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9
298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한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한낱 인간에게 시선을 두기에는 전쟁의 규모가 인간의 상상을 아득히 넘어버렸다.
“…왜 검사들이? 아니, 기사인가?”
제국 사람들은 높은 하늘 사이로 희미하지만 백골새 위의 하얀 갑옷들이 보였다.
수십 마리의 백골새.
작은 것들이라고 하여도 그 크기가 대략 3미터였다.
저것들이 노리는 것은 뻔했다.
골렘이리라.
부탑주는 탑주의 제자 혼트에게 눈짓했고, 혼트는 곧바로 연금술사와 마법사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저 새들을, 아니, 조종사들을 공격해라!”
동시에 제국 측 마법사들의 마법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백골새와 조종사를 격추시키기 위한 공격 마법이었다.
그 와중에 한 귀족이 황태자 아딘을 보며 내뱉었다.
“전하, 백발입니다! 혹시, 혹시 파에른이 끼어든 것 아닙니까?”
중심에 있는 가장 거대한 백골새. 그 위에서 고삐를 쥐고 있는 갈색 로브 차림의 백발 벽안의 남자.
백발로 유명한 파에른의 수호 기사 가문인 세카 가문과 와이번 기사단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저 백발의 남자가 가면을 쓴 것도 수상하고, 새 위의 조종사들이 아무 표식이 없는 갑옷을 입은 것도 이상합니다!”
누가 보아도 수상한 상황이었다.
귀족은 황태자 아딘이 잠자코 듣고 있자, 목소리를 더 높였다.
“더욱이 불굴 연합이었던 곰족과 드워프족이 위퍼에 있습니다. 혹시, 혹시-”
귀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끔찍한 가정이 떠올랐다.
“혹시, 불굴 연합과 브렉 왕국이 무슨 작당을 꾸미는 것 아닐까요? 그들이 위퍼 측에 붙은 것 아닙니까?”
주위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잘못하다간 대륙 규모의 전쟁이 펼쳐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글쎄.”
황태자 아딘은 딱 한마디를 내뱉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저 멀리 군사들과 떨어져 흙벽의 끝에 서 있는 케일과 발렌티노를 응시했다. 특히, 케일을 유심히 쳐다봤다.
‘저 백발이 정말로 파에른의 사람일까? 세카 가문 사람일까?’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저 귀족을 포함한 대부분은 모르고 있지만, 황태자와 제국 수뇌부들은 알고 있었다.
‘클로페 세카는 가짜 와이번 기사다. ‘암’이 만든 가짜.’
그리고 아딘은 헤니투스 영지에서 패한 클로페가 살아남기 위해 로운 왕국과 한배를 탔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브렉과 파에른. 둘이 음모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로운이 이 둘을 이끄는 쪽일 수도 있었다.
힘의 우위로 보았을 때 이쪽이 맞았다.
무엇이 진짜일까?
어느 것도 물증이 없었다.
황태자 아딘과 케일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러면 로운은, 왜 굳이 로운의 영웅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제국에 보냈지?’
왕세자는 로운의 영웅을 아꼈다.
그리고 로운의 영웅은 제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아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
소름 끼치는 피리 소리가 창공을 가로질렀다.
케일의 시선이 진실로 놀람을 담아 하늘로 향하는 것을 본 순간, 황태자의 눈동자도 하늘로 향했다.
“…음?”
황태자는 공중으로 떨어지는 갈색 로브가 보였다.
백발의 남자는 갈색 로브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황태자 아딘의 눈동자가 커졌다.
“…신관?”
하얀색의 티끌 하나 없는 신관복.
케일은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당황했다.
‘저 자식이?’
클로페 세카가 신나게 집어 던져 버린 갈색 로브.
케일은 클로페에게 지금 저것을 벗어도 좋다고, 신관 모습을 드러내도 좋다고 허락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였다.
‘이 똑똑하게 미친 새끼!’
케일은 놀란 마음이 가라앉자마자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 참았다
그 순간, 그는 힐스만의 품속 영상 통신구로 희미하게 전해지는 로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성 변조 및 확성 마법 실시합니다.
아, 정말 똑똑한 사람들.
모두가 하얀 신관복과 하얀 갑옷들에 눈에 팔린 순간. 케일은 로잘린의 판단에 탄복했다. 그 이유가 곧 전장을 뒤덮었다.
“하늘을 보아라!”
