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5
334화.
분명 하얀 별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케일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껴야 했다.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의 핏줄이라고?’
케일은 과거 에르하벤을 처음 만났을 때, 고룡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옛날에는 있었어.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이. 미친 집안이었지. 드래곤 피어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힘이 있던 집안이었어. 그 힘은 그 집안의 후계자에게만 대대로 이어졌지.’
‘하지만 그 집안의 마지막 후계자는 행방불명되고 그 힘은 끊겼어.’
그런데 사라졌던 그 힘이 다시 케일의 주위에 나타난 것이다.
드래곤 슬레이어. 일명 용잡이.
그 존재와 관련된 힘.
케일의 지배하는 아우라.
현재 로운 왕국 지하 감옥에 구속된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의 재해의 검.
마지막으로 케일 품 안의 하얀 왕관.
세 가지 중 총 두 가지가 케일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고, 마지막 하나도 거의 케일의 손아귀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가?’
그 힘들을 지녔던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의 사람이라서. 그래서 지금 익숙한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케일 님!”
케일은 제 어깨를 급하게 잡아채는 최한을 볼 수 있었다. 탑주 버나드의 조종에서 풀린 제국 측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최한의 표정은-
‘살벌하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자가 하얀 별입니까?”
아딘을 두드려 패던 그 살벌한 눈빛을 보자, 케일은 슬그머니 어깨를 잡은 최한에게서 자연스럽게 한 발짝 옆으로 비켜서며 답했다.
“에르하벤 님 말에 따르면 그렇다고 하네.”
“그렇군요.”
검 손잡이를 잡은 최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를 보는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쩌면 영웅의 탄생에서 최한이 최후에 싸워야 했을 적이 눈앞에 나타난 상황이었으니까.
-도대체 넌, 누구지?
물론 그 최후의 적이 케일에게 계속 말을 걸어서 문제였다. 그리고 더 문제인 점도 있었다.
‘물어도 어떻게 답해주라고 계속 묻는 거야?’
케일의 표정이 띠꺼워졌다.
내가 에르하벤 님이나 라온인가?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말을 전할 수 있게?
그렇다고 이 한복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나는 누구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케일은 저를 응시하는 저 멀리 하얀 가면의 남자를 마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최한, 가봐.”
“…여기는 괜찮을까요?”
최한은 갈색 로브의 소매를 걷어붙이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하얀 별을 응시하던 케일이 손에 작은 은빛을 머금으며 답했다.
“어, 괜찮다.”
여차하면 자신이 나겠다는 듯이 구는 케일의 모습에 최한은 이내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걱정 마라, 최한아! 가서 금 용 할배 도와라! 여긴 위대한 라온 미르가 있다!
최한은 여섯 살 용의 말에 답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황궁으로 향했다. 그 순간, 케일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하얀 별이 보였다.
짧은 찰나, 그의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저 검사는 시간의 축이 뒤틀려 있군.
뭐?
-이 세계에 속한 자가 아니네.
케일의 표정이 착 가라앉았다.
알아챘다.
저 하얀 별은 최한을 직접 한 번 마주한 것만으로도, 최한이 이 세계의 존재들과 다름을 알아챘다.
그것을 알아챈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최한이나 케일이나 여기에 속한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다른 깨달음이 케일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두 용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실이다.’
에르하벤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라온은 최한의 정체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하얀 별 저놈은 알아챘다.
순간,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저 하얀 별 어떻게 할 거냐- 가 아니다! 우리 할배다!
우우우우웅-
밤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의 백금빛이 하늘을 장식했다.
“…허.”
케일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사아아아-
작은 소리와 함께 백금빛 화살 수십 개가 하얀 별을 향해 쏟아졌다. 그것은 단지 고룡 에르하벤의 손짓 한 번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케일은 황궁 지붕에 있는 하얀 별과 달리, 밤하늘 허공에 서 있는 에르하벤의 냉정한 얼굴이 보였다.
“허-”
그리고 다시 한번, 케일은 탄성을 흘려야 했다.
물이다.
허공을 향해 하얀 별이 물의 장막을 펼쳤다.
마치 부서지지 않는 방패처럼.
“…고대의 힘.”
저건 분명 고대의 힘이다.
케일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놈이구나.’
처음 세계수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세계수는 총 세 가지를 말했었다.
라온의 부모를 찾아라.
