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1
290화.
묘족 기사 렉스 경. 그는 행정이나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마법과 연금술의 땅-”
그래서 어렴풋한 그림만 그려질 뿐, 정확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간단해.”
물론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케일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마법과 연금술은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지. 그곳에 사람과 훌륭한 기반 시설이 집약된다면 작은 도시지만 아주 강대한 힘이 생길 거야.”
투명화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로잘린 집 생기나? 우리 금 용 할배 집도 지어주자!
케일은 가뿐히 무시했다. 그리고 나중에 케일은 그걸 후회한다.
라온은 진심이었다.
“공자님, 그게 왜 제국에게, 그리고 로운에게 득입니까?”
“초기 20년, 도시의 안정화를 위해 각각 로운 왕실과 모고르 측의 인사가 합의하에 시장 직을 정한다.”
시장. 도시에서 가장 명확한 지위를 가진 존재였다.
“그렇단 말은 결국 로운 왕국에서 시장을 추천해서 20년 동안 다스린다는 소리 아닙니까?”
렉스 경은 로운과 모고르의 합의라고 말해도 모고르의 의사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 20년 동안 로운 사람이 시장을 한다.”
20년 동안 로운 땅이란 소리였다.
“그 후엔 자유 도시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차근차근 진정한 자유 도시로서의 자치를 보장해 준다. 이는 문서로 정리해 서대륙에 공포할 내용이야.”
렉스의 표정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미묘해졌다.
“그냥 차라리 땅을 달라고 하십시오.”
그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다.
“말만 제안이지, 나를 황위에 올리는 대신 땅을 달라는 제안 아닙니까?”
“뭐.”
케일은 다리를 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로운은 그럴 힘이 있지.”
그러나 곧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국은 사라질 거다.”
“…그게 무슨?”
“정글, 위퍼, 카로. 이 세 곳이 제국의 땅을 그냥 둘까? 로운처럼 계약으로 빼앗으려고 하거나 혹은 전쟁으로라도 빼앗으려고 하겠지.”
렉스 경은 말문이 막혔다.
로운에게 날을 세우기에는 로운보다 저들이 제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악감정이 더 컸다.
이미 미친 신관 케이지에게서 제국이 서대륙에 벌인 짓을 다 들은 렉스였다.
“…그럼 진심으로 20년만 다스리고 ‘자유 도시’로 만들 겁니까?”
“어.”
대답은 명쾌했다.
“그래야 타국들도 납득할 거야.”
또한 그래야 마탑과 연금술 종탑도 자유 도시에 오려고 할 것이다.
“왜냐면 우리 로운이 기반 시설을 모두 제공하고 마법과 연금술이 발달하도록 돈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거든.”
막 생기는 ‘자유 도시’가 자리 잡을 동안만 로운이 돕는다고 한다면, 그리고 돈까지 쏟아붓는다고 하면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오히려 돈까지 쏟아붓고 난 다음 20년 뒤에 손 뗀다고 하면 다들 멍청이라고 하겠지?”
“…선언한다고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아마 타국들은 죽음의 신 맹세라도 하라고 하겠지?”
“…그걸 하려고요?”
“어.”
렉스는 진실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케일은 끝이 아니었다.
“또한 우리는 모고르와 함께 자유 도시를 만들기 때문에, 모고르의 우호국이 될 것이다. 그래서 타국과의 분쟁을 조정하려고 노력할 거야.”
렉스는 현 서대륙의 떠오르는 별이 지는 해인 모고르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는 소리에 제 귀가 정상인가 싶었다.
“더불어 제국의 연금술 종탑을 비롯해, 연금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금을 내놓지.”
하!
렉스는 기가 찼다.
그는 저도 모르게 진심을 내뱉었다.
“로운에 뭐 남는 게 있습니까? 그냥 다 퍼주는 거 아닙니까?”
그때, 라온의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들렸다.
-아니다! 고양이 기사야! 인간이랑 왕세자는 다 안 퍼준다! 내가 둘이 웃는 거 봤다!
당연히 케일은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왜 남는 게 없지?”
“아니, 도시를 하나, 그것도 돈이 많이 드는 마법과 연금술을 들이려면 돈도 많이 필요하고요. 효율이 남겠습니까?”
케일은 여유롭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괜찮아. 돈 많아.”
이제 렉스는 기가 찰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로운은 돈이 많았다.
카로 왕국을 도와주고 받은 돈. 더불어 패배한 북부 3왕국에서 받을 돈들이 많았다. 더불어 로운은 북부의 노르란드 왕국과 식량에 관한 거래를 틀 예정이다.