음성이 변조된 기이한 목소리.
소름 돋으면서도 귓가에 박히는 소리였다.
케일은 클로페 세카가 손을 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고삐를 놓았다.
그가 시작이었다.
하얀 갑옷의 기사들도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가리켰다.
태양.
태양신 교단의 신도들이 그들의 신을 가리킬 때처럼, 비어 있는 두 손이 태양을 향했다. 동시에 클로페는 말했다.
“우리는 빛을 향해 가리라!”
그것은 태양신 교단에 남겨진 유명한 말이었다.
네크로맨서. 그들을 처단할 때 태양신 교단이 외쳤던 문구로, 서대륙의 어둠을 물리친다며 그들이 내건 정신이었다.
‘이 자식!’
케일은 진심으로 이 맛이 간 클로페의 하는 짓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골렘도 계획에 없던 일.
‘변수엔 변수다.’
전쟁의 혼돈을 만들어내는 자들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법.
케일도, 클로페도, 로잘린도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사령관이었으니까.
클로페는 지금 이 공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봤다.
‘다 작다.’
가짜이긴 해도 와이번 기사단을 이끌었을 때 느꼈던 감정 중 하나였다. 이렇게 아래서 내려다보면 인간은 참으로 작았다.
보잘것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전설이 될 줄 알았지.’
클로페는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잘못하다간 미친 듯이 웃을 것 같아, 그는 과거 네크로맨서를 향해 외쳤던 태양신 교단의 말을 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어둠을 처단하리라!”
그래, 처단하는 것이다!
모조리!
물론 자신은 신을 모시지 않는다.
종교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믿는 것이 하나 있었다.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클로페는 한 곳을 내려다봤다.
붉은 머리칼이 보였다.
소드 마스터의 시력이 케일의 얼굴을 눈에 담아내었다. 여유 만만한 눈빛이 보였다. 흥에 겨운 클로페는 태양신 교단에서는 나오지 않는 말을 외쳤다.
“전설이 되리라!”
나는 전설을 볼 수 있다! 그 길을 뒤따를 수 있다!
살아남는다!
그것이 그가 믿는 유일한 사실이었다.
삐이이이-
동시에 피리 소리가 하늘을 다시 뒤덮었고 기사들이 검을, 드워프들은 고삐를 움켜잡았다. 살아남았지만 패배했던, 아니, 싸울 기회조차 없었던 와이번 기사들은 다시 하늘에서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얻자 소리 높여 외쳤다.
“전설이 되리라!”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
그의 명을 따르는 충실한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양신 교단?”
“정말 태양신이라고? 저건 네크로맨서와의 싸움 때 그건데?”
제국군의 얼굴 위로 혼란이 드러났다. 몇몇 귀족을 포함하여 특히 병사들이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부패한 교단의 실상과 테러로 인해 태양신 교단에 대한 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들이 믿던 종교였다.
그 종교의 신관과 성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제국군을 향해 검을 겨눴다.
황태자 아딘은 입을 열었다.
“메텔로나.”
부탑주는 외쳤다.
“공격 실시!”
수십 개의 마법이 하늘로, 백골새에게로 쏘아졌다.
콰앙! 쾅! 쾅!
마법들이 하늘에서 터져 나갔다.
“크윽!”
몇몇 백골새들이 마법을 맞아 휘청거렸고 드워프와 기사들의 몸이 흔들렸다.
그러나 제대로 맞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로잘린 사령관!”
부탑주 메텔로나가 로잘린이 있을 위퍼 왕국 성벽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로잘린은 위퍼 측 마법사들에게 냉정하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영상 통신구를 통해 케일에게 전해졌다.
-제국군의 마법을 모두 막는 것에 집중한다. 백골새에게 닿기 전에 우리의 공격 마법으로 미리 폭발시킨다.
콰앙! 쾅! 콰앙!
하늘은 마법사들 간의 공격으로 인해 폭발로 뒤덮였다.
맑은 하늘은 없었다. 폭발로 하늘 곳곳에서 검회색의 연기들이 채워졌다.
“공격! 계속 공격해!”
부탑주 메텔로나는 외쳤다. 폭발이 많아질수록 백골새 조종사의 시야가 가려질 것이고, 폭발의 여파로 인해 백골새들의 조종이 어려워질 터.
