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1
310화.
케일은 타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을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급했다.
“…큰일이에요. 이 정도 규모면 우, 우리가 감당 못 해요.”
영문을 몰라 하는 리타나와 최한의 사이에서 타샤는 제 부하들을 바라봤다.
8구역에 남겨둔 몇 명이 있었지만, 현재 그녀의 곁에 있는 이들은 다크엘프 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타샤는 입술을 깨물었다.
‘…엄청나다.’
강 아래를 통해 7구역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한 향이 났다. 그건 다크엘프들에게는 강함의 원천과도 같은 죽은 마나를 뜻했다.
처음엔 반가웠다.
하지만 점점 더 강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숨이 막혀왔다.
그들이 소화해 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죽은 마나가 느껴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의 죽음이 담겨져 있단 말인가.
타샤는 저도 모르게 메리를 바라봤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현 다크엘프 지하 도시의 시장은 흑마법의 출현에 짧게 말했다.
‘메리를 보호해라.’
‘네? 아버지?’
‘시장으로서의 명령이다. 메리가 어쩌면.’
오백여 년이 넘게 살아온 다크엘프 시장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건 순리겠지. 죽음의 현자의 뜻을 이어받을 순간이 왔구나.’
죽음의 현자?
그게 누구지?
타샤는 의문이 들었지만 시장은 단호했다.
‘최고의 전사들을 데려가라. 추후로 더 보내마. 대신에 메리는 무조건 지켜라. 유일한 네크로맨서를 지켜야 돼.’
타샤는 굳이 시장이 그리 말하지 않아도 메리를 지킬 작정이었다.
피로 이어진 조카가 알베르라면, 그만큼의 마음으로 이어진 아이가 메리였다. 메리가 10살 때 그녀를 구했던 순간을, 타샤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큰일이구나.”
타샤는 멈칫하며 에르하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다른 다크엘프들과 달리 이 고룡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다른 다크엘프들이야 지금 긴가민가한 상황이겠지만.
타샤는 굳어버린 고룡이 내뱉는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제국은 애초에 정글을 파괴할 목적이었군.”
순간 정적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물을 뚫고 나왔다.
“그게 무슨? 무슨 소리지?”
정글의 지배자 리타나, 그녀가 강하게 반응했다. 그런 그녀에게 타샤는 천천히 7구역 전체에 도사리는 힘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리타나는 물론, 최한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그, 그러니까. 현재 7구역 전체에 죽은 마나 폭탄이 존재하고 있고, 이게 터지면 나중에 다크엘프들이 흡수할 수 있을지 몰라도 터지는 그 순간에는 감당이 모두 힘들다?”
멍한 표정으로 타샤의 말을 정리하는 리타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서 모두 구하지 못할 수도 있고. 7구역이 일부 망가질 수도 있다?”
그녀는 제 말에 답하듯,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마법사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옥을 만들 작정인 거야.”
지옥.
에르하벤이 그 단어를 내뱉는 순간, 리타나는 뒷목이 섬뜩했다.
창을 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시에 그녀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케일 헤니투스.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답을 내려줄 것도 아닌데.
‘이 상황은 누구도 예상 못 했으니까.’
제국이 7구역을 탐낼 줄 알았지, 파괴할 목적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망치라고, 저항하라고 할 것을 그랬나?’
리타나는 정글 사람들에게 반항하지 말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명했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쳐들어가지 않고 8구역에 머문 자신의 선택도 생각났다.
‘제길!’
분노가 그녀의 눈동자에 피어올랐을 때, 그녀는 케일이 시야에 담겼다.
“…공자?”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그가 웃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케일의 머릿속에서 고대의 힘 중 하나가 자꾸만 말을 걸고 있었다.
-배고파. 나는 계속, 정말 끝없이 먹을 수 있어.
한계가 없다는 먹보의 말.
-바람이 그랬지? 도망가려면 자신을 이용하고, 터전을 지키려면 짱돌을 이용하라고. 나를 이용해.
