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2
331화.
백골의 용이 밤하늘 위에서 고고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요, 용-”
묘족 기사 렉스 경이 당황한 얼굴로 케일을 쳐다봤다.
‘진짜 용의 뼈입니까?’
용의 뼈가 어디서 났습니까?
이건 그도 듣지 못한 부분이었다.
물론 그 유명한 헤니투스 영지전 영상으로 뼈로 만들어진 용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 용은 검은 뼈였다.
그리고 그것은 파괴되지 않았던가?
‘또 용의 뼈를 가지고 있던 겁니까?’
케일은 당황한 렉스의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물 흐르듯 시선을 돌렸다. 당황하면서도 놀라는 제국민들이 보였다.
그 순간,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짠데! 다들 놀란다!
그러게나 말이야.
케일은 놀라는 이들을 보며 로브 속에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모두 와이번 뼈다.
물론 한 번 용의 뼈를 조종해 본, 누구보다도 뼈와 신체에 해박한 메리가 재현해 낸 용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용으로 보였다.
이게 중요했다.
“하, 하하-”
버나드 경이, 아니, 탑주 버나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구나.”
그의 눈동자에는 하얀 로브의 네크로맨서와 백골 용, 더불어 와이번과 성기사, 신관들 등 모두 온통 하얀 것들로 칠해진 존재만이 보였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시선이 다시 메리에게 향했다.
“저번보다 조금 더 강해졌구나.”
뭐?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메리는 정글 7구역에서 죽은 마나를 엄청나게 섭취하며 강해졌다.
열 번 중 여섯 번 최한을 이길 만큼 강해진 그녀였다.
그런데 그 강해진 정도가 ‘조금’이라고?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압니다. 조금 더 강해졌습니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메리도 스스로의 성장을 ‘조금 더’라고 표현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탑주 버나드를 향했다.
“당신에 비하면 조금이 맞습니다.”
그 순간,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봤다.
끼이이이-
하얀 용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이깁니다.”
메리의 담담한 음성이 버나드에게 닿았다. 탑주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흐하하, 하하- 하여간 네크로맨서들이란 종속들은, 하하-”
웃음기가 사라졌다.
“주제를 몰라.”
그는 아주 오래전, 최후의 네크로맨서이자 죽음의 왕이었던 사람을 떠올랐다.
버나드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네크로맨서는 흑마법사보다 약하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러나 그 진실을 파괴하며, 어둠 속성을 지닌 생명체들이 살아갈 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홀로 서대륙 곳곳을 오가면서 어둠의 속성도 자연의 일부라며 함께하자 손을 내밀던 그녀.
세상에 섞여들자고, 숨어 살지 말자며 서대륙 생명체들 앞에서 제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던 사람.
‘버나드, 당신이 흑마법사들의 길이 되어줘야 해. 함께해요. 흑마법도 분명 자연에 섞여들 실마리가 있을 거야.’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흑마법이 악한 존재가 아닐 방도가 있을 겁니다.’
주름진 얼굴로 말하던 그 늙은 모습.
흉측한 검은 거미줄 같은 핏줄들.
평생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서 삐쩍 마른 몸과, 여기저기 골병이 들고 등까지 굽어버린 몸.
가장 추한 외양의 사람이 있다면 그녀, 죽음의 왕이었으리라.
그 추한 늙은이가 말했다.
‘버나드, 그렇게 모든 것을 끝낸 뒤, 자연으로 돌아가요.’
‘생의 집착을 이만 버립시다.’
버나드는 검은 핏줄로 뒤덮인 하나가 저를 보며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리치가 되더니, 이제 사람들까지 조종하려는 거냐!”
동시에 죽음의 왕,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집착을 버려요. 더 이상 리치로 살지 마. 스스로 삶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걸 거부하면 내가 버나드 당신을 죽일 겁니다.’
버나드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결국 흑마법사를 이길 수 있다던 최후의 네크로맨서는 죽었다.
살아남은 것은 버나드, 자신이었다.
살아남는 자가 결국 승리하는 법.
탑주 버나드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흑빛과 금빛이 뒤섞인 오러가 버나드의 검은 마나구와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버나드는 가볍게 하나의 오러를 털어내며 저를 공격한 그녀에게 비웃음을 흘려보냈다.
“화가 났나 보군.”
버나드는 방금 전 하나의 기습에는 당황했었지만, 대놓고 들어오는 이번 공격에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왜 화가 났지?”