심판하는 물을 찾아라.
마지막.
‘고대의 힘을 모으는 자는 고대의 힘을 총 세 개 소유했다.’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저놈은 드래곤 슬레이어 핏줄이고, 고대의 힘을 세 개 소유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케일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소유했으며, 고대의 힘들도 습득했다.
“…너무 비슷한데?”
케일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안 익숙하면 이상한 상황 아냐?”
서로 가진 힘이 비슷한데, 저놈이 익숙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누구지?
그러니 지금 하얀 별도 케일에게 묻고 있는 것이리라. 너는 누구냐고. 누구길래 익숙하냐고.
세계수가 케일에게 누구냐고 물었듯이 말이다.
그리고 케일은 그 물음에 답하듯이 툭 내뱉었다.
“미친놈.”
하얀 별이 펼친 물의 장막은 가볍게 백금빛 마나 화살을 막아냈다.
용이 가볍게 쓴 거대한 공격을, 다시 가볍게 거대한 방어막으로 막아내는 인간.
굉음 한 번 울리지 않고, 소리 없이 굉장한 공방전이 황궁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 하나 부서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 두려운 광경이었다.
-…인간아, 저 하얀 별 장난 아니다.
그러게.
케일이 라온의 말에 공감할 때였다.
“하하하하! 주군께서 오셨다! 주군이 오셨어!”
탑주이자 리치인 버나드.
그가 검은 폭풍의 중심에서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수백 개를 넘어 수천 개에 달하는 검은 선이 검은 해골의 곳곳을 옭아매고 있었다.
“으윽!”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 신음 소리는 메리에게서 나온 소리였다.
휘이이이-
리치 버나드가 더욱더 거센 검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그에 반응하듯 메리의 검은 실이 더욱더 단단하게 해골을 붙잡았다.
흑마법사와 네크로맨서.
흑마법과 뼈를 다루는 힘.
그 둘이 팽팽하게 서로의 힘 대 힘으로 맞붙고 있었다.
“메리, 괜찮나?”
케일은 메리에게 질문을 던졌고, 메리는 두 손을 덜덜 떨면서도 손에서 뻗어나간 검은 실들을 꽉 움켜쥔 채 답했다.
“…이깁니다.”
그 순간, 케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케일 헤니투스, 거기부터 끝내라. 여긴 내가 맡을 테니.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때, 케일의 머릿속에 여러 상황이 스쳐 지나갔다.
고룡의 공격을 가볍게 막는 하얀 별.
힘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리치.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제길!”
소드 마스터 하나가 너무나도 거센 검은 회오리바람 때문에, 리치 버나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탄 백룡이 중심을 제대로 못 잡고 휘청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메리의 모든 역량이 버나드에게 집중되었으니까.
천 년을 산 리치와 서른도 살지 못한 메리.
흑마법에 약한 네크로맨서가 이 정도 버티는 것만으로도 메리는 제 몫을 충분히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였다.
“타샤!”
케일의 목소리가 검은 회오리바람 소리로 가득한 광장에 울려 퍼졌다.
다크엘프 타샤와 케일의 시선이 부딪쳤고, 케일이 입을 열었다.
“길을 뚫어!”
그 말과 함께 케일은 바닥을 박찼다.
사아아-
검은 회오리에 비하면 작은 바람이 케일의 발끝을 감싸며 그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인간, 우리도 같이하나?
당연하지.
이런 판국에 제국민들한테 정체 들키면 안 된다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순 없잖아?
라온의 물음에 케일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 답을 대신했다.
“…공자!”
다크엘프 타샤가 케일처럼 위로 솟구쳐 올랐다. 바람의 정령이 그녀의 곁에 머물러 있으리라. 곧바로 케일은 지시했다.
“바람으로 길을 만든다.”
타샤의 눈동자에 케일의 두 손에 서서히 뭉치는 작은 회오리바람이 담겼다. 그것은 마치 화살처럼 뭉치고 있었다. 무엇이든 뚫을 것처럼 보였다.
곧 그녀의 눈동자가 케일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움직였다.
검은 회오리. 폭풍처럼 거센 그곳.
리치가 만들어낸 재해.
그곳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밀려나는 하나.
간신히 버나드를 붙잡고 있는 메리.
타샤는 곧바로 케일의 옆에 서며 자신의 동료이자 친구인 바람의 정령에게 말했다.
“도와줘.”
