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89
288화.
백골새들이 타오르는 불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로잘린과 헤롤 참모장의 눈빛이 느껴졌다. 그러나 케일은 후텐 공작, 그리고 백골새를 보며 말했다.
“지휘자가 무너진 악단은 혼란이 생길 겁니다.”
피를 토하는 후텐이 보였다.
“공작님!”
“단장님!”
제국 기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더불어 당황하는 병사들이 보였다.
어느 누가 예상했겠는가?
제국의 검이 오러도 못 쓰는 야만인과 누군지도 모를 검사의 공격에 당할 것이라고.
혼란으로 뒤덮인 적군들에게.
지휘자가 무너져 버린 악단에게.
“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면 됩니다.”
그들의 음악이 무너지는 공포를 심어주면 끝이었다.
지금껏 케일은 사상자가 적은 전쟁을 유도했다. 특히, 무고한 병사들이 죽는 일은 최대한 미뤘다.
그래서였다.
“신관님.”
헤롤이 부르자 고개를 끄덕인 케일이 최한을 바라봤다.
케일은 후텐 공작과 다른 의미로 저를 쳐다보는 투구 속 붉은 눈동자를 향해 명을 내렸다.
그는 이 전쟁의 또 다른 지휘자였다.
누구의 음악이 전장을 뒤덮을 것인가. 이는 지휘자의 힘에 따라 달라졌다.
“끌고 달려.”
그 말은 라온을 통해 온전히 최한에게 전해졌다.
-최한아! 인간이 끌고 달리라고 한다!
최한은 달리기 시작했다.
검을 후텐 공작의 옆구리에 박고, 그의 목덜미를 쥐고 달렸다.
“공작님!”
“다, 단장님!”
혼란의 극치에 달했다.
절규와 같은 기사들의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제1기사단과 제3기사단의 모든 인원들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거렸다.
“커헉! 이, 이놈들 무슨 생각이냐!”
후텐 공작은 최한에게 멱살이 잡혀 끌려가는 와중에도, 오러로 몸 안이 뒤집히는 와중에도 검을 여전히 놓지 않은 손을 들어 올려 오러를 피웠다.
그리고 저를 끌고 가는 최한에게 휘두르려 했다.
“그렇겐 안 되지!”
“크윽!”
검을 쥔 손목이 기이한 방향으로 비틀어졌다. 후텐 공작은 제 손목을 비튼 툰카의 흉폭한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툰카는 그대로 공작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
“커헉!”
“크하하하하! 별것 아니구만! 제국의 검 따위!”
툰카는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망가진 공작을 보며 비웃었다. 정말 보고 있기 짜증 날 정도로 이죽이며 비웃어댔다.
그 모습에 제국의 기사들은 혼란을 넘어 분노로 뒤덮였다.
“저 위퍼 야만인이 감히 제국의 검을 비웃다니!”
제3기사단 단장은 마이플성 정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리며 외쳤다.
“공작님을 구해라!”
“네!”
“이, 야만인! 거기 서라!”
기다렸다는 듯 제3기사단이 일제히 단장과 함께 총단장이자 제국의 검인 후텐 공작을 구하려 움직였다.
제1기사단도 부단장의 명령에 절반가량이 그 뒤를 따랐다.
“보병들은 집중해라! 기사단이 공작님을 구하고 저 야만인 둘을 벌할 것이다!”
남은 제1기사단의 부단장은 병사들을 다독이며 외쳤다.
“돌아오실 공작님께 정문을 열어드려라!”
으아아아!
제국의 병사들이 외치며 다시 물밀듯이 좁은 정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인간으로 이루어진 해일과 같았다.
“막아! 창으로 쑤셔!”
“천인장님! 창으로 쑤셔도 뒤에서 적이 밀려와 다친 부상병들이 그냥 밀려옵니다!”
“버텨! 대장군이 오시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마이플성 정문은 혼란으로 뒤덮였다.
“로잘린 님! 적의 마법사들이 물 계열 마법을 퍼붓습니다!”
제국의 마법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물을 만들어 어떻게든 불의 장벽을 없애려고 했다.
“버텨! 계속 화염 마법을 펼쳐!”
로잘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화염 마법을 계속해서 펼쳤다.
우우우우웅-
최상급 마정석들이 천천히 위퍼 측 마법사 위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최상급 마정석보다 일단 불의 장벽 유지에 매달렸다.
