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3
312화.
뚜욱. 뚝.
검은 액체가 한 방울 땅에 떨어졌다.
땅이 검게 변하려는 순간.
콰직!
그 땅에 나무줄기가 하나 박혔다. 동시에 갈색빛을 띠던 나무가 검게 변하며, 땅은 원래 색으로, 나무는 검은색으로 변화되었다.
“…이건, 이건 도대체!”
제국 기사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든 순간.
“으아악!”
스스스-
나뭇잎 소리와 함께 거대한 검은 나무줄기가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미쳤어. 나무들이 미쳤다고.”
그는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주저 앉아버린 그의 눈동자에 7구역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살아 움직인다.
7구역이라는 이 거대한 공간 전체가 요동치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모두 갑자기 자라난 거대한 나무줄기들 때문이었다.
콰아앙! 콰앙!
죽은 마나 폭탄이 터지고 있는 와중에도 제국군은 비행선을 향해 달려가지 못했다. 달려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스스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제국군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들의 발 옆으로, 머리 위로, 밤의 어둠이 아닌 밤보다 새까만 나무들이 드리웠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들보다 나무가 빨랐다.
늘 제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가, 이제는 7구역 전체의 움직임을 통제하며 자유로이 날뛰기 시작했다.
“저, 저건 무슨 나무야!”
비행선 위의 총책임 연금술사는 난간을 붙잡은 채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빨간 머리칼 사령관의 손짓을 따라 죽은 마나 폭탄을 집어삼키는 나무줄기들만이 보였다.
“상, 상부에 알려야 해, 그래야 해!”
그는 옆에 선 부하에게 명령했다.
“다, 당장 탑주님과 전하께 연락해! 그, 그리고, 그리고!”
그는 입술을 덜덜 떨며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도 못 했던 변수에 생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죽은 마나를 먹는 나무가 나타났다.
그래서 7구역은 죽은 마나 폭탄으로 황폐화되는 곳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주택가와 건물들마다 검은 나무줄기가 드리우며 방패처럼 얽혀 집들을 보호했다.
쿠웅!
연금술사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남쪽.
골렘이 무너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저 멀리 남쪽에서 저를 응시하는 한 사람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선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제 쪽을 향한 검은 로브를 본 순간, 상대도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유명한 로운의 네크로맨서 메리.
서대륙의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 네크로맨서.
연금술사이자 흑마법사인 그의 눈동자에 네크로맨서를 향한 경멸과 역겨움이 일어났다.
그는 네크로맨서의 곁에서 빛나는 검은 마나들이 보였다. 아마도 검은 절망을 정화하고 남은 죽은 마나를 흡수한 것이리라.
곧 네크로맨서는 휘청이며 다크엘프 부축을 받았다.
‘그래 봤자 탑주님에 비하면 한참 밑이야.’
그 사실을 인지하자 연금술사는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폭탄을 최대한 빨리 모두 터뜨려라!”
부하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
폭탄을 빨리 터뜨린다는 것은 비행선의 이륙도 빨라짐을 의미했다. 연금술사는 부하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
나무줄기들이 가장 첫 번째로 보호하기 위해 모여드는 존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 케일 헤니투스를 공격해! 아니, 방해해!”
그 말에 곧바로 마법사와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 마법을 준비해! 화염 계열로!”
비행선에 올라탄 마법사들이 화염 마법진을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저 검은 나무줄기들에게 타격을 주려면 작은 마법으로는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사들이 7구역 중심에 있는 케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홀로 우리를 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케일은 검을 들고 달려오는 기사가 내뱉는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흔한 대사네, 대사야.’
꼭 판타지나 무협에서 혼자인 주인공과 싸우는 적들이 내뱉는 말이 아니던가. 케일은 그 말을 듣는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막을 만하니까 혼자지.”
그런 것도 계산 못 하겠어?
케일은 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내버려 둔 채 손을 여유로이 움직였다. 그런 그의 귓가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인간 혼자 아니다! 나 위대한 라온 미르가 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인간 무서워 보인다!
