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4
323화.
연금술 종탑 옆에 위치한 수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
“뭔 일이래?”
평소보다 늦게 가게 문을 열고 가판대 위에 과일을 진열하던 상인이 옆 상인에게 연금술 종탑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물음을 들은 상인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시선도 평소보다 유난히 많은 이들이 복작거리는 연금술 종탑 입구로 향해 있었다.
그때, 그들 사이로 한 사람이 말을 얹었다.
“그, 그거 있잖아요.”
“그거?”
“네, 그거요!”
수더분하게 생긴 덩치 좋은 청년이 입을 열었다.
“십오 년 전에 연금술 종탑에서 빈민가 애들 일자리 마련해 주거나 연금술사로 키워준다고 데려갔었잖아요?”
“아, 아. 그랬었지.”
상인은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십오 년.
까마득히 먼 과거였다.
이들에게는.
“그때 애들 보고 싶다고, 가족들이 경비병들에게 요청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래요? 지금껏 못 만났나?”
몰랐던 사실에 상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응했다.
그러자 청년은, 부단장 힐스만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특유의 사교적인 모션과 함께 입을 열었다.
“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혼트 님 알죠? 탑주 제자!”
“알지. 알지! 그분이 빈민가 출신이잖아. 연금술 종탑도 대단하고 혼트 님도 대단하지. 참 좋은 의도로 맺은 좋은 결과야.”
“그렇죠?”
부단장 힐스만의 입이 슬슬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심각해진 청년의 표정에 상인은 물론이거니와 지나가던 이들의 귀가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혼트 님의 가족도 지금껏 혼트 님의 얼굴을 멀리서만 보고, 가까이서 만나지 못했대요.”
“…그래? 왜 굳이?”
두 상인의 표정이 묘해졌다.
“…몰랐네. 그런 줄은.”
상인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힐스만이 과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저도 몰랐다니까요? 아무튼 저 사람들이 저렇게 다 같이 연금술 종탑에 가족들 찾아간 이유가 있더라고요.”
“무슨 이윤데요?”
말도 마라는 듯 힐스만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지금 위퍼 왕국과의 전쟁 때 연금술사들이 전쟁터에 많이 갔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돼서 혹시나 싶어 만나러 갔대요.”
“아.”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리 찾아갔나 싶었더니,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긴 전쟁터에 가족을 보내놓으면 불안하지. 제대로 잠도 안 올 겁니다.”
아차!
저도 모르게 별생각 없이 말을 뱉어낸 상인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과일을 가판대에 진열하던 상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동생이 이번 위퍼와의 전쟁에 병사로 참전해 있었다.
“크흠, 큼. 그래도 큰 걱정 안 해도 될 걸세! 우리 제국이 이길 테니까!”
상인이 동료를 보며 냅다 외치듯 말했고, 기다리던 그 말에 힐스만은 은근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럼요. 설마 황태자께서 제국민들이 허무하게 죽도록 내버려 두겠습니까?”
“그렇지! 아주 당연한 사실이지요!”
힐스만은 맞장구치는 상인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펴봤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는 지금 그뿐만이 아니다.
케일과 렉스 쪽 사람들이 힐스만처럼 수도 곳곳에서 이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관찰하고 있었다.
‘불안과 걱정이 보이는군.’
황태자가 이끌고 간 병사들.
수도 사람들이 그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수도 분위기가 평화롭다고 해도 결국 전쟁 중인 상황.
부단장 힐스만은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보며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작전을 명령받은 모든 이들이 힐스만처럼 수도 곳곳으로 병사들의 시선을 피해 움직였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케일의 말이 박혀 있었다.
‘나는 두 가지 영상을 수도에 퍼뜨릴 예정이야.’
타다닥. 타닥!
지붕 위를 넘나드는 붉은 고양이의 걸음이 바빴다.
‘첫 번째 영상은 십오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연금술 종탑의 악행.’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악하고 치를 떨 것이며, 빈민가 사람들과 타국의 노예로 잡혀가 가족을 잃은 이들이 분노할 것이다.
‘두 번째.’
