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모두가 거대한 굉음에 귀가 멍해지기 전. 가장 가까이에 있던 케일만이 들을 수 있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몇 초 전.
으아아아아!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혼트이리라.
그리고 폭발음이 세상을 뒤덮었다.
그 순간, 검은빛이 혼트의 심장에서부터 터져 나와 주변을 덮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케일은 몸 안에서 날뛰는 심장을 느꼈다.
저 검은빛.
저것이 진짜 흑마법이구나.
이상하게 케일은 심장이 뛰었다.
검은 절망을 보았을 때도 멀쩡했건만,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마치, 김록수일 때 처음 지구에 나타났던 괴물을 보았을 때처럼. 난생처음 보는 징그러운 것에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때는 겁을 먹었었다.
“또다시 겁먹으라고?”
케일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눈동자에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었다.
그는 한 손으로 고삐를 틀어쥐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이 은빛을 펼쳐들었다.
그 은빛이 땅으로 향했다.
-부족해.
방패가 말했다.
동시에, 짱돌이 말했다.
-희생하지 마라.
어쩌라고! 안 한다고!
케일은 성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한계를 넘어가는 몸을 느꼈다. 시야가 흐려져 왔다.
그때, 케일은 저를 스쳐 지나가는 이를 볼 수 있었다.
“구, 구해야 합니다.”
덜덜 떠는 목소리로, 터져 나오는 검은빛, 아니, 늪을 향해 뛰어드는 인간이 보였다.
메리였다.
검은 로브가 검은빛을 향했다. 그녀는 네크로맨서이기에 직감적으로 느꼈다.
골렘의 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더 어둡고 질척한 힘. 저것은 위험했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고, 어쩌면 라온도 힘들지도 몰랐다.
그리고 케일도 지금 힘이 없다.
“흑마법… 정화 가능합니다.”
네크로맨서가 정화할 수 있다.
메리는 본능적으로, 저 수면 아래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그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검은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치이이이이익-
아주 찰나. 검은빛에 닿는 순간, 손등이 탔다.
메리는 손끝이 떨려왔다.
거대한 힘이 닿아왔다.
자신을 넘어서는 힘.
혼트가 아닌, 혼트 안에 연결되어 있던 자의 진짜 힘이 느껴졌다.
거대했다.
마치 라온을, 아니, 에르하벤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메리는 손을 뻗었다.
책에 적힌 문구가 떠올랐다.
공짜가 아니다.
대가가 따른다.
메리가 타는 손등을 보며 그게 무엇인지 느낀 순간.
“미쳤어?”
그녀는 힘없는 붙잡음에 손을 거둬들었다.
힘이 부족해 덜덜 떨리는 손이 메리를 붙잡았다. 메리가 케일의 입가에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순간, 케일은 말했다.
“다치면서 하지 마.”
동시에 메리는 저와 케일을 감싸는 은빛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검은빛으로 뒤덮인 공간, 작고 검은 용이 나타났다.
“메리야, 미안하다! 검은 뼈다귀 새까지 못 구하겠다!”
라온이 자신과 케일, 메리를 은빛 실드로 감쌌다.
이중, 삼중, 사중. 거듭 가두며 말했다.
“폭발 지점에 가장 가까워서 우리 셋이 한계다! 흑골새야, 미안하다!”
메리는 라온이 케일의 등 뒤를 받치는 것을 보았다.
“인간아! 밑에도 실드 둘렀다! 넌 바보다! 말 많은 힐스만보다 바보다! 툰카보다 바보다!”
메리는 거대한 굉음과 검은빛에 세 존재를 감싼 은빛 실드가 먹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메리는 저도 모르게 케일을 부축하고 라온의 등을 받쳤다.
“고맙다, 메리야!”
굉음 사이로 희미하게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자신에게 기대는 케일의 몸이 느껴졌다.
메리는 그 순간, 책의 뒷문구가 떠올랐다.
대신 우린 그들의 힘을 정화할 수 있어. 다만 그건 공짜가 아니야.
메리는 문득 한 가지가 보였다.
은빛 실드 너머 시야가 거멓게 물들고, 실드가 뒤흔들리고, 실드가 계속해서 부서지고, 라온이 다시 실드를 만드는 와중에도.
저 검은 것에서부터 보였다.
