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2
311화.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무가 일으킨 바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이미 주위가 혼란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다.
“저, 저자들은!”
“비상사태입니다! 정글의 지배자가 기습을 왔습니다!”
위이잉- 위이이잉-
경고음과 함께 곳곳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동서남북, 각 정문 근처에 있던 제국군들 주위가 가장 혼란스러웠다.
“…저, 저자는 로운의 소드 마스터다!”
“네크로맨서입니다! 네크로맨서가 등장했습니다!”
“다크엘프다! 카로 왕국 전투 때 등장했던 로운의 병력이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정글과 로운의 강자들이 골렘을 향해 거침없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정글 7구역의 중심이자, 정글의 심장부와 같은 왕궁.
리타나의 왕좌에 앉아 있던 연금술사는 황급히 창문으로 다가가 그 밖의 광경을 눈에 담았다. 그는 제국에게 점령당해 곳곳이 밝게 빛나는 7구역을 가로지르는 어둠이 보였다.
빛이라고는 없는 것들.
“저, 저, 저것들이 어떻게 여기에……!”
검은 오러가 하늘을 갈랐다.
네크로맨서의 검은 마나가 거미줄처럼 골렘을 덮쳤다.
다크엘프들의 정령과 검은 마나들이 휘몰아치며 제국의 빛을 잡아먹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에 선포를 했건만……!”
로운 왕국은 방금 전 위퍼 왕국 마이플성에서 타 왕국들과 함께 흑마법에 대항한다는 전쟁을, 사실상 제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런데 이미 로운 왕국과 정글이 협력 상태라고?’
창밖을 내다보던 정글 침략 책임자인 연금술사는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로운은 어디까지 손길이 닿아 있는 거지?
언제부터였기에 이렇게 빠르게 대응이 가능한 거지?
연금술사는 선포 영상 속 알베르 왕세자의 단호하면서도 자신감 가득 찬 눈빛이 떠올랐다.
질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삐이이- 삐이이-
연금술사는 알람 소리에 품에 있던 구슬을 꺼내 들었다.
회색빛의 구슬.
연금술사의 손끝에서 검은 마나가 흘러나왔다.
그도 흑마법사였다.
검은 마나를 머금은 회색빛 구슬이 밝게 빛나며 목소리를 전했다.
-정글을 파괴해라. 그리고 바로 비행선을 타고 모두 복귀한다.
제국의 다음 대 태양, 아딘의 목소리였다. 지치고 힘없는 목소리였지만 또렷하고 냉정했다.
연금술사의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사라져 갔다.
‘오히려 잘됐다.’
그는 입을 열었다.
“현재 로운의 병력들이 보입니다.”
-로운?
“네. 소드 마스터와 네크로맨서-”
-사령관도 왔겠군.
연금술사는 아딘의 말에 창밖, 7구역 중심에 모습을 드러낸 자를 쳐다봤다.
케일 헤니투스. 그 붉은 머리칼이 선명하게 보였다.
“네, 왔습니다.”
-그렇군.
아딘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원래 계획대로 해라.
연금술사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전하. 원래 계획대로 하겠습니다.”
죽은 마나를 7구역에 쏟아부어 7구역을 죽음의 땅으로 만든다.
그 계획에 케일이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물론 다크엘프와 네크로맨서도 나타났지만, 저 숫자로는 죽은 마나 폭탄을 곧바로 모두 막지 못한다. 정화에도 힘이 드는 법.
그들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전해 들었던 그 힘을 케일 사령관이 사용한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지.’
케일 헤니투스가 불벼락을 이용해 골렘과 검은 절망, 죽은 마나를 정화하였다고 한다. 그걸 지금 이 정글에서 사용한다면, 결국 제국이 원하는 대로 7구역은 파괴된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렇기에 그는 리타나의 왕좌가 있는 방을 벗어나며 수하에게 지시했다.
“준비해라!”
수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덧붙여 명령했다.
“작전대로 비행선으로 모인다!”