적의 물 계열 마법이 생각보다 끝없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로잘린과 헤롤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사들을 움직여.”
헤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이플성 정문. 보병과 제1기사단 절반이 정문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좁은 정문과 더불어 위퍼의 병사들과 전사들 덕분이었다.
툰카와 최한은 정문 반대 방향으로 후텐 공작을 끌고 달렸다.
그러나 전사들은 제3기사단과 제1기사단 절반이 움직일 때에도 정문을 지켰다.
‘전사들이 빠지면 병사들이 버티기 힘들어진다.’
위퍼 병사들이 힘들어질 것이다.
헤롤은 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그 눈동자는 웃고 있었다.
그는 뿔나팔을 집어 들었다.
처음이었다.
위퍼 측에서 뿔나팔을 부는 것은. 참모장이 전장에 나선 것도.
뿌우우우우-
뿔나팔이 전장에 울렸다.
툰카의 왼팔인 창술 전사 펠리아는 그 소리에 반응했다.
“툰카 대장군님을 구해라!”
그녀가 외치자 전사들이 일제히 정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전사들이 툰카와 최한을 향해 땅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동시에 헤롤 참모장이 정문 근처로 이동하며 확성 마법으로 지시를 시작했다.
“방어 1진을 펼쳐라!”
천인장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마구잡이로 싸우던 위퍼 왕국. 제국은 그런 이들을 경멸했다. 근본 없는 것들의 조합이라고.
하지만 마탑과의 첫 싸움 이후 2년을 넘어 3년으로 향해가는 시간이었다.
역사는 없어도 기틀은 마련될 시간이었다.
챙! 챙! 채앵!
병사들이 방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헤롤 참모장의 목소리가 정문을 뒤덮었다.
“버텨라! 공격해라!”
모순적인 문장과 함께, 병사들은 버티기 위해 화살과 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국의 1기사단 부단장이 외쳤다.
“전사가 없다! 쓸어버려라!”
정문을 노릴 때가 왔다.
1기사단 부단장은 전사들이 툰카를 돕기 위해 간다 해도, 제국의 기사단이 그들을 이겨서 돌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크윽,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끌려가는 와중에도 후텐 공작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투구를 쓴 최한에게 향했다.
몸속을 뒤집고 있는 오러는 자신보다 뛰어났다.
그걸 숨기고 있는 놈은 이제 자신을 끌고 일부러 ‘천천히’ 뛰었다.
“공작님!”
곧이어 최한과 툰카를 따라잡은 제국의 기사들이 원형을 이루며 그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모두 공작님을 구하는 것에 집중해라!”
제3기사단 단장이 대표로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상황이 안 되면 저 둘은 사살해도 좋다!”
이 미친놈!
후텐 공작은 제3기사단 단장을 보며 입을 열려 했다.
사살한다고? 소드 마스터를?
사살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분명 기사단 대부분이 다칠 것이다.
툰카도. 그리고 전사도 오고 있지 않던가.
그것을 알기에, 후텐 공작은 제3기사단 단장에게 명해야 했다.
‘나서지 마라!’
그렇게 말해야 했다. 자신보다 월등히 강력한 최한의 오러로 잡아먹힌 속을 꾹 삼키며, 그는 입을 열었다.
“나서- 커헉!”
퍽!
툰카의 주먹이 후텐 공작의 얼굴을 또 후려쳤다. 그리고 제국의 기사들을 향해 비웃어댔다.
“제국의 검은 얼어 죽을, 제국의 약골이구먼.”
“이, 이 망아지 같은 놈이! 감히!”
기사들의 눈동자에 극렬한 분노가 담기다 못해 넘칠 지경이 되었다. 제3기사단 단장은 여전히 포위되었음에도 정문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툰카에게 외쳤다.
“포위되었다! 공작님을 내놓아라! 결국 싸우면 죽는 건 네놈들이다!”
그때, 후텐 공작은 투구가 자신의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뿌우우우우-
위퍼의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눈동자의 소드 마스터는 후텐의 머리채를 잡고 하늘을 보여주었다.
“봐라.”
맑은 하늘이 보였다.
“이, 이런-”
후텐 공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하얀 창이 보였다.
다섯 마리의 백골새가 만든 창.
그 창이 한 곳을 향해 맹렬히 쏘아졌다.
