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5
324화.
위이이잉- 위이이잉-
수도 곳곳의 창문이 열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기사의 혼란 가득한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그에 신경 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성벽 위, 성벽 근처, 혹은 수도 내 곳곳을 순찰하던 병사들은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
하늘에 뜬 영상 속 검은 골렘이 무너져 내렸다.
거기서 울부짖는 목소리들이 검은 연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우리 제국이 저런 걸 만들었다고?”
창문 밖을 내다보던 제국민 중 한 명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는 골렘이 나오기 전 영상에 비친 인물을 떠올렸다.
뼈 더미 위에서, 검은 액체가 가득한 통 위에서 웃고 있던 황태자 아딘.
왜 그 뼈 더미와 지금 저 골렘의 울음소리가 겹쳐 보일까?
“여보, 저, 저거-”
아내의 목소리에 그녀의 떨리는 손을 맞잡는 남자의 손이 더욱더 심하게 떨렸다.
연금술 종탑 탑주의 제자.
자수성가의 상징과도 같은 혼트.
그가 터진다.
폭탄처럼 터진다.
그것도 병사들을 향해, 제국민들을 향해.
그 와중에 황태자가 수뇌부들만을 데리고 도망간다.
남겨진 병사들을 적들이 구해준다.
구하는 이의 얼굴이 낯익다.
케일 헤니투스.
제국, 적어도 수도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제국의 훈장까지 받은 로운의 영웅.
타국 사람이 제국 병사들을 구하려고 피를 쏟는데, 나라의 기둥이라는 황태자는 웃으며 도망간다.
“…이게 뭐야? 진짜야?”
저 영상이 진짜야?
숨 가쁘게 진행되던 영상은 다시금 뼈 더미 위에서 웃는 아딘의 모습을 비췄다.
영상 포커스가 점점 아딘에게서 멀어졌다.
그렇게 점점 뒤로 멀어지던 영상이 마침내 멈췄다.
비밀 통로를 나와 연금술 종탑을 마지막으로 비추는 영상.
‘…설마?’
연금술사들이 불러들인 골렘, 그리고 폭탄이 되어 검은 액체를 뿌리던 혼트.
뼈 더미 근처에 가득하던 검은 액체.
“엄마, 아빠?”
눈을 비비며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다가오는 아들이 보였다. 꾸벅꾸벅 졸면서 아들의 손을 잡고 오는 딸도 보였다.
혼란으로 가득 찬 부모의 눈동자에 불길과 같은 초점이 잡혔다.
그 순간이었다.
쾅! 쾅,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문가로 다가갔다. 그러자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저 샘입니다.”
그는 자신의 식당에서 일하는 빈민가 출신 샘을 떠올리자마자 문을 열었다. 늘 열심히 사는 직원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샘.”
그는 방패를 걸친 굳은 얼굴의 샘이 보였다. 동시에 샘의 어깨 너머 광경이 보였다.
쾅, 쾅, 쾅!
아직까지 잠들어 있는 집과 불이 켜진 집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디서 나온 이들일까?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빈민가가 있는 방향에서, 어둠을 가로지르고 수도 곳곳으로 퍼지는 이들이 보였다.
“사장님, 도망가야 합니다.”
그 말과 함께, 샘은 남자에게 영상 저장 장치를 내밀었다.
“…샘, 이건?”
“사장님, 아딘이 내려다보며 웃던 뼈 더미에 내 누이가 있습니다.”
남자는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샘의 눈동자가 보였다.
주택가 골목 곳곳에서 고함을 지르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든 골목으로 흩어지며 외쳐댔다.
“도망가야 합니다!”
“수도 밖으로 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병사들처럼 우리도 죽습니다!”
“연금술 종탑의 정체는 흑마법입니다!”
순찰을 돌던 기사들은 이 광경을 보자, 바로 병사들에게 그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헛소리를 하는 저놈들을 잡아라!”
방금 전 동료인 병사들을 덮치던 혼트라는 폭탄을 본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상부의 명령을 받아 순찰 겸 감시, 혹은 황궁 안에 있을 수뇌부들을 감추는 데 일조했다.
그렇지만 황태자와 수뇌부들이 병사들을 버리고 도망쳤던 사실까지는 몰랐다.
“안 움직여?!”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선뜻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비행선 위에서 계속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들!”
참다못한 기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가장 근처의 도망가라 외치는 이에게 검을 휘둘렀다.
“어디서 감히 헛소리를 퍼뜨리는 거냐!”
그때, 붉은 머리칼을 지니고 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타나 방패를 펼쳐 들었다.
쾅!
기사의 검과 하얀 갑옷 기사의 방패가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구-!”
제국의 기사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 놀라 외쳤다.
“…렉스!”
붉은 머리칼의 기사는 렉스였다.