7구역 중심에 위치한 비행선을 향해 연금술사는 바삐 발을 놀리며 이어 말했다.
“폭탄은 외곽에서부터 터뜨린다!”
7구역 외곽.
상가나 왕궁의 건물들이 없는 주택가.
더불어 동서남북 정문들과 가까이 위치한 곳.
삐빅 삐비비빅-
폭탄 위에서 설치된 아름다운 수정구들의 빛이 전보다 더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에 연금술사는 비웃음을 그렸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부, 북쪽입니다!”
수하의 목소리에 연금술사의 시선이 북쪽을 향했다.
“아.”
무너진다.
20m에 달하는 거대한 존재가 서서히 무릎을 꿇으며 쓰러져 간다.
그런 골렘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 검이 보였다.
로운의 소드 마스터, 최한.
그의 검은 오러가 골렘의 오른쪽 가슴을, 핵이 있는 위치를 꿰뚫고 지나갔다.
끼이이이- 끼이이이-
끔찍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연금술사조차 그 소리에 몸을 떨었다. 자신도 실험에 참여했건만, 저 ‘검은 절망’은 실로 더럽고 끔찍했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는 곧 멎어들었다.
“…다크엘프.”
연금술사는, 흑마법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몸을 숙이는 최한을 밀쳐내며 다크엘프 두 명이 자신들의 마나를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정령들을 불러와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크윽!”
“커헉!”
다크엘프 두 명은 최한이 꿰뚫은 골렘의 갈라진 상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신음을 내뱉으며 얼른 입술을 깨물었다.
“크으윽!”
들린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 끔찍한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지만, 다크엘프들에게는 또 다른 울음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죽은 마나가, 검은 절망이 되어버린 자들의 울음소리였다.
치이이익-
손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 손은 멀쩡했다.
그러나 속이 울렁거렸다.
다크엘프 두 사람은 타샤가 했던 말을 동시에 떠올렸다.
‘고통스러워도 참아라. 죽음의 땅, 그 사막을 지나가며 죽어가던 인간들을 보았을 것이다! 살 만한 곳을 찾아 달리다 죽어간 그들보다 더 고통스럽게 죽어간 생명의 울음이다.’
그러니 참아라.
다크엘프들은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헉.”
그들의 옆에서 덜덜 떨며 주위의 제국군에게 검을 겨누는 최한이 보였으니까.
최한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하려고?’
알베르를 보내주고 난 뒤 잠시 둘만 남았을 때. 케일이 무심하게 던진 질문에 최한은 단호하게 답했다.
‘네, 참여합니다. 골렘의 핵을 제가 가장 잘 찾고, 부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번처럼 멍청하게 행동해서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처음 골렘을 상대했을 때, 검은 절망을 마주한 최한은 강한 충동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때 그는 라온과 클로페가 없었다면 아군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물론, 끔찍한 짓을 벌일 뻔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섰다.
도망가도 결국에는 마주해야 하니까.
어둠의 숲에서 살 때, 무서워서 도망쳐도 결국에는 다시 그 적과 마주해야 했다. 그 때마다 몇 번씩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다 이겨낸 자신이 아니었던가.
최한은 검 손잡이를 꽉 쥐었다.
지금도 내면에서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걸 먹어.’
‘저 절망을 먹으면 강해져.’
최한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주륵. 붉은 피가 흐른 순간.
-최한아! 괜찮나? 인간이 네 상태 보고 오란다!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동시에 최한은 이번 작전에 나서겠다는 자신에게 케일이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떠올랐다.
‘밥값은 그간 충분히 해왔으니까. 네 몸이나 챙겨라. 미련하게 굴지 말고.’
미련한 사람이 미련하게 굴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말이야. 완벽하게 강할 수 없어. 그러니 한 가지만 기억해.’
최한은 깨물던 입술을 천천히 떼었다.
‘사는 게 최고다. 될 수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게. 알겠나?’
그는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었다.
피가 나니 조금 정신이 들었다. 최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아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크엘프 두 명이 차례차례 말했다.
“일단 핵은, 검은 절망은 정화했습니다!”
