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8
277화.
브렉 왕국 죽음의 협곡과 가장 가까운 블랑성.
그 성의 감옥.
케일은 블랑성의 감옥 통로를 걷고 있었다. 그는 옆에 선 로잘린에게 질문을 던졌다.
“드워프들은 잘 있죠?”
로잘린은 케일의 태연한 물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곰족과 화염의 드워프족은 패전 후 모두 포로로 잡혔다. 그들은 죽음의 협곡과 가까운 블랑성으로 이송되었고, 곰족은 지하 감옥에, 드워프족은 일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공자, 잘 있다니요.”
케일과 로잘린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서늘한 미소를 띠며 이어 말했다.
“언제 죽을지 몰라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에요.”
로잘린은 자신의 대답에 케일을 따라온 최한과 메리가 멈칫하는 것을 보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최한은 동대륙에서부터 따라왔고, 네크로맨서 메리는 케일이 따로 이곳으로 불렀다.
로잘린은 케일에게 의문을 담아 물었다.
“그들에게 살길을 내어줄 건가요?”
“글쎄요.”
케일은 커다란 철문 앞에 섰다.
각각의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작은 공동.
작다고 표현했지만 수백여 명은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오셨습니까?”
이 공동을 오갈 수 있는 문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그 앞에서 기사와 병사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케일과 일행을 맞이했다.
로잘린은 기사들에게 명했다.
“열어.”
기사들은 고개를 숙였고, 곧바로 병사 두 명이 거대하고 두꺼운 철문을 밀었다.
끼이이이-
서서히 문이 열리며 공동의 모습이 보였다.
제일 먼저 마법사와 기사, 병사들이 보였다.
공동 곳곳에 배치된 그들은 비장한 얼굴로, 언제라도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케일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고 조금 시선을 내렸다.
-인간! 드워프들이 많다!
인간보다 작은 키의 드워프들이 열에 맞춰 선 채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온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드워프들이 무진장 겁먹은 얼굴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 그들은 모두 손발에 족쇄가 채워져서 이 공동에 끌려왔다. 열 명 안팎으로 묶여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가 오랜만에 동료와 친족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쁜 것은 잠시였다.
심상치 않았다.
윽박지르던 간수들도 없고, 전투조인 기사와 마법사들이 나타나 삼엄하게 그들을 감시했다.
또한 병사들이 드워프들 사이사이에 서서, 그들이 허튼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 생긴다.’
드워프들은 오늘 자신들에게 큰일이 벌어짐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끝에서 그들은 붉은 머리칼의 사령관 둘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로잘린과 케일.
둘 모두 그들에게 증오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죽음의 협곡 전투.
화염의 드워프족은 그 전투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서 날개와 마법 폭탄 발사기를 선보이며 직접 모든 부족원을 이끌고 전투에 참가했다.
부족 내 노약자들은 전장이 아닌 주둔지에 머무르며 그들의 손재주를 펼쳤고, 나머지 모든 성인들은 전장에 나섰다.
‘자유가 필요했으니까.’
화염의 드워프족을 이끌었던 현 족장 카넬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확히 말해 ‘암’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었다. 그래서 북부의 한 귀퉁이라도 화염의 드워프족 땅으로 만들고 싶었다.
마법 장치를 만드는 재주가 없는 한심한 부족.
드워프들 사이에서 비웃음당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래서 그들은 끝없이 노력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는 마법 장치를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가 그때 선보인 ‘날개’였다.
그러나 날개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족장 카넬에게 그 사실은 화염의 드워프족은 결국 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다 모였군요.”
카넬의 시선이 붉은 머리칼의 사령관에게로 향했다.
로잘린이었다.
증오와 두려움 중 증오를 담은 카넬의 시선이 로잘린에게 향했다. 한 부족을 이끌었던 패장이기에 당연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붉은 머리칼의 사령관이 입을 열었을 때, 그는 증오보다 두려움을 느꼈다.
“모두 나가보도록.”
케일 헤니투스. 그가 드워프들 앞에 마련된 작은 단상 위에 오르며 명령했다.
브렉 왕국 기사와 마법사, 병사들은 그 명령에 멈칫하며 로잘린을 바라봤다. 그들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아무리 케일과 그의 뒤에 선 최한, 메리가 강하다고 해도 적군은 오백여 명이었다. 혹여나 그들이 패배에 대한 분노를 쏟으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기사와 마법사들이 모였건만, 케일은 그들에게 나가라고 지시했다.
로잘린은 그런 케일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지만, 이내 대표인 기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타닥. 탁. 탁.
