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5
304화.
검푸른 화살은 순식간에 혼트의 몸을 집어삼킬 듯했다.
“안 돼!”
격렬한 외침에 제국 기사들이 멈칫했다.
황태자 아딘, 그가 드물게 다급함을 얼굴에 담으며 외쳤다.
“혼트를, 혼트를 구해야 돼!”
그리고 멈칫하더니 이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국 미래의 기둥 중 하나다! 마법사들은 그를 도와라!”
하지만 그의 외침은 헛수고였다.
케일은 황태자 아딘의 외침에 실소를 흘리며 혼트를 바라봤다.
“이미 늦었어.”
검푸른 화살이 혼트를 덮쳤다.
콰아아앙!
굉음이 들렸다.
흙먼지와 회색빛의 연기, 폭발로 인한 빛이 솟구쳤다.
연기는 혼트는 물론, 흑골새까지 모두 덮어버릴 규모였다.
“크헉!”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쓰러지는 사람이 보였다.
“쿨럭!”
“크윽!”
하나둘, 혼트를 보호하려는 듯 그의 곁에 있던 연금술 종탑 소속 전투 수뇌부들 몇몇이 폭발력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제국군 마법단장은 손이 떨려왔다. 방금 전 펼쳐졌던 폭발에 진동하는 마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가라앉은 연기를 보며 황태자 아딘에게 외쳤다.
“전하! 혼트도 중요하지만, 어서 도망가셔야 합니다! 적들의 공격이 상상 이상입니다! 네크로맨서가 마법도 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단장은 얼른 저 연기가 가라앉기 전, 사령관 케일과 마주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썼던 불의 힘은 마치 신의 재판과 같았으니까.
그때였다.
“역시, 아직이군.”
“…전하?”
아딘이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마법단장은 보았다.
“어?”
가라앉는 연기, 그곳을 가로지르며 치솟아 오르는 존재가 보였다.
검은색의 마나를 두른 자.
혼트였다.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솟아오른 그는 두르고 있던 실드를 지우며 손을 뻗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 더. 연기를 가로지르며, 아니, 연기를 날려 버리며 나타난 존재.
흑골새였다.
“역시 부족한가 보네.”
케일은 체력의 한계에 몰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흑골새가 곧바로 혼트에게 향했다.
공중으로 오른 혼트를 향해, 흑골새도 다시 공중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공자님.”
-인간아!
케일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내가 이번엔 네 녀석들 수발을 들지.”
케일은 메리와 라온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리는 곧바로 흑골새 등뼈 위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거미줄 같은 흉터로 뒤덮인 손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혼트와 메리.
두 사람의 손이 서로를 향했다.
혼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아래를 쓱 내려다보고는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상황이 되자 입을 열었다.
“멸종된 것이 다시 나타났구나.”
그의 손에 검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메리의 손에서도 검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혼트는 검은 로브의 메리를 보며 재밌다는 듯 말했다.
“예전부터 저것들은 흉측한 외양을 지녔었지. 참으로 어리석어.”
그리고 케일을 쳐다봤다.
“겨우 다 없애 버렸는데 말이야. 다크엘프들도 그렇고. 씨를 말린 줄 알았더니.”
케일의 눈동자가 커졌다. 동시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역시, 태양신 교단의 네크로맨서 처단에는 여러 배경이 숨어 있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저 새끼가 탑주다.’
그것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탑주.
아마 다른 사람의 몸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살아왔을 터.
혼트는 케일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흥겹다는 듯 이어 말했다.
“죽음의 왕이 참 슬퍼하겠어. 그녀라면, 다시 네크로맨서의 힘을 이은 이가 나왔다고 기뻐했을 텐데.”
혼트의 표정에서 흥겨움이 사라졌다.
대신 경멸이 자리했다.
“이렇게 자기처럼 마지막을 장식하며 죽게 되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여전히 케일을 보며 말했다.
“고대의 힘에 바람도 포함이겠지?”
역시 혼트는 케일이 황태자의 목덜미를 잡던, 그때의 힘을 놓치지 않았다.
“그릇이 약하지만 아주 커. 아주.”
그리고 입맛을 다셨다.
케일은 그 표정에 찝찝함이 밀려왔다.
‘뭐야, 이 새끼?’
설마?
케일의 눈동자에 시체지만 움직이는 그가 눈에 담겼을 때, 혼트는 말했다. 그 눈동자엔 케일을 향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탐이 나. 내 다음 몸으로 말이야.”
