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7
296화.
“공자님!”
힐스만이 다급히 비틀거리며 주저앉는 케일을 부축했다.
부단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케일의 두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으며 입과 코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커헉, 컥!”
케일은 연신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 광경이 모든 제국 사람들에게 보였다.
‘이런 쓸모없는 고대의 힘들! 제기랄!’
케일은 아프지도 않았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심장의 활력이 움직이며 급격하게 몸은 안정되었지만, 이상하게 자꾸 피가 나왔다. 그때 짱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자네의 몸에서 힘을 쓰기 시작했어. 건강해질 걸세.
미친 소리!
피를 토하는 게 뭐가 건강해진다는 거야!
그러나 케일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심장의 활력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마치 기쁘다는 듯 열심히 힘을 쓰는 게 느껴졌고, 불이나 돌의 힘을 썼을 때보다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검붉은 피만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렇다고 피가 줄어드는 느낌도 아니었다.
쿵쿵. 심장이 어느 때보다도 거세게 박동했다. 새로운 피가 그의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크헉!”
건강해지고 있는 와중이지만 검붉은 피를 줄줄 흘리는 케일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고, 공자님. 이, 이럴 수가. 세상에, 세상에! 그냥 조금만 하신다면서요! 제 가슴이 찢어집니다! 로운의 영웅이 이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됩니다!”
부단장 힐스만이 계속해서 케일의 몸을 부여잡고 외쳐댔다.
“고오옹자아니임! 이 힐스만,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 죽어버릴 것 같습니다! 크흑! 이, 이리 피를 많이 흘리시다니! 치료사, 치료사! 어디 있나?”
핏줄이라도 터진 듯 힐스만의 눈동자는 붉어져 있었다.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벌게진 얼굴로 외쳤다.
“치료사를 불러 우리 공자님을, 로운의 영웅을 어서 살려내라! 이제, 이제 더 이상 쓰러지면 위험하시단 말이다아!”
케일은 당황스러웠다.
‘이게 맛이 갔나?’
힐스만에게 적당히 케일 자신의 행동에 맞춰서 연기하라고 명령해 두었다. 그런데 거의 평생의 역작을 만들려는 듯 혼신의 연기를 해댔다.
-…어, 음, 인간, 아프나? 나도 뭐라고 하고 싶은데 말 많은 부단장 때문에 뭘 못 하겠다.
오죽하면 6살 어린 용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주춤주춤거렸다.
-인간, 괜찮나?
그러나 역시 용은 살벌했다.
-기절하거나 몸의 그릇이 흔들리는 것 같으면 그냥 내가 다 부수고 인간 동대륙에 데려가서 나쁜 놈들 금고 털면서 살 거다! 경고한다!
그러다가 라온은 케일이 힐스만을 쳐다보는 눈빛을 본 순간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다행이다! 우리 인간이 말 많은 힐스만 한심하게 쳐다본다! 인간 몸 진짜 괜찮나 보다! 다행이다!
“크흐흑! 공자님! 우리 헤니투스 영지의 가장 귀하고 빛나는 별이신 공자님! 크흐흑!”
케일은 힐스만과 라온이 너무 시끄러웠다.
시끄럽다고 말하고 싶었다.
“시끄, 억, 커헉!”
그러나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가 줄줄줄 흘러나왔다.
미치겠다.
말을 못 하니까 돌아버릴 것 같았다.
“…케일 사령관.”
케일은 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올렸다. 신관과 함께 다가온 발렌티노가 보였다. 카로 왕국의 왕세자는 울듯 말듯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뚝. 뚝.
검붉은 핏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려 검은 제복을 적셨다.
발렌티노 왕세자는 마음이 쓰라렸다.
“자네는 정말로-”
뭘 말하려는지 알 것 같은데, 그런 거 아냐!
케일은 말을 못 하고 꾸역꾸역 삼키는 발렌티노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참아야 했다. 그런 그들 사이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딘이었다.
연금술 부탑주와 제자 혼트를 대동하고서 다가온 아딘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친히 한쪽 무릎을 꿇고서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케일의 검붉은 피가 황태자의 금빛 제복을 더럽혔지만 황태자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었다.
덥석.
피로 뒤덮여 덜덜 떠는 케일의 손을 잡았다.
“괜찮나? 미안하네. 이 정도를 바라진 않았건만.”
