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3
342화.
어떻게 용병왕에게 접근해야 하냐?
그 문제로 고민하던 케일에게 왕세자의 정보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묘하게 변하는 알베르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망나니 본능이 들끓는다는 그에게 알베르 크로스만은 한 가지 반응을 보였다.
“…망나니?”
천천히 되묻고는.
“푸하-!”
비웃었다.
“지나가던 망나니들이 다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며 웃을 소리를 하는군.”
케일은 생각했다.
칭찬을 잘하는 기름칠 잘된 혀가 어째 점점 케일에게만큼은 날이 갈수록 띠꺼워지는 것 같다고.
툭. 툭.
알베르가 케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는 그냥 백수나 해.”
차마 백수가 싫다는 말을 할 수 없던 케일은 입을 꾹 다물었고, 그 반응에 알베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말했다.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나야 한다던데?”
왕세자의 시선이 에르하벤을 향했다. 케일이 기절했을 때, 에르하벤이 유일하게 왕세자에게 부탁한 일이었다.
케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나야죠.”
하얀 별.
최후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내려면 선행 작업으로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과 용 혼혈을 만나야 했다.
물론 그보다 우선적인 일이 에르하벤을 위한 치유의 힘이었다.
케일의 시선이 다시 에르하벤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에 에르하벤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해도 되겠나?”
용잡이 가문과 영혼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질문.
케일을 비롯한 일행은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고룡을 바라봤다. 중간에 돌아온 알베르도 대충 눈치를 챘는지 침대에 걸터앉았고, 그제야 고룡은 입을 열었다.
용잡이, 드래곤 슬레이어.
그들에 대한 이야기.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은 특이한 곳이야.”
에르하벤은 과거에 다른 고룡에게 들었던,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부터인가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륙의 강한 인간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마을을 이루었다.”
위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대륙 어딘가에 작은 마을이 하나 생겨났다고 한다.
“그 강자들은 좀 특이한 사람들이었어. 정신적 수양과 동시에 신체적 강함을 추구하는 이들이었지.”
쉽게 말해 무도가와 비슷한 자들이었다.
“특히 대련을 좋아했다고 해. 어쩌면 그런 대결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대등한 대련을 하고 싶어 모이다 보니 마을이 생겼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것보다는?
케일은 이어질 말을 기다렸고 에르하벤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바로 말했다.
“그곳에 용만큼 강한 인간이 있기 때문이었어. 고래족, 사자족, 다른 수인족이나 엘프, 드워프들은 가볍게 이기는 강자였지.”
케일의 입이 열렸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그 강자였습니까?”
“그래.”
에르하벤은 덧붙였다.
“그리고 그자가 첫 드래곤 슬레이어다.”
“…처음이요?”
“그래.”
고룡은 살벌한 눈빛을 번뜩이는 어린 용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 드래곤 슬레이어는 말했다고 한다. ‘나는 용을 잡을 힘을 만들어낸 자’.”
더불어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리고 그 첫 드래곤 슬레이어는 마을을 이룬 이들에게 말하지.”
그 말이 시작이었다.
“가장 강한 자에게 내 힘을 물려주리라.”
에르하벤은 눈을 감고서 차분히 읊조리듯 말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흐르며 그 마을에 몇 개의 가문이 생겼어.”
혈족으로 이어진 이들의 집합을 가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첫 드래곤 슬레이어는 혈족을 하나도 두지 않았다.
대신에 그 마을의 강자들이 그의 의형제로, 혹은 수하로, 친우로 함께하며 마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고, 그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몇 개의 가문을 통틀어 용잡이 가문이라고 하지.”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렇다면 용잡이 가문, 그 마을의 최고 강자가 가주이자 드래곤 슬레이어이겠군요?”
“그렇지.”
케일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용잡이 가문의 모두를 죽였다고 말했던 하얀 별.
‘나는 용잡이 가문의 가주다. 그리고 용잡이 가문을 몰살시킨 장본인이지.’
‘나 빼고,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였어.’
결국 마을 하나를 몰살시켰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강자들이 아주 많이 있는 곳을 홀로.
이유가 뭘까?
케일은 하얀 별이 원하던 것들을 떠올렸다.
‘케일을 용잡이로 만들면 되겠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바를 손에 넣으면 돼.’
피곤에 찌든 얼굴이었지만, 열망에 가득 찬 하얀 별이 했던 말.
‘반역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되는 것이지.’
생각에 잠긴 케일에게 에르하벤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내가 자네를 보고 착각했었지. 너무 오래전이라,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 가문 사람인 줄 알았어.”
