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펼쳐진 케일의 손바닥이 주먹을 쥐었다.
콰지직!
그 순간, 비행선의 아랫부분을 검은 나무줄기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안 돼, 안 된다고!”
총책임 연금술사의 손이 떨렸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대장님, 기웁니다!”
끼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비행선이 살짝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연금술사는 중심을 잡기 위해 난간을 부여잡으며 케일을 노려봤다.
탁. 타닥.
케일은 천천히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를 향해 기사들이 곧 들불처럼 달려들었지만 누구도 케일에게 닿을 수 없었다.
스스스-
케일은 공중을 향해 발을 디뎠다. 그런 그에게로 검은 나무줄기들이 다가와 계단이 되어주었다.
케일은 스스로가 만든 거미줄 같은 나무 길 위에 올라섰다.
-인간, 가나?
그리고 달렸다.
휘이이, 바람의 소리가 그의 발끝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케일은 바람을 따라 빠르게 비행선을 향해 나아갔다.
그 모습을 충혈된 눈동자로 지켜보던 연금술사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마법진 발동시켜!”
우우우웅.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마법진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마법진 위로 붉은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연금술사는 이어 손을 휘저었다. 아주 잠깐 검은 마나가 그의 목에 감돌았고 곧 확성 마법, 흑마법이 펼쳐진 그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병사들은 나무줄기를 베어라! 적군을 노려! 화살을 쏴라!”
그의 말이 빠르게 쏟아졌다.
“주변 주택가에 들어가 불쏘시개를 찾아! 모두 불태워 버려라!”
넋을 놓고 있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못하다간 정말 패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죽은 마나 폭탄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일반 병사들에게 지금의 광경은 놀라우면서도 두려운 장면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했다.
병사들은 무기를 뽑아 들었다.
“싸, 싸우자고!”
“가야 해! 적들보다 우리가 먼저 비행선에 가야 한다고!”
병사들이 나무줄기를 베고, 땅과 하늘 곳곳에서 나무줄기를 타고 움직이는 전사들에게 화살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연금술사는 확성 마법을 끄고는 수하에게 지시했다.
“기사들을 불러들여. 그리고 마법진을 담당하지 않는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을 준비해!”
기사를 불러들여?
수하의 눈동자에 의문이 서렸을 때, 연금술사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비행선 아래로 남은 죽은 마나 폭탄과 마법 폭탄을 던져. 최소한 나무줄기와 적군의 침입을 막겠지. 더불어-”
연금술사의 눈동자는 냉정했다.
“바로 이륙한다.”
수하의 눈동자 속 의문이 사라졌다. 병사는 내버려 두고 기사들만을 불러들이는 이유를 눈치챘다. 병사들이 적을 묶어둔 새 도망치려는 것이다.
다시 확성 마법을 펼친 연금술사는 외쳤다.
“대항해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붙잡아두어라!”
동시에 마법진을 담당하던 마법사들 중 가장 실력자 세 명이 두 손을 위로 펼쳐 들었다.
진동과 함께 붉은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
입을 쩍 벌린 뱀의 모습처럼 만들어진 불길이 몸을 비틀며 점점 위로 치솟아 올랐다.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릴 것 같은 압박감이 전해져 왔다.
연금술사는 그 찌릿찌릿한 기운을 느끼며 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웃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연금술사는 그녀를 가리키며 외쳤다.
방금 전 마법사들에게 공격 마법을 준비해 두라고 말한 이유였다.
“로잘린 사령관에게 공격 마법을 난사해!”
그 말이 신호였다.
제국 마법사 세 명의 손에 피어올랐던 뱀 형상의 불이 비행선을 넘어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수하의 지시를 받은 연금술사들이 비행선 아랫부분의 창문들을 열어 폭탄을 던지기 시작했다.
죽은 마나 폭탄과 일반 마법 폭탄.
그것들이 비행선 아랫부분을 움켜쥔 검은 나무줄기를 향해.
그 줄기를 타고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던져졌다.
“화살을 쏴!”
병사들의 화살도 정글의 전사들을 향했다.
우우웅-
남은 제국 마법사들의 공격 마법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로잘린 사령관에게로 쏘아졌다.
모든 공격의 시발점인 연금술사는 그 광경을 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그래! 다 부숴주마!”
애초에 받은 명령이 파괴였다. 어찌 되었든 다 부수기만 하면 될 것 아닌가?
그의 귓가로, 곧 그가 바라던 소리들이 들려왔다.
콰앙! 쾅! 쾅!
비행선 아래.
폭탄들이 터진다.
“이륙합니다!”
우우웅-
서서히 비행선의 동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비행선 조종석에서는 최상급 마정석들이 연금술사의 손에서 빛나며 비행선을 하늘 위로 띄울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래, 이대로만 하면 돼!’