탑주 버나드는 공격이 무산되자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분노한 하나를 응시했다.
하나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몰라서 물어?”
광기에 가득 찬 눈동자가 버나드를 지나 그의 뒤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향했다.
이지를 상실한 듯 검은 눈동자로 변한 인간들은 어떠한 표정도 없이 버나드의 군대가 되기 위해 모여들었다.
조종당한다.
이용된다.
하나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어릴 적 태양신 교단에, 교황에게 이용당해 거짓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 뒤에는 ‘암’에게 속아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내가 못된 인간이지만 말이야.”
끼리릭, 끼릭.
힘없이 늘어진 하나의 팔. 그녀의 검이 바닥에 끌렸다.
오빠도, 여기 케일 일행도 착하다.
하지만 자신은 못돼 처먹었다.
아니, 못된 수준이 아니라 나쁘다.
악하다.
“아니지. 그냥 못된 게 아니라 못돼 처먹어서 말이야.”
끼리리리-
검이 빠르게 바닥을 긁었다.
다시 한번 하나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래서 너 같은 것들은 죽여야 내 속이 편하다고!”
오러와 죽은 마나가 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폭발로 다시 한번 먼지가 일어나 폭발 자리가 가려졌을 때. 버나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수 대 소수의 싸움에서 소수에 강자가 많다면, 때론 소수가 이기기도 하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메리의 손가락에 검은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하나가 메리의 옆으로 다가가 발에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쾅! 쾅! 쿠쿵!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부딪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열린 연금술 종탑 정문.
그곳에 당황한 다크엘프들과 타샤, 최한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보였다.
사지가 묶인 흑마법사들.
아직 연금술사인 자들.
더불어 경비 등 연금술 종탑에서 각종 업무를 맡은 이들.
마지막으로 노예로 서대륙 각지에서 붙잡혀 온 사람들.
그들이 보였다.
“크으으-”
“커헉!”
새카맣게 물든 눈을 한 자들이 결박된 채로도, 다크엘프들이 사지를 붙잡아도 어떻게든 종탑 밖으로 나오려 발버둥 쳤다.
제압을 하려 팔을 잡으면, 팔이 꺾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려 했다.
탑주 버나드에게로.
그에게로 가기 위해서.
“…이건! 저 사람들도 조종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케일은 당황한 렉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버나드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강자인 소수를 이기는 법이 있지.”
폭발이 가라앉고 먼지구름이 흩어지자 버나드가 보였다.
버나드는 가만히 케일 쪽을 보며 미소를 그렸다. 그림 같은 인자한 미소였다.
“악해지고 잔인해지면 된다. 착하면 뭐가 됐든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거든.”
그 순간이었다.
-인간아!
-케일! 거대한 기운이다.
두 용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커허헉!”
탑주 버나드의 옆에 있던 자가 스스로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탑주를 스승이라 불렀던 사람으로, 가짜 탑주 행세를 하던 자였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다들 숨을 죽이고 그를 쳐다볼 때, 버나드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조종하면 이들은 스스로 죽을 수 있지.”
그때였다.
“아, 안 돼애!”
사람들은 절박한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아빠!”
버나드에게로 향하던 기사 한 명, 수도 곳곳에서 제국민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던 그가 한 아이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기사님! 안 됩니다! 안, 커억!”
이를 말리던 아이의 아버지는 기사에게 밀려 내팽개쳐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다들 당황했을 때.
“내가 조종하면 이들은 아무 죄 없는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지.”
버나드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강자를 공격하지 않아. 아무 죄 없는 자들을 공격하지. 그것이 멍청하게 착한 강자를 이기는 방법이다.”
커헉. 컥.
버나드는 숨넘어가는 제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좋은 파괴 방법이지 않는가?”
그냥 죽이는 것은 파괴가 아니다.
고통 속에서 정신도 함께 죽어가는 광경, 그것이 파괴였다.
그래야 그들에게서 나올 죽은 마나도 절망에 가득 찰 테니까.
주군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떠냐?”
버나드는 굳어 있는 강자들을 보며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헛소리입니다. 귀가 더러워졌습니다.”
뭐?
메리의 기계 같은 딱딱한 목소리가 들린 순간.
탕!
“커헉! 헉!”
하얀 암기가 날아가 기사의 갑옷을 거세게 후려쳤다.
“아빠!”