메리는 그녀가 가야 할 길이 보였다.
강해진다.
월등하게.
콰아아아아앙-!
그녀는 굉음을 들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앉으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우욱!”
“으웩-!”
몇몇 사람들은 구토를 참지 못했다.
하늘에서 탑주의 제자 혼트, 그의 몸이 검게 빛나며 터지는 것을 본 순간, 그들은 구토감이 올라왔다.
알 수 없는 역겨움과 거부감이 밀려왔다.
동시에 공포가 밀려왔다.
“으으으, 으아-”
굉음과 함께 검은빛이 사람들을 덮치려는 듯 아래로 쏟아졌다.
무기는 이미 손에서 사라졌다.
병사들은 땅을 짚거나 덜덜 떠는 두 손을 맞잡았다.
여전히 검은빛이 사라지지 않았다.
언제고 아래로 내려올 것 같았다.
“…바, 방패-”
그러나 그 검은빛을 막고 있는 희미한 빛이 보였다.
무지막지한 검은 것에 비하면 한없이 얇아 보이는 은빛.
콰아아앙! 콰아앙!
몇 번이나 은빛 방패가 흔들렸다.
은빛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강해졌다가를 반복하며 검은빛을 막아내고 있었다.
“…케일.”
위퍼의 대장군 툰카는 거대한 은빛 방패를 보며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제국의 흙벽을 중심으로 둘러진 방패. 검은빛이 흙벽을 집어삼키려는 상황.
더불어 그는 분명히 혼트의 가장 가까이에 있다가 검은빛에 뒤덮인 케일과 메리를 보았다.
툰카는 천천히 혼트가 떨어지려던 장소로 걸어갔다.
남겨진 제국군도, 맹렬히 달려들던 위퍼군도, 어느새 모두 싸움을 잊었다.
점점 검은빛이 사그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맑은 하늘이 보였다.
파아앗-
은빛 방패가 천천히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툭. 툰카는 몽둥이를 손에서 놓았다.
끼이이이- 끼이익-
어둠이 사라지자, 거대한 백골새가 하늘의 구름을 헤치고 나타나 황급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다 공중에서 한번 멈추고 다시 땅으로 내려섰다.
다들 자리를 비켰다.
검은빛이 대지를 뒤덮을 동안 하늘로 대피했던 백골새들의 지휘관, 클로페는 백골새의 부리가 물고 있던 사람들을 땅으로 내렸다.
“허억, 허억.”
케일은 땅으로 내려앉자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다.
툰카의 얼굴이 보였다. 또 무슨 소년만화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케일은 그것에 인상을 찡그릴 힘도 없었다.
라온은 어느새 투명화했고 메리가 그를 부축하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없다.
-그냥 용에게 다 맡기지. 무엇하러 방패를 쓰는 게냐.
짱돌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암’이 용의 존재를 눈치챘다고 해서, 위퍼군과 제국군, 모든 대륙 사람들에게 라온의 존재를 알려?
그럴 순 없었다.
그래서 한 톨 남은 힘을 쥐어짜 고대의 힘을 썼다.
그때, 짱돌이 이어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 그러냐.
안쓰러워하는 목소리였다.
-그냥 본능대로 움직였다고.
케일은 입술을 꾹 깨물며 무시했다.
안 그래도 힘도 없는데 잔소리 듣고 있기도 귀찮았다.
‘그리고 멀쩡하잖아?’
체력이 달려서 그렇지 멀쩡했다.
-인간아! 이러다 너 죽는다! 이제 그릇이 문제가 아니라 체력이 부족해서 죽는다!
라온의 목소리는 흘려들었다.
다만 그는 무엇보다도 다른 걱정이 하나 들었다. 정말로 심각한 걱정이었다.
그 걱정이 곧 케일 앞에 나타났다.
“케일 님.”
클로페 세카. 이놈이 백골새에서 내려 케일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케일 님은 정말로 영웅! 전설! 그 이상이셨습니다.”
아, 미치겠다.
파괴하는 불도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장대한 바람에 살짝 난감했다. 그런데 이제 방패까지 써버렸으니.
이건 그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메리가 탑주를 잡고, 최한이 황태자를 잡고.
이러면 그림이 균등하게 나눠질 것이라 생각했건만.
