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1
320화.
북쪽 성문까지 향하는 길.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간! 여기저기에 병사인데, 병사 아닌 척하는 인간들이 많다!
분명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수도 시장이건만. 시장 길을 지나 북쪽 성문으로 향하는 라온의 눈에는 병사나 기사로 의심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사람들 다 표정 좋은데 위장한 사람들만 표정 안 좋다! 굳어 있다!
그렇겠지.
케일은 위장한 채로 수도 곳곳을 감시하고 있을 제국군의 두려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제국 수도.
그곳은 기이한 평화가 유지되는 중이었다.
“아.”
케일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따라오는 최한, 메리, 탸샤, 에르하벤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시끄러운 시장.
아직 다가오는 위장 병사들이 없는 시점.
편히 대화를 나누기 좋은 환경이었다.
그는 은밀히 속삭이듯이 물었다.
“내 소식 어떻게 들었나?”
그는 저를 쳐다보는 빌로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목격했다.
‘이놈의 왕세자!’
케일은 알베르 크로스만이 뭔 짓을 했길래 빌로스의 눈동자가 저렇게까지 흔들리나 싶었다.
도대체 소문을 어떤 식으로 낸 거야?
“그게요. 북쪽에서 들어왔습니다.”
어?
…북쪽?
가만있자. 제국의 북쪽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서대륙 북쪽?”
“네.”
빌로스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부터 북쪽 상인들 중심으로 은밀하게 퍼지더니 현재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상황이고, 조금 더 지나면 제국민들 사이에서도 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케일의 표정이 점점 더 묘해졌다.
북쪽이라면, 떠오르는 놈이 하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연락도 없다.
“처음에 저도 이 소문이 제국이나 로운에서 시작되었다면 믿지 않았을 겁니다.”
빌로스는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또 로운에 패배했던 북3국 연합이 케일 헤니투스 사령관의 부재에 반응해 다시 야욕을 펼치려 한다는 소문인지라, 혹시나 하는 염려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케일의 표정이 점점 더 요상해져 갔다.
“…내가 부재해?”
“네. 제가 듣기로는, 피를 토하고.”
빌로스는 케일에 대해 들은 소문 내용이 끔찍하다는 듯 힘겹게 말했다.
“사지를 떨면서 가누지를 못하고.”
그러면서도 케일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과거 고대의 힘을 다수 보유했던 자들처럼 몸속에 충돌이 일어나 결국… 음, 죽은 역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설마 다 사실이겠습니까?”
“그건 사실인데, 음.”
“…네?”
빌로스의 돼지저금통을 닮은 얼굴이 허옇게 질려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그 순간 빌로스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인간아! 왕세자한테서 메시지 왔다!
라온의 말 때문이었다.
라온이 머릿속으로 왕세자의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바쁨. 나중에 연락하겠다.
…뭐야?
나는 안 바쁘나?
얼굴이 일그러지려던 찰나, 케일은 이어진 메시지에 걸음을 멈췄다.
-클로페 사령관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더니 이렇게 되었군. 유감이야.
뭐?
누구 의견을 들어?
“공자님, 혹시, 혹시 지금 아프신 겁니까?”
빌로스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케일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그러나 케일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라온의 목소리만이 쉴 새 없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맛이 간 클로페한테서도 왔다.
…이런.
-케일 님의 이름을 제가 역사에 남겨보겠습니다. 전설로 향하는 길, 제가 비단길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런 빌어처먹을.
“이 미친 새끼가-”
“네? 저는 그냥 부축 좀 하려고.”
빌로스가 놀라서 굳어버렸다. 그만큼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빌로스는 과거 영지 내 망나니로 유명했던 16세의 케일이 빈 와인 병을 깡패들한테 집어 처던지던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 케일의 얼굴은 그때만큼 망나니 같아 보였다.
“고, 공자님?”
“…아냐. 아니다.”
케일은 손을 가로저으며 빌로스에게 어서 가던 길이나 가라고 손짓했다.
빌로스는 그 모습에 뭔지 몰라도 건들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앞장섰고, 케일은 그 뒤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미친놈이 뭔 짓을 한 거야?’