케일은 그런 그에게 물었다.
“그럼 반역자는 무슨 뜻입니까?”
반역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되고 싶다고 한 드래곤 슬레이어.
그 의미가 궁금했다. 환생을 거듭할 만큼의 일일까?
케일은 에르하벤의 표정에 머금어지는 씁쓸함이 보였다.
“자연은 용잡이를 반역자로 명했어.”
반역자. 어감이 듣기에 따라선 참 별로였다.
“세계의 가장 강한 생명체인 용을 죽일 수 있는 존재이고, 음.”
에르하벤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동대륙에서 돌아올 때 세계수에게 들러야겠어. 나도 전해 들은 내용이라 확실치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라면 제대로 다 알고 있을 거다.”
서대륙 북부에 자리한 세계수.
그를 한번 만나봐야 했다.
“아무튼 용잡이들은 수명과 신체적 재능, 타고난 것들의 한계를 벗어나 강자가 된 자들이지.”
그리고 덧붙였다.
“또한 오로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야.”
케일은 용잡이의 힘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스스로를 극복하고 이겨낸 인간이 마침내 거머쥔, 세계 최고의 힘을 지녔다는 용마저 죽일 정도의, 모든 것을 엎어버릴 수 있는 힘.
‘…골 때리네.’
그걸 천 년 동안 지녀온 놈을 무너뜨려야 한다.
벌써부터 두통이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에르하벤이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오래전부터 드래곤 로드의 유일한 친구가 용잡이라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그래. 물론 서로를 죽이고 말겠다고 치고받고 싸우기는 한다던데.”
드래곤들의 수장 혹은 대장격인 드래곤 로드.
그리고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
그 둘이 서로 친구라니. 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희한한 관계였다.
“뭐. 드래곤 로드가 사라진 지 꽤 되었으니, 나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에르하벤이 어깨를 으쓱였다. 동시에 그의 시선이 슬쩍 라온을 향했다.
그 순간, 그의 귓가로 질문이 하나 더 들려왔다.
“영혼을 부수는 건 뭡니까?”
에르하벤은 그 질문을 던진 최한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영혼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지.”
더 설명할 것도 없는 말이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곧 깨졌다. 케일이 손에 들린 스테이크 접시를 한쪽으로 치우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일단 가죠.”
또라이라는 용병왕부터 만나봐야 하지 않겠는가?
뭐든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이었다.
***
파아아앗-
케일은 텔레포트 마법의 환한 빛에 눈을 깜박였다.
희망과 모험을 사랑하는 여관.
이제는 꽤 익숙한 여관방 벽이 보였다. 케일은 환한 빛이 사라지고 점점 시야가 돌아오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도 오랜만이-’
그러나 케일의 생각은 이어질 수 없었다.
“억!”
케일은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무언가가 돌격해 와 케일의 다리에 부딪쳤다.
냐아아옹.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냐아아옹. 냐아옹.
붉은 고양이가 케일의 다리로 뛰어와 다리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앞발로 연신 케일의 발등을 콩콩 두드려 댔다.
“…….”
말없이 다가온 은빛 고양이가 케일의 한 걸음 앞에 멈춰 서서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케일은 무덤덤한 얼굴로 붉은 고양이 홍을 안아 들었다.
얘는 아직 아기 고양이지만 살이 쪄 꽤 무거웠다.
온에게도 남은 품을 펼치자 슬그머니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본데!”
“맞는데. 우리 동생이 맞는 소리 했는데.”
“역시 똑똑하다! 약한 인간은 바보 같을 때가 있다!”
하아.
케일은 오랜만에 평균 9세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 그저 한숨을 삼켰다. 그러다가 정면을 응시한 순간, 멈칫했다.
“…도련님.”
인자한 얼굴로 웃고 있는 시종 론이 보였다.
그것도 단검을 만지작거리면서.
‘이 노인네는 못 본 사이에 뭐 이리 더 살벌해졌어?’
케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상하게 시종 론은 매번 사람을 쫄게 만들었다.
“이 주일간 힘드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케일의 시선이 론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으로 봐선, 론도 온, 홍도 케일이 이 주간 정신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다.
론이야 알려져도 상관없다만, 도대체 온, 홍 같은 어린애들한테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게 누구지?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의 시선이 같이 온 일행에게로 향했다.
“크흠, 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온이 앞발을 꼼지락거렸고,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데구루루 케일의 시선을 외면했다.
너구나.
케일은 한숨을 흘렸다.
분명 제 나름대로 답답해서 가족이나 다름없는 온과 홍에게 연락을 했으리라.
