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2
341화.
고룡 에르하벤은 잘게 떨리는 제 손을 본 케일을 모른 척했다.
“흐음.”
상당히 탐탁지 않아 하는 케일의 눈빛이 보였지만, 그것도 무시했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왕세자 알베르와 다크엘프 타샤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산처럼 쌓여 있던 서류들이 치워지고 그 자리에 음식들이 차려졌다.
“어? 케일 공자 깼네요?”
잠에서 깬 타샤가 스트레칭을 하며 케일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고, 부단장 힐스만은 테이블 위에 접시들을 놓으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크으! 공자님께서 일어나셨다는 걸 알려야 하는데 말이죠! 은빛 방패를 보고 다들 어찌나 감격했던지. 저는 살면서 그런 성스럽고 충격적인 광경을 볼 줄은 몰랐습니다!”
일어난 케일을 연신 힐끗 쳐다보며 감격한 얼굴로 말하는 힐스만의 눈동자는 여전히 글썽글썽거렸다.
“이러다가 서대륙 영웅으로 공자님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거 아닙니까? 으하하하하! 그리되면 얼마나 행복할지, 이 힐스만은 그날 눈물을 줄줄 흘릴 겁니다!”
그러다가 울먹이며 말했다.
“이 주간… 크흑, 이 주간. 이 힐스만의 마음은 어찌나 조마조마하고 온갖 쓸데없는 걱정에 시달렸던지. 영주님과 백작 부인께 아무 연락도 못 드리면서, 크흑.”
정말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지 힐스만의 안색은 전보다 홀쭉해져 있었다. 하기는 본인이 모시는 가문의 장자가 정신을 잃고 이 주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으니, 맨 정신인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에르하벤은 그 광경을 보며 타샤 옆에 앉았다.
그 와중에 최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케일 님.”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최한이 케일의 침대로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넸다.
“식사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스프류를 가져올까요?”
차분한 얼굴과 달리 최한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깨어난 케일을 보고 아무 말이나 나오는 대로 지껄이며 감동하는 힐스만의 떨리는 목소리처럼.
에르하벤은 그 목소리마저 모르는 척하며 대충 빵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때였다.
“히히.”
라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에르하벤은 고개를 돌렸다. 언제 날아온 것인지, 에르하벤 옆에 턱하니 내려앉으며 그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뭐, 꼬맹이?”
그리 되묻는 순간, 고룡의 귓가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밥 먹고 동대륙 간다.”
모든 이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케일의 안색을 살피던 타샤, 서류를 정리하던 알베르 왕세자, 케일이 있는 침대에 걸터앉던 최한, 그냥 말 많은 힐스만.
마지막으로 에르하벤도.
모두 멈칫했다.
“좋다! 동대륙 간다!”
그 사이로 라온만이 신나서 외쳤다. 그렇게 정적이 깨어지자, 왕세자가 입을 열었다.
“…덜 깼냐?”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너 이 주 만에 깼어.”
반면에 에르하벤은 더욱더 입을 꾹 닫으며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 순간, 케일은 느긋하게 말했다.
“최한, 고기.”
멈칫하던 최한은 스테이크의 고기를 아주 빠르게, 자신의 검법을 담아 얼른 잘라서 케일에게 가져다주었다.
케일은 포크로 고기를 푹 찍어 입안에 욱여넣어 삼키고는 말했다.
“황태자 아딘의 대화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맞다! 들었다!”
라온이 에르하벤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금 용아! 우리 인간 말 들어라! 인간 말대로 하면 자다가도 골드 하나가 생긴다!”
후우.
에르하벤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마이 웨이였다. 제 할 말을 계속했다.
“현재 ‘암’과 하얀 별은 동대륙의 뒷세계는 물론 용병 길드까지 잡아먹을 속셈인 것 같더군요.”
케일은 연금술 종탑 지하에서 아딘이 제 수하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전하, 그래도 동대륙에는 사람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겨우 용병왕 정도를 상대하는 자리에 전하께서 가는 것이 맞지 않지요.’
‘저를 보내주십시오, 전하. 제가 동대륙으로 가 전하께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줄 그 힘을 용병왕에게서 뺏어오겠습니다.’
치료와 관련된 힘이 용병왕에게 있다는 정보.
‘됐네. 곧 ‘암’이 용병 길드를 잡아먹기 위해 움직일 거다.’
‘‘암’으로 가능할까요?’
‘하얀 별께서 현재 그 일을 위해 지난 몇 달간 동대륙에 가 계시지. 그래서 탑주도 지금 그곳에 가 전쟁에 대한 보고와 뒤처리를 하는 중이야.’
하얀 별이 용병 길드를 노리며 몇 달 동안 그 일에 매달리고 있다는 정보.
케일은 두 가지 정보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용병왕에게 치유와 관련된 힘이 있다고 합니다.”
케일의 눈동자가 에르하벤에게로 향했다.
그제야 다른 이들의 시선도 고룡에게로 향했고, 라온이 고룡에게 말했다.
“금 용아! 꼭 같이 가자! 안 그러면 나 다 부순다!”
창백한 안색의 고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애꿎은 빵만 입안에 욱여넣었다.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곧 깨졌다.
“크흑. 이 주 만에 일어나셔서 하시는 말씀이 또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라니. 저 힐스만은 이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꼭 후대에 알리고 싶습니다!”
케일은 힐스만은 무시했다. 그게 속 편했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자 띠껍게 쳐다보는 왕세자가 보였다. 그 시선에 케일은 오해 말라는 듯 꽤 살갑게 말했다.
“참고로 금방 다녀올 예정입니다. 굳이 하얀 별과 2차전을 바로 할 생각 없습니다.”
