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
32화.
케일은 최한을 데리고 지하 연무장을 빠져나왔다.
“한스, 론. 밑에 두 사람 안내 부탁해.”
1층 문에 서 있는 한스와 론에게 라크와 로잘린에 대한 처리를 맡긴 그는 다시 제 방으로 돌아와 최한과 마주했다.
아직 치우지 않은 음식들이 차갑게 식어있는 그 식탁을 사이에 두고 케일은 최한에게 말했다.
“얘기 해 봐.”
“네.”
두 사람은 딱히 다른 말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최한은 자세를 바로하며 입을 열었다.
“로잘린을 만나는 과정까지는 수월했습니다.”
“계속.”
“케일님이 말씀하신 도시까지 갔습니다. 그 곳에서 말씀하셨던 대로 수도로 향하는 상단을 찾았습니다. 상단보다는 사람 다섯명의 작은 무리더군요.”
상단보다는 상인 일행이라고 보는 편이 맞는 작은 무리였다.
“그들은 마침 호위를 부탁할 용병 두 명을 찾고 있었습니다. 원래 함께 하던 호위 무사가 다쳤더군요. ”
그 용병 두 명이 최한과 로잘린이 된다. 그게 이야기의 흐름이었다.
“그곳에 케일님이 말씀하셨던 인상착의의 로잘린이 있었습니다.”
로운 왕국의 서북부 경계와 맞닿아있는 브렉 왕국. 로잘린은 브렉 왕국에서 로운 왕국 밑에 위치한 위퍼 왕국의 마탑으로 가다가 로운 왕국에서 암살 위험에 처한다.
본신의 마법 반 정도 실력을 숨기고 있던 그녀는 마법으로 그 위험을 벗어났다. 흉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왕국으로 바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일단 로운 왕국의 수도로 가 정보 길드에서 정보를 얻고자 하였다.
‘그리고 브렉 왕국에 가서 한바탕 뒤엎어버리지.’
상단에서 용병으로 로잘린을 만났다는 최한은 말을 이었다.
“그녀도 수도로 향하는 중이었고. 잘됐다 싶어 친하게 지냈습니다.”
뭐라고?
“음? 친하게?”
“네.”
최한은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겠습니까.”
“굳이. 성격대로 하면 될텐데.”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로잘린과 최한은 라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친해지지 않는다. 경계심이 한층 강해진 로잘린이 누군가와 먼저 친해질리 없었고. 최한은 해리스 마을 사건 이후 먼저 누군가에게 친분을 위해 다가가지 않는 성격이었다.
최한은 케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씩 웃으며 덧붙였다.
“성격에 안 맞는 짓이긴 했지만. 밥값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요.”
하. 케일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최한은 그 행동을 담담히 넘기며 이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상단은 케일님이 라크를 만날 장소라고 하였던 곳 근처 마을에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상단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사람 다섯 명의 그 작은 상단은 푸른 늑대족에게 은혜를 입은 상인이 꾸린 상단이었다. 다친 호위 무사가 푸른 늑대족의 전사였다.
상인은 굳이 퍼슬시에서 수도 향하는 짧은 길 대신 돌아가는 길을 택해 푸른 늑대족에게 생필품을 전달해주고 그들에게 약초를 얻었다.
물론 깊은 산기슭에 사는 푸른 늑대족 마을까지 가서 하는 것은 손해가 컸다. 대신 그 산 아래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이루어져 왔다. 그 상인은 60대로 자그마치 30년동안 이어져온 인연이었다.
“그리고 그 시골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케일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요했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쯤, 저는 호위 무사가 수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마을에서 거래할 예정이라는 산골마을이 케일님이 말씀하신 위치라는 것도요.”
최한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한이라면 충분히 그 정도는 파악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그 산골 마을에서 내려온다는 이를 만나 뒤를 따라가면 라크라는 이를 만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산골 사람이 오지 않았겠지.
“그런데 거래를 할 산골 사람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상인은 저희에게 한가지 요청을 더 합니다.”
케일은 그 요청을 떠올렸다.
호위 무사와 함께 그 마을에 갔다 와라.
“호위 무사와 함께 그 산골 마을에 다녀올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락했고?”
“네. 수락했습니다. 로잘린도요.”
본래 이야기 흐름과 같았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영웅의 탄생’에서는 호위 무사와 함께 깊은 산 속 푸른 늑대족의 마을에 도착한 최한과 로잘린은 초토화된 마을을 목격하고 도망가는 비밀단체 암살단과 절묘하게 마주한다.