연금술사가 고개를 돌리자 로잘린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제국의 공격 마법에 휩싸인 그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아무리 네가 최상급 마법사라도 이것들을 모두 막진 못할 터! 너도 끝이구나!”
동시에 그는 로잘린을 비껴 나가며 아래로 떨어지는 뱀 형상의 불길, 그 포악한 모습이 보였다.
나무들이 다 탈 것이다.
“크하하하하!”
연금술사는 벌겋게 충혈된 눈동자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때였다.
씨익.
로잘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 웃어?”
연금술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뚝 그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순간, 제국의 마법들이 로잘린을 덮쳤다.
콰아앙! 콰앙! 콰아아앙!
마치 불꽃놀이처럼, 밤하늘 위에서 빛들이 터져 나왔다.
그 찰나의 폭발이 모두 끝나고 연기가 피어올랐을 때, 연금술사는 실드를 펼친 채 웅크리고 있는 로잘린이 보였다.
‘…저건 예상했던 모습이야.’
그래, 로잘린 정도의 마법사라면 다른 마법사들의 공격을 방어할 힘 정도야 있겠지!
‘하지만 이 정도 공격을 막으면서 저 불뱀까지 막을 힘은 없을 거다!’
연금술사는 그리 생각하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어?”
뱀 모양의 불이, 검은 나무줄기들을 향하던 그 불이 멈췄다.
“뭐야? 왜 공격 안 해?”
그의 뒤에서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헉!”
“크으윽! 이게 무슨!”
“허억!”
목소리가 아니었다.
비명이었다.
마법진 위에 있던 세 명의 마법사들이 토해내는 신음 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화르르.
타오르는 뱀. 그것이 공중에 멈춘 채로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아래를, 나무줄기를 향하던 뱀의 아귀가 반대쪽을 향했다.
비행선을 향해 뱀이 입을 벌렸다.
공격의 대상이 바뀌었다.
그런 마법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런 뱀의 머리를, 불을 쓰다듬는 이가 있었다.
“…저, 저자는 또 누구-?”
연금술사의 눈에 백금발의 남자가 보였다.
백금빛의 마나를 온몸에 두른 채 별처럼 빛나는 존재. 그가 제국이 만든 마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로잘린, 괜찮나?”
로잘린은 실드를 풀고는 웅크렸던 몸을 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백금발의 남자, 에르하벤의 뒤에 섰다. 오늘 그녀의 역할은 보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법의 정점인 용이 나섰으니까.
더불어 대륙 최고령인 용이었다.
에르하벤은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딱!
그 작은 소리에 거대한 불이 사라졌다.
악귀와 같던 불뱀은 금빛 가루가 되어 없어졌다.
“이, 이럴 수가-”
연금술사는 그 고요한 마법에 소름이 돋았다. 저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다.
두려움이 일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밤을 가로질렀다.
“으아악!”
“잡아!”
동시에 비행선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연금술사가 수하를 쳐다보자, 수하가 다급하게 외쳤다.
“소용이 없습니다!”
“뭐?”
뭐가 소용없단 말인가?
수하는 절박한 얼굴로 외쳤다.
“공격이 모두 소용없습니다!”
끼이익-
비행선 아래가 다시 한번 흔들렸다.
“다크엘프들이, 다크엘프들이 다 부수고 올라옵니다!”
수하는 보고받았던 내용을 다급하게 내뱉었다.
연금술사들이 남은 죽은 마나 폭탄을 던져도 다크엘프들이 막아섰다. 그들은 오히려 죽은 마나를 흡수하면서 날뛰었다.
그 중심에서 타샤가 검은 액체, 죽은 마나를 뒤집어쓴 채 외쳐댔다.
“모두 흡수해라! 죽은 마나를 진정으로 사용할 줄 아는 우리의 힘을 보여줘라!”
동시에 리타나와 흑표범 텐이 그들이 내어준 길을 따라 비행선을 공격했다.
더불어 검은 나무줄기들도 멈추지 않았다.
수하는 계속 보고가 올라오는 영상 통신구를 연금술사에게 넘겨주며 외쳤다.
“정글 전사들도 이미 거의 모두 접근했습니다!”
“병사들은? 그들이 조금이라도 막았을 거 아냐!?”
연금술사의 물음에 수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무들이 방패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뭐?”
제국 병사들이 나무줄기를 타고서 비행선으로 접근하는 전사들에게 화살을 쏘거나 검을 내리그었지만, 조금도 닿을 수 없었다.
“다 막아라. 멈추게 만들지 마.”
케일이 건넨 말이 7구역 전체를 감싼 나무줄기들에게 닿았다.
나무줄기들이, 부서지지 않는 방패가 움직였다.
방패가 아군의 전사들을 보호했다.
“또 막혔어!”
“제기랄! 저 나무줄기!”
제국의 화살과 검은 마치 방패 모양처럼 얽혀든 나무줄기들을 뚫지 못했다.