결국 케일 자신에 대한 극악무도한 소문의 전말은 알베르 왕세자와 수호 기사 클로페의 합작이라는 것이 진실이었다.
‘…북쪽에서부터 소문을 퍼뜨린 것은 현명한 선택이지만.’
다른 곳도 아닌, 로운에게 굴복해 표면상으로는 어쩔 수 없이 협력하고 있는 북3국이었다. 그러니 그들에서부터 케일의 생사에 관한 소문이 퍼진다면 제3자는 물론이거니와 아군들도 믿기 쉬울 터.
-인간아! 아무래도 클로페가 맛이 많이 간 것 같다!
그러니까.
-성기사들 보낸다고 한다! 우리 성기사 없지 않나?
뭐?
케일은 마이플성 전투에서 제국에게 맞섰던 클로페와 와이번 기사단을 떠올렸다.
‘…이 자식-’
케일의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똑똑하게 맛이 갔다니까.
그 순간이었다.
냐아아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시장을 벗어나 저 멀리, 수도 북쪽 성문이 보이는 곳까지 온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성문 가까이도, 그렇다고 시장이나 중심가 가까이도 아닌 한적한 주택가 중 한 곳.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한 존재가 웅크린 채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냐아아아옹.
케일은 피식 웃으며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붉은색에 짧은 털을 지닌 고양이.
더불어 등에는 작은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케일이 팔을 벌리자 고양이가 그 품으로 뛰어들었다.
“오랜만이군, 렉스 경,”
부탑주 살인 미수 범죄자로 아직 수배 중인 렉스는 고양이 모습으로 제국 수도 안을 은밀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냐아아옹.
렉스 경이 반갑다는 듯 앞발로 케일의 어깨를 슬그머니 두드렸다.
케일은 고양이 모습의 렉스 등에 달린 주머니를 챙겼다.
-인간! 아공간 주머니다!
보나마나 프리지아가 준비한 영상 저장 장치가 담긴 주머니일 것이다.
케일은 고양이와 주머니를 품에 챙긴 채, 고양이가 있던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떨어진 일행에게 눈짓했다.
‘가자.’
그러자 에르하벤과 라온에게서 마나가 피어올랐고, 순식간에 케일을 비롯한 일행의 몸이 투명하게 변했다.
***
“저긴가?”
수도 북쪽 성문 밖.
우거진 나무들 중에서도 꽤 튼튼해 보이는 나무 위에 올라타 있던 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그의 몸을 감싸던 투명화가 풀렸다.
“네, 저깁니다. 공자님.”
라온의 비행 마법으로 성벽을 넘은 빌로스는 나무기둥을 생명 줄인 것처럼 붙잡은 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빠른 공중 이동에 놀란 빌로스를 모른 채 한곳을 응시했다.
북쪽 성문을 나가면 보이는 숲.
그 숲의 안쪽에 위치한 작은 공터.
봄이라 아름답고 수수한 들꽃들이 공터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사냥꾼들이 나무 밑동에 기대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누가 봐도 평화로운 광경.
그곳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은신한 케일에게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냥꾼이 아니군. 저자들은 기사야.”
“맞습니다.”
최한도 동조했다.
“휴식을 취하는 듯 보이지만 온몸이 긴장 상태로, 다가올 침입자를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케일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그는 빌로스를 쳐다봤다.
그러자 빌로스는 사냥꾼을 보던 시선을 돌려 황급히 내뱉었다.
“저 얼굴, 저 얼굴!”
다섯 명의 사냥꾼 중 한 명을 가리켰다.
“분명 주치의와 함께하던 기사였습니다.”
빌로스는 신이 난 얼굴로 속삭였다.
“여기가 비밀 통로가 맞는 것 같습니다!”
비밀 통로.
그 단어에, 케일의 어깨 위에 올라 있던 고양이 렉스 경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수구를 통해서 탈출했던 연금술 종탑. 그곳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통로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렉스 경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무엇이 있을까?’
십오 년 만에 방문하는 저 연금술 종탑 안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누나와 형은-
그들은-
렉스는 차마 생각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보이는군.”
렉스는 고개를 돌렸다.