저게 돌았나?
케일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는 등이 섬뜩해져 왔다.
뒤다.
-저게 미쳤나!
“돌았습니다.”
라온과 메리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케일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 작은 화살이 스쳐 지나간다.
콰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한번 혼트를 향해 날아가는 검은 화살이 보였다.
메리였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시끄럽습니다.”
늘 그렇듯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 그러나 그녀의 손에서 뻗어져 나오는 검은 화살의 기운은 그렇지 못했다.
우우우웅-
죽은 마나들이 뭉치고 또 뭉치고 있었다. 케일은 혼트를 바라봤다. 그는 멀쩡했다.
-인간아! 저거 나만큼 마법 한다!
라온의 심각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혼트의 입이 열렸다.
“하하하, 계속 화살만 날리는구나. 하긴 네크로맨서는 죽은 마나를 마법으로 못 쓰지? 고작해 봐야 이미 죽어버린 것들을 움직이는 것밖에 못하지.”
케일은 멈칫했다.
쿵. 쿵. 쿵.
다시 심장이 뛴다.
더 이상 고대의 힘을 쓸 여력이 없는데, 심장이 뛴다.
위험하다.
-인간, 저 힘 장난 아니다!
라온도 느꼈다.
-그런데 무슨 원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냥 자연의 마법과 다르다! 뭐에 쓰려고 모으는 마법인지 모르겠다.
라온은 지금 혼트가 모으는 저 기운의 용도를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케일은 깨달았다. 자연의 순리를 날 때부터 아는 용이 모르는, 지금 모이고 있는 저 기운이야말로.
“흑마법이구나.”
혼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저 흉측한 것과 달리 꼭 죽은 것들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 마법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죽은 것들이 아니라, 그냥 죽여 버릴 수도 있지.”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용도, 네크로맨서도, 너도 모두 없애주마.”
바람이 분다.
케일은 공중으로 서서히 모여드는 바람을 느꼈다.
혼트에게로 거대한 힘이 모인다.
쿵. 쿵. 쿵.
심장이 점점 거세게 뛰었다.
“메리, 라온.”
케일이 그들을 불렀다. 동시에 그는 클로페의 백골새들에게 물러나라 손짓하며, 라온과 메리에게 이어 말했다.
“서둘러.”
저것의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죽여야 한다.
그러나 케일은 그가 말을 하는 순간, 일행의 뜻을 깨달았다.
흑골새가 움직인다. 케일의 뜻이 아니었다.
“맞습니다. 저는 뼈를 가장 잘 다룹니다.”
메리가 움직였다.
그녀는 검은 화살을 점점 키우면서도 동시에 흑골새를 조종했다. 그리고 툭 던지듯 말했다.
“내 스승이 말했습니다.”
“뭐? 스승이라고?”
케일은 물어놓고 멈칫했다. 한 가지 퍼즐이 떠올랐다.
메리 이전의 마지막 네크로맨서. 그 사람은 카로 왕국 사막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졌다.
메리는 죽음의 땅에서 다시 태어난 네크로맨서다.
‘설마?’
케일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지만, 메리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단지 다크엘프 시장에게서, 타샤의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네크로맨서 책에 대해 말할 뿐이었다.
“제가 독학한 책의 전 주인이자 지은이를, 전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일은 처음 아는 내용들이 메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쩌면 케일이 영웅의 탄생을 5권까지만 읽었기에 몰랐던 인물들의 이야기, 아니, 삶.
우우우웅-
혼트의 마법이 더 커져갔다.
그러나 흑골새의 몸도 더욱더 검은빛으로 빛났다. 동시에 검은 화살도 커져갔다. 흑골새는 빠르게 혼트에게로 향했다.
메리는 케일에게 말했다.
“스승은 책 첫 장에 적어두었습니다. 네크로맨서는 흑마법사보다 약하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는 평생 죽은 마나로 괴로워한다.”
죽은 마나 때문에 미약할지라도 평생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네크로맨서.
“그러나 흑마법은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흑마법사는 네크로맨서보다 강하고 아프지도 않았다.
처음 다크엘프 시장이 흑마법과 네크로맨서에 관한 길을 알려주었을 때. 그때 다크엘프 시장은 네크로맨서 책의 첫 부분을 읽어주었고, 그 내용은 아직도 메리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네크로맨서를 택한 이유가 처음으로 입 밖에 흘러나왔다.