바람으로 길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줘.
타샤의 두 팔에 바람이 머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케일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보였다. 그가 가진 고대의 힘일 것이다. 정령이 만든 바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순수한 바람.
휘이이-
케일과 타샤, 두 존재가 만든 거대한 바람 화살 두 개가 하늘에 나타났다. 그리고 타샤는 멈칫했다.
휘이이이-
화살이 하나 더 생겼다.
당연히 화살을 만든 이는 라온이었다.
-나도 같이한다!
타샤가 그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을 때, 케일의 물음이 들려왔다.
“됐나?”
타샤가 고개를 끄덕이자 케일이 짧게 말했다.
“시작하지.”
그 순간, 세 개의 거대한 바람 화살이 주인들의 손을 떠나 앞으로 쏘아 나아갔다. 동시에 케일이 외쳤다.
“하나!”
이름 한 번 부르면 충분했다.
하나는 곧바로 백골 용의 방향을 틀었다. 백룡의 몸체가 빠른 속도로 이동해 바람의 화살 뒤로 향했다.
“이깟 바람 따위!”
버나드는 저를 옭아매는 검은 실에서 시선을 떼며, 저를 향한 바람 화살들을 노려보았다. 붉은 안광이 폭발할 듯이 빛나며 검은 폭풍이 더욱더 거세졌다.
휘이이이-
그 검은 폭풍에 제일 먼저 타샤의 바람 화살이 닿았다.
콰아앙-
바람과 바람의 부딪침에 폭발음이 들려왔다. 곧 타샤의 바람이 사라졌다.
“이거지!”
그러나 하나는 다시 미소를 그리며 웃기 시작했다.
검은 폭풍이 흔들렸다.
그리고 타샤의 바람이 뚫으려던 자리에 또 다른 바람 화살이 닿았다. 케일의 바람이었다.
콰아앙, 콰앙! 콰앙!
케일의 바람 화살촉이 검은 폭풍과 부딪치며 굉음을 터뜨렸다. 하나는 그다음에 펼쳐지는 광경에 백검을 쥔 채 백룡에게 말했다.
“가자!”
케일의 바람에 라온의 바람이 스며들었다.
콰아앙! 쾅! 쾅!
케일과 라온이 만들어내고, 이제 하나로 합쳐진 바람 화살이 더 세게 검은 폭풍을 두드렸다. 그 속에서 하나는 보았다.
틈.
검은 폭풍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저기다.
저곳을 뚫으면 된다.
우우웅-
백검이 울기 시작했다.
하나는 틈새를 향해 돌진했다. 바람이, 동료가 만들어준 저 길을 지나가면 이제 적을 벨 수 있다.
콰아아앙!
마지막 굉음과 함께 케일과 라온의 화살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구멍이 뚫린 검은 폭풍이 있었다.
하나는 몸을 숙였다. 웅크렸다.
백골 용이 그 뚫린 틈으로 뛰어들었다.
하나가 살짝 고개를 들자 앞이 보였다. 검은 실에 감싸인 먹잇감이 보였다.
폭풍을 뚫고 온 중심.
그 고요한 태풍의 중심에 있는 리치.
하나의 미소가 사라졌다. 귀한 기회를 잡을 검사의 눈빛은 냉정했다.
“제기랄!”
버나드가 검은 실을 떨구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검은 폭풍을 움직여 보았지만, 하나가 탄 백룡이 더 빨리 검은 폭풍을 뚫고 버나드에게 다가왔다.
하나는 리치 버나드를 향해 검을 들었다.
리치.
검은 해골 모습을 한 채로, 영혼을 심장 모양의 구슬에 담아두는 존재.
리치를 없애는 방법은 그 심장 구슬을 찾아 파괴하는 것.
그 심장 구슬이 어디에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게 정설이다.
그러나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우우우웅-
그녀의 손에 들린 백검이 말해주었다.
노려라.
기사 갑옷을 입은 검은 해골 버나드.
갑옷에 가려진 가슴.
그중에서도 오른쪽을.
그곳에 저 리치의 영혼이 있다.
“주군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버나드가 힘겹게 검은 실에 대항하며 팔을 움직였다. 뼈로 된 오른팔이 하나를 향해 겨눠졌다.
거기엔 검은 마나가 뭉쳐 있었다. 그 마나가 이내 하나를 향해 쏘아졌다.