아딘은 고마우면서도 괴롭다는 표정이었다.
“내 믿는다는 말이 자네에게 부담이 되었던 것 같네. 고맙네, 정말 고마워.”
고맙다.
황태자의 그 말에 제국군과 귀족들은 그제야 주변이 제대로 보였다. 맑고 높은 봄 하늘, 그리고 다시 제국에서 위퍼로 향해 부는 바람.
다가오던 지옥은 사라지고 태양이 다시 제대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살았다.”
제국 귀족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의 귓가로 황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관! 살리게. 케일 사령관을 반드시 살려야 해.”
“네, 네. 전하!”
발렌티노 왕세자와 함께 왔던 태양신 교단 소속 치료 신관이 자리에 앉으며, 치료를 위해 케일의 몸에 손을 뻗었다.
그때, 신관의 손은 한 사람에 의해 케일에게 닿기도 전에 멈춰졌다.
“…저기, 기사님?”
신관이 당황해 부단장 힐스만을 바라봤다. 힐스만은 슬픈 얼굴로 황태자 아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전하, 죄송하지만 신성력이나 치유력이 없는 그냥 일반 치료사를 부탁드립니다.”
순간 황태자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가 사라졌다. 그는 힐스만을 보며 다그치듯이 말했다.
“이리 위중한데, 일반 치료사라니! 신성력이나 치유력을 써야 하네.”
“그것이-”
힐스만의 시선이 우물쭈물하며 케일에게로 향했다.
아딘도 덩달아 케일을 바라봤고, 케일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성력이 필요 없다는 신호였다.
아딘은 힐스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몸이 극도로 약해진 터라, 다른 기운이 함부로 들어가서는 곤란해서 그렇습니다. 전하, 일반 치료사를 부탁드립니다.”
케일은 피를 토해내며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암, 신성력이나 치유력은 곤란하지.’
몸이 멀쩡한 걸 들키면 큰일이었다.
더불어 심장의 활력이 재생력이자 치유력이다. 그걸 알아챌 만한 고위 신관이 나타나면 그냥 다 막장으로 가야 할 판이었다.
“허.”
탄식이 들려왔다.
발렌티노 왕세자였다.
“이다지도 공자의 몸이 약해졌다니.”
그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딘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딘의 내면은 웃고 있었다.
‘정말로 곧 죽겠구나.’
신성력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라면, 지금 내부의 고대의 힘들이 얼마나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는 소리인가?
아마도 그 충돌의 여파가 두려워 새로운 힘, 신성력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중일 터.
아딘은 케일이 흘린 피를 바라봤다.
어마어마했다.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그러나 살아 있는 존재는 결국 죽는다.
영웅에게도 죽음은 찾아오는 법.
이번 일로 케일 헤니투스는 조금 더 빨리 죽을 것이다. 그 사실이 못내 흡족했다.
불도 끄고.
고대의 힘 세 개 소유자의 죽음도 앞당기고.
떠오르는 로운 왕국에 제동을 걸 수 있고.
마지막으로, 위퍼 왕국에 매서운 철퇴와 같은 벌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위퍼 왕국은 감히 제국에 덤벼든, 아니, 아딘 자신에게 덤벼든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케일 사령관.”
그는 아직 케일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그는 여전히 케일과 로잘린, 둘의 협력에 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의심을 1%가량만 남겨둔 채로 모두 지웠다.
그렇기에 아딘은 케일에게 애써 슬프지만 미소를 그리는 얼굴을 흉내 내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한 희생, 우리가 꼭 기억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로 보답하겠네.”
케일은 고맙다는 듯, 나는 괜찮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결과는 얼어 죽을.’
케일은 황태자와 그 뒤에 서 있는 부탑주, 제자 혼트, 이 세 명을 시야에 담으며 생각했다.
‘계획대로 간다.’
그가 용의 분노로 만든 불을 완전히 꺼버렸지만, 아직은 계획 범위 안이었다.
케일 일행은 지금까지 제국의 연금술사와 마법사, 기사들의 전력 최대치를 예상하며 움직였다. 더불어 사자족 인원까지 최대치로 계산했다.
그렇게 최대 전력의 제국을 이길 계획을 만든 위퍼 왕국이었다.
삐이이이- 삐이이-
저 멀리 위퍼 왕국에서 부는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황태자 아딘의 찝찝한 손을 슬그머니 놓으며 정의로운 장군처럼 말했다.