먹보는 진지했다.
-나는 이들 중 유일하게 ‘자라는’ 존재야.
불, 물, 바람, 땅.
그것들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나무는 달랐다.
-나무는 ‘인간’들처럼 ‘살아가는’ 존재지.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생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부서지지 않는’ 나무야.
나무는 부러진다.
하지만 먹보는, 그녀는 부러지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성장하고, 자랄 수 있으며, 동시에 품을 수 있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태양빛도 먹고, 공기도 먹고, 물도, 따뜻함도. 다 먹고 또 먹으며 자랄 수 있다.
홀로 살 순 없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토대만 있다면 어디든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먹보에게 토대가 만들어졌다.
케일이라는 그릇 안에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존재했다.
-내가 왜 바위의 땅에서 죽은 줄 아니?
먹보는 웃으며 케일에게 물었다.
그리고 곧 스스로 답을 해주었다.
-거긴 나무가 적거든. 바위뿐이니까.
케일은 낮은 소리를 흘리며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난 정글에서 태어났단다.
먹보의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때, 정글은 어두웠어. 왜냐면 나무들이 까맸거든. 그래서 여기도 어둠의 숲이라 불렀었어.
케일은 헤니투스 영지에 와서 처음 고대의 힘을 얻었던 순간의 대화를 떠올렸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의 주인이 말했었다.
‘고대에는 이런 맛들이 없었거든. 신을 모시는 자들이라면서 어둠의 숲 놈들이 나한테 준 건 늘 맛없는 거였어.’
‘물론 난 그곳에서 쫓겨났지. 식탐이 많다고. 웃기지도 않은 개소리야. 물론 그때 동료들과 함께 나왔어. 우린 세상을 바로잡을 생각이었거든.’
어둠의 숲이라길래 최한이 나온 그곳을 말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어둠의 숲이 고대에는 또 있었다.
-내가 한 말 기억하지?
케일은 먹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말고. 처음 힘을 얻은 순간이었다.
방패가 가슴 위에 새겨졌을 때, 먹보 신녀는 말했었다.
‘너를 지켜줄 거야.’
그 뒤로 방패는 매번 케일을 지켜주었다.
이번에도 그러할 터.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이들에게 말했다.
“작전은 그대로 수행합니다.”
동시에 그는 7구역 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예전에 태양신 쌍둥이 일로 갔을 때 보았던 7구역.
왕궁을 포함해 모든 건물과 사람들이 나무와 함께 존재했다. 건물들도 나무 사이나 위에 지어지는 식으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숲이었다.
“공자님, 그렇게 되면 제국군이 죽은 마나 폭탄을 터뜨려 7구역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타샤가 다급히 의견을 표했고,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폭발은 걱정 마십시오.”
“…네?”
리타나가 되물었을 때, 케일은 부드러이 방패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모조리 먹어줄 테니까요.”
그는 물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죽은 마나가 사람들을, 숲을 다치게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일행의 귓가에 케일이 하는 말이 닿았다.
“그리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닙니다.”
“…공자.”
리타나가 입술을 깨물고 고민에 빠졌다. 케일을 믿지만, 그래도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던가.
그때였다.
“케일 님.”
가만히 있던 최한이 나섰다.
“고대의 힘을 사용하시는 겁니까?”
고대의 힘. 그 단어에 리타나가 멈칫했다. 그녀는 케일이 오기 전 로잘린과 최한을 통해 케일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위급한지에 대해서, 그럼에도 계속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케일에 대해서 들었다.
문득 정글 1구역의 불을 끄고 휘청이며 쓰러지려던 케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케일을 바라봤고, 케일은 역시 최한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리타나는 그 단조로운, 어찌 보면 태연한 답에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 정글 7구역에는 수많은 목숨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이 목숨을 걸었다.
‘…제국이 이제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정글이 가만히 있어도, 여러 왕국의 선포로 위험에 내몰린 제국이 정글 7구역을 폭발시키고 도망갈지도 몰랐다.