최한은 그 광경에서 해리스 마을을 떠올리고 바로 그들에게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함께 왔던 호위무사 역시도 이성을 잃고 암살자들에게 살초를 펼친다. 그 과정에 이미 다쳐있던 호위 무사는 한 번 더 크게 다치게 되고 결국 죽는다.
‘로잘린은 그 때 최한의 힘을 알게 되지.’
그 당시 로잘린은 초급 마법사로 힘을 숨기다가 최한의 힘을 알고 그에게 정식으로 왕국까지의 호위를 의뢰한다. 물론 그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망가진 마을에서 숨어있던 라크를 발견하지.’
겁쟁이 늑대 소년 라크. 그는 족장의 말대로 숨 죽인 채 숨어있다가, 최한에 의해 발견된다. 이 때 라크는 겁 많고 연약하고 좀 어벙하고. 쉽게 말해 보는 독자들이 답답하게 여기는 포지션의 캐릭터를 담당한다.
하지만 타고란 신력이, 신체의 힘이 그 분야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로 첫 광폭화 후 그 힘을 개화한다.
“케일님.”
“어.”
그런데 왜 그 광폭화의 시간이 앞당겨졌을까.
“그 곳에서 제가 익숙한 무언가를 봤습니다.”
“뭘 봤다고?”
케일의 물음에 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은 음식들이 둘 사이에 놓여있었지만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최한의 입이 열렸다.
“붉은 별에 하얀 별 다섯개.”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심장이 철렁내려앉았다. 지금, 비밀 단체의 암살단이 아닌 정단원이 거길 갔단 말인가? 왜? ‘영웅의 탄생’에서 푸른 늑대족은 멸살의 대상이었다.
최한은 차가워진 케일의 표정을 보며 그 때를 떠올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분노로 손이 떨려왔다.
깊은 산기슭의 마을에 지어진 집들은 생각보다 단란했고 아담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부서져 있었고 무엇보다도 늑대족 시체는 불에 탄 것마냥 까맣게 그을린 채로 죽어있었다.
까맣게 그을린 시체. 불에 탄 것마냥 매캐한 냄새. 벌어진 상처로 흘러나오는 시뻘건 핏물. 늑대족의 대부분은 눈을 뜬 채로 죽어있었다.
“산골 마을은 이미 초토화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도착했을 때 수많은 늑대족 사람들이 죽어있었습니다.”
강력한 신체의 힘을 지닌 푸른 늑대족. 그들을 암살단은 어떻게 죽였는가?
늑대는 가족을, 무리를, 친구를 제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
첫 광폭화 전의 나약한 어린 늑대 인간. 그들을 인질로 암살단은 신의 힘이 담긴 물건으로 성인 늑대들을 약화시켜 죽인다. 그리고 후에 어린 늑대들도 죽인다. 몇몇 미칠듯이 덤벼드는 성인 늑대들에게는 성수를 사용했다.
신에게 버림받은 늑대족. 그 사실을 이용하는 비밀 단체는 신의 물건까지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단체였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인질로 삼아 그 앞에서 그 어머니, 아버지, 어른들을 죽이는 잔인한 이들이었다.
‘그 때 사용한 신의 물건이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았지.’
그걸 안다면 비밀 단체의 정체에 대해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그 신의 물건에 의해 약화된 늑대 인간의 모습만 책에 서술되었다. 비밀 단체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케일은 나직이 물었다.
“모두 죽어있던가?”
최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일의 표정이 굳었다. 그 굳은 얼굴을 보며 최한은 말을 이었다.
“그들이 살아남은 어린 늑대족을 잡아가려고 하더군요.”
잡아가? 원래는 말살인데? 왜 굳이 어린 늑대인간을? 케일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최한은 깊은 고뇌에 빠진 듯한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푸른 늑대족 마을 입구에 당도했을 때 족장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푸른 늑대족은 그 인구가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납치되려던 어린 늑대족이 총 10명이었습니다.”
……이거 이야기가 너무 달라지는데.
“그리고 족장이 쓰러지는 순간, 그 어린 아이들을 데려가려는 자들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나더군요.”
“…라크인가?”
“네. 라크였습니다.”
본래 어린 녀석들이 죽을 때도 숨어있던 놈이 왜 이번에는 나타났을까. 죽음과 납치는 다르다고 생각한 것일까. 저보다 약한 제 가족, 제 동생, 친구의 죽음은 보지 못하는 늑대. 무엇이 라크에게서 늑대의 본성을 드러나게 만들었을까.
“저는 그들을 막았습니다. 아니,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 말을 하며 최한은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채근했다.
“계속 해.”
“…별 모양이 없는 검은 옷은 제가 해리스 마을에서 겪었던 암살자들과 동일하는 것을, 그들이 사용하는 검은 힘에서 깨달았습니다.”