딱딱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내 그들은 모두 공동의 유일한 문 밖으로 나갔다.
끼이이이-
철문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마침내 문이 닫혔다.
쾅!
공동 안과 밖은 완전히 분리되었다.
드워프들의 시선이 천천히 단상 위로 향했다. 우둘투둘한 석벽밖에 없는 공동에서 시선을 둘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멈춘 곳.
그들의 생사를 거머쥔 자가 있는 곳.
화염의 드워프들의 족장 카넬은 두려움을 담아 케일 헤니투스를 바라봤다.
‘…용 혼혈을 추락시킨 자.’
실제로는 최한과 고래족이 추락시켰지만, 드워프가 보기에 용 혼혈을 추락시킬 판을 만든 사람은 케일이었다.
드워프가 두려워하는 용의 힘.
그 용과 맞서 싸우던 이들의 수장.
만약 로잘린이 단상 위에 섰다면 무섭지 않았다. 그녀도 결국 용 혼혈을 이기지 못하는, 드워프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케일은 달랐다.
족장 카넬을 비롯한 드워프들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불, 물, 땅을 사용하던 사령관. 그는 화염의 드워프족을 포로로 만들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방관했다.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다.
과연 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할까?
‘암’에서 그러했듯이, 하얀 별과 용 혼혈에게 당했듯이 다시금 노예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이젠 노예의 기회도 없이 죽는 것일까?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살고 싶나?”
족장 카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드워프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그러나 케일은 드워프들에게 뒤이어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혼란을 그대로 둔 채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시간 됐다!
케일은 그 말에 눈을 뜨며 로잘린을 쳐다봤다. 그녀는 그 눈빛에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여기서-!’
하지만 그녀는 이내 표정을 굳히며 영상 통신구를 하나 꺼내 연결시켰다.
우우우웅-
영상 통신구가 진동했다.
그리고 이내, 영상 통신구 화면이 우둘투둘한 공동의 석벽에 커다랗게 나타났다.
“어!”
“…허.”
드워프들의 일부가 술렁였다. 그사이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국의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 매단 호남형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황태자!”
황태자 아딘이 연설 중인 장면이었다.
드워프 족장 카넬은 저도 모르게 화면에서 시선을 떼어 케일을 쳐다봤다.
불굴 연합과 제국.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금 케일 헤니투스는 불굴 연합 소속 드워프들에게 제국의 황태자를 보여주었다.
화염의 드워프 족장과 케일의 눈이 마주쳤다.
씨익.
그는 미소를 짓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들켰구나! 다 알고 있던 거였어!’
불굴 연합과 암, 제국.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놀라움을 내뱉던 목소리도, 움직이며 부스럭거리던 소리도 점점 사라지며, 드워프들은 깊은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제국은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 침묵 사이로 황태자 아딘의 목소리만이 제 존재를 알렸다.
케일은 영상통신 화면 속 황태자를 바라봤다. 화면 속에서 광장 단상 위에 선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제국민들이 보였다.
제국민들은 제국기를 흔들며 고양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서대륙의 중심.
자랑스러운 우리의 제국.
하지만 요 근래 들어 조금 힘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
태양신 교단과 마이플성, 무너진 궁과 연금술 부탑주 암살 미수.
그 모든 것들로 휘청이는 제국을 지켜보는 제국민들에게 황태자는 말했다.
제국은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는 제국이 서대륙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사람 좋다 평해지는 미소의 황태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미소가 사라지자 오히려 냉담해 보이는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표정으로 제국민과 연설을 전송받고 있을 서대륙에게 말했다.
-우리는 잃어버린 성을 찾기로 했다.
잃어버린 성.
마이플성.
툰카가 이끄는 위퍼 왕국에 빼앗긴 제국의 자존심.
봄이 찾아온 이때, 제국 광장은 점점 열기에 휩싸여 갔다.
깎였던 자존심을 다시 되찾을 순간, 제국을 아직 믿고 있는 제국민들은 서서히 고양되는 감정을 토해낼 준비를 했다. 황태자는 그들에게, 아니, 적들에게 말했다.
-강자는 숨을 필요도, 비겁할 이유도 없다. 정정당당한 힘의 우위만이 존재할 뿐.
호오.
아직 황태자는 모르고 있는 적인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정당당이라.
‘리나 씨에게, 정글에게 조금 더 대기하라고 해야겠네.’
케일도 정정당당을, 힘의 우위를 참으로 좋아했다.
그 순간 아딘은 다시 특유의 호감형이면서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 서대륙 유일 제국의 전형적인 후계자로서의 모습으로 외쳤다.