케일의 미소가 짙어졌다.
알아.
나도 지금 내 꼬라지가 어떤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는 검은 나무줄기들에 감싸인 채 웃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얼마나 살벌할지, 케일은 조금만 상상해도 알 수 있었다.
그는 검은 뱀처럼 움직이는 나무줄기 중 몇 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먹보 신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막는 것 밖에 못 한다고?’
글쎄.
케일은 먹보의 말과 달리 불보다 강한 무기를 손에 쥔 기분이었다. 그 무기가 사방에서 달려오는 적들에게로 향했다.
“피해! 저건 죽은 마나를 먹은 나무다! 피해!”
콰앙. 쾅!
기사는 귓가에 또 다른 죽은 마나 폭탄의 폭발음과, 이를 잡아먹고 있을 나무줄기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수하 기사들에게 힘주어 명령했다.
“오러 연기를 이용해서 베어내! 닿지만 않으면 된다! 2인 1조로 움직여!”
기사는 검을 들어 올려 내려쳤다.
사각-
저를 향하던 검은 나무줄기가 손쉽게 베였다.
툭. 베인 나뭇가지가 말라비틀어지며 땅에 떨어졌다. 기사는 그 모습에 눈빛을 번뜩이며 외쳤다.
“쉽게 베인다! 죽은 마나만 피하면 그냥 평범한 나뭇가지다! 공격력은 거의 없다!”
거대한 나무줄기들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공격력을 지닌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케일 주위의 기사만 해도 수십을 넘어 백여 명에 이르렀다.
사각-
서걱서걱-
“베어라! 또 베면서 전진해라!”
기사는 중심에서 검은 나무줄기에 보호받듯이 감싸인 케일을 비웃으며 계속해서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기사들이 차근차근 중심으로 다가갔다.
케일은 독 안에 든 쥐와 같아 보였다.
어둠 아래, 검은 나무들을 부리는 그 모습은 무섭게 보였지만 알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위퍼전의 설욕을 해주마!”
그를 포함한 기사들의 기세가 더욱더 커졌다.
서걱!
오러 연기까지 품은 검으로 내리그으니 한 번에 여러 개의 나뭇가지가 베였다. 정말로 흔하디흔한 나무였다.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기사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입니다!”
음?
그 순간, 케일을 향해 달려들던 제국 기사의 귓가로 병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 외침은 점점 더 커져갔고, 마침내 기사에게 똑바로 들렸다.
“적입니다! 정글이 쳐들어왔습니다!”
뭔 소리야?
지금 쳐들어온 게 정글과 로운이잖아?
기사는 채 의문을 드러내기도 전, 밤을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이이잉- 위이잉-
비행선에서부터 퍼지는 경고음이었다.
그 순간.
쿠웅!
쿠우웅!
남은 골렘 두 기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기사는 골렘이 있던 쪽을 힐끗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서대륙 중부의 사람들과 다른,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갈색 피부의 사람들.
성벽을 넘어, 무너진 골렘을 넘어 오는 전사들.
크르르-
크르- 크르르-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맹수들의 울음소리가 어둠에 섞여들었다. 맹수들의 몸 위에 올라타거나, 혹은 맨발로 각자 무기를 쥔 채 7구역으로 들어서는 정글의 전사들이 보였다.
족히 수만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 그들 사이로, 높은 성벽에 우뚝 올라선 존재가 보였다.
“크아아아!”
거대한 흑표범이 달빛과 별빛 아래에서 울부짖었다.
곧바로 그 거대하면서도 날렵한 몸체가 달려 나갔다. 그 자리는 마지막 남은 골렘이 무너지고 있는 곳이었다.
“텐!”
한 사람의 외침이 어둠 속에 울려 퍼진 순간 텐은 몸을 숙였고, 그 위에 한 여인이 올라탔다.
그녀의 손에는 거대한 장창이 들려 있었다.
성벽을, 골렘을 넘어오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기합이 가득한 외침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은밀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기사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적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 순간,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노리고 있던 게 아니었나?”