“어휴.”
케일이 한숨을 내쉰 순간, 여관방 문이 거칠게 벌컥 열렸다.
“왔습니까?”
주방장 옷차림의 비크로스가 문을 열며 외쳤고, 그 순간 케일과 비크로스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케일은 식칼을 들고 있는 비크로스의 모습에 멈칫했다.
비크로스는 케일과 라온, 에르하벤을 한 번씩 보다가 최한에게 시선이 닿자 툭 던지듯 말했다.
“다 삐쩍 곯았군요.”
그 말과 함께 문을 도로 닫으며 말했다.
“밥 먹으러 오시든가 말든가 하십시오.”
…저건 무슨 말투일까.
케일은 황당했다. 더불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라온은 이제 통통한 상태였고, 자신과 에르하벤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최한, 너도 살 빠졌다?”
“아닙니다.”
케일의 표정이 상당히 탐탁지 않아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라온이 그 사이로 외쳤다.
“최한, 네 바퀴 돈 하얀 별과 싸운 후로 입맛이 준 것 같다!”
케일이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최한은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했다.
“많이 먹겠습니다.”
“믿는다.”
순간 최한의 몸이 움찔했지만, 케일은 이미 시선을 돌려 론을 보고 있었다. 론은 케일에게 인자하게 말했다.
“일단 먼 길 오셨으니, 식사부터 하시죠.”
“그래.”
달칵.
문이 열렸고 라온은 투명화 마법을 펼쳤다.
총 3층으로 된 여관. 복도로 나온 케일은 이상함을 느꼈다.
“…3층에 손님이 없어?”
여관이 잘되고 있을 줄 알았는데, 3층 복도가 휑했다. 케일이 그 휑함에 마음마저 휑해져 갔을 때, 론이 담담하게 말했다.
“도련님 오신다고 해서 일주일간 3층은 비워뒀습니다.”
…돈 벌어야 하는데. 딱히 나 배려 안 해줘도 되는데.
그러나 케일은 저를 생각해 준 행동이었기에 속마음을 삼켰다. 론이 그런 그를 안내하며 말했다.
“용병왕을 만나러 오셨다고요?”
“그래. 지금 용병왕이 어디에 있는지 소재 파악이 가능할까?”
한시라도 빨리 용병왕을 만나야 했다. 케일은 에르하벤의 여전히 창백한 안색을 슬쩍 쳐다보고는 론을 응시했다.
“도련님.”
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현재 동대륙 용병 길드 곳곳이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암’의 소행으로 보고 있죠.”
케일은 알고 있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별이 용병 길드를 노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당연히 용병 길드를 습격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용병 길드는 습격받은 장소들을 조사하며 ‘암’과의 전쟁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뒷세계를 지배한 단체와 용병 길드의 싸움.
듣기만 해도 규모가 클 것 같았다. 케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잘못하다간 큰일에 끼어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론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용병왕이 조사대를 이끌며 습격을 받았던 길드 지부들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 첫 번째 습격 장소를 방문할 것이라고 며칠 전에 정보가 돌았었습니다.”
오.
좋은 정보였다.
“첫 번째 습격 장소가 어디지?”
‘암’이 용병 길드를 본격적으로 습격한 첫 번째 장소. 거기가 어딜까?
케일은 질문을 던져놓고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론의 입꼬리가 씰룩이고 있었다. 인자한 미소가 사라져 갔다.
“도련님이라면 아실 텐데요? 올해 초에 첫 번째로 있었던, 대놓고 ‘암’이 용병 길드를 습격한 사건.”
…설마.
케일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그거?”
여관이 있는 자유 도시 리브엔.
그곳의 용병 길드가 부서지고 습격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내가 한 그거?”
케일은 암 행세를 하며 용병 길드를 쳐부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인간! 우리 용병 길드 길드장 금고도 털었었다!
맞다.
거기 금고도 털었었지.
“…설마?”
케일은 론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뱉는 음성은 인자했다.
“도련님, 그 설마가 맞는 것 같습니다. 리브엔시로 조사를 온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어 …음.
케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잘됐네.”
설마 ‘암’이 아니라 내가 용병 길드 턴 게 들키겠어?
케일은 마음 편히 먹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아주 수월하게 되었죠.”
인자한 미소를 환하게 그려 보이는 론이었다. 케일은 괜히 찝찝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로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일단, 비크로스가 음식을 준비해 뒀으니 드시고 생각하죠.”
비크로스 음식이 맛있긴 하지.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는 에르하벤을 보고는 여관 1층으로 향했다.