위퍼에 비해 수백은 더 많아 보이는 마법 화력이 집중적으로 하늘을 덮어버렸다. 그 까닭에 회색빛 하늘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괘, 괜찮지 않을까?”
보병과 귀족들이 비슷한 생각을 말로 내뱉은 순간이었다.
부탑주 메텔로나는 하늘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때, 그녀에게 황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이야. 이것들이-”
사아아아-
부탑주 메텔로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회색의 연기, 그 아래로 화살처럼 쏘아져 내려가는 하얀 새가 보였다.
“-이것들은 강해.”
묘하게 열기를 띤 황태자 아딘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콰아아아앙!
마법의 폭발을 뚫은 수십 마리의 하얀 새가 검은 골렘과 부딪쳤다.
콰앙! 콰아앙!
하얀 새의 부리와 날개가 골렘을 노렸고, 골렘의 거대한 손이 하얀 새를 노렸다. 서로 부딪치고 또 부딪쳤다.
어느 누구도 부서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인의 전쟁.”
귀족 한 명의 목소리가 두려움을 담아 퍼져 나갔다. 그 와중에도 땅이 울렸고 굉음으로 귀가 멍했다. 인간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거대한 것들을 조종하는 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특히 음성 변조와 확성 마법이 사라진 클로페는 흰 머리칼이 휘날리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골렘의 조종석을 향해 날아가 부딪쳤다.
“크, 크크, 크하하하하!”
그는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냉정했다.
“강하구나! 아주 강한 몸체를 지녔어!”
골렘의 몸체는 강했다.
네크로맨서가 강화시킨 백골새의 뼈쯤이야 아주 우습게 여길 정도의 강도를 지녔다.
하지만 클로페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부딪쳐라! 기사들은 검을 뽑아라! 조종석을 부숴!”
겁날 것이 없었다.
콰앙! 콰아앙!
거대한 존재들의 싸움이 점점 더 격렬해져 갔다.
아니, 백골새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골렘은 그런 백골새를 떨어뜨리려 했다. 그들은 백골새가 아니라 마이플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골치 아프군.”
황태자 아딘은 말과 달리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탑주 제자 혼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혼트는 어느새 회색의 구슬을 꺼내 들어 황태자에게 내밀었다.
아딘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골렘 부대 조종석으로 전해졌다.
“골렘 부대는 저 새들을 무시한다.”
아마도 저 새들은 골렘을 부수는 것보다 막는 것이 일차 목표일 터.
왜냐고?
조종석은 부숴도 골렘의 핵을 찾기는 힘들 테니까. 이 급박한 때에 숨겨진 골렘의 핵을 어떻게 찾겠는가?
거기에다 핵을 찾기 위해 부수기에는 골렘의 몸체가 매우 단단했다.
황태자는 명령했다.
“골렘 부대는 빠르게 진격한다. 마이플성벽 함락을 최우선으로 한다.”
끼이익.
골렘들의 움직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가 백골새들의 공격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가장 작은 골렘이 10m였고, 그 이상이 총 서른여 개가 있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마이플성을 향해 뛰어갔다.
그때였다.
황태자의 입이 열렸다. 그의 목소리가 회색 구슬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15m. 골렘들의 중심에 있는 가장 거대한 골렘으로, 나머지 골렘들을 이끄는 가장 짙은 검은색의 골렘.
그 골렘이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케일은 아주 작게, 오로지 자신의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만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최한을 도와.”
어린 용의 대답이 들려왔다.
-알았다, 인간! 부수고 온다!
케일은 가장 거대하고 검은 골렘을 바라봤다.
그 골렘의 몸체를 타고 올라가는 아주 작은 존재가 보였다.
최한이었다.
검은 투구를 쓴 검사는 거침없이 골렘의 몸체를 타고 올라갔다.
거인들의 전쟁.
그 사이에 한 인간이 등장했다.
최한의 귓가에 든든한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한아! 우리 인간이 도우란다!
최한은 미소를 그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골렘의 몸체가 보였다. 자신이 딛고 올라가는 검은 몸체가 얼마나 단단하고 강한지 느껴졌다.
그러나 든든한 파트너, 어린 용이 말해주었다.
-뒷목. 목덜미다.
우우웅-
최한은 저를 잡으려고 움직이는 골렘의 손이 보였다. 어찌나 크고 무거운지 움직이는 데에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최한아, 그곳에 힘의 근원이 있다.
그러나 최한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 인간이 그거 부수랬다!
멈출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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