그렇기에 정글의 전사들은 안심하고 달렸다.
그들을 지켜주는 방패의 존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들은 두려웠다.
뚫을 수가 없었으니까.
모든 공격이 무효로 돌아갔으니까.
그것이 방어의 진정한 힘이었다.
이를 깨달은 적이 명령권자에게 외쳤다.
“대장님, 비행선 아래쪽이 붙잡혀 이륙도 힘듭니다!”
제기랄!
연금술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때, 그는 수하에게서 넘겨받은 회색빛 구슬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전하.”
황태자 아딘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아까 전 수하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던 것이 이제야 닿은 것이다.
그는 덜덜 떨며 영상 통신구를 연결했다. 독 안에 든 쥐 신세의 그는 어디 기댈 곳이 필요했다.
영상 통신구가 연결되었다.
-어떻게 되고 있지? 왜 긴급 연락을 했나?
황태자 아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전-”
-…정신 붙잡게. 일단 보고를 하도록.
아딘이 꽤 부드러운 어조로 연금술사를 다독이며, 그에게 편히 말하라는 듯이 굴었다.
“전, 전하-”
그러나 연금술사는 여전히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말할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끼익- 끼이익.
조용해진 비행선에서 유일하게 들려오는 소리.
비행선 아래에서부터 올라온 그것이 만들어낸 소리였다.
그것은 밤처럼 어두웠다.
검은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새.
흑골새가 검은 안광을 번뜩이며 비행선 갑판 위의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흑골새 위에 선 자.
최한의 검이 검은 오러를 뿜어내며 비행선 위의 적들을 가리켰다.
콰직.
콰지직.
난간이 부서지는 작은 소리와 함께 검은 존재들이 올라왔다.
죽은 마나 액체를 뒤집어쓴 다크엘프들이 정령과 함께 비행선 겉면을 타고 갑판 위에 도달했다.
뒤이어 거대한 흑표범과 리타나, 정글인들도 조용히 올라섰다.
밑에서 기어올라 온 검은 존재들은 다들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고서 적에게 겨눌 뿐이었다.
-…왜 조용하지?
영상 통신구 속 아딘의 목소리가 비행선 갑판 위에 울려 퍼졌다.
그는 영상통신을 연결한 연금술사의 얼굴만이 보였다. 연금술사가 영상 통신구를 품에 든 채로 다급하게 연결한 탓에, 가까이 있는 그의 얼굴만이 영상에 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장의 풍경이나 주위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전장으로 화면을 돌려.
아딘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연금술사의 손은 여전히 덜덜 떨리는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저, 전하-”
그는 그저 아딘을 부르기만 했다.
연금술사의 눈동자가 영상 통신구로 향했다.
아딘과 연결된 영상 통신구는 검은 화면에 오로지 아딘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다친 모습을 보일 수 없어서, 혹은 현재 작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검은 천으로 영상 통신구를 가리고 있는 것이리라.
대신 아딘은 영상 통신구 위에 뜬 화면을 통해 자신의 모습은 보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연금술사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천천히 영상 통신구의 옆으로 움직였다.
순식간이었다.
그의 옆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백금발의 마법사.
그의 백금빛 마나가 연금술사를 감싼 순간, 연금술사의 몸이 굳어버렸다.
오로지 얼굴만이 자유로웠다.
옆으로 돌린 눈동자로 미소를 그리는 백금발 마법사가 보였다. 연금술사는 숨을 들이마셨다.
분명 평범한 인간의 동공이었는데.
그 동공이 순식간에 이질적인 존재의 것이 되었다.
‘사, 사람이 아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딘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내 명령이 안 들리나?
아딘은 대답 없이 굳은 연금술사의 얼굴만 보이자, 찝찝한 기분에 영상 통신구를 끄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잘 들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영상 통신구 화면이 흔들리며 아딘은 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케일 헤니투스.
마지막으로 비행선 위에 올라선 사람.
케일은 저를 부르는 아딘에게 해맑게 인사했다.
“오른 다리를 잃고 심장 쪽이 다쳤다며? 용케 살아서 다행이야.”
하지만 그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
그는 아딘의 얼굴은커녕 검은 화면만이 보이는 영상 통신구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아딘, 얼굴 좀 보자. 몸 정말 괜찮아? 내가 네놈이 죽을까 봐 걱정했다니까?”
걱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였다.
그러나 해맑던 미소는 순식간에 비틀리며 아주 싸가지 없는 표정으로 변했다.
‘네놈은 반드시 내가 죽인다.’
케일은 스스로가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
이번 전쟁에서 제국이, 아니, 황실과 흑마법이 하려던 모든 짓들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케일은 영상 통신구를 향해 속삭이듯이 말했다.
“넌 내 손에 죽어야 하는데, 먼저 죽어버리면 아쉽잖아?”
히죽 웃어 보이는 케일의 표정은 아주 망나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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