그의 이름에 제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렉스. 그 이름은 수도 내에서, 제국 전체에서 유명했다.
황궁을 부수고 연금술 종탑 부탑주를 죽이려고 했던 기사였으니까.
황실이 수배령을 내리자 렉스에 대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빈민가 출신으로 탑주 제자 혼트처럼 성공한 인생을 살 수도 있었을 기사. 그러나 지금은 흉악한 테러범에 지나지 않는 자.
그게 렉스에 대한 평이었다.
문득 제국민들은 렉스의 죄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연금술 종탑 부탑주를 죽이려 했던-’
그러나 지금은, 연금술 종탑이 흑마법의 거점이라는 외침이 사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또 골렘 조종을 지시하던 부탑주를 보았다.
과거의 조각들을 꿰어 맞추는 제국민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는 렉스가 보였다.
“도망가십시오! 성 밖으로! 조만간 수도는 초토화됩니다!”
그 말에 제국의 기사는 발작하듯 답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수도가 초토화될 리 없다!”
검과 방패는 아직 맞붙어 있었다. 기사는 방패 너머의 렉스를 비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는 모르겠으나, 도망치고 싶다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 순간, 기사는 렉스의 입가가 보였다.
렉스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웃어? 감히?”
그때.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기사는 순간 손에 들린 검을 놓칠 뻔했다.
땅이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이 어디지? 어디를 보아야 할까?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늘에서 황금빛과 붉은빛이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솟구쳤다.
표범? 호랑이? 늑대?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맹수 형상의 빛줄기가 수도의 성벽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집어삼켰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세 개의 금빛과 하나의 붉은빛.
로잘린은 마법진 중앙에 서서, 제국 수도 남쪽 성벽을 무너뜨리는 붉은 호랑이를 보며 고개를 돌렸다. 에르하벤이 동서북의 성벽을 먼지로, 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씨익 웃어 보이는 에르하벤과 눈이 마주쳤다.
용의 동공이다.
로잘린은 등이 섬뜩해져 왔다.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이 용의 분노가 더 크겠구나.
같은 종족이자 동료와 같던 용들을 잃었고, 자신의 터전을 파괴당했다. 더불어 제 목숨도 노려졌다.
생각할수록 참았던 것이 대단했다.
용의 백금빛 마나로 만들어진 맹수들이 성벽을 파괴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폭발음과 달리 성벽의 잔해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모두 그저 가루가 되었다.
용은 로잘린에게 말했다.
“남은 하나도 끝내야지?”
그 순간, 로잘린은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마법진에서 붉은 마나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그 기둥에 황금빛 마나가 얽혀들었다.
적금빛의 기둥은 이내 거대한 뱀이 되었다.
에르하벤의 손가락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제국 수도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높은 건물.
서대륙에서 가장 높아,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종탑.
“가라.”
고룡의 명을 받은 적금빛 뱀이 연금술 종탑을 향해 쏘아졌다. 불과 가루가 뒤섞인 힘. 그 뱀의 머리가 수십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내 화살이 되어 흩어졌다.
로잘린이 외쳤다.
“모든 비상 탈출구를 파괴해라!”
그녀의 의지가 담긴 적금빛 화살들은 케일 일행이 이틀간 찾은 연금술 종탑의 비상 탈출구를 폭파시키기 시작했다.
오로지 정문, 그리고 성 밖 동서남북 비밀 통로만을 남겨둔 채 고룡과 차기 마탑주의 공격이 연금술 종탑과 거세게 부딪쳤다.
콰아아앙! 쾅! 콰앙!
연금술 종탑 내부가 뒤흔들렸다.
“으아악! 종탑이 흔들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나도 몰라! 갑자기 어디서 이런 공격이 튀어나와!”
종탑 안의 사람들은 혼돈과 혼란으로 뒤덮여 있었다. 특히 그들의 정신을 빼놓은 것은 제국 수도 상공에 나타난 비행선이었다.
연금술 종탑이 만든 비행선이자, 정글에서 폭발했다고 알려진 그것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금술사들은 공황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아, 알려야 돼!”
연금술사 한 명이 혼란스러운 종탑 내부를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는 우왕좌왕하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도 무시한 채 아래로, 밑으로 향하는 계단만을 주야장천 밟았다.
마침내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지하에 당도한 순간, 그는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안으로 들어섰다.
“전하!”
연금술사는 황태자 아딘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포로가 된 부탑주. 동대륙으로 간 탑주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지금의 상황. 그렇다면 다음으로 높은 책임자는 황태자였다.
방으로 들어서자 휠체어에 앉은 황태자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였다.
“…수도에 우리 비행선이 나타났다고?”
연금술사는 그보다 먼저 위로 올라갔다 온 듯한 기사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쿠구구궁.
그 와중에도 위가, 종탑이 공격을 받아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기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갑작스레 찾아든 공격. 그리고 영상.