“반쪽짜리 성녀 주제에!”
하나는 다가오는 검은 구를 보면서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웃긴 이야기였으니까.
그 순간 검은 마나구가 하나를 덮쳤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에 검은 폭풍이 흔들렸다.
이를 긴장 어린 기색으로 지켜보던 붉은 안광의 리치는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위다.
검은 실에 감겨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는 리치의 시야에 하나가 보였다.
위에서 하나가 리치를 향해 쏘아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 마나구와 부딪치기 전, 하나는 백룡의 머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백골 용은 하나 대신 검은 마나구를 향해 제 온몸을 부딪쳤다.
그렇게 생긴 찰나의 틈.
버나드는 제 오른 가슴을 향해 찔러오는 백검이 보였다. 백검을 쥔 거미줄 흉터의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난 애초에 성녀가 아니었어, 이 멍청아.”
반쪽짜리 성녀는 무슨.
애초에 성녀였던 적이 없는데.
“…이, 이런 제기라아알!”
버나드는 다시 손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막혔다.
리치는 바닥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네크로맨서가 보였다. 가느다란 검은 실이 리치의 발목을 잡았다.
콰직.
리치 버나드는 고개를 숙였다.
백검이 갑옷을 뚫고 들어왔다.
오러도, 무엇도 없는 평범하게 하얀 검.
그것은 손쉽게 갑옷을 부수고, 버나드의 검은 갈비뼈를 부쉈으며.
콰직.
마침내 심장 모양의 검은 구슬에 닿았다.
하나는 붉은 안광의 리치를 보며 미소를 짙게 그렸다.
이제 끝이다.
이 리치의 목숨은.
하나는 마지막으로 힘을 더 짜내며 백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더 깊숙이, 백검이 파고들도록.
그래서 저 리치의 심장 구슬을 파괴하도록.
하나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이제 끝-”
그 순간이었다.
흠칫.
하나의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보였다.
“아, 주군께서-”
웃고 있는 리치가 보였다.
하나는 불길한 마음에 뒤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대로 해!”
케일 헤니투스.
그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굉음이 하나의 귓가에 박혔다.
콰아아아아앙!
하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을 마저 내뻗었다.
끼이이이이-
꿰뚫렸다.
기괴한 소리와 함께 심장 구슬이 백검에 꿰뚫려 조금씩 금이 갔다. 구슬이 서서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하나는 그 감각을 느끼자마자 고개를 뒤로 돌렸다.
“…케일 헤니투스.”
케일이 보였다. 검은 폭풍 앞, 정확히 말하면 하나의 앞에 선 케일이 보였다. 더불어 은빛 방패와 은빛 실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방패 너머.
케일은 은빛 방패를, 라온은 은빛 실드를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내며 방패 너머의 사람을 노려보았다.
거대한 불의 검을 손에 쥐고 있는 남자.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방패 너머의 케일에게 말했다.
“케일 헤니투스, 넌 누구지?”
피곤에 찌든 목소리.
하얀 별이었다.
케일은 하얀 별의 어깨 너머, 부서지는 황궁 지붕 더미 위로 처박히는 에르하벤이 보였다. 고룡이 하얀 별과의 공방에서 밀렸다,
케일은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들리는 듯했다. 그 순간 케일은 겨우 내뱉는 고룡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알겠구나.
고룡의 목소리에는 케일이 처음 들어보는 심각함이 담겨 있었다. 아니, 놀라움이 더 컸다.
-부딪쳐 보니 알 것 같아. 그래, 이제는 알겠어.
에르하벤의 떨리는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저자는 스무 살의 몸인데, 그 안에 든 것은 천 년을 넘었구나.
몸은 스무 살, 하지만 안에 든 영혼은 천 년을 넘었다.
케일은 그 의미를 알아들은 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껏 이 세상에 나타난 존재들.
차원 이동자 최한.
그리고 빙의자인 나, 케일 헤니투스.
그는 하얀 가면의 남자를 바라봤다.
붉은 머리칼.
하지만 케일의 암갈색 눈동자보다는 조금 더 밝은 갈색 눈동자.
에르하벤은 하얀 별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환생자다.
계속해서 삶이 지속되는 존재.
죽여도 어디선가 기억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나는 존재.
고대의 힘, 불로 만들어진 검을 손에 쥔 하얀 별이 케일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길래 나와 비슷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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