“…연, 연금술 탑이……!”
하얀 창의 끝이 검은 탑을 겨눴다.
족장 카넬은 맨 앞 선두에 서서 외쳤다.
“사자족이 있는 검은 탑을 노린다!”
다른 검은 탑의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은 공격에 치중했지만, 사자족이 있는 연금술 탑 위의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은 사자족을 보호하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기에 이 탑이 먼저였다.
족장은 뒤가 보이지 않았지만 제 뒤를 따르는 백골새 네 마리의 조종자, 드워프들의 동요가 느껴졌다. 사자족을 노려서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저를 노려보는 사자족 에드리치를 마주 노려보며 손에 힘을 꾹 준 채로 외쳤다.
“우린 할 수 있다!”
동시에 카넬은 흠칫 몸을 떨었다.
사아아아아-
하늘을 가르는 그의 몸에 닿는 바람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느껴졌다.
제 몸과 다른 드워프들의 몸. 더불어 백골새와 이 하얀 창 모두를 감싼 투명한 막이 족장 카넬에게 어렴풋이 존재감을 내뿜었다.
족장은 백골새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왔구나. 그분이 왔어!’
로잘린과 함께 마이플성 내성에 도착해서 그들만의 공간에 들어섰을 때. 그때, 드워프들은 케일 사령관 옆에서 두려워서 피하고 싶었던, 그렇지만 위대한 이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케일은 말했다.
‘함께하면 돼.’
조종사 드워프들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워프들아! 내가 도와준다!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의 투명한 실드가 드워프와 백골새들을 감쌌다.
족장은 케일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직 불새가 되지 못한 불완전한 새지만, 1차전에선 이것으로 충분할 거다.’
용이 너희 날개를 지켜줄 테니까.
족장은 백골새의 날개를 펼쳤다.
거대한 하얀 창의 촉이 활짝 펼쳐졌다.
“저것들이 죽고 싶나? 미친 것들이!”
사자족 에드리치에게서 경악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드워프를 향한 경멸이 느껴졌다.
“이런다고 우리 사자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전투력은 떨어지고 만들어 바치는 것만 할 줄 아는 놈들이!”
에드리치와 사자족은 마법사에 의해 실드로 감싸였다.
제국은 역시나 사자족을 보호하는 길을 택했다. 드워프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저 다가오는 백골새의 창이 연금술 탑과 부딪치면 결국 드워프들도 다칠 테니까.
평범한 뼈 따위가 탑을 부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의 귓가에는 이전의 대화들이 떠오르듯 맴돌고 있었다.
‘뼈를 하얀색으로 칠해.’
백골새.
하지만 진짜 모습은 흑골새였다.
네크로맨서 메리의 죽은 마나로 강화시킨 뼈들은 저 검은 탑보다 단단했다.
또한 드워프와 백골새들은 다치지 않는다.
-드워프들아, 너희는 내가 지킨다!
용이 지켜준다고 말한다.
처음이었다. 용이 드워프들의 등 뒤를 지켜주는 일은 지금껏 처음이었다.
사자족 에드리치가 외쳤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거다! 멍청한 드워프 놈들!”
그때, 족장 카넬이 목청껏 외쳤다. 아주 목청껏. 근처의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이 멍청한 사자 새끼들아! 추락하게 해주마!”
그래서 사자족은 가까이 다가온 창을 보고 사색이 된 마법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거대한! 거대한 보호막이 저 새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뭐?”
뒤늦게 사자족과 연금술사들이 반응했지만, 이미 늦었다.
콰아아아앙!
하얀 창이 연금술 탑을 꿰뚫었다.
용의 보호막이 둘려진 하얀 창과 창의 조종사들은 멀쩡했다. 드워프 족장은 비행 마법과 실드 마법으로 공중에서 천천히 추락하는 사자족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외쳤다.
“하나 더!”
이제 시작이었다.
드워프들은 아군인 용의 힘을 느꼈으며, 네크로맨서가 만든 흑골새가 얼마나 단단한지 깨달았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늘은 우리 거다!”
족장은 가슴에서 넘쳐흐르는 말을 내뱉으며 날개를 활짝 폈다.
콰아아앙!
콰아앙!
검은 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텐 공작은 그 모든 모습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7개의 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다 보기도 전, 고개가 아래로 내려졌다. 그의 입가에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저를 쳐다보는 투구의 검사가 보였다.