백금발의 아름다운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최상급 환상 마법을 최소 세 번 사용해 비밀 통로를 가리고 있었어.”
-맞다! 금 용 할배가 정확히 봤다!
“또, 환상 마법에 알람 마법을 걸어놨어. 누군가 저 환상 마법을 해체하려고 하면 연금술 종탑에 알람이 가도록 해놨군.”
-이것도 할배 말이 맞다!
케일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툭 던지듯 물었다.
“상관없죠?”
그 순간 두 용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나, 용이야.
-난 위대한 라온 미르다! 인간, 아직도 모르나!
케일은 피식 웃으며 렉스 경에게 살랑살랑 손짓했다. 렉스 경은 슬그머니 케일의 품에 뛰어들었다.
케일은 고양이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평화적으로 가볼까?”
렉스와 빌로스는 보았다.
삐뚜름하게 짓는 미소를.
“난 누가 다치는 게 싫거든.”
묘족과 통통한 상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
“비상 상태야. 한시도 경계를 늦춰선 안 돼.”
꽃밭 옆.
가장 큰 나무 기둥 아래에 모여 눕거나 혹은 먹거나, 사냥용 활을 정비하던 사냥꾼 네 명은 다른 사냥꾼 한 명의 말에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당연하지요.”
“누가 오면 바로 한 방에 목을 쳐-”
바스락. 바스락.
나무 그늘 아래 누워서 대답하던 사냥꾼의 몸이 움찔했다.
그는 헌 가죽에 가려진 제국 기사단 검을 움켜쥐며 시선을 돌렸다.
바스락. 바스락.
한 명? 두 명?
아니, 세 명이다.
바스락, 바스락.
“오오, 여기 꽃놀이하기 좋겠- 아.”
신난 얼굴로 들어서던 한 청년이 멈칫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냥꾼을 보고 놀란 듯한 모습의 그는 갈색 머리칼에 갈색 눈동자였다.
냐아아옹.
붉은 고양이가 품에 안긴 채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 뒤에서 통통한 체격의 남자가 몇 개나 되는지 모를 사과 파이를 들고 나타났다.
“…뭐지?”
사냥꾼 중 한 명이 퉁명스레 물었을 때, 마지막 한 사람, 앞선 청년과 똑같은 갈색 머리칼에 갈색 눈동자를 지니고 청년보다 몇 살 더 어려 보이는 남자가 꽃밭에 들어섰다.
“아뇨, 그냥.”
제일 앞서 있던 청년이 갈색 머리칼을 긁적이며 기가 죽은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위장한 기사 다섯은 여전히 눕거나 앉은 채로 사냥꾼 무리인 것처럼 굴며, 꽃밭에 들어선 셋을 쳐다봤다.
다만 대장 기사만이 슬그머니 일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애송이들은 꺼져. 여기가 꽃놀이 판도 아니고. 사냥꾼들 쉼터니까, 괜히 우리 건들지 말라고.”
스스스-
봄바람에 나뭇잎들이 나부꼈다.
“네? 아뇨, 건드린다니요. 저희는 그저 성안에 있다가 날씨도 좋고 그래서-”
비리비리하게 생긴 청년이 고양이를 안은 채 울상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려고 했으나, 사냥꾼은 무시했다.
‘성문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이런 놀자 판인 놈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
하긴, 상인이나 고위직이 아닌 이런 평범한 백성 놈들이니 성 밖으로 내보낸 것이겠지만.
사냥꾼은, 기사는 짜증에 가득 차 외쳤다.
“시끄럽고. 사냥꾼들 성미 건드리지 말고 꺼져라? 여기 꽃구경하는 데 아니다.”
“그럼 싸움 구경은 되려나?”
뭐?
사냥꾼은 청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을 보았다.
비리비리해 보이던 인상이 서늘해졌다.
그리 느낀 순간.
스스스-
나뭇잎이 나부끼고.
“커헉!”
“억!”
흙 아래에서 하얀 뼈가 튀어나와 사냥꾼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또 다른 뼈들이 튀어나와 입을 막아버렸다.
“억!”
“으, 읍!”
스스스.
사냥꾼들이 기대고 있던 커다란 나무 위에서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녀는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린 채 사냥꾼들에게 웃어 보였다.
