습으로 생각에 잠긴 케일은 그냥 말을 걸기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었다.
케일의 시선이 연금술사 레이에게로 향했다.
“왜 그러지?”
“저, 뒤에 계신 분들 소개를 못 받아서 말입니다.”
아.
케일은 그제야 제 뒤에 있는 네 명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 흘러가듯이 답했다.
“저번에 본 최한이고.”
최한이 로브의 후드를 벗었다. 연금술사는 이 냉정한 검사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침을 삼키면서도, 꽤 태연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의 고개가 숙여질 때였다.
“이쪽은 파문당한 신관 케이지 씨고.”
태연하게 이어지는 케일의 소개.
“그리고 이 두 분은 태양신 교단의 성자와 성녀시지.”
“…예?”
마치 고 장난 기계처럼 삐꺼덕거리며 연금술사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금발에 순한 인상의 남자가 보였다.
성자다.
태양신 교단 행사 때 얼굴을 비추던 그 성자다.
‘…그러면 그 옆에도?’
연금술사 레이의 고개가 그 옆으로 향했다.
“…헉.”
그리고 당황했다.
분명 성녀라고 알던 이의 얼굴에 마치 거미줄처럼 검은 줄들이 새겨져 흉측한 모습이 드러났다.
여전히 금발이었지만, 성녀로서 인자하게 웃던 그 얼굴이었지만.
‘인상이- 눈빛이 달라!’
검은 거미줄과 함께 드러난 눈동자는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그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국과 연금술 종탑이 죽은 마나 폭탄을 이용해 성녀님을 이렇게 만드셨다.”
아.
연금술사 레이와 렉스 경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특히 연금술사 레이는 연금술 탑에서 빈민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였던 죽은 마나 실험에 한 번 참여했었다.
그 결과로 그는 죽은 마나에 중독된 한 손을 자르고 도망쳐 빈민가에 숨어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연금술사의 얼굴이 구겨졌다.
자신이 그렇게 회피한 대가로 만들어진 죽은 마나 폭탄.
그 폭탄으로 성녀가 희생당했다.
아니, 그것보다 그 폭탄으로 다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연금술사 레이의 남아 있는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죽은 마나에 중독되면 결국 죽는다.’
자신처럼 중독되자마자 손을 자르지 않는 이상.
네크로맨서가 되지 않는 이상.
죽는다.
그때, 케일의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성녀님은 태양신의 힘으로, 정의를 향한 빛의 힘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당하고 있을 우리 태양신 교단 신도들을 위하는 마음의 힘으로.”
레이의 눈동자가, 옆에 있던 렉스 경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케일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겨내셨다.”
아.
연금술사 레이와 미친 신관 케이지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둘 다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물론 그 내면은 달랐다. 케이지가 가짜 성녀 하나를 쳐다봤다. 하나도 기가 찬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진중한 표정으로 연금술사와 묘족 기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태양신의 신성력을 모두 잃으셨다.”
연금술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흔들리는 동공이 성녀에게로 향했다. 성녀의 얼굴도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연금술사 레이는 성녀가 죽은 마나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과정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신성력을 잃은 과정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물론 하나는 다른 의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꾹 참고서 이어질 케일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케일의 말은 태양신 쌍둥이와 미친 신관에게 놀라울 뿐이었다.
케일은 성스러워 보이는 백발 벽안의 힘을 빌어 묵직하게, 그 성스러움을 연금술사에게 전했다.
“하지만 신성력을 잃었던 것에 좌절하지 않으시고 검을 들어, 이 땅 위에 새로운 태양신 교단을 세워 신도들의 앞날에 빛을 드리우기로 하셨다.”
성자 잭은 두 손을 맞잡았다. 케일이 하는 말 중에 실제와 조금 다른 것들이 있었지만.
‘결국 마음은 진실이지.’
성자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케일의 마음에 담긴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이 혼란스러운 서대륙의 빛이 될 것이라 그는 믿었다.
그렇기에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 미소에 연금술사는 다시 사지로 돌아온 성자의 숭고한 마음이 느껴졌고, 그때 케일의 목소리가 딱 맞게 이어졌다.
“또한 성녀님은 검으로, 그리고 성자님은 본래의 신성한 치유력으로 자네들과 함께하기로 했지.”
케일은 연금술사와 묘족 기사를 응시했다.
그가 둘에게 내렸던 명이 있었다.
‘버텨.’
그리고 둘은 버텼다.
버틴 그들에게 케일은 과실을 하나씩 내려줄 것이다.