렉스 경은 연금술 종탑을 노려봤다.
‘황태자와 연금술 종탑이 폭탄 ‘혼트’를 이용해 제 백성들을 죽이려는 영상.’
그 영상이 퍼지는 순간, 제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다.
‘렉스 경, 그때 자네와 빈민가 사람들이 제국민들을 수도 밖으로 대피시켜 주게.’
이번엔 자네가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거야.
케일의 목소리가 렉스의 귓가에 아른거렸다.
그의 충혈된 눈동자는 수도 전체의 모든 골목과 길을 담고 있었다.
반드시 모두 대피시킨다.
그는 다짐했다.
***
“오늘 낮에 빈민가 사람들이 몇몇 찾아왔다고?”
아딘의 덤덤한 물음에 연금술사는 바짝 긴장한 채 오늘 낮의 해프닝을 보고했다.
“네, 전하. 이번에 연금술사들이 위퍼전에 많이 참가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자기 가족도 거기 갔을까 봐 걱정되었는지, 소식을 묻거나 연금술 종탑에 있으면 볼 수 있냐고 물었다더군요.”
“갑자기?”
연금술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한두 명이 이따금씩 찾아왔습니다. 다만 이번에 혼트의 동생이 나서니, 다들 우르르 따라온 것 같습니다. 그래 봤자 열몇 명이었습니다.”
“그렇군. 빈민가도 관리하도록.”
아딘이 내린 명에 연금술사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
“지금은 모든 변수를 없애야 해.”
황태자의 목소리가 사뭇 냉정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전하. 오늘 수도 경비를 세 배 이상 강화하겠습니다.”
경비를 가장한 감시였다.
아딘이 고개를 끄덕였고, 연금술사는 황급히 아딘이 있는 테라스 방을 나갔다.
“전하, 빈민가에서 뭔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주치의의 말에 아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으켜 봤자 그들이 뭘 하겠어? 십오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할 뿐이야. 다만, 수도 전체에 허튼 소문이 돌아선 안 돼.”
아딘은 수도 컨트롤을 조금 더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죽은 마나를 들이켰다.
“여전히 밍밍하네.”
확실히 타인의 절망이 담긴 것보다는 맛이 참 밍밍했다.
아딘은 새삼 그 자극적이던 맛을 떠올리며 죽은 마나를 음미했다.
그 시각, 케일은 제국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남쪽의 작은 숲에 와 있었다.
“빈민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었다고?”
“네, 공자님. 수하를 통해 들었습니다.”
조각가 흉내를 내던 암살자 프리지아의 대답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에 들린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툭 던지듯 물었다.
“준비 다 됐나?”
그의 시선이 숲의 어둠으로 향했다.
그 어둠 사이로 두 사람이 걸어왔다.
태양신 쌍둥이.
성자 잭과 소드 마스터 하나.
“난 오래전부터 싸울 준비 다 되어 있었어.”
하나가 퉁명스레 답하며 검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적을 죽일 생각에 사로잡힌 듯 번뜩이고 있었다.
“오빠가 준 검으로 싸우면 되는 거지?”
흑마법 책에 적혀 있던 문구. 쌍둥이는 이미 그 내용을 케일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성자 잭에게로 향했다.
“성자님, 준비되셨습니까?”
성자 잭은 굳은 얼굴로 작은 구슬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건 내일 제국 수도에 뿌려질 영상 저장 장치 구슬 중 하나였다.
성자 잭은 고개를 들어 어둠에 잠긴 숲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죽음의 신 신관 케이지와 네크로맨서 메리, 다크엘프 타샤가 보였다.
‘내가, 내가 신물을 써서 검을 뽑아낼 수 있을까? 내가 이리 나설 자격이 있을까?’
정글 7구역에서 하얗게 변하던 나무가 생각난다.
그 광경이야말로 ‘빛’이었다.
성자 잭은 손을 뻗었다.
“주십시오, 공자님.”
단호한 목소리에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말 기다렸습니다.”
그는 손에 들린 작고 낡은 손거울을 성자 잭에게 건넸다.
