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8
317화.
검은 책으로 향해 있던 케일의 눈동자가 맞은편의 메리와 오반테에게로 향했다.
가만히 있던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픕니다, 아니,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 말에 케일이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시작해.”
정화를 하러 가야 할 순간이었다.
그때,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케일이 뒤를 돌아봤다.
고룡 에르하벤의 손에 들린 영상 통신구. 그 안에서 왕세자 알베르가 영상통신을 끊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제국에는 하루 뒤에 가도록.
메리 일을 처리하고 곧바로 갈 생각이었던 케일은 이내 생각에 빠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 대답과 함께 영상통신은 끝이 났다.
케일은 주변을 눈에 담았다.
밝게 빛나는 태양 아래서, 얽히고설킨 나무줄기들이 마치 검은 거미줄처럼 그려져 있었다.
***
케일의 천막 앞. 다크엘프 시장 오반테는 검은 나무줄기를 쓰다듬었다.
‘어머어마하군.’
이어지고 얽힌 나무줄기들. 그 안에 묶여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죽은 마나가 느껴졌다.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이걸 메리가 다 흡수하면 상당히 강해지겠어.’
물론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메리 홀로 모두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반테는 아쉬웠지만 그 점은 어쩔 수 없었다.
힘이라는 것은 내가 얻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술에 단계가 있고, 마법에도 단계가 있듯이.
초급 검사가 오러를 휘둘러도 아무 소용이 없듯이.
뭐든 ‘어느 정도껏’, 스스로에게 알맞은 만큼 힘을 습득해야 균형이 맞았다.
과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망설이는 메리가 흐뭇하면서도 대견했다.
케일은 메리에게 죽은 마나를 다 가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메리는 망설였다.
‘분명 다크엘프들도 같이 고생했는데 홀로 죽은 마나를 가지는 게 꺼려지는 것이겠지.’
오반테는 참으로 메리답다 생각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메리.”
그의 부름에 메리는 그를 바라봤다.
“우리는 괜찮다. 그러니 네 마음껏, 네 배가 부를 만큼 가져가거라.”
메리는 오반테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타샤와 다크엘프들이 보였다. 그들은 어느새 모두 케일의 천막 앞에 모여 있었다.
“그래, 우리는 정령도 있어!”
“그리고 어제 검은 절망 정화하면서 죽은 마나 흡수도 했고.”
다들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메리, 네가 다 가져! 지금껏 전쟁한다고 고생도 많이 했잖아?”
“맞아.”
“우리 도시 출신 중에서 제일 유명하고, 제일 고생했지! 보상으로 이 정도는 돼야지!”
“그렇지.”
다크엘프들은 서로 맞장구를 치며 메리에게 얼른 죽은 마나를 흡수하라고 성화였다.
기본적으로 다크엘프 전사들은 백 살이 넘었다. 그런 이들 눈에 고생하는 27살의 메리는 참으로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한 막냇동생, 혹은 조카였다.
메리의 시선이 다크엘프들을 지나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는 대충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 뚱한 얼굴에 메리는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그 모습에 타샤가 외쳤다.
“모든 전사들은 흩어진다!”
“네!”
“네, 네!”
다크엘프들이 재빠르게 검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타샤의 명령이 이어졌다.
“7구역 전체를 돌아다니며, 모든 사람들에게 검은 나무줄기 근처에서 피하라고 전해라!”
그녀는 덧붙였다.
“정화 작업이 시작된다고 알려라!”
사사삭-
대답 대신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다크엘프들이 7구역 전체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정화 작업이 시작됩니다!”
“모두 검은 나무에서 물러나세요!”
그 목소리는 천막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작아졌지만, 그만큼 7구역 전체로 구석구석 퍼져갔다.
메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후우,”
그런 그녀에게 케일은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네 흔적이 남아 있네.”
흔적. 메리는 스스로가 만든 흔적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아까 그녀가 저도 모르게 죽은 마나를 조금 흡수했던 자리. 그 앞에 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대한 나무줄기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봄의 하늘은 아름다웠으나, 뒤엉킨 나무줄기에 가려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그것이 저와 닮아 있었다.
메리는 자신의 손바닥 크기만큼 정화된 나무 표면에 다시 손을 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배가 고프다.
강해지고 싶다.
죽은 마나를 품고 살아가는 것은 아프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메리는 선택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 목소리가 자꾸만 들려왔다.
‘다치면서 하지 마.’
저를 붙잡던 케일의 힘없는 손과 진심이 담긴 암갈색 눈동자, 더불어 자신을 보호해 주던 작은 용의 은빛 실드.
세상에 나가겠다고 선택한 후, 마주한 일들이었다.
쿵. 쿵. 쿵.
메리는 몸 안의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환호와 두려움이 담긴 떨림이었다.
쿵. 쿵.
이어진 나무줄기들 속에 어마어마하게 담긴 죽은 마나에게 환호를.
쿵. 쿵.