“제가 죽은 마나를 흡수하면 됩니다!”
-최한아! 괜찮구나! 역시 넌 이럴 줄 알았다! 그래도 조심해라! 난 인간한테 간다!
마지막에 들린 라온의 활기찬 목소리에 최한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손이 떨리고 내면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유혹하려고 하지만, 괜찮았다.
정신을 놓아버리려고 해도, 동료들의 목소리가 자꾸 들리고, 동료들의 모습이 자꾸 보였으며, 이 밤공기가 자신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나도 움직여야지.”
최한의 몸이 다시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약이 있어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다.
쿠우우웅!
그 순간, 움직이는 최한의 뒤로 첫 번째 골렘이 완전히 쓰러졌다.
무너진 골렘의 어깨를 넘고서 다크엘프 두 명이, 특히 한 명은 더욱더 강한 검은 마나를 휘감은 채 최한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에 제국군 총책임자 연금술사는 입술을 깨문 채 수하를 쳐다봤고, 수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 말에 그는 곧바로 외곽 쪽을 쳐다봤다.
외곽에 있던 병사들이 7구역 밖, 혹은 비행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연금술사만큼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케일이었다.
그는 저를 쳐다보지만 덤비지 못하고 경계만 하는 제국 병사와 기사들 사이로, 외곽에서부터 도망쳐 오는 제국군들이 보였다.
시작이구나.
곧, 폭발이 일어나는구나.
케일은 깨달은 순간, 먹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정화는 할 수 없어.
죽은 마나를 먹을 순 있지만 정화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그녀.
케일은 불벼락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불벼락은 ‘검은 절망’을 정화할 수 있는 건, 자신과 네크로맨서, 다크엘프뿐이라고 했다.
물론 죽은 마나라면 신관들도 가능하겠지만.
삐빅, 삐비빅-
배경음처럼 폭탄 위 수정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외곽에서부터 간헐적으로 울리던 소리가 점차 달라졌다.
삐이이이- 삐이이-
수정구가 시끄럽게 울리며 더 환하게,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었다.
그것도 외곽부터 시작된 변화였다.
케일은 그럼에도 조용한 주택가들이 보였다.
이미 모두 잠에서 깨어났으리라.
정글 사람들은 지금, 집에서 불 하나 켜지 못한 채 숨죽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케일도 김록수일 적, 괴물들을 피해 무너진 빌딩 잔해 속으로 기어들어 가 숨죽인 채 살아봤으니까.
강한 적이 두려워 잠도 못 자고 밤을 지새워 보았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는 적들이 앞에 있어도 눈을 감았다.
-인간, 내가 있다!
라온이 있으니까.
케일은 먹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난 정화도 못 하고, 먹기만 하면서 검게 물든 채 죽어야 했어. 땅이 검게 변한 걸 그냥 볼 수가 없었거든.
케일은 과거 먹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난 살이 쪄도 이 맛을 포기 못 할 것 같아. 흙 파먹고 죽은 게 너무 억울해!’
그냥 굶어서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무슨 흙을 퍼먹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바위로 뒤덮인 곳에서, 나무도 없는 곳에서 그녀는 무엇을 먹다가 죽었을까?
땅이 왜 검게 변했을까?
케일은 조금씩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이리 다 불쌍해?
먹보도, 짠돌이도, 다 인생이 기구했다.
그는 황폐한 땅 위에 홀로 자리하던 검은 나무를 기억해 냈다.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지만, 그 땅은 죽은 마나에 감염된 죽은 땅은 아니었다.
-나는 방패막이밖에 할 수가 없었어.
먹보 신녀는 검게 물든 채, 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검은 나무 안에서 혼자 숨죽인 채 있어야 했다.
-난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먹보 신녀는 무서운 짱돌과 달랐다. 짱돌은 공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녀는 공격할 수 있는 힘은 없었다. 오로지 지키는 힘만, 막아서는 힘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동료가 필요했다.
나무가 홀로 자랄 수 없듯이, 그녀가 자라려면 옆에 동료가 있어야 했다.
