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9
318화.
“…연락도 안 되고.”
거기다가 현재 알베르 왕세자와 영상 통신구 연결이 되지 않았다.
케일의 연락을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쉽게 말해 ‘통화 중’ 상태였다.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길래 영상 통신구가 계속 연결 중이야.’
케일은 결국 메시지 한 줄 남기는 것으로 이 일을 일단 뒤로 미뤘다.
어찌 되었든 죽은 줄 알면 움직이기 더 쉬운 상황인 건 맞았으니까.
“라온, 메시지 남긴 사람들한테도 대충 네가 알아서 나인 척 메시지 남겨놔.”
“알았다, 인간!”
히죽이던 라온이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 천막 안에 있는 일행을 바라봤다.
에르하벤, 메리, 최한, 성자 잭, 부단장 힐스만, 그리고 다크엘프 타샤.
로잘린과 리타나는 없었다. 둘은 정글에 남아 복구 작업과 케일의 위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남아서 일에 매진하기로 하였다.
물론 다크엘프 시장 오반테도 남아서 다크엘프 전사들과 함께 이들을 돕기로 했다.
“공자, 왕세자 저하가 아주 크게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타샤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케일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뒤를 메리가 따랐다.
케일은 자신이 왕세자에 대한 불경한 발언을 할 때마다 더 진하게 웃는 타샤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놀리는 거다.
지금 타샤는 케일과 조카인 알베르를 신나게 놀리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케일은 이는 가볍게 넘어가며, 에르하벤을 바라봤다.
“왜?”
그 시선에 에르하벤은 무심히 의문을 던졌고, 케일도 무던하게 답했다.
“변장 좀 시켜주십시오.”
하.
깊은 한숨과 함께 에르하벤은 제 이마를 매만졌다. 이내 ‘나도 박복한 말년을 사는구나’ 중얼거린 그는 백금빛 마나를 일으켰다.
“뭐, 어떻게 바꿔줄까? 말만 해.”
오.
케일은 진정한 용의 위엄을 마주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만 하라는 고룡을 착실하게 부려먹기로 했다.
그는 힐스만과 자신, 최한을 차례대로 가리켰다.
“갈색 눈동자에, 갈색 머리칼로 해주십시오.”
“…셋 다?”
에르하벤이 멈칫하며 되묻자 케일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빈민가는 물론 제국 수도 곳곳을 다녀야 하기에 최대한 눈에 덜 띄는 쪽이 나았다.
특히 제국은 갈색 계열의 머리칼이 많지 않던가.
“네. 그게 눈에 덜 띄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딱. 딱. 딱.
고룡의 손가락이 세 번 부딪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케일의 눈동자와 머리칼 색이 바뀌었다. 라온보다 훨씬 더 빠른 캐스팅 실력이었다.
이에 케일이 만족하고 있을 때,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제 같다!”
뭐?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묘하게 들뜬 얼굴의 힐스만이 외쳤다.
“공자님과 제가 이리 같은 색으로 염색하니, 형제 같습니다! 하하하하! 제가 위대한 방패-”
“그만.”
케일은 힐스만의 입을 막고 싶었다.
뭔 짓을 하고 다닌지 몰라도, 이놈하고 같이 있던 정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케일은 힐스만을 외면하고는 최한을 쳐다봤다. 별말 없이 거울을 쳐다보며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었다.
하긴, 고딩 때 넘어왔으니 염색을 몇 번 해봤겠는가.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르하벤 님.”
“왜?”
“텔레포트요.”
하아.
에르하벤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자님.”
이를 지켜보던 케일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성자 잭이었다.
“저는 그냥 가도 될까요?”
“네. 됩니다.”
“그렇군요.”
잭은 케일의 답에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는 이번 정글전 이후로 부쩍 말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특히, 케일이 흑마법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검은 책의 첫 장을 알려준 이후로 더욱더 말이 없어졌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잭을 잠시 응시하던 케일은 제 안주머니 근처를 매만졌다.
‘이 책은 어쩐다?’
흑마법 책.
