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
29화.
케일 일행의 마차는 여유로이 수도의 서쪽으로 향했다.
수도 휘스. 그 도시 안 곳곳이 단장 중이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탄신일 기념 축제 준비로 도시 전체가 바빴다.
케일은 살짝 들춘 커텐 사이로 비치는 밖을 보며 생각했다.
‘최한은 3일 뒤 쯤에 도착하겠군.’
미친듯이 빨리 이동하지 않는 이상, 최한은 케일 일행보다 3일 늦게 도착할 것이다. 로잘린과 라크까지 데리고 오고, 거기다가 라크를 데리고 올 때 비밀 단체와 엮이게 되니 이래저래 시간이 지체되리라.
최한은 푸른 늑대족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늑대왕의 자질을 가진 라크와 엮이며 그와 함께 오다가 비밀 단체와 한 번 더 부딪친다. 그 일의 여파로 수도 테러 사건까지 네번째로 비밀 단체와 엮이는 최한이었다.
어둠의 숲에서 처음 나와 지냈던 해리스 마을. 그 때 그 마을을 몰살했던 비밀 단체. 두 번이나 그 단원들과 최한은 마주치지만 최한은 그들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암살 단체에게는 옷에 별이 없었거든.’
해리스 마을도, 푸른 늑대족도. 멸살이 목표였기에 비밀 단체는 저들의 암살 단체를 파견했고 그 암살 단체는 만약을 대비해 그저 검은 옷만을 입었다. 그들은 사로잡히면 자결을 택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수도에서부터는 달라진다.
‘그 피 좋아하는 놈이 나올텐데.’
최한은 로잘린과 함께 이번 테러 사건을 막으며 비밀 단체 ‘간부’를 보게 된다. 그 간부와 수하들의 심장께에는 붉은 별과 함께 다섯개의 하얀별이 새겨져 있으리라.
케일은 그에 대한 변명거리도 생각해두었다. 그는 무감각한 눈동자로 창밖을 보다가 도로 커텐을 쳤다.
들뜬 얼굴로 거리를 장식하는 사람들, 화려해져가는 거리. 그 모든 것들은 일주일 뒤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뀐다.
“테일러 공자.”
수도 휘스 서쪽, 귀족들의 저택이 모인 곳. 한 저택 앞에 멈춰서는 마차를 느끼며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저택에 도착하면, 론이 알아서 길을 내어줄 겁니다. 그리로 나가시면 됩니다.”
마차 문만을 보며 덧붙였다.
“잊으세요.”
그런 그의 귓가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웃으면서 봐요.”
케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런 그를 케이지와 테일러가 바라봤다. 하지만 케일도 그의 고양이도 두 사람에게는 시선 하나 주지 않았다.
달칵. 마차 문이 열렸다.
“공자님, 도착했습니다.”
케일도, 한스도, 고양이들도 테일러와 케이지가 보였지만 보지 않았다. 그들이 없다는 듯 그들은 마차에서 내렸다.
케일은 마차에서 내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마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론이 인자한 척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부집사 한스에게 저택에 대한 설명을 들은 론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마부와 함께 론은 후문의 마굿간으로 향했다.
케일은 그 모습에 미련을 두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오.”
그리고 짧은 감탄을 흘렸다. 아기 고양이 온과 홍은 엄청 놀란 듯 금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생각 이상인데?”
역시 돈 많은 백작가. 거대한 철문 너머로 5층짜리 저택이 보였다. 정문과 저택 사이에는 정원도 보였다. 화려하거나 번쩍이지는 않았다. 다만 근처 다른 귀족가의 저택들보다 훨씬 더 비싸보였다.
진정 제대로 돈을 쓰면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아우라가 있지 않은가. 헤니투스 백작가는 황금 거북이가 그려진 조각상과 함께 그 고급스러움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끼이잉. 탕!
황금 거북이 문양이 조각된 거대한 정문이 천천히 열렸다. 정문을 여는 경비병, 그리고 열려진 문 너머로 총 관리자와 고용인들이 양쪽에 서서 케일을 맞이했다.
“케일 헤니투스 공자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과하게 예의 바른 인사였다. 그들은 허리를 숙였는데 그 머리가 땅에 닿을 듯 허리를 숙였다. 총 관리자로 보이는 노인은 목에 핏대라도 세울 요량으로 우렁차게 말했다.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 모시겠나이다!”
왜 이래?
케일은 한스를 쳐다봤다. 한스는 과하게 영문을 모르는 척을 했다.