10살이었지만 그녀는 아픔과 죽음을 이미 겪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책 주인이 남겨둔 말이 머릿속에 깊숙이 박혔다.
“죽은 마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죽은 이들의 괴로움과 그들의 삶에 대한 갈망을 떠안는 일. 그렇기에 네크로맨서는 늘 아프며, 또한 그렇기에 네크로맨서는.”
메리는 저보고 사막을 넘어 도망치라던, 먼저 달리라던 엄마의 목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죽어간 생명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네크로맨서는 늘 아프면서 깨닫는 존재다.”
그 문장을 듣는 순간, 메리는 네크로맨서를 택했다.
그리고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생각이 정답이다. 네 마음대로 해.”
알고 있습니다.
메리는 속으로 답하며 손을 움직였다. 마치 지휘자가 된 것처럼, 그녀의 손이 아름답게 허공을 휘저었다.
그 순간, 케일은 저 아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안 돼! 혼트를 구해라!”
케일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황태자의 목소리였다. 워낙 강한 명령이라 케일은 멈칫했지만 곧 외면했다.
황태자 아딘은 흑골새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케일의 예상대로, 황태자 앞에 한 존재가 나타났다.
“나를 잊은 건가?”
검은 오러가 보였다.
제국의 기사와 마법사들을 가볍게 제치며 다가오는 검은 사신. 최한이 입꼬리를 올린 채 그에게로 다가왔다.
“전하! 피하셔야 합니다!”
“실드를 펼쳐라!”
그러나 황태자 아딘은 어서 피하라는 주변의 목소리에도 말했다.
“혼트를 구해.”
“전하!”
“구해야 한다고!”
아딘은 최한을 쳐다보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봤다.
수하들이 최한을 막느라 쓰러지고 난장판이 되어도 그는 하늘만 응시했다.
우우우우웅-
혼트의 거대한 마법은 마치 금방 공격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동시에 거대한 흑골새와 커다란 검은 화살이 그 공격을 향해 다가갔다.
“하하하! 그래, 오거라!”
혼트는 두 팔을 펼치며 검은 마나를 더욱더 불려 나갔다. 그리고 응축시켰다.
우우우웅-
케일은 몸을 숙였다.
주변의 공기가 메리와 혼트가 가까워져 갈수록 진동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인간! 방패 쓰지 마라! 힘없는 거 안다! 내가 한다!
흑골새에 은빛 실드가 둘러졌다.
동시에 메리가 말했다.
“부딪칩니다.”
“가라!”
혼트의 검은 마나가 머리 아홉 개의 뱀처럼 변하며 그들에게로 짓쳐 들었다.
사아아- 사아아-
뱀들이 울부짖으며 흑골새를 집어삼키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흑골새의 부리와 발톱이 뱀들의 목을 노렸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케일은 폭발음에 눈을 찌푸렸다. 검은 연기와 빛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흑골새는 점점 혼트에게로 다가갔다.
콰직.
실드 일부가 부서지며 흑골새의 뼈가 금이 가고 부서져 나갔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인간, 이상하다!
“이상합니다.”
뭐?
메리와 라온이 동시에 말했다.
케일은 눈을 크게 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흑골새의 부리가 혼트의 저 목을 물어뜯을 수 있을 터.
그러나 이상한 게 보였다.
‘…아직 검은 마나를 두르고 있어?’
아홉 마리의 뱀을 만들었는데도, 아직도 검은 마나들이 많았다.
마치 마법을 더 펼치려는 듯.
그때였다.
혼트의 입이 열렸다.
“수도에서 보자구나.”
뭐?
케일이 뭐라 미처 반문하기도 전.
검은 마나가 번쩍이며 마법이 펼쳐졌다.
우우우웅-
그리고 곧 마법이 나타났다.
황태자 아딘.
그의 주위가 빛나기 시작했다. 혼트는 황태자에게 마법을 썼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외쳤다.
텔레포트.
저건 텔레포트다.
“라온!”
-안다!
라온이 텔레포트를 막으려 움직였다.
용 혼혈과의 전투 때 그의 빠른 캐스팅 실력을 배워, 누구보다도 빨리 마법을 펼치게 된 라온이었다.
또한 최한이 속력을 내었다.
텔레포트의 빛을 눈치챘으니까.
동시에 케일도 외쳤다.
“메리, 속력을 내라! 화살을 쏴!”
마법 시전자인 혼트를 죽이면 된다.