어느 때보다도 돈이 많았고, 들어올 돈도 많았다.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로운이 왜 이런 제안을 합니까?”
제국의 땅을 내어준다. 이건 뼈아픈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얻는 대가가 정말로 컸다.
더욱이 피를 흘리는 전쟁도, 혹은 굴욕적인 조약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주고 무언가를 얻는 거래였다.
그래서 렉스 경은 로운과 케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케일은 이 순간, 죽음의 협곡에서 왕세자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천막 안에서 나눴던 대화 중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더 넓은 로운을 원해.’
케일의 입이 열렸다.
남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줄 순 없었다.
“첫 번째, 힘을 얻을 거다.”
그는 마이플성 전투 후 로잘린이 헛웃음처럼 흘렸던 말을 떠올렸다.
‘공자, 제 예전 스승님이 말씀하셨죠.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인 곳이 제국이라고.’
이걸 케일도, 왕세자 알베르도, 로운 왕국도 알고 있었다. 알베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케일 헤니투스, 난 연금술이 갖고 싶어.’
첫 번째로 얻을 것은 연금술이었다.
“두 번째, 사람을 얻을 거다.”
자유 도시로, 새로운 마탑과 연금술 종탑을 향해 오는 서대륙 사람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렉스 경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로운 왕국은 자유 도시 기반 시설 중 하나로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배우고 싶지만 여력이 없는 서대륙의 누구에게나 지원을 할 것이다.
그들이 나중에 성장한 뒤 자유 도시에 남거나,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로운 왕국으로 오거나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로운을 잊지 않을 것이다.
20여 년간 성장할 마법사와 연금술사는 로운을 기억할 것이다. 그들에게 터전과 지원을 제공한 유일한 왕국이었으니까.
“세 번째는 제어력이지.”
“아.”
이건 렉스 경도 금방 알아들었다.
‘20여 년간 마탑과 연금술 종탑, 그곳을 제어하는 건 로운 왕국이 된다.’
위퍼 왕국에 있던 마탑, 모고르 제국에 있던 연금술 종탑.
두 곳 모두 수많은 악행을 질러왔다. 로운은 굳이 도시의 시장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과거를 명분으로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 번째 이유가 케일이 자유 도시를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로잘린이 있는 마탑과 새로운 연금술 종탑은 악행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기술과 힘을 지닌 단체다. 20년 뒤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을 견제할 존재가 있어야 평화가 유지된다.
렉스 경은 자유 도시에 자리 잡을 두 힘을 떠올렸다.
새로운 마탑에는 보나 마나 로운의 사람이, 그리고 연금술 종탑에는 주정뱅이 연금술사 레이 스테커가 중심이 될 터.
‘레이 스테커 씨도 결국 케일 공자, 로운의 사람이야.’
렉스의 눈동자가 점점 흔들렸다.
“…20년 뒤에 손을 떼어도 자유 도시는 결국 로운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겠군요.”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꼭 정복을 해야만 땅을 넓히는 게 아니지.”
20년 동안 로운의 땅은 잠깐 넓어질 것이다.
그동안 로운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였다.
힘, 사람, 제어력.
“북부 왕국들도, 정글도 땅이 넓다.”
북부의 3왕국과 정글도 타 왕국들에 비해 평균 이상 땅이 넓었다. 특히 정글은 제국의 몇 배에 달하는 땅을 지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지. 하지만 제국은 달랐어.”
제국을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이들은 서대륙 곳곳에 존재했다.
“그건 그들이 큰 힘을 지녔고, 그들과 연계된 사람들이 많았으며, 그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기 때문이야.”
지금까지의 제국이 그러했다.
과거의 제국이 그랬다.
렉스 경은 미래를 생각했다.
제국의 자리에 다른 이름이 떠올랐다.
로운.
그 두 글자가 자꾸 떠올랐다.
20년 동안 땅이 넓어지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20년 뒤, 로운이 이룰 것.
그것이 케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린 영향력을 넓힐 거다.”
서대륙에 미치는 힘.
그건 정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주 강한 힘.
“로운은 큰 힘을 지닐 것이며, 로운과 연계된 사람들이 대륙 곳곳에 있을 것이고, 강한 힘을 지닌 집단 두 곳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될 거다.”
20년 뒤, 로잘린의 스승이 제국에 대해 평했듯이 로운 왕국을 그렇게 평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더 넓은 로운이다.”
그러면 자연히 대륙의 동부에 위치한 로운은 제국이 될 것이다.
바위의 나라는 그 단단함만큼이나, 오랜 세월 버틴 역사만큼이나 강대한 위력을 떨치리라.