‘아는 것 같은데.’
왜 이러는지 아주 잘 아는 것 같은 제스처였다. 케일은 물어보기도 귀찮아 총관리자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러고는 다른 고용인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고개 들도록.”
고용인들이 재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이 저택에서 일하며 케일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간 수도 저택을 방문하는 영지 사람들에게 케일에 대해 들었다.
망나니 케일. 가문에 일하는 이들을 귀족 아니면 모두 버러지. 혹은 그 이하로 여기는 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이어질 케일의 말을 긴장한 채 기다렸다.
“앞으로 예의는 과하게 차리지 말도록.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난 딱히 예의로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니니까.”
순간 고용인들의 눈빛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그들의 표정이 느껴져 케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머니가 뽑은 이들이라 들었다.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뛰어나다 들었으니, 그 자부심에 맞게 알아서 하겠지.”
고용인들이 표정이 묘해져갔다.
“앞으로 관련된 일은 한스에게 물어보고.”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모든 일은 한스에게 떠맡기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얼마 머물지도 않을 거 신경 써봤자 뭐하겠는가. 케일은 대충 표정이 풀어지고, 간혹 밝아지는 고용인들을 보며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가지.”
케일이 맨 앞에 서서 정문 안 5층짜리 저택으로 향했다.
집의 주인이 처음으로 집에 들어설 때. 그 때 그 주인은 정문부터 현관까지 직접 걸어가야 했다. 이것은 자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뜻했다.
왕세자가 왕위에 올랐을 때, 그 때 왕세자는, 아니 왕은 왕궁 정문에서부터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중앙궁까지 걸어 들어간다. 그것과 같은 의식이었다.
이전에 테르트 백작과 백작 부인이 이렇게 걸어들어갔지만, 이제 이 거대한 저택의 주인은 케일 헤니투스, 그였다.
끼이익-.
황금 거북이가 새겨진 거대한 철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늘 이곳에서 정보가 퍼지는 형태가 그렇듯 주변 귀족가에 헤니투스 백작가의 귀족 자제도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는 케일이 왕실에 도착 보고를 위해 사람을 보내는 것보다 빨랐다.
그 때문에 동북부 귀족 자제 모임의 회원 중 일찍 와 있던 세 명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한가로이 차를 마시고 있던 그들의 얼굴빛이 흐려졌다.
“하… 정말로 바센 공자가 아니라 케일 공자가 올 줄이야. 이거 골치 아프네.”
“그래도 우리 사람이니 안고 가야죠.”
“그렇긴 합니다. 뭐, 망나니라도 우리 앞에서 추태를 부리지는 않잖아요?”
중립에 온순한 편인 헤니투스 백작가. 융통성 없지만 착한 바센 공자. 그 곳의 망나니. 동북부 모임 귀족 가문 중 헤니투스 백작가와 친한 편인 그들은 결국 향후 미래를 생각하며 결정했다.
“허튼 짓 못하게 우리가 제대로 지키면서 보호합시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부터 해보죠.”
그들에게 케일은 깽판의 위험이 있지만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마냥 보호해야 할 존재였다. 그들은 곧바로 케일의 저택으로 초대장을 보냈다. 그 초대장은 당연히 그날 저녁에 케일의 손으로 빠르게 전해졌고.
“하.”
굉장히 귀찮은 표정으로 케일은 그 편지를 탁자로 던져버렸다.
“안 가실 겁니까?”
“안 갈 수가 있나?”
“아뇨. 동북부 모임이잖습니까.”
“그렇지.”
귀족가 인간들은 참 정보에 빨랐다. 물론 이는 케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스는 총관리자에게 받은 문서를 케일에게 건넸다.
“현재 수도에 도착한 귀족 자제 가문들이라고 합니다.”
“그래. 론은 일을 잘 처리했다나?”
무심한 케일의 물음에 한스는 짧게 답했다.
“네.”
그 답이 만족스러운 케일이었다. 케일은 단단히 준비했다. 가발에, 로브, 문양을 가린 휠체어, 그리고 돈까지. 제대로 준비해 넘겨주었다. 물론 돈을 제외하면 모두 한스가 한 일이기도 했다.
“수고했어. 오늘은 너도 쉬어.”
“네. 푹 쉬겠습니다.”
쉬라는 말에 괜찮다고 하지 않는 한스였다. 케일은 바삐 나가려는 한스에게 덧붙였다.
“아. 대신 나 먹을 것 좀 올려보내.”
“알겠습니다.”