모든 것이 순식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상황.
“어서 말하도록.”
기사는 어느 때보다도 표정 하나 없는 황태자 아딘과 마주했다.
“난 자네에게 분명히 위의 상황을 알아보고 오라고 했네.”
“그래, 어서 전하께 알리게! 무슨 일인가!”
지하에 있어 소식이 늦은 아딘과 그의 수하들. 기사는 그들을 차마 보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영상이 퍼지고 있습니다!”
“…영상?”
아딘의 손에 힘이 들어간 순간, 기사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지하가, 전하, 이 지하 공간이 들켰습니다!”
“…뭐?”
챙그랑.
아딘의 손에 들린 와인 잔이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몰아닥친 일에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지만, 순식간에 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비행선, 그리고 지하 공간 노출.
답은 하나였다.
다 들켰다.
분명 케일 헤니투스에게 다 들켰다.
그렇다면 그놈은 어떻게 할까?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놈. 남의 목숨 줄을 틀어쥘 줄 아는 놈!
아딘의 입이 열렸다.
“당장 동서남북 비밀 통로 입구를 막아라!”
그 명령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테라스 밖. 굉음이 들려왔다. 아딘과 수하들의 시선이 테라스 밖으로 향했다.
어둡기만 한 동서남북 비밀 통로. 그 통로의 어둠을 뚫고 튀어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지하 공간에 들어선 자.
“하하하하!”
다크엘프 타샤. 그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지하 공동 안을 울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엔 지하 공간을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정령과 함께 만든 바람의 화살을 두른 채 앞으로 쏘아 나갔다.
“다 휩쓸어버려라!”
타샤의 명령과 함께 다크엘프의 공격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그 공격이 향한 곳은 방치된 뼈 더미들과 달리 잘 관리된 검은 액체로 가득한 원통.
콰앙! 콰아앙! 콰앙!
원통들이 터졌다.
죽은 마나들이 쏟아졌다.
테라스 너머를 지켜보던 방 안의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를 내뱉었다.
“이, 이런!”
“대피해야 합니다!”
하늘로 죽은 마나가 치솟았다. 그 어두운 물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주치의가 경악에 가득 찬 외침을 터뜨렸다.
“저, 저기!”
다가온다.
아래에서부터 죽은 마나를 뚫고 테라스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오는 존재가 보였다.
바람이 그 존재의, 케일의 발끝에 맴돌았다.
케일의 눈동자는 오로지 테라스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그는 아딘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인간, 같이한다!
투명화한 채 곁에 함께하는 라온의 검은 마나가 테라스를 덮쳤다.
콰아앙!
아딘을 밖과 분리하던 유리가 깨졌다.
깨진 유리가 테라스 안으로 쏟아졌다.
“으아악!”
“피해!”
유리를 피해 수그리거나, 혹은 황태자를 지키려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황한 채로 펼치는 몸동작은 느렸다.
“아, 안 돼!”
그들보다 더 빠른 바람을 매단 이가, 케일이 거침없이 테라스 안으로 쏘아졌다.
오로지 한곳만을 보던 케일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커헉!”
잡았다.
그는 괴롭게 일그러진 아딘을 보며 속삭였다.
“넌 정상적인 흑마법사는 아니지?”
정상적인 흑마법사라면 죽은 마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바로 중급 흑마법사가 된다.
하지만 라온이 초급 수준이라고 했다.
“커헉, 이, 컥!”
아딘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늦었다.
멱살을 쥔 상태로 케일은 테라스 밖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라온의 마법이 손에 깃들어 그를 보조했다.
“전하!”
아딘이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저, 전하!”
“안 돼, 잡아!”
아딘이 추락했다.
“커헉, 컥!”
숨을 토해내던 아딘은 추락하는 자신의 몸이 느껴졌다.
아래로, 또 아래로.
등에 닿는 것이 없었다.
아래로 떨어지며 위를 올려다보자 테라스가 보였다.
동시에 테라스 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이가 보였다.
그 사람은 아딘의 목덜미를 다시 쥐었다.
그 사람, 케일 헤니투스가 환하게 웃으며 아딘의 귓가에 속삭였다.
“언제까지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할 줄 알았어?”
케일이 아딘의 목덜미를 놓았다.
대신 그의 손에 은빛 방패가 나타났다. 케일은 아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려다보는 게 재밌다고 했었지?
빌어먹을 새끼. 헛소리다.
은빛 방패가 떨어지는 아딘을 후려쳤다.
“커헉!”
아딘이 추락하며 비명을 터뜨린 순간, 케일은 중얼거렸다.
“아, 속 시원해.”
아딘과 케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얼굴로 추락했다.
그 둘을 향해 최한이 검은 오러를 펼친 채, 타샤가 죽은 마나를 휘감은 채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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