방패.
무언가를 지키는 힘.
그건 지킬 대상이 존재할 때, 비로소 강해질 수 있으니까.
부서지지 않는 방패.
그녀는 만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새로운 동료를 찾을 수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이 정한, 그녀가 지켜줄 존재였다.
투둑.
투둑. 투둑.
폭발음 사이로 아주 작은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어?”
폭발음과 환한 빛에 숨죽이고 밖의 동태를 살피던 정글인들이 멈칫하며 눈을 크게 떴다.
떨어진다.
먹보의 목소리가 케일에게 닿았다.
-나무들이 도와준대.
작은 나무의 나뭇가지들이 하나둘 떨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쿠웅. 쿵.
쿵!
커다란 나무의 나뭇가지들도 떨어졌다.
7구역 곳곳의 나무들이 제 몸의 일부를 내어주었다. 그것은 오로지, 싸우지 않고 숨죽이고 있던 정글인들의 눈에만 보였다.
나뭇가지들이 땅에 박혔다.
그 순간이었다.
7구역 중앙.
어느새 비행선까지 올라간 연금술사가 붉은 수정구를 든 부하에게 외쳤다.
“당장, 외곽부터 폭발시켜 버려라!”
“네! 셋!”
붉은 수정구를 든 부하가 외친 그때.
외곽 근처의 몇 안 남은 제국군들이 일시에 도망치기 시작했을 때.
“둘!”
삐이이- 삐이-
아름답게 빛나던 수정구가 그 빛을 서서히 잃어가는 순간.
달칵.
거대한 원통에 설치된 폭탄에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그 순간, 케일은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모두 느껴진다.
마치 자신의 감각이 이 7구역 모든 곳에 닿은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는 먹보가 알려준 당연한 일을 읊었다.
“자라나라.”
땅이 흔들렸다.
7구역 모든 곳에 있던 나무들이 내어준 나뭇가지.
곳곳에 흩어져 땅에 박힌 그것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케일의 명령에 따라 살아 있는 생명이 되어 움직였다.
“이, 이게 무슨!”
“뭐야? 나무들이 왜 이래?”
쿠구구구궁-
거대한 나무줄기가 제국군의 시야에 나타났다.
그것들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며 거대하게 자라났다.
스스스-
나뭇잎이 흔들린다.
나무들이 운다.
아니, 나무들이 고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이 케일에게 들려왔다.
내 몸을 내어줬으니, 지켜줘.
그렇게 말하는 나무들에게 케일의 두 손이 화답했다.
외곽에 자라난 거대한 나무줄기들.
“하나!”
수하인 연금술사의 외침이 터진 순간.
콰직!
그의 손에 들린 붉은 수정구가 터졌다.
동시에 사람들은 보았다.
거대한 나무줄기 수십 개가 나뉘며 죽은 마나 폭탄들의 주위를 감쌌다.
마치 방패처럼.
아니.
감옥처럼.
나무줄기들이 죽은 마나 폭탄을 가뒀다.
그것이 눈에 담긴 순간.
삐이이- 삑!
수정구의 빛이 완전히 사라지며 소리가 끊겼다.
곧이어 수백 개의 죽은 마나 폭탄 중 외곽에 위치한 죽은 마나 폭탄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앙! 콰아아앙!
하늘을 향해 검은 액체가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늘에 닿을 수 없었다.
스스스스-
나무줄기들이 검게 변해간다.
폭발에 부서지고, 흩어져도 또다시 자라난 나무줄기 수십, 아니, 수백여 개가 죽은 마나들을 향해 그 가지를 뻗었다.
제국군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어느 새 그의 주위에 나무줄기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케일은 제국군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먹어라.”
먹고 또 먹어라.
검게 변한 나무줄기들이 마치 뱀처럼, 죽은 마나 폭탄을 집어삼켰다.
그럴수록 나무줄기는 밤처럼 어두워졌다.
스스스스-
나무들이 울수록 세상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제국군들에게 펼쳐질 지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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