정말이었다.
“그냥 용병왕을 만나 대화를 통해 그가 가진 치유의 힘을 가져올 생각입니다.”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 용병왕 착하나? 대화를 하면 그냥 주나? 치유의 힘인데?
모르지.
내가 용병왕을 어찌 알아?
케일은 용병왕과 어떤 대화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충 할 말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복귀해 제국과 관련된 일 뒤처리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인원을 데려갈 생각도 없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다녀올 예정이니 다른 분들께 더 업무가 몰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암, 왕세자도 이제 그만 로운 왕국으로 돌아가야지.
너무 자리를 오래 비워두었다.
“그러니 저하는 이만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보답은 제가-”
하아.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탁!
서류 뭉치가 던져지며 대충 구석에 처박혔다.
“저하?”
케일은 서류를 던지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왕세자 알베르가 보였다.
갑자기 왜 이래?
딱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는 케일을 왕세자는 기가 찬 심정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해가 안 되네.’
알베르는 이제 케일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는 되는데 그 이해도 이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주 넘게 기절해 있던 놈이 눈을 뜨자마자 다시 용에게 줄 치유의 힘을 얻으러 움직인다?’
그게 말이 되는 일일까?
물론 말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알베르는 다크엘프 모습으로 은밀히 제국 수도를 방문한 후, 로잘린이 남겨둔 전쟁의 기록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충격을 받았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매번 ‘암’과 하얀 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들과의 싸움은 이제 알베르의 상상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강력한 적과 싸우던 이들이 알베르 본인이 아는 존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거대한 불벼락과 방패를 펼쳤던 놈이 정신을 잃었을 때, 이곳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케일.”
“네, 저하.”
물론 그렇다고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왜냐면 결국 제국 수도를 지켜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케일은 정신을 잃어도 3일을 넘기지 않았으니까.
“자네 꿈이 뭐랬지?”
하지만 이번엔 이 주다.
그 시간 동안 알베르는 사람들 시선을 피해 이 침실에 숨어 지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며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백수요.”
태연한 대답에 결국 알베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이 주간 수시로 케일이 있는 저 침대로 조심스럽게 오가던 이들이 떠올랐다. 용 둘은 아예 저 근처에서 살았다.
케일이 알베르의 구겨진 얼굴에 드러난 눈빛이 심상치 않아 멈칫했을 때 알베르가 짜증에 가득 차 말했다.
“반드시 백수 시켜주마.”
오.
케일의 얼굴에 혈색이 감돌았다.
“정말요?”
그리고 좋다고 냅다 되물었다.
그에 알베르가 답했다.
“칠칠치 못한 놈.”
“네?”
“고기나 먹어.”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침실 문을 휙 열고 나가 버렸다. 케일이 황당한 표정으로 닫힌 침실 문을 쳐다봤지만, 곧 이어진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 님.”
“어.”
최한이었다.
“저는 당연히 같이 가야겠지요?”
“어. 당연하지.”
에르하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용병왕을 만나러 갔다가 하얀 별을 얼떨결에 만날 수도 있었다.
최대한 피해야 할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자신과 라온, 최한이 있어야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다 데려가고 싶지만, 그건 서대륙 실정상 어려웠다.
“…다행이군요.”
음?
케일은 다행이라고 말하며 살벌한 눈빛으로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최한이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왜냐면 한 존재의 대답을 들어야 했으니까.
“에르하벤 님?”
후우.
깊은 한숨과 함께 고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케일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영혼을 파괴하는 건 어떤 겁니까?”
에르하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는 진자하게 가라앉은 케일의 눈동자가 보였다. 하얀 별. 그 존재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은 케일이었다.
“그리고 용잡이 가문. 그곳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습니다.”
에르하벤은 안 그래도 케일이 깨어나면 전할 말들을 머릿속으로 한번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말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다시 열렸다.
케일은 눈을 크게 떴다. 왕세자 알베르였다.
금방 나가더니, 다시 금방 들어왔다. 알베르는 케일에게로 다가오더니 손에 들린 서류를 한 장 툭 던졌다.
“뭡니까?”
알베르가 화사한 미소는커녕 구겨진 얼굴로 툭 던지듯 말했다.
“용병왕 정보.”
오.
케일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역시 은근히 정이 많다니까.
케일은 미소를 그리며 용병왕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쳐다보았다.
“역시 우리 저하께서는 태양의 따스한 햇살보다 더 아름다운 넓은 마음을 지니셨습니-”
아부를 하던 입이 멈췄다.
알베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로운이 서대륙이라 동대륙 일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용병왕은 동대륙의 최강자이자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으로 꼽히지. 그래서 간단한 정보는 가지고 있어.”
“…정말 간단하군요.”
용병왕에 대한 정보는 세 가지였다.
용병왕의 이름은 버드 일리스였다.
케일은 그에 대한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강력했다.
세가지 중 첫 번째가 이거다. 그것만으로도 케일은 동대륙에서의 앞날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두 번째.
케일의 입꼬리가 미묘해졌다.
파악하지 못한 특수 능력. 왠지 고대의 힘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가 가진 치유의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때?”
왕세자 알베르의 물음에 케일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어 왕세자를 쳐다봤다.
알베르는 웃고 있었다. 케일도 그를 따라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데요?”
용병왕 세 번째 정보.
케일은 쾌활하게 말했다.
“오랜만에 망나니로서의 본능이 들끓습니다.”
얼굴이 벌게져서 그렇지, 술을 아주 잘 마시는 케일 헤니투스였다.
벌써 용병왕과 친구 먹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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