시장 오반테는 이 책의 첫 장을 보면 스스로가 주인인지 아닌지 안다고 했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일단 케일은 주인이 아닌 것 같지만 모르는 척 받아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필요한 단서들이 담겨 있었고, 남한테 넘길 수 없으니까.
첫 장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모두 초급 흑마법사가 되는 방법에 대해 적혀 있는 지극히 평범한 입문서였다.
“공자님.”
케일은 한 번 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메리였다.
케일은 뭔가 망설이는 듯 움찔거리는 검은 로브와 힐스만, 최한을 보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너도 변장 안 해도 돼. 나중에 로브 색깔만 바꾸자.”
네크로맨서는 변장 마법과 염색 마법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들은 거미줄처럼 불거진 핏줄들을 감추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게 아니라-”
메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일은 그제야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검은 후드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게 아니면? 무슨 일이지?
그녀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요즘 들어 기계처럼 말하는 빈도가 줄어든 메리였다.
“이번에 제국에서 죽음의 왕이, 제가 중요할까요?”
난 또 뭐라고.
케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리는 끄덕이는 케일의 모습에 주먹을 살짝 쥐었다.
죽음의 현자. 죽음의 왕. 지하 도시.
시장 오반테에서 들은 정보가 너무나도 많았다. 어제는 힘을 흡수하느라 미처 생각을 제대로 못 했지만 막상 제국에 가서 흑마법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오자 생각이 많아졌다.
메리는 케일이 끄덕이며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가 언제 안 중요한 때가 있었던가?”
메리는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지금까지 케일에게 있어 전쟁 동안 중요하지 않은 동료는 없었다.
얘는 당연한 걸 왜 물어? 다 제 몫을 했으니까 여기 온 거 아닌가?
이제 최한도 이기는 애가 이런 말을 하니 케일은 기가 찼다.
“그리고 제국이랑 죽음의 왕이 무슨 상관이야?”
물론 흑마법 책에 적힌 죽음의 왕에 대한 단서가 새로운 작전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건 그런 단서가 있다 정도였다.
케일은 여전히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검은 로브의 모습에 어제를 떠올렸다. 시장 오반테가 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툭 던지듯 말했다.
“죽음의 왕이 되고 싶나?”
메리는 자신에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떠올렸다.
죽음의 현자로 알고 있던 이가 곧 죽음의 왕이라고 한다.
어둠의 속성을 지닌 자들 중 최정점에 오른, 흑마법을 압도하고 동시에 어둠의 속성을 모두 이해해야만 하는 자. 그런 자가 자신이 배운 책의 지은이라고 한다.
메리는 그걸 조금도 몰랐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냐고?
“…아니요.”
월등하게 강해지고 싶지만.
메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메리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케일이 보였다.
“…그래도 될까요?”
“당연히 그래도 되지.”
케일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메리가 죽음의 현자 덕분에 네크로맨서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제 몫의 일을 잘해왔으니 제자로서 할 일은 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더욱이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데 그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한가?
케일은 설렁설렁 손을 휘저어 보였다.
“시장님 얘기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들어.”
엘프들보다 더 용에게 쩔쩔매고 전설이니 뭐니 과하게 대하는 다크엘프다. 그냥 흘려들으며 필요한 것만 가져가는 게 상책이다.
로브 속 메리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옆에 있던 타샤가 메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맞아. 나도 할아버지 얘기는 처음 들어봤어. 옛날 얘기야, 옛날. 그것도 시장 자리 앉은 다크엘프들만 아는 이야기라며?”
타샤는 5대 불가사의인 죽음의 땅, 그 사막에서 최후까지 결전을 벌이다 죽어간 네크로맨서의 전설을 떠올렸다.
그자의 힘을 메리가 이었다는 할아버지의 말.
그 순간, 타샤는 단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죽음의 왕이 한 일은 정말 감사하지만, 메리는 그렇게 모든 적들의 공격을 받다가 죽어서는 안 돼.’
그 생각뿐이었다. 이기적이라도, 못돼 처먹었다고 말해도 어쩔 수가 없다.