기사는 아차 하며 고개를 돌렸다.
케일 헤니투스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소리 없이 웃는 얼굴에 소름이 돋았을 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스스-
아까 전부터 들려왔던 나뭇잎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 순간, 케일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달려들던 기사들이 멈칫했고, 이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기사는 다급히 외쳤다.
“물러서!”
갑자기 수백 개의 나뭇가지들이 케일을 중심으로 사방에 뻗어나갔다.
동시에 그것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더욱더 두껍고 튼튼하게 검은 나무들이 자라날 때.
“크아아!”
흑표범 텐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타닥.
하지만 텐의 발밑으로 곧 새로운 땅이 생겨났다.
검은 나무줄기. 그 거대한 나무가 텐이 디딜 수 있는 땅이 되어주었다.
그 순간, 비행선에서 마법사가 외쳤다.
“마법진 발동 준비 끝났습니다!”
책임 연금술사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명령했다.
“당장 마법진을 발동시켜! 케일 헤니투스를 죽여!”
케일을 중심으로 뻗어진 검은 나무줄기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서로 이어졌다.
땅 위, 하늘 위.
어디든 가리지 않고 서로서로 얽히며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의 끝이, 나뭇가지들이 향하는 방향은 한 곳이었다.
왕궁.
비행선 바로 아래를 향해, 나뭇가지들이 거침없이 다가왔다.
쾅. 쾅!
그사이 죽은 마나 폭탄을 먹어치우는 것은 덤이었다.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빨리!”
연금술사가 보채는 순간, 마법진이 발동했다.
우우웅-
마법진과 그 위의 마정석이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비행선 난간에 선 연금술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7구역 성벽. 그 아래에서부터 하늘로 날아오르는 인간이 보였다.
제국이 준비한 화염 마법처럼, 타오르는 붉은 머리칼을 지닌 사람.
로잘린이 비행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붉은 마나가 마치 망토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제기랄!’
어디까지 준비한 거야!
연금술사는 난간을 내려쳤다. 그의 눈동자는 다가오는 적들의 중심으로 향했다. 검게 변한 7구역 땅 위, 유독 붉은 머리칼이 보였다.
그 붉음의 주인인 케일은 입을 열었다. 그는 나무줄기에게 명령했다.
“자라나라.”
더 자라라.
적이 두려워할 만큼.
“뻗어나가라.”
끝없이 나아가라.
적의 숨통을 향해.
케일은 검은 거미줄처럼 만든 나무줄기 길을 바라보며 외쳤다.
“진군해라!”
크아아아!
흑표범 텐이 포효와 함께 나무줄기를 박찼다. 그리고 내달렸다. 리타나는 한 손에 든 창을 앞을 향해 겨눴다.
“갑시다.”
최한이 북쪽에 닿은 나무줄기를 밟고서 중앙으로 내달렸다. 그의 뒤를 다크엘프 두 명이 따랐다.
메리도, 타샤도. 모두 검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케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아군은 진군해라!”
동서남북.
누구보다도 나무에 익숙한 정글 전사들이 일제히 검은 나무줄기를 타기 시작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전사는 아니지만 숨죽인 채 숨어 있던 정글 사람들 몇몇이, 방패처럼 가려주던 나무줄기를 타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짐승을 타고서, 혹은 제 발로 내달리는 그들의 목적지는 단 한 곳.
7구역의 중심인 왕궁 위에 자리한 비행선이었다.
“아, 안 돼!”
연금술사는 밀려오는 존재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마치 검은 해일이 밀려오는 것과 같은 압박감이 전해져 왔다.
끼이익-
그때, 비행선이 덜컹였다.
“뭐, 뭐야?”
“잡혔습니다! 대장님, 잡혔어요!”
“뭐?”
하얗게 질린 수하의 다급한 목소리에 연금술사는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비행선 밑 부분.
그곳을 움켜쥐고 파고드는 검은 나무줄기가 보였다.
그 순간,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잡았다.”
7구역의 모든 것들이 케일의 손안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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