“빌로스.”
케일은 품이 넓은 하얀 민무늬 신관복 소매에서 한 물건을 꺼내 들었다. 케일에게 다가오던 빌로스는 그 물건을 보고 멈칫했다.
“…공자님.”
케일은 그 물건을 빌로스에게 던졌다.
“헛!”
빌로스는 놀라서 바로 받아 들었다.
그는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황금패.
왕세자의 인장이 선명히 찍힌 황금패가 낡은 집에 어울리지 않게 빛나고 있었다. 케일이 이번 일을 위해 받아온 물건이었다.
물론 자신의 보상과는 무관했다.
빌로스는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황금패를 감싸 쥐며 케일을 바라봤다. 렉스 경과 연금술사 레이는 그 물건의 정체를 몰랐기에 어정쩡하게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자님,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상인 빌로스는 곧바로 케일에게 자신의 몫을 물었다.
케일은 답해주었다.
“오늘부터 시중에 도는 연금술 재료를 깡그리 모두 긁어와.”
연금술. 그 단어에 레이 스테커가 멈칫했다.
하지만 아직 케일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빌로스에게 이어 말했다.
“그리고 얼마를 써도 좋다.”
어차피 케일 자신의 돈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돈의 가치는 알았다.
돈은 물건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또 다른 많은 것들을 살 수 있었다. 이번에 사야 할 것은 조금 비쌌다.
“사람들의 입을 사.”
그리고 그 말을 빌로스는 단박에 알아들었다.
사람들의 입.
그건 소문이다.
케일은 알아들었을 상인에게, 입을 통해 퍼질 말을 전해주었다.
“제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그날, 모두 한밤의 태양을 마주할 것이다.”
한밤의 태양.
빌로스가 케일이 무엇을 꾸미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탐욕이 가득한 미소였다.
“종탑과 황궁이 부서지면 그걸 짓는 건 제가 되겠지요?”
“당연한 건 묻지 마.”
빌로스는 케일의 즉답에 주먹을 쥐었다. 황금패의 감촉이 느껴진다.
로운 왕국의 실세 케일 헤니투스와 줄이 닿아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는 플린 상단 주인 자리에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수도를 뒤흔들 입들을 사오겠습니다.”
빌로스가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명을 받아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연금술사는 케일과 눈이 마주쳤고,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연금술사를 데려와. 숨어 있는 자든 아니면 은둔하는 자든. 네가 닿을 수 있는 연금술사들은 모두 데려와라.”
연금술사의 새로운 중심이 될 레이 스테커.
케일은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렉스 경.”
“네.”
“빈민가에 동원할 수 있는 네 단원들을 모두 모아 와.”
연금술 종탑을 부수기 위해 모였던 렉스의 수하들.
렉스 경은 때가 왔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이며 답을 대신하려 했다. 하지만 곧 멈칫했다.
냐아아옹.
냐아옹-
온과 홍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낡은 집에 다시 한번 빛이 생겨났다.
파아앗.
텔레포트 마법이 한 번 더 펼쳐졌다.
“…누가 또?”
“어?”
레이와 렉스 경, 빌로스까지 원래 계획되지 않은 마법진 발동에 놀라 움찔했을 때, 케일은 일행을 이끌고 온 맨 앞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사였다.
“내 호위기사 에르하벤 경이다.”
케일은 기사 갑옷 차림의 에르하벤을 지나 그 뒤의 하얀 로브들을 바라봤다. 그는 제국 측 연금술사와 묘족 기사에게 말했다.
“우리를 도울 태양신 신도와 신관분들이시지.”
스륵.
하얀 로브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이가 후드를 벗었다.
“반가워요. 비록 신성력은 없어도 태양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신관 프리지아예요.”
중년의 푸근한 인상의 여인, 프리지아.
헤니투스 영지에서 조각가로 활동하며 지옥의 파수견 케르베로스를 닮은 악마 토끼를 조각했던, 라온의 애장품을 만든 그녀.
더불어 로운 왕국 서남부에서 활동하던 암살자이자 과감히 제 수장을 죽이고 도망쳤던 사람으로, 론이 헤니투스 영지에 만든 정보 단체의 리더였다.
그녀가 제 수하들과 함께 제국에 왔다.
‘너희는 오늘부터 신관이다. 동시에 이 제국에서 가장 은밀한 자가 되는 거다.’
케일의 명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존재가 더 있었다.