이것을 받아들여도 여전히 아플지 모를 네크로맨서의 숙명에 대한 두려움을.
상반된 감정들이 뒤섞였다.
하지만 메리는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우우우-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나무줄기들이 떨기 시작했다, 아니, 울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내렸다.
메리의 곁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는 마치 방패처럼 메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광경도 놀라웠지만, 케일 주위 일행은 그것에 신경을 쓰기 힘들었다.
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나무들의 진동이, 울음소리가 더욱더 커져갔다.
처음에는 메리 주위에서만 들리던 울음이 점점 더 뻗어나가 7구역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뭐야?”
7구역 곳곳에 있던 정글인들이 모두 하던 일을 멈췄다.
검은 나무에게서 물러서라고 외치고 다니던 다크엘프들도 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제 발 아래를 내려다봤다.
파르르르.
검은 나무줄기가 떨고 있었다.
한 다크엘프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벌써 여기까지?”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7구역의 북쪽 끝에 와 있었다.
자신이 밟고 있는 거대한 나무줄기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잔가지들도 떨며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도대체 메리가 무엇을 하려는 거지?”
그는 고개를 돌렸다.
왕궁 근처, 케일과 메리가 있을 천막 근처로 그의 시선이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
나무들의 울음이 뚝 끊겼다.
스스스스-
봄바람에 나뭇잎들이 나부끼며 소리를 내었다.
그 정적 사이로 케일은 메리를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손이 닿아 있는 나무줄기로 바라봤다.
거멓던 줄기 표면이 그녀가 죽은 마나를 흡수한 만큼 색이 바뀌어 있었다.
하얗게.
메리의 작은 손바닥만큼 하얗게 변해 있었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
케일이 그 고대의 힘을 얻었을 때, 검은 나무는 모습이 바뀌었다.
하얗게.
푸르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 모습을 바꾸었다.
케일은 기다렸다.
메리가 변화를 보여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끝에서.
스스스-
봄바람이 잦아들고, 나뭇잎들의 흔들림도 멈춘 순간.
케일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변해간다.
메리의 손길이 닿은 곳에서부터 검은 나무줄기가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아!”
리타나의 탄성이 들렸다.
하지만 케일은 메리만을 바라봤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하얀 나무줄기에서 푸르른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푸른 잎사귀가 점점 주변으로 퍼져갔다.
“…이게 무슨?”
툭. 정글인은 들고 있던 삽을 놓았다.
지난 전쟁의 흔적이었던 검은 나무줄기가 순백으로 물들며 푸른 이파리로 채워졌다.
아름다웠다.
보수 작업을 하던 정글인과 전사들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가리던 검은 선들이 사라지고, 하늘보다 눈부신 하얀 선들로 변해갔다.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동서남북.
왕궁, 상가, 주택가, 모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나무줄기가 하얗게 바뀌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너무 빨라!”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크엘프 타샤였다. 뒤이어 오반테가 외쳤다.
“이, 이렇게 많은 양을! 위험해!”
오반테의 눈동자가 다급하게 주변 경관을 눈에 담았다.
메리의 죽은 마나 흡수 속도가 너무 빨랐다.
더불어 너무 많은 양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건 메리에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성장에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 과욕은 좋지 않다.
타샤는 오반테의 심각해진 얼굴에서 지금의 상황을 알아챘다. 그녀는 메리를 바라보며 그녀에게로 조금 더 다가갔다.
그러자 검은 연기로 감싸인 메리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나무줄기에 닿은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불거진 검은 핏줄들이 터질 것처럼 돋아났다.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타샤는 후드로 가려진 메리의 얼굴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땅을 적시는 것을 보았다. 메리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무리하고 있구나.
타샤는 곧바로 메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다쳐선 안 되니까. 어릴 적부터 죽음을 넘나들던 메리였다. 더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메리의 어깨에 닿기 전에 멈췄다.
“…할… 수-”
메리의 목소리가 검은 로브 사이로 들려왔다.
“…할, 할 수 있습니다.”
기계 같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지만 의지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타샤는 완전히 손을 거둬들였다.
그때, 그녀에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지?”
케일의 목소리였다.
메리는 그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치면서 하지 마.’
기억하고 있다.
메리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죽은 마나가 느껴졌다.
나무에 꽁꽁 묶여 있던 그것은 절망과 괴로움을 담고 있었다.
꼭 검은 절망이 아니더라도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한계야.’
메리는 혈관을 타고 흐르는 죽은 마나들에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눈을 감은 메리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리, 계속 뛰어! 뒤돌아보지 말고 뛰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은 마나에 중독되어 죽어가던 엄마는 도망치라고 메리에게 말했다.
메리는 10살 이전의 기억이 비어 있었다.
오로지 사막을 건너던 그날 밤, 도망치라던 엄마의 목소리와 푹푹 꺼지는 모래의 감촉만이 기억났다.
그녀는 그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어둠 속이었으니까.
밤하늘 아래 검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피어오르는 검은색의 죽은 마나 연기.