적어도 그렇게 되면 정글은 스스로를 돌보느라 전쟁에 끼어들 수 없거나 그 시기가 늦춰질 테니까. 제국은 그것을 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리타나의 표정이 침착해졌다.
“가죠.”
책임자가 결정을 내린 순간, 케일은 라온의 말을 들었다.
‘여기 이 지점에 지금 순찰 없다!’
케일은 강 밑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위로 올라섰다.
촤아아악-
물길을 가르는 그와 그의 일행에게 금빛 가루가 휘감겼다.
에르하벤이 다시 한번 투명화를 진행했다.
그러자 물은 갈라졌지만 그 위로 솟구친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하.”
케일은 수면 위에 떠오른 순간 낮게 탄식을 흘렸다.
라온의 말대로였다.
7구역 곳곳에 원통형 물통과 같은 것들이 수백여 개 세워져 있었다.
삐빅- 삐비빅-
그것들은 아름답게 환히 빛나는 수정구를 맨 위에 매단 채 가만히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그 아름다운 빛깔의 수정구 위에서 기이한 신호음이 들려왔다.
타닥.
작은 소리와 함께 강변에 내려선 케일은 리타나의 절망 어린 침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에 대해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밝았다.
정글 7구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집들은 지금 빛 한 점 없이 어두웠건만. 정글 사람들은 저 집 안에서 숨죽인 채 웅크려 있을 것이건만.
수백여 개의 아름다운 수정구의 빛과 제국에게 빼앗긴 왕궁의 빛, 그리고 왕궁 위에 존재하는 비행선에서 내리는 빛으로 7구역은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화려한 도시에 온 것처럼 아름다웠다.
케일은 그 광경에 곧바로 명령했다.
“다들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그는 보이지 않지만, 변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케일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을 하나씩 보며 말했다.
“그리고 파괴하십시오.”
대답은 필요 없었다.
타닥.
발소리가 들린 순간. 동서남북 사방위로 일행이 찢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 다들 빠르게 움직인다! 곧 다들 이동을 끝낼 것 같다!
동에는 정글의 지배자 리타나와 다크엘프.
서에는 다크엘프 전사인 타샤와 다크엘프.
남에는 메리와 다크엘프.
북에는 최한과 다크엘프.
케일은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그럼 가지. 꼬맹이랑 둘이서 잘해보도록.”
마지막 한 존재.
고룡 에르하벤이 서서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중앙으로 향했다.
비행선.
그것을 에르하벤이 맡았다.
케일은 두 손을 펼쳐 들었다. 공격이 시작된 순간, 일행의 투명화가 풀릴 것이다. 그리고 적들 앞에 모두가 모습을 드러낼 터.
모든 시선이 집중된 순간 또 다른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쿵. 쿵. 쿵.
케일은 심장이 뛰었다.
동시에 눈을 감으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사아아아아-
소리가 들린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여기가 숲이라는 것이, 정글이라는 것이, 나무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케일에게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스-
나뭇잎 소리였다.
하지만 이전과 조금 달랐다.
스스스-
스스스스스-
스스스-
화려한 제국의 빛이 닿지 못한 곳에 위치한 7구역의 나무들.
숨죽인 정글 사람들이 있는 건물과 닿아 있는 나무들의 잎이, 가지가 한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케일의 눈이 떠졌다.
바로 북쪽이 보였다.
-인간! 시작됐다!
골렘의 위로 날아오르는 흑발의 검사가 보였다. 검은 오러가 골렘을 파괴하고 있었다.
시작은 최한이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앙! 콰아아앙!
그 뒤를 이어 동서남에서도 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투명화가 풀어지고 모습이 드러난 자신이 보였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잉-
7구역 비행선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밤의 고요가 부서졌다.
케일은 미소를 그리며 비행선을 바라봤다.
“지옥을 만들어주마.”
제국군에게 오늘 밤은 악몽이 될 것이다.
스스스-
나무들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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