“오.”
아래로 내려갈수록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더 짙어졌다.
“오.”
고룡도 짧게 감탄을 흘렸다.
-인간아! 우리 부자 되는 거 아닌가! 손님 엄청 많다! 돈 많이 벌 것 같다!
여관 2층에 빈방은 없었고, 여관 1층으로 내려오자 손님들이 아주 많았다. 케일의 입가에 오랜만에 밝은 미소가 어렸다.
돈이, 돈들이 쌓이는 게 느껴진다.
그때였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1층을 둘러보다가 멈칫했다.
한 테이블을 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로브를 입고서 머리까지 가린 한 사람. 그리고 그 앞에 마주 앉아 있는 한 남자.
그 남자를 보는 케일의 표정이 요상해져 갔다.
“…론.”
케일은 론을 부르면서도 시선은 그 남자에게 두었다.
여관 1층.
구석 테이블에서 대낮부터 웬 시원하게 생긴 미남이 전투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치 술을 마시는 일을 일생일대의 업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도련님.”
고개를 돌리니 론이 웃고 있었다.
“조사를 왔네요.”
이미 다 알고 있단 얼굴로 웃고 있는 론.
“어제 도착한 손님들이죠.”
아.
저 푸른 머리칼의 남자가 설마-
“라온.”
케일은 나직하게 정체 파악 전문 용을 불렀다. 그러자 역시나 기대에 부응하듯이 라온이 다다다 말을 쏟아내었다.
-인간아! 저 술주정뱅이 앞에 있는 로브, 최상급 마법사다!
하지만 저 술을 전투적으로 처먹는 녀석에 대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러나 뜻밖에 최한이 다가와 슬그머니 속삭였다.
“케일 님.”
“응?”
최한의 시선이 푸른 머리칼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케일도 덩달아 그 남자에게로 시선이 갔다.
“저자 소드 마스터입니다.”
…용병왕 맞네.
뭐 이런 우연이. 케일은 제 생각을 알아차린 듯한 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낮게 속삭였다.
“최근 일 년 만에 리브엔시에서 새로 생긴 큰 규모의 여관. 그리고 그 개업날부터 리브엔시 뒷세계가 한바탕 뒤집어지기 시작했죠. 충분히 그 여관을 조사하러 올 이유가 되겠지요?”
그 순간이었다.
술주정뱅이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음!’
케일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케일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왜냐면 용병왕과는 좋은 관계를 쌓아야 했으니까. 그래야 치유의 힘을 좋게좋게 넘겨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때, 푸른 머리칼 남자의 입이 열렸다.
“어?”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케일에게로.
‘뭐야?’
케일은 당황했다.
분명 그에게로 오고 있는 것이 맞았다. 계속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가왔으니까.
그리고 케일이 남자를 마주한 순간, 그는 아주 반갑게 케일에게 두 팔을 벌렸다.
“친구야!”
뭐?
케일은 의도치 않게 덥석 포옹을 해야 했다. 푸른 머리칼, 용병왕 버드 일리스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다!”
…음, 뭔지 모르겠지만 이놈이랑 나랑 이미 친구인 건가?
그 순간, 케일은 포옹을 푼 용병왕의 얼굴이 급속도로 구겨지는 게 보였다.
“응?”
또 뭐?
케일이 황당하게 쳐다봤을 때, 용병왕은 주섬주섬 품에 손을 넣더니 안경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안경을 쓰고 케일을 쳐다보더니 툭 던지듯 말했다.
경쾌한 목소리였다.
“친구 아니네?”
…이 자식이…….
케일은 이상하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용병왕 버드 일리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냄새가 나.”
뭔 냄새?
최대한 좋은 관계를 다지기 위해 착해져 있던 케일의 표정이 점점 띠꺼워져 갔다.
툰카도 그렇고, 리브산 채주도 그렇고. 뭐 보면 자꾸 냄새가 난다고 그래? 뭐 강한 냄새라도 나냐?
한껏 띠꺼움이 치솟아 오른 케일에게 용병왕이 말했다.
“술주정뱅이의 냄새가 나는데!”
…허.
탄식을 흘리는 케일의 반응이 어떻든 말든, 술 냄새를 한껏 풍기지만 멀쩡해 보이는 안색의 남자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러면 뭐.”
케일 앞에 펼쳐진 손이 보였다.
용병왕이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밝게 말했다.
“반갑다, 친구야!”
…이거 진짜 또라인데?
케일은 왕세자 알베르의 정확한 정보 제공에 실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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