붉은 눈동자의 최한은 천천히 공작에게 말했다.
“일부러 불러들인 거야.”
“…아.”
공작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제3기사단과 제1기사단을 일부러 불러들였다고 말하는 최한.
후텐은 그의 등 뒤로 마이플성이 보였다.
뿌우우우우-
뿔나팔 소리와 함께 후텐 공작의 눈빛이 완전히 힘을 잃어버렸다.
마법이 치솟아 올랐다.
수십의 공격 마법들이 마이플성에서부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성벽 위에서 로잘린이 외쳤다.
“모두 공격!”
불 장벽 유지에 신경 쓰는 위퍼 측 마법사들 위에서 빛나던 최상급 마정석. 그 마정석들이 뜨거운 빛을 뿜어내며 하나둘 부서지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위퍼의 또 다른 힘이자 과거의 절대자였던 힘.
마법.
수십 년간 은둔하며 연구했던 마법사들의 진정한 정수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한 곳으로 향했다.
후텐이 있는 곳.
그곳을 향해 마법들이 들이닥쳤다.
무너지는 검은 탑과의 격전이 벌어지는 한복판.
오로지 제국의 기사들과 위퍼의 전사들만이 존재하는 땅.
마법은 그 땅을 노렸다.
후텐은 눈을 감았다.
툰카의 광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옥에는 품격도, 우아함도 없어. 전쟁은 지옥이다.”
뒤이어 위퍼의 마법이 땅에 쏟아졌다.
콰아앙. 콰아앙.
콰앙, 콰아아아앙-!
툭.
공작은 땅바닥에 내던져지듯 버려졌다.
그가 눈을 뜨자 마법으로 초토화되는 주변이 보였다.
“크아아악! 마법 강화 갑옷이!”
“방패를 둘러!”
제국 기사들의 처절한 외침이 폭발 틈새로 들려왔다.
상급 마정석으로 강화한 갑옷이라 한들, 최상급 마정석을 사용하고 위퍼의 수십 년이 농축된 마법의 정수가 담긴 공격에는 비하지 못했다.
갑옷이 부서진 채 방패를 들고 버티는 기사들은 지옥의 한가운데 빠진 가련한 인간들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터전이었다.
“다 찢어발겨라! 죽여라! 멈추지 마라!”
위퍼의 전사들.
마법 내성을 지닌 자들.
그들은 툰카의 외침에 반응하며 마법으로 폭발하는 전장에 달려들었다.
수십 갈래의 마법이라 아직도 마법들이 쏟아지는 중이었지만.
완전한 마법 내성의 툰카와 달리 위퍼의 전사들은 각기 다치고 피를 흘려댔지만.
그들은 광기에 가득 찬 외침과 웃음을 터뜨리며 제국의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봐라!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몸뚱어리뿐이다!”
툰카는 큰 소리로 외치며 기사들의 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패대기쳤다.
무식하고 원초적으로, 위퍼의 전사들은 제국의 기사들을 죽이는 것에 집중했다. 무기가 부서지면 두 손으로, 손이 막히면 머리나 다리로.
“죽여라!”
툰카의 외침에 전사들이 마법으로 만들어진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미친 듯이 움직였다.
제국의 마법사들은 기사들을 돕지 못했다.
무너지는 검은 탑의 잔해로부터 실드를 펼치거나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 하하-”
후텐 공작은 흙바닥에 내던져진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우아하고 격식 있는 제국군은 없었다.
사방이 무너지고, 불타오르고 있었다.
거기서 날뛰는 놈들은 제 몸을 생각하지 않고 파괴 속으로 뛰어드는 놈들뿐이었다.
망가진 지휘자는 저를 망가뜨린 붉은 눈의 검사를 쳐다봤다.
하지만 검사는 제 지휘자를 쳐다봤다.
마이플 성벽 위, 유일하게 시간이 멈춘 듯 올곧이 서 있는 사람.
케일 헤니투스.
최한은 그가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입을 열었다.
“끝이군.”
1차전이 끝났다.
검은 탑은 모두 부서졌으며 제국군은 정문을 넘지 못했고, 기사들의 대부분이 전멸했다.
그리고 후텐 공작은 포로로 위퍼 왕국군에게 붙잡혔다.
제국의 검이, 제국의 힘이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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