-제국, 그 이름의 가치를 지금부터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제국민들의 함성이 광장을 뒤흔들었다.
그 함성은 포로 드워프들로 가득 찬 공간에도 진동을 일으킬 만큼 컸다. 드워프들의 시선은 아직 제국 황태자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으로 향해 있었다.
제국이 위퍼 왕국과 전쟁을 선포했다.
그 사실이 드워프들의 머릿속에 박혔다.
그래서 드워프들의 시선이 천천히 한쪽으로 돌아갔다. 단상 위, 태연하게 서 있는 사령관이 보였다.
타닥. 타닥.
사령관 케일 헤니투스는 천천히 단상 위에서 내려와 포로 드워프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같은 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족장 카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다가오는 사령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암의 노예나 다름없던 화염의 드워프들이 받아야 했던 기운. 본질적인 공포의 대상.
‘…드래곤 피어!’
용의 기운이 단상에서 내려오는 케일에게 느껴졌다. 하지만 카넬은 함부로 용을 언급할 수 없었다.
용과 달랐다.
용과 다르지만, 그에 버금가는 기운이 느껴졌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운. 그럼에도 숨이 막혔으며 덤비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느껴졌다.
단상을 내려오던 사령관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드워프들과 같은 위치에, 족장 카넬의 앞에서 멈춰 섰다.
카넬은 고개를 들어 올려 케일을 바라봤다.
이 기운. 그가 어떻게 용 혼혈을 추락시켰는지, 불굴 연합을 굴복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사령관의 입이 열렸다.
“살고 싶나?”
이전과 다른 아우라와 함께 전해진 말이 무겁게 공동 안을 잠식했다.
케일은 족장으로 알려진 드워프를 바라봤다. 이미 ‘지배하는 아우라’를 듬뿍 뿜어내는 중인 케일은 드워프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족장 카넬은 반응했다.
털썩.
무릎을 꿇었다.
‘…왜 이래?’
케일은 생각보다 격한 반응에 당황했다.
뭐라 외칠 것 같은 족장의 얼굴이 보였다. 왠지 맛 간 수호 기사 클로페가 떠올랐다.
케일은 황급히 족장의 얼굴을 외면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남들에게는 무릎 꿇은 족장을 일별하고 냉정히 무시하는 무서운 사령관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래서 무릎을 꿇은 족장은 열었던 입을 닫았다.
‘이들을 살려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분위기를 보아 이미 제국, 암, 불굴 연합 사이도 아는 사령관에게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 바랄 것은 그것뿐이었다.
무릎을 꿇어 이 드래곤에 버금가는 기운의 인간에게 부족 몇 명의 목숨이라도 구하면 다행이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 케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드워프들을 쭉 훑어보던 케일의 시선이 다시 족장에게로 향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족장의 입이 다시 열리려 할 때, 케일이 조금 더 빨랐다.
“너희들이 만들 것이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종족 드워프.
족장 카넬은 드래곤 피어와 같은 기운에 두려움을 삼키며 물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합니까?”
결국 드워프는 무언가를 만들어 빼앗겨야 하는 종족인가.
자유는 없는가.
카넬의 눈동자에 절망이 스쳐 지나갔을 때였다.
사령관 케일은 그와 드워프들을 보며 말했다.
“날개를 만들어라.”
날개.
그 단어에 드워프들이 멈칫했다.
죽음의 협곡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들었던 날개.
하지만 그 날개들은 찢겨지며 실패했다.
“그, 그 날개를 말입니까?”
족장은 떨리는 음성으로 케일에게 다시 물었고, 케일은 그런 족장 드워프를 보며 한 존재를 떠올렸다.
이카루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높이 날아올라 태양에 다가갔지만 결국 추락했던 존재.
그러나 케일은 이카루스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대답을 바라는 드워프 대신 다른 이를 불렀다.
“메리.”
“네, 케일 님.”
네크로맨서 메리. 그녀가 검은 로브로 모든 곳을 가린 채 케일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메리는 저를 부른 케일에게 물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나요?”
케일은 그 물음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워프들과 메리가 보였고, 사방이 막힌 공동이 보였다.
하지만 케일은 공동 너머 하늘을 떠올리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화염의 드워프족과 메리가 함께 만들 것.
“불새.”
제국과 싸울 첫 번째 장소.
하늘.
그곳을 지배할 압도적인 힘.
그 시작이 이 패배자 드워프들과 태양신이 싫어하는 네크로맨서의 손에서 탄생할 것이다.
케일도 제국의 황태자처럼 압도적인 힘의 우위가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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