자신이 왜 처음 왕궁에 홀로 남겨진 조카 알베르를 도와야 한다며 할아버지를 찾아가 시장실을 뒤엎었고, 지금은 메리를 돕고 있는가?
다른 이들의 생각은 몰라도, 자신은 그저 같이 살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시원한 미소와 함께 케일이 했듯 손을 휘저었다.
“지금에 와서야 뭘 그런 걸. 흘려들어.”
왕이니 뭐니 하며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애한테 괜히 부담을 지울 순 없었다.
그게 타샤의 생각이었다.
메리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내비게이션같이 막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는 그냥 우리 도시가 좋습니다. 이웃들도 좋습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가 보기에도 지하 도시는 좋은 곳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그 순간, 그들 대화에 한 존재가 끼어들었다.
“맞다! 지하 도시 좋다!”
용이었다.
라온이 날아와 메리의 옆에서 날개를 파닥였다.
“그리고 우리 집도 좋다! 메리, 왕 되면 안 된다!”
라온이 꽤 근엄하게 말했다.
“왕세자 봐라! 왕은 바쁘다! 착한 메리는 나랑 아직 볼 거 많다! 같이 보기로 약속했다!”
“맞습니다, 라온 님. 물론 이 왕과 그 왕은 다르지만, 저는 아직 바깥 구경도, 다 같이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검은 로브가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리는 그녀 스스로 하고 싶은, 그녀만의 길이, 미래가 있었다.
“저는 흑마법이 절망을 만드는 일을 더 막고 싶습니다.”
“맞다! 메리야, 나도 그렇다!”
라온이 신이 났는지 사과 파이를 하나 꺼내 메리에게 건넸다.
“연금술 종탑 박살 냅니다.”
“맞다! 메리, 똑똑하다!”
허이구.
케일은 신이 난 라온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에르하벤과 눈이 마주쳤다.
‘나 지금 대기시키는 거냐?’
마법을 펼친 채 쳐다보는 고룡의 눈빛은 황당함과 띠꺼움이 가득했다.
케일은 얼른 입을 열었다.
“크흠, 제국으로 가죠.”
케일은 슬그머니 텔레포트 진에 올라서며 옆에 따라선 메리에게 속삭이듯이 물었다.
“흑마법 책 가질래?”
“필요 없습니다. 저는 위대합니다.”
케일은 텔레포트 이동으로 흐려지는 시야 사이에서 어깨를 쫙 편 검은 로브가 보였다.
“맞다! 나도, 라온 미르도 위대하다!”
케일은 기가 찬 웃음과 함께 제국으로 이동했다.
***
그리고 도착한 곳.
“케, 케일 님-”
왜 이래?
케일은 제 두 팔을 붙잡고 떨리는 손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케, 케일 님.”
하지만 그는 저를 붙잡으며 다급한 표정의 상대를 충분히 이해했다.
“빌로스, 오랜만이야.”
플린 상단의 서자이자 돼지저금통을 닮은 빌로스였다.
케일과 일행이 제국 수도로 이동한 곳은 빈민가도, 발렌티노의 처소도 아닌 빌로스의 비밀 저택이었다.
케일은 빌로스가 자신에게 정말로 죽었냐고 연락 보내던 것을 떠올리며 덜덜 떠는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아까 보낸 메시지 봤지?”
물론 라온이 보낸 메시지다.
“난 아프지 않아. 그거 다 소문-”
“그게 아니라요!”
응?
케일은 제 말을 자르는 빌로스의 모습에 그를 유심히 쳐다봤다.
빌로스는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방금 전 메시지에서 황태자를 잡으러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종탑을 박, 크흠, 박살 내실 거라고요.”
아, 라온 미르.
빌로스한테 뭐라고 답했는지 눈에 빤히 그려졌다.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지려던 찰나.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
케일은 빌로스에게 어서 말하라는 듯 바라봤다.
그는 지금 케일 쪽 사람들 중, 어쩌면 가장 제국 내부 소식에 빠른 이였다.
그런 빌로스가 다급하게 말했다.
“수도에 없습니다!”
뭐?
“공자님, 황태자가, 아니, 황태자만 수도에서 보이지가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케일은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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