잭은 떨리는 손으로 이를 받아 들어 콤팩트를 열었다. 그러자 거울이 보였다.
단죄.
그 글자가 여전히 보였다.
그러나 잭은 담담하게 거울을 일단 닫아두었다.
태양의 단죄.
밤을 하얗게 만든다는 그 신물.
잭은 신물을 쥔 채, 케일에게 말했다.
“반드시 하얀 밤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 말에 케일은 답하려다가 고개를 들었다.
휘이이이-
바람이 분다.
그저 평범한 밤하늘이 보였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하늘에 있었다.
-인간아! 로잘린이 왔다!
두 용이 투명화시킨 비행선이 숲 바로 위에 떠 있었다.
케일은 저 하늘 위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검은 점들을 볼 수 있었다.
툭! 투욱! 쿵!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진 검은 존재들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정글에서 싸우던 다크엘프 전사들.
그들이 정령을 두른 채 케일에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하루다.”
이제 하루 남았다.
그날 새벽.
아딘은 빈민가가 평소처럼 조용하다는 보고와 함께, 오가는 이들도 거의 없고 지나가던 이들의 소재도 파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별것 없었습니다, 전하.”
하지만 그들은 숨죽인 채 하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알아채지 못했다.
***
“창문 닫았니?”
“잠시만요!”
아이는 엄마의 말에 얼른 창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창밖으로 순찰을 도는 병사와 기사들이 보였다.
‘전쟁 때문에,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밤에도 저렇게 일하시는 거란다.’
아이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지나가는 병사와 기사를 가만히 바라봤다.
“찬바람 들어와!”
“아, 네!”
한 번 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얼른 창문을 닫았다.
끼이익.
오래된 창문이 서서히 닫혔다.
늦은 밤. 해는 이미 지고 밤하늘만 보이는 이 시간.
달캉.
창문의 고리를 잠그려던 아이의 손이 멈칫했다.
“어, 엄마!”
아이는 엄마를 불렀지만,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밤을 깨우는 날카로운 소리가 수도를 뒤덮었다.
엄마는 놀란 아이를 품에 안으며 창문의 고리를 마저 채웠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적들이 쳐들어왔나? 도망가야 하나? 이게 무슨 소리지?’
전쟁 중인 상황인지라 그녀의 불안감이 극으로 치달았다. 모든 감각들이 예민해지며 주변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때였다.
-역시 내려다보는 게 재밌군.
익숙한 목소리가 창밖에서 들렸다.
“전하다! 엄마, 전하!”
맞다.
황태자 아딘의 목소리였다.
끼이익. 창문이 다시 열렸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봤다.
거대한 비행 물체가 있었다.
그 물체 위에 영상이 펼쳐져 있었다.
“어? 전하 얼굴이야, 엄마!”
뼈가 산처럼 쌓인 공간. 꼭대기 테라스에서 검은 액체를 마시는 황태자가 보였다.
하나의 영상이 수도의 하늘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렉스 경은 영상 통신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시작해라.
케일의 목소리였다.
렉스 경은 앞을 바라봤다. 빈민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구슬과 갖가지 물품, 방패를 든 채 그를 바라봤다.
그의 입이 열렸다.
“흩어져라. 다시 보자.”
그 말이 시작이었다.
빈민가에서부터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시작해라.
로잘린은 고개를 돌렸다.
비행선 중앙에서 빛나기 시작하는 마법진과 공중으로 떠오르는 고룡 에르하벤이 보였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성벽 파괴 마법진 가동!”
그녀의 목소리가 밤하늘로 퍼지며, 비행선 전체가 휘몰아치는 마나로 진동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자.”
케일은 제국 수도 북쪽에서 연금술 종탑 비밀 통로로 진입했다.
아딘이 있을 그곳.
그의 뒤를 라온과 최한이 따랐다.
케일의 영상 통신구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서남, 비밀 통로 진입 시작.
타샤의 목소리였다.
동서남북. 연금술 종탑의 비밀 통로.
타샤를 중심으로 한 다크엘프 전사들이 비밀 통로로 침투 중이었다.
시간이 되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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