모든 것들이 검었다.
그래서 기억하려 눈을 감아도 어둠 속 엄마의 목소리와 모래의 감촉만이 기억난 것이다. 그게 그날의 모든 기억이었다.
메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뒤엉킨 검은 나무줄기 때문에 아름다운 하늘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착한 메리야! 내가 밤하늘 구경시켜 준다! 인간도 같이 간다!’
‘어휴.’
‘인간, 한숨 쉬지 마라! 웃어라! 오늘은 좋은 날이다!’
그녀는 스스로 선택한 결과로, 무수하게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뒤엉킨 검은 나무줄기는.
검은 거미줄은.
내 몸을 뒤덮은 이 핏줄은.
세상을 담아냄에 있어 아무런 방해물도 되지 못했다.
메리는 밀려오는 죽은 마나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귓가에 닿는 주변의 바람 소리도.
나무줄기 틈새로 내리쬐는 햇볕도.
코에 닿은 숲의 향기도 받아들였다.
메리는 눈을 떴다.
나무줄기가 보였다.
검었던 것이 하얗게 변했다.
하얗게 변한 나무도 받아들였다.
살아 있다.
내 핏줄이 검게 변했다고 해도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우우우웅-
메리 주위의 검은 연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행은 혹여 방해될까 싶어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이었다.
스스스-
하얀 나무줄기에 돋아난 푸른 잎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람도 없었다.
그러나 나뭇잎들은 흔들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멈춘 순간.
우우우우-!
검은 연기가 모두 메리의 몸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적막이 찾아왔다.
정글의 지배자 리타나는 고개를 들었다.
적막 속에서 아름답고 하얀 나무들이 보였다.
천혜의 자연이 깎아 만든 절경처럼, 순수하고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런!”
리타나는 케일의 다급한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케일은 비틀거리는 메리를 품에 안았다.
검은 로브 속의 몸이 덜덜 떨렸다. 케일은 저를 향해 고개를 드는 메리가 보였다.
복면을 써 가린 얼굴 사이로 살짝 드러난 눈가가 보였다.
눈가 근처의 검은 핏줄과 달리 맑은 눈의 꼬리가 곱게 휘어졌다.
내비게이션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부릅니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때, 그의 귓가로 7구역 저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정화가 끝났습니다!”
“정화 완료!”
“7구역 전체 정화 완료입니다!”
다크엘프들이 저 멀리서부터 달려오며 외쳤다.
그들이 외치고 지나간 자리에 정글인들의 환호성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메리는 착하고 위대하고 아름답다!
그는 당연한 소리를 하는 라온에게 신경 끄며 메리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라온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
용이 짧게 감탄했다.
-메리 이제 아주 강하다.
그래, 그래.
그렇게 많은 죽은 마나를 먹었는데, 강해져야지.
-최한 진다.
뭐?
케일은 순간 멈칫했다.
-열 번 싸우면 메리가 최한을 여섯 번 이길 정도다! 우리 메리 대단하다!
이야.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메리를 향해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
그리고 다음 날.
알베르 왕세자의 지시대로 하루를 보낸 뒤 제국으로 떠날 채비를 한 케일의 얼굴이 눌린 찐빵처럼 일그러졌다.
“이놈의 왕세자는 도대체 하루 만에 뭔 짓을 한 거야?”
케일이 성질이 뻗쳐서 외쳤을 때.
삐이이이- 삐이이이-
천막 안에선 영상 통신구의 긴급 연락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인간! 또 연락 왔다!”
라온은 영상 통신구에 남겨진 메시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케일! 나 툰카다! 너 정말 죽었나? 아니지? 연락 받아라!”
검은 용은 쉬지 않고 메시지들을 읽었다.
“공자님, 저 빌로스입니다. 제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는데. 살아 계시죠? 연락이 안 되니 불안합니다.”
위퍼 왕국의 대장군 툰카, 그다음은 제국에 있을 플린 상단 서자 빌로스.
“공자님! 이럴 수가! 내가 그렇게 공자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안 된다고 죽음의 신을 협박했는데! 공자 괜찮죠? 괜찮으면 저한테 연락 좀 주세요. 죽었다니, 그건 거짓말일 거예요!”
미친 신관 케이지까지.
그 뒤에도 몇 군데서 계속 연락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가 찬 내용은 아버지 데르트 헤니투스 백작이었다.
“죽은 척. 응원하마. 나도 도우마.”
케일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왜 죽었냐고!
“인간! 계속 연락 온다!”
미치겠네.
케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온이 보였다.
“우리 인간 살아 있는데! 다들 이상한 소리 한다!”
웃긴다는 듯 라온이 히죽거렸다. 물론 옆에서 고룡도 피식거리고 있었다.
결국 일그러진 케일의 입매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왕세자.”
도대체 하루 사이에 뭔 짓을 한 거야?
케일은 아프다는 소문이 아니라, 죽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판국에 기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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