식당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말에 한스는 바로 답했고 잠시 뒤 케일의 침실에는 꽤 풍족한 상차람이 준비되어졌다. 케일은 고기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디저트, 그리고 와인까지 준비된 테이블 위를 꽤 만족스럽게 쳐다보다가 테라스로 향했다.
그의 침실은 3층으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자리였다. 그는 테라스로 통하는 큰 유리창을 거침없이 열어제꼈다.
“들어와.”
그리고 문을 열어둔 채 식탁 앞 의자에 앉았다. 그는 테라스를 쳐다봤고 곧 나뭇잎 몇개가 둥둥 뜨며 날아와 케일의 맞은 편 길다란 의자에 떠있었다.
용이 나뭇잎을 붙이고 들어왔다.
그 투명한 용을 사이에 두고 온과 홍이 같이 의자에 앉았다.
케일은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와인병을 따며 말했다.
“먹어라.”
붉은 와인이 잔에 채워졌다.
“그동안 재료를 구해다줬지만 정작 너는 못 먹었잖아.”
케일은 와인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따라오느라 고생했다.”
그 순간, 투명화 마법이 풀렸고 검은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이 용의 몸에 붙은 나뭇잎들을 떼어주었다. 그리고 홍이 용의 입안에 비크로스가 만든 스테이크를 쑤셔넣어버렸다.
평균 나이 7세. 세 동물이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케일은 음식들을 그들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 모습에 온과 홍이 흠칫했고 검은 용이 물끄러미 씹던 것도 멈추고 쳐다보았다. 케일은 다시 와인잔을 마시며 생각했다.
‘앞으로 고생할테니까.’
자신 대신에 고생할테니, 많이 먹여 놓아야 겠지.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웬만한 전력보다 강한 이들을 지켜보던 케일은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이만하면 좋을텐데.”
딱 이만한 집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여유. 그 세 가지를 누리며 삶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바센이 소가주가 되면 이렇게 살고 말 것이다. 케일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그는 한쪽 구석에 놓인 마법 음향기까지 켰다.
알 수 없는 음유 시인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와인을 한모금 머금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의 모습이 테라스로 보였다.
“좋네.”
이게 인생이지. 케일의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맺혔다. 그 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용은 곧바로 투명화 마법을 하여 모습을 감췄고 고양이들은 고양이 세수를 해댔다.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 문으로 향하려 했다.
“아.”
챙그랑!
일어서다가 와인병을 치는 바람에 와인병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 조각이 났다. 카페트에 붉은 와인색으로 물들어갔다.
‘…불안한데.’
케일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는 서둘러 문으로 향했다. 이건 무슨 불안함일까. 문으로 향하며 케일은 고민했다.
최한인가?
아니다. 미친듯이 오지 않는 이상 3일 안에는 수도에 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상처 입은 라크를 최한이 강행군으로 데리고 올 리는 없지 않은가? 포션을 주었지만 신에게 버림 받은 늑대족에게는 신의 힘이 담긴 포션이 먹히질 않는다.
그리고 처음에 마법 실력을 숨기던, 그 조심성 많은 로잘린이 고위 마법인 이동 마법을 바로 드러내 그들을 수도로 데리고 올 리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케일은 최한에게 일단 수도에 있는 특정 여관에 묵고 있으라고 분명히 말해 두었다. 거기로 케일이 한번 만나러 간 후, 그 뒤는 론과 비크로스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래. 이 불안함은 그냥 론이나 최한 같은 녀석들과 함께 해서 생긴 만성 두통과 같은 것이다. 케일은 마음을 가라앉혔고, 힘껏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너-.”
케일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귓가로 다급하고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왓다.
“케일님. 죄송합니다. 생각나는 분이 케일님 뿐이었습니다.”
다급한 얼굴의 최한이 서 있었다. 미친듯이 뛰어온 듯 몰골이 엉망이었다.
케일은 인생사 가장 큰 호러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최한과 비슷한 표정이지만 의아함까지 더한 부집사 한스의 얼굴. 그리고 최한과 함께 온 사람과 최한의 등에 업힌 이의 얼굴까지 본 순간 케일은 문을 활짝 열었다.
“일단 들어와.”
최한의 등에 업힌 이는 늑대족의 라크였다.
“그 애 데리고.”
푸른 늑대족의 라크. 늑대왕의 후계자 소년의 상태가 심각했다.
라크는 생애 첫 광폭화 직전의 고열 상태였다. 1년 뒤에 나와야 할 첫 광폭화가 왜 지금 일어난 것인지 케일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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