케일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해리스 마을을 몰살한 자들과 같은 힘이었다고?”
“네.”
“…이런.”
케일은 머리를 한 손으로 집으며 탄식을 흘렸다. 마치 처음 들었다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물론 이건 연기다.
“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붉은 별에 하얀 별 다섯개를 가슴에 새긴 이가 있었습니다. 그 자가 호위 무사를 죽였습니다.”
최한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그리고 그 늑대 족의 피를 마시는 쓰레기 같은 놈이었습니다.”
케일은 눈을 감았다.
피를 마시는 마법사. 현재 수도에 테러 사건을 주도하는 그 미친 간부 놈이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최한의 말을 마저 들었다.
“결국 그들을 사로 잡거나 죽이지 못했습니다. 사로 잡으면 모두 자결을 하였고 나머지들은 그 여섯개의 별을 매단 자가 이동 마법으로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최상급 마법사이자 피에 환장한, 피를 마시는 마법사는 왜 무엇 때문에 몰살하려던 푸른 늑대족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던 것일까.
‘용을 구출한 것으로 어딘가가 틀어진 건가?’
케일이 생각할 수 있는 변수는 자신이 저지른 짓뿐이었다.
“그 마법사가 그러더군요.”
최한이 짓씹듯이 내뱉는, 담담하려 하지만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쉽네. 씨앗으로 딱 좋았는데. 어린 것들이 피 맛도 더 좋을텐데.”
씨앗. 케일은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그 단어를 머릿속에 새겨 넣으며 감았던 눈을 떠 최한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호위무사, 족장. 늑대족의 어른들이 다 죽고 남은 10명의 아이들.
최한은 슬쩍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식탁 앞에서 마주한 이후로 처음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 행동에 케일은 직감했다. 최한은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여관에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최한은 입을 몇번 달싹이다가 이내 작게 덧붙였다.
“로잘린의 마법으로 함께 왔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 케일은 머리가 아파왔다. 그 상단의 상인에게 맡기면 될텐데. 그 자도 지금은 권력에서 멀어져서 그렇지 뛰어난 상인이었다.
“케일님. 참고로 그, 함께 왔던 상인도 여관에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건가. 케일은 딱 그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그는 최한을 응시했다. 최한은 이야기가 다 끝났는지 그제야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가만히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물었다.
“궁금하지?”
최한은 식은 음식들을 보며 답했다.
“네. 궁금합니다.”
무엇이 궁금한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그리고 케일이 왜 그들을 아는지.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하리라. 케일은 음식을 바라보는 최한의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 화가 많이 났는데.’
자신을 향한 화가 아니었다. 최한은 비밀 단체를 향한 분노를 날카로운 검처럼 갈고 또 갈며 다듬고 있었다.해리스 마을에, 학대 받는 용의 모습에, 푸른 늑대족 일에. 최한 성격 상 피하기 보다는 부딪치는 게 먼저일 터.
케일은 식어도 맛있는 빵을 하나 집어들어 한입 크기로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두가지 사실을 너에게 말해줄 생각이다.”
“…다 아니고 말입니까?”
“그래.”
빤히 바라보는 최한에게 케일은 무심히 말했다. 그는 빵을 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페트 위에서 의자가 소리 없이 밀렸다.
“일어나.”
“…어디 가는 겁니까?”
따라 일어서는 최한을 보며 케일은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이제 밤을 향해 가는 시간, 그곳은 밤이 되면 더 환하게 빛나는 곳이었다.
케일은 문으로 걸어가며 최한의 물음에 답했다.
“죽음의 신 신전.”
케일은 죽음의 신. 밤이 내려앉은 시각 가장 빛나는 그곳으로 최한과 함께 갈 생각이다.
죽음의 신 신전에는 다른 신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사제가 있었다.
귀머거리 신관.
그들은 듣지 못한다. 그렇기에 죽음의 신 신도들은 그들을 찾았다. 케일 역시 신도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귀족이 그러하듯 그들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케일은 뒤돌아 섰다. 여전히 식탁 앞에서 선 채로 가만히 있는 최한이 보였다. 케일은 그에게 씩 웃어보였다.
“나는 너에게 두 가지의 진실을 말할 생각이다.”
그러나 나오는 말은 가볍지 않았다.
“내 죽음을 걸고서.”
최한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런 그와 달리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로 케일은 그에게 말했다.
“따라와.”
최한이 천천히 식탁을 지나 문으로 다가왔다. 어느 새 최한의 눈빛은 진정되어 있었고 그 얼굴은 굳어있었다. 케일은 문고리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해줄테니까.”
케일은 최한과 함께 죽음의 신 신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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