그러면 마법도 멈출 터.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흑골새는 이제 곧 혼트의 목을 물 테니까.
그때였다.
케일을, 라온을 붙잡는 목소리가, 비명이 들려왔다.
라온과 다르게 이상함을 느끼던 사람.
유일하게 이상함을 깨달은 그녀가 외쳤다.
“폭발이에요!”
메리가 드물게 감정을 실어 외쳤다.
그건 두려움이었다.
공격하면 안 된다!
메리는 깨달았다.
저, 저걸 공격하면 안 된다.
“자, 자폭입니다!”
라온이 멈칫했다.
그리고 이를 알 수 없는 저 아래, 땅에 위치한 사람인 최한도 기사단장의 몸을 넘어서며 멈칫했다. 이제 코앞에 있는 황태자. 그는 황태자의 달라진 표정이 보였다.
“아, 아깝네.”
황태자 아딘이 텔레포트 진 위에서 아쉬워했다.
언제 혼트를 구해야 한다고 외쳤냐는 듯, 그의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최한은 아딘 외에도 혼트의 텔레포트 마법을 받은 몇몇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국 수뇌부들, 그리고 저 멀리 피신했던 사자족 수뇌부와 카로 왕국 인사들.
“뭐, 뭐야?”
“이게 갑자기!”
“혼트가 한 겁니까? 이건, 이건 대마법사 수준인데!”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좌표의 사람들에게 텔레포트를 실행하는 마법. 몇 안 되는 인원이라도, 비슷한 좌표의 사람이었더라도 어마어마한 마법 실력이었다.
그러나 최한은 그것 때문에 멈칫한 것이 아니었다.
“별수 없지.”
황태자 아딘의 묘한 반응 때문이었다.
“아깝네.”
무엇이?
최한은 의문이 들었지만 황태자를 잡으려 했다.
그때였다.
“멈춰라!”
확성 마법이 펼쳐진 케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이, 이럴 수가!
어린 용이 당황했다.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하지만 멈추지 않은 최한은 황태자 아딘이 벙긋거리는 입모양이 보였다.
‘아쉬워. 다 죽어서. 다시 다 키우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 텐데.’
아딘은 최한을 보며 아쉽다면서 웃어댔다. 그러나, 아쉽지만 내 알 바는 아니란 표정이었다.
뭐?
다 죽어?
다시 키워? 무엇을?
최한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흑골새가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케일은 메리가 흑골새를 뒤로 물리는 것을 보며 혼트를 쳐다봤다.
혼트는 웃어댔다.
“크하하하! 초보 네크로맨서가 제법이구나.”
그는 생기 없는 몸을 펼쳤다.
“‘나’는 수도에 있지. ‘이것’은 껍데기일 뿐.”
그리고 그 몸이 추락했다.
뚝.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아래로 추락했다.
어느새 툰카를 필두로 지원을 하러 온 위퍼 왕국군과, 제국군들이 뒤엉킨 무너진 흙벽의 전장 위로.
지금 그 몸이 떨어져 갔다.
생기 있던 눈동자가 서서히 그 빛이 꺼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빛이 꺼지기 전, 그것은 케일을 보며 말했다.
“선물이다. 네 네크로맨서에게 주는 선물. 맛보기야.”
그러면서 히죽였다.
“여기 모든 인간들의 죽은 마나를 선물로 주지.”
콰직.
혼트의 눈에서 마지막 생기가 사라지며 그의 심장 부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검은 것이 보였다.
그것에 두 존재가 반응했다.
“안 됩니다! 엄청 커요!”
-안 된다! 저것도 골렘 핵과 비슷하다! 더 위험하다!
라온과 메리의 목소리.
케일은 추락하는 놈, 아니, 탑주가 사라지고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진짜 혼트의 시체를 보며 땅의 광경이 눈에 담겼다.
도망가는 황태자.
그리고 위퍼군과 제국군.
“빌어먹을!”
케일은 흑골새의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빠르게 수직으로 하강했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생기가 사라진 시체.
혼트의 눈동자에 흘러내리는 피눈물이 보였다.
동시에 그 몸이 들썩였다.
“제기랄!”
케일은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손을 아래로 뻗었다. 은빛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혼트의 몸 안에 있던 폭탄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앙-!
사람들은 순간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케일의 파괴하는 불처럼, 하지만 불길한 검은빛이 골렘이 아닌, 사람에게로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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