“아, 아-!”
아버지는 덜덜 떨며 달려가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의 눈동자로 다시 아이를 향해 오는 검은 눈의 기사가 보였다.
쾅!
하지만 막혔다.
“샘!”
“흐, 사장님.”
가게를 운영하던 아이의 아버지는 직원이자 빈민가 출신인 샘이 작은 방패로 기사를 막아서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빈민가 사람 중 한 명이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집어 들어 던졌다.
탁!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손에 잡혔다.
그것은 방패였다.
은빛의 커다란 방패.
그것을 든 이가 외쳤다.
“제국민들을 보호해라!”
렉스 경의 외침에 가방을 매고 있던 빈민가 사람들이 순식간에 가방 안에서 작은 방패를 꺼내 들었다.
구호 물품과 함께 들어 있던 유일한 무기였다.
렉스가 한 번 더 외쳤다.
“다들 도망가!”
렉스의 눈동자가 케일에게로 향했다.
렉스는 로브 속에 감춰져 있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보호하는 것.
렉스와 그의 동료들이 맡은 일이었다.
“갑니다.”
렉스가 케일을 지나치며 외친 순간, 또 한 사람이 소리쳤다.
“렉스 경을 도와라!”
하얀 신관용 로브를 입고 있던 중년 여인이 후드를 벗고는 소매에서 암기들을 꺼내 들었다.
“미친 새끼, 애를 건드려?”
케일 밑의 정보 조직 수장 프리지아.
과거 아이를 납치하란 수장의 말에 그를 죽이고 도망쳤던 암살자 프리지아가 저를 따라온 수하들과 함께 광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기사들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네!”
하얀 로브의 신관 행세를 하는 암살자들이 수도 곳곳으로 흩어졌다.
방패와 암기가 제 역할을 위해 떠났다.
-인간아!
“알아.”
남은 역할을 떠올리며 케일은 입을 열었다.
“성자님.”
케일은 ‘정화, 정화’를 연신 중얼거리는 잭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저를 쳐다보는 잭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독합니다. 그리고 월등하게 강하지요. 죄 없는 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만큼 강합니다.”
아.
잭은 탄성을 흘렸다.
케일의 등 뒤로 그를 지나쳐 달려 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최한과 다크엘프들.
하얀 로브를 둘러쓴 이들이 연금술 종탑 속 어둠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잭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푸하하하하, 착하다고? 누가?”
미친 사람처럼, 어깨를 들썩이면서 웃는 사람.
내 동생.
잭은 동생 하나가 보였다.
광기와 분노로 가득 찬 눈동자의 하나가 말했다.
“착해? 내가? 푸하, 하하하하!”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버나드, 네놈만 죽이면 다 끝 아냐?”
조종할 사람을 죽이면 다 끝이었다.
하나는 여전히 웃으며 툭 던지듯 말했다.
“내 거지?”
답은 옆에서 들려왔다.
“맞습니다.”
딱딱하고 기계 같은 목소리.
하지만 성자 잭 다음으로 하나를 잘 아는 이의 목소리였다.
같은 아픔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사람, 메리.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하나의 귓가에 닿았다.
아프다.
하나는 지금도 잦은 통증으로 몸이 아팠다.
그럼에도 그녀는 발에 힘을 주며 메리에게 말했다.
“역시, 난 검은 용보다 흰 용이 취향이야.”
그리고 앞으로 내달렸다.
잠시 뒤 그녀의 두 발이 땅을 박찼다.
하늘로 뛰어오른 그녀.
그녀에게 곧 디딜 땅이 생겼다.
백룡의 머리.
하나는 백골 용의 머리 위에 서며 말했다.
“가자.”
백골 와이번과 성기사들이 하나의 뒤를 따랐다.
땅에서는 최한과 다크엘프들이 메리를 지나쳐 버나드에게로 달려갔다.
그 순간, 케일이 성자 잭에게 말했다.
“지금입니다.”
잭은 제가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그제야 제 가슴께로 퍼지는 진동을 느꼈다. 안주머니, 그곳에서 작은 진동이 퍼지고 있었다.
잭의 눈동자에 흔들림이 사라진 순간, 케일은 속삭이듯이 말했다.
“단죄를 내리세요.”
성자 잭은 안주머니에서 진동하고 있는 작은 손거울을 움켜쥐었다.
태양신의 신물, 태양의 단죄.
그것이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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