대륙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로운의 이름이 넓어지리라.
로운을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이들이 서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일.
그것이 바로 로운의 땅이 넓어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유 도시의 이득은 대외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야.’
자유 도시가 생기면 인근에 있는 로운의 기술과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건 왕국민들의 삶의 질과 그들의 생각을 성장시킬 기틀이 될 터.
로운엔 이를 저해할 요소도 없다.
‘제국처럼 국교가 있는 것도 아냐.’
종교가 자유로웠다. 또한 호랑이족과 다크엘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종족들이 모이는 왕국이었다.
수많은 것들이 폭발적으로 융합을 이루며 성장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전쟁이 없을 때 가능하지.’
적어도 20년간의 평화가 필요했다.
케일은 천천히 입을 여는 렉스 경이 보였다. 묘족의 기사는 확신에 가득 찬 상대의 눈빛을 보며 천천히 내뱉었다.
“부럽습니다.”
조금만 상상해도 눈부시게 성장할 로운 왕국이 그려졌다.
“왜? 모고르는 불가능할 것 같나?”
렉스 경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흉터로 가득한 제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태양신 교단의 테러와 부패를 시작으로, 이제 연금술 종탑과 황가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날 것입니다. 연금술 종탑도 무너지고, 제국도 힘을 잃어가겠죠.”
렉스는 천천히 손을 뻗어 케일이 건넨 제안서를 집어 들었다.
“물론 로운 왕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태양신’과 ‘새로운 연금술’을 얻을 겁니다.”
새로운 태양신 교단으로 제국민들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이고.
로운의 도움으로 연금술을 유지하고 타국의 침입을 막을 방도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렉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연금술 종탑과 제국의 만행이 밝혀지면 제국민들은 내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황가도, 연금술도, 종교도 사라진 제국민들의 마음에 제국이 그대로 존재할까?
“살아온 터전이 사라지는 기분일 겁니다.”
렉스는 땅이 있다고, 이름이 있다고 터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내 나라.
내 고향.
내가 나고 자란 자랑스러운 이 땅.
그것이 터전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빈 제국민들에게 과연 터전을 일굴 힘이 남아 있을까?
렉스는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고개 숙인 렉스를 바라보는 케일의 표정이 오묘했다. 그는 지금 렉스에게 놀라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훨 괜찮은데?’
뭐가 중요한지 아는 놈이었다.
책을 주고 공부시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이런 생각을 지녔으니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케일은 고개 숙인 기사에게 말했다.
“내 눈앞에 진짜가 있군.”
“…네?”
렉스 경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엔, 부드러운 미소는 없지만 확신에 가득 찬 눈동자가 보였다.
“진짜 말이야, 진짜.”
“진짜요?”
“어.”
케일은 툭 던지듯이 내뱉었다.
“제국의 진짜 자긍심 말이다.”
렉스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 그에게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녀석들은 목숨을 걸었잖아.”
복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시작된 일.
진실을 알리려는 행동.
“그게 모고르 아닌가?”
렉스는 숨이 턱 막혔다.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그는 이들의 일을 제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렉스 경을 이번 일에 끌어들였다.
끼이익-
케일은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섰다. 렉스 경은 복잡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고, 케일은 그의 손에 들린 제안서를 가리켰다.
“제안은 거절해도 좋다. 그게 가능하니 제안인 것이-”
쾅, 쾅, 쾅!
큰 소리가 갑작스럽게 울려 퍼졌다.
케일은 2층 입구 문을 쳐다봤다.
쾅, 쾅, 쾅!
누군가가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뭐, 뭐죠?”
렉스 경이 놀라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저 빌로스입니다!”
플린 상단의 서자 빌로스.
그의 헐떡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급박했다.
뭐지?
케일은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였다.
-인간, 인간! 왕세자한테서 메시지 왔다!
영상 통신구에 남겨진 메시지.
그것도 왕세자 알베르가 남겼다는 말에, 케일은 흠칫 문고리를 돌리던 동작이 멈췄다.
“공자님!”
하지만 케일은 이내 문을 열었다.
급하게 뛰어온 얼굴의 빌로스가 숨을 고르지도 못하고 케일에게 말했다.
“공자님, 황태자와 연금술 종탑 부탑주가 서부 국경으로 간답니다!”
케일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곧바로 물에 젖은 휴지처럼 구겨졌다.
-인간, ‘황태자가 지원을 요청했다’라고 보내면서!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케일 헤니투스, 너를 찾는군’이라고 되어 있다! 황태자가 인간, 너 찾는 거 아닌가?
제기랄.
“이건 또 뭔 일이야?”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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