“전하, 크윽, 믿겠습니다. 평화가, 커헉. 올, 올 겁니다.”
물론 아딘 뒤의 발렌티노 왕세자도 슬쩍 쳐다봤다. 발렌티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케일이 한 말을 마음속에 되새겼다.
‘믿겠습니다. 평화가 올 겁니다.’
이건 제국의 승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서대륙, 우리의 평화를 말하는 것이리라. 발렌티노는 제국에 대한 복수와 더불어 다른 감정이 심장을 뒤흔들었다.
당연히 케일은 그런 발렌티노를 보고 있었다.
‘그래. 잘해. 계획대로.’
케일은 비장한 표정의 발렌티노가 잘할 것이라 판단되어 살짝 안심이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래, 케일 사령관. 곧 제국의 힘이 전장을, 위퍼를 한순간에 휩쓸어 버릴 걸세.”
허이구. 착각 좀 작작해.
케일은 실소를 참으며 아딘을 바라봤다. 그리고 멈칫했다.
웃고 있었다.
지금껏 웃는 것과 달랐다.
조금 느낌이 달랐다.
뒤통수가 싸해져 왔다.
아딘의 입이 열렸다.
“자네에게는 알려주겠네. 우리 제국의 비밀 병기를.”
…뭐라고?
비밀 병기?
케일의 눈이 커졌다.
그 순간 부탑주 메텔로나 곁으로 한 연금술사가 뛰어와 귓가에 속삭였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뜨며 황태자 아딘에게 말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무슨 준비?
케일은 아딘을 바라봤다. 아딘은 고개를 숙여 케일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골렘.”
뭐?
“사라진 고대의 문명 중 하나를 연금술사들이 복원해 내었지.”
골렘.
인간의 형상을 한 흙, 혹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존재로, 그 몸의 크기는 만들기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골렘의 몸에는 심장 대신 ‘핵’이 있었으며 조종사들은 이 ‘핵’을 이용해 골렘을 움직이고 조종했다.
케일은 당황스러웠다.
골렘. 판타지에서 많이 나오는 소재였다.
‘…그게 ‘영웅의 탄생’에서도 나온다고?’
5권 전 내용에는 골렘이 없었다. 단어조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케일은 처음 겪는 일에 진심으로 손끝이 떨려왔다.
그때, 황태자가 부탑주 메텔로나와 탑주의 제자 혼트에게 말했다.
“시작해.”
부탑주가 외쳤다.
“가동 시작!”
케일은 곧 제국군 주둔지 공터에서 빛이 쏟아지며 그려지는 거대한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우우우웅-
빛과 함께 일순간에 만들어진 마법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이 그 마법진을 둘러싸고 있었다.
-…인간, 이거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 게 나오려고 한다!
나온다.
마법진 위에 뭔가가 ‘소환’된다.
땅이 진동했다.
케일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진동이 멈췄을 때.
쿠우우웅-
환한 빛과 함께, 땅 위로 거대한 존재들이 소환되었다.
“세, 세상에-”
부단장 힐스만의 떨리는 손이 케일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골렘이 나타났다.
높이가 약 10~15m에 달하는 거대한 몸체를 지닌 서른여 개의 검은 존재들.
하나하나가 숨을 막히게 하는 거대한 몸체로, 땅 위에서 인간과 맞붙는 존재였다.
끔찍했다.
저것들이 전장에 서면 인간은 한낱 작은 먼지처럼 보일 터.
케일은 발렌티노 왕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딘, 저, 저것들이 정말 골렘인가? 고대의 그 사라진 골렘?”
발렌티노는 아딘의 대답도 듣지 않고 황급히 이어 말했다.
“저것들로 위퍼 왕국을 휩쓸 건가?”
케일은 골렘에게서 시선을 떼고 부탑주와 탑주의 제자를 바라봤다. 그들은 담담했다. 마지막으로 케일의 시선이 황태자에게서 멈췄다.
황태자는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황태자의 입이 열렸다.
“어때? 곧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올 것 같지 않은가?”
제기랄. 빌어처먹을!
저걸 뭘로 이겨?
케일은 뒤통수가 시려왔다. 동시에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네, 전하. 그럴 것 같습니다.”
케일. 그는 골렘이고 나발이고 간에, 당하면 몇 배로 갚아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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