휘이잉.
거대한 바람의 화살 네 개가 활에 걸린 채 사냥꾼 넷을 가리켰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갈색 머리칼의 청년, 케일과 대화를 했던 남자.
그는 이미 기절해 쓰러져 있었다.
케일은 쓰러진 남자를 보며, 저와 같은 머리칼 색을 가진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역시, 넌 빨라.”
“아닙니다, 케일 님.”
최한이 순하게 웃어 보였다.
사냥꾼 대표로 보이는 놈은 최한에게 한 대 맞고 기절했다.
케일은 눕거나 앉아 있던 사냥꾼 네 명에게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그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 순간, 내비게이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나무 아래에 시체가 유독 많습니다. 그래서 사용할 수 있는 뼈가 많았습니다.”
그 말에 케일은 치솟아 오르는 짜증을 담아 사냥꾼들에게 물었다.
“여기를 지키려고 참 사람을 많이 죽였나 봐?”
메리가 조종한 뼈들은 나무 밑에 있던 것들로, 사냥꾼들이 쉬던 곳은 그들이 죽인 시체들의 무덤이었다.
“으읍!”
“읍읍, 읍!”
케일은 뭐라 말하려는 놈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일어나며 명령했다.
“기절시키고, 결박해 놔.”
메리와 타샤, 최한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래서 케일은 다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그는 꽃밭을 뒤덮은 백금빛 가루가 보였다.
에르하벤의 손이 휘저을 때마다 백금빛 가루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 어!”
라온에게 다시 사과 파이를 넘겨주던 빌로스의 눈이 커졌다.
녹아내린다.
백금빛과 닿은 풍경이 녹아내린다.
환영 마법이 하나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알람은 유지해 두마.”
적들은 울리지 않는 알람에, 아직 이 비밀 통로가 무사한 줄 알 것이다.
“깊이도 해두었군.”
에르하벤은 녹아내리는 꽃밭의 풍경을 바라봤다.
한 꺼풀.
두 꺼풀.
세 겹을 벗겨냈다.
세 겹의 풍경이 녹아내리는 순간.
케일은 고룡과 눈이 마주쳤다.
“…쉽지 않겠어.”
고룡은 상대, 탑주 혹은 리치일 그놈의 실력을 가늠하며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러나 그는 덤덤하게 제 말을 넘기는 케일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비켜선 자리.
백금빛 마나가 사라졌다.
“…아.”
“으음.”
타샤, 그리고 메리와 최한은 침음을 삼키며, 드러난 풍경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타샤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죽음의 기운이 너무 많이 풍겨오네요.”
꽃밭은 사라지고, 검고 커다란 입구가 땅에 나타났다.
지하로 향하는 입구.
그 입구는 시꺼멨다.
“…검은 절망과 비슷한 냄새도 납니다.”
타샤는 징그러운 것을 마주한 기분에 지하의 어둠에서 시선을 돌려 케일을 쳐다봤다. 그리고 메리와 최한을 쳐다보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케일 님.”
최한이 검집을 쥔 채 답했고, 메리가 이어 내비게이션처럼 답했다.
“나는 강합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케일은 일행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남아서 사냥꾼과 입구를 감시하고, 곧 도착할 부단장 힐스만을 기다릴 타샤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묘족 기사 렉스와 상인 빌로스는 그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따라갈 작정으로 왔다.
-난 당연히 간다!
라온의 말을 마지막으로 케일이 에르하벤을 바라본 순간, 고룡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딱!
모두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졌다.
렉스와 빌로스는 그 광경과 지하로 향하는 어두운 입구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그때, 그들은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얼거리며 들려오는 말.
“자, 어디에 숨었나?”
발부터 투명해지고 있는 케일의 얼굴이 보였다.
웃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라도 잡히면 죽을 텐데.”
고양이와 상인이 멈칫했다.
그리고 마침내 케일의 눈동자가 마지막으로 휘어지는 것이 보이며 투명화가 끝난 순간,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른하게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기절한 사냥꾼을 빼고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울려 퍼졌다.
“어디 어디 숨었나?”
렉스와 빌로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휘어지던 케일의 눈동자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