이거 잘못하다간 영웅 중에서도 대영웅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그건 막아야 한다.
‘…작은 영웅이 되어서 소리 소문 없이 은퇴해 구석탱이에서 사는 거다.’
오늘도 작은 소망을 품어보는 케일이었다.
그러나 눈앞이 캄캄했다.
“…케일.”
툰카가 쳐다본다.
위퍼군들이 쳐다본다.
더불어 지휘관을 잃은 제국군들이 쳐다본다.
병사들은 케일의 힘없는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방패가 보호하지 못하고 그대로 검은빛에 덮쳐졌던 빈 땅이 보였다.
지옥의 땅이 있다면 저기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금 병사들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이 상황을 어쩌나 싶었다.
‘황태자 그 새끼가 지 병사들까지 버리고 갈 줄이야.’
아니, 폭발의 희생양으로 만들 줄이야.
다 같이 죽여 버리는 식으로 갈 줄 몰랐다.
미쳐도 아주 제대로 미친놈이다.
그런데 그놈이 텔레포트를 했고, 케일은 폭발로 사람들을 보호하느라 미처 잡지 못했다.
거기다가 탑주가 혼트인 줄 알았다. 본체가 따로 있으니 이 또한 속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했다.
케일은 눈앞이 흐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와중에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였다.
“케일 님, 죄송합니다.”
희미한 시야에 최한이 보였다.
최한은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후우, 뭐가?”
케일이 밭은 숨과 함께 힘겹게 내뱉었을 때. 그는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툭.
희미한 시야로 보이는 것에 케일은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이거?
케일이 최한을 쳐다보자, 최한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폭발 순간 당황해 텔레포트하는 황태자를 붙잡지 못했습니다.”
어, 뭐, 그거야. 라온도 못 도왔으니까 그럴 수 있지?
케일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그래서 일단 가장 늦게 텔레포트하려던 이자를 잡았습니다.”
부탑주 메텔로나가 결박이 된 채 땅에 눕혀져 있었다.
더불어 최한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툭.
하나가 더 땅에 떨어졌다.
그는 죄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황태자를 붙잡지도 죽이지도 못했습니다.”
케일은 흐린 시야로 보인 것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대신, 오른 다리를 베어냈습니다. 더불어 오른쪽 심장 부근을 오러로 베었습니다.”
아딘의 다리 한쪽을 툭 땅에 놓으며 최한은 죄송해했다.
이, 이, 이 살벌하게 미친놈!
케일은 역시, 이 말도 안 되는 영웅의 탄생 주인공다운 말에 기가 찼다. 그리고 케일은 클로페가 다가와 내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그가 되물었을 때, 클로페가 고고하게 말했다.
“전설의 기록을 남기고자, 조용히 혼자서 들고 왔던 영상저장장치 구슬입니다.”
설마?
케일이 드물게 기대를 담아 쳐다본 순간, 클로페는 어깨를 슬쩍 펴며 답했다.
“골렘과 혼트의 폭발. 모두 담겼습니다.”
뱀처럼 눈이 휘며 클로페가 말했다.
“앞으로 서대륙에서 펼쳐질 명분 싸움에서, 아니, 진실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겁니다.”
이, 이 똑똑하게 미친놈!
케일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맑은 하늘이 보였고, 메리와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금 용 할배 연락이 왔다! 이제 나 해답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강해져서 지킵니다.”
케일은 계속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고개를 땅으로 내렸다.
“으음.”
일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빈혈처럼 땅과 하늘이 빙빙 돌며 뒤집혔다.
-인간!
작은 앞발이 부축했다.
메리도.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저를 쳐다보는 제국군, 위퍼군도 보였지만 일행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는 입을 열었다.
다시 희미해지는 시야를 붙잡으며 케일이 말했다.
“최한.”
“네.”
케일은 작지만 강하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골렘, 혹은 혼트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그게 우선 사항이었다.
“정글부터 간다.”
“…네, 알겠습니다.”
진중하게 최한이 답한 순간, 케일은 눈을 감았다.
“케일 님!”
“케일!”
“공자님!”
-인간아! 착하지만 바보 같은 인간아! 안 된다! 케일!
케일은 목소리들이 들렸지만 눈을 뜨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
아, 기절.
제기랄.
그리고 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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