하얀 로브를 쓴 이가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보잘것없지만, 성자님의 뜻을 따라 태양의 길을 걸어가게 된 펜드릭입니다.”
치유력을 가진 엘프 펜드릭.
그까지 왔다.
케일은 그들의 앞에 서서 빌로스를 바라봤다.
“빌로스, 마지막으로 살 게 하나 더 있다.”
“무엇입니까?”
빌로스는 케일이 펼치는 일의 스케일이 점점 자신이 감당하기에 벅찰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발을 빼기에는 욕심이 더 컸다.
“하얀 천.”
“어느 정도 사면 됩니까?”
빌로스는 하얀 천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하얀 로브를 입은 케일을 바라봤고, 케일은 간단하게 답해주었다.
“제국을 덮을 만큼.”
빌로스는 그 말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시 한번 탐욕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건 돈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눈앞의 공자는 제국을 판으로 일을 벌인다.
무엇도 아닌, 이 서대륙의 최고를 판 위에 올렸다.
그런 자에게 황금패를 건네준 왕세자의 마음도 이해했다.
영특한 상인은 로운이 제국을 노리고 있음을 간파했다.
“덮고도 남을 만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도 로운 사람이었다.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심각하다 못해 얼어버린 연금술사와 묘족 기사가 보였다. 그들을 풀어줄 겸 케일은 가벼이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 손으로 태양을 만든다. 그러니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해.”
케일은 그 마음가짐을 몸소 보여주고자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태양이다.”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신관복과 백발의 케일은 참으로 잘 어울렸다.
이날, 새로운 태양신 교단의 문양이 만들어졌다.
하얀 신관복에 새겨진 금빛 태양.
그것이 새로운 태양신 교단의 모습이었다.
금빛 태양은 제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만들어지리라.
“제국에 위험이 언제 옵니까?”
연금술사 레이가 물었고 케일은 답했다.
“지금.”
“네?”
“지금 만들러 간다.”
케일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펜드릭이 건넨 발렌티노 왕세자의 칙서를 받아 들었다.
해수면 아래에선 이미 전쟁의 파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서대륙의 중심이 되어 모두를 제어하길 바라는 모고르 제국.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중심은 따로 있었다.
***
크르르르.
여전히 폐허의 잔해들로 뒤덮인 곳.
2년이 지났음에도 이곳은 여전히 까맸고 흐렸다.
크르르. 크르르-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삭막한 이곳에 어울리는 검은 짐승의 위에 탄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케일 공자.”
“오랜만입니다, 리나 씨.”
정글의 지배자, 리타나.
그녀는 케일이 내민 손을 잡으며 자신의 친구인 흑표범에서 가뿐히 내려섰다.
“공자, 동맹이 이제야 힘을 쓰는 건가요?”
리타나의 물음에 케일은 미소를 그려 보였다.
로운 왕국, 브렉 왕국, 위퍼 왕국, 정글, 그리고 고래족.
이제 서대륙의 중심은 4왕국 1종족 연합이었다.
케일은 카로 왕국 왕세자 발렌티노의 전언을 떠올렸다.
제국은 곧 카로 왕국의 지원을 업고 선전포고를 하리라.
마이플성을 탈환하겠다고 말이다.
제국 정도의 위치에서 기습은 명예를 깎는 일이었으니까. 툰카도 하지 않은 짓을 제국이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발렌티노 왕세자는 케일에게 꽤 예를 차려주며 제 뜻을 전했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리나 씨, 제국이 선전포고를 할 때 말입니다.”
케일은 제국과 연금술 종탑에 의해 타버린 정글 1구역을 바라봤다. 그가 지배하는 물을 사용해 불을 껐지만, 여전히 푸름보다는 삭막한 땅만이 보였다.
복구는 꽤 빨랐지만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곳에 숲을 기대해서는 곤란했다.
그렇지만 그 덕에 정글 1구역에는 거대한 황야가 만들어졌다.
케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국이 위퍼 왕국에 마이플성 탈환을 선전포고 했을 때.
“그때.”
케일은 제 앞의 리타나와 흑표범 뒤를 바라봤다.
“제국을 칩시다.”
그녀의 뒤, 정글 1구역. 그 황야를 가득 채워 끝이 보이지 않는 수만의 전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정글의 지배자이자 최고의 전사인 리타나는 정글의 전사들을 이끌고 올라왔다.
케일이 그녀에게 말했다.
“폐하, 때가 왔습니다.”
정글을, 1구역의 삶과 터전을 파괴한 제국.
드디어 그곳에 복수를 할 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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