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8
347화.
“케일 님, 바람섬 가는 길이 어려울 것 같으십니까? 꼭 한 명이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최한이 차분하게 말했고 라온이 머릿속으로 활기차게 말했다.
-맞다! 난 투명화했으니까 가도 된다! 위대한 용이 못 갈 곳은 없다!
케일은 한숨과 함께 최한을 가만히 쳐다봤다.
영웅의 탄생 5권 이후의 내용을 케일은 하나도 모른다.
그 뒤에 최한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했을까.
‘박복한 놈.’
케일은 저보다 최한이 더 박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게 살다가 17살에 어둠의 숲에 떨어져서, 더 이상의 바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절하게 살아남아 강해졌다.
그리고 제2의 고향이라고 할 해리스 마을이 몰살당했다.
그 뒤, 대의 혹은 선한 일이라고 할 만한 영웅적인 일들을 하며 성장했다. 그 성장의 길은 당연하다는 듯 늘 피가 뒤따랐다.
“…케일 님?”
“박복한 놈.”
케일을 보며 걱정을 표하던 최한은 케일이 내뱉은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인간아! 지금 최한이 너 보고 황당해한다! 나도 같은 감정이다! 누구 보고 박복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케일은 가뿐히 여섯 살의 말은 무시했다.
대신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짱돌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박복한 녀석.
…짱돌한테까지 이 소리 들으니까 은근히 기분 나쁜데?
“내가 뭐가 박복하다는 거야?”
케일이 투덜거렸다. 그의 표정은 뚱해져 있었다.
“백작가 장남에다가, 돈도 많아, 어디 가서 죽을 정도로 약하지도 않아, 물론 일이야 조금 바쁘지만. 그리고 그 일이 조금 거대해서 유명해지- 제기랄.”
케일은 그냥 더 이상 투덜거리지 않기로 했다.
말해봤자 속만 뒤집혔다.
-후후, 귀여운 녀석.
짱돌의 말도 다시 무시했다.
그리고 저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젓거나 혹은 안쓰럽게 쳐다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외면했다. 그러자 보인 건 용병왕이었다.
“역시 넌 내 친구야. 난 영혼의 친구를 찾은 것 같다!”
뭐야, 이 새끼는.
케일은 제 손을 덥석 잡는 버드 일리스가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용병왕인데! 용병 길드 우두머리인데! 더불어 돈도 많지. 또 강해. 그런데 일이 많아. 그리고 그 일에 내 목숨이 걸렸지. 제기랄!”
“…하.”
케일은 버드 일리스의 손을 쳐내고는 그냥 안개가 가득한 바다만을 응시했다.
그게 제일 속 편했다.
하지만 안개 사이로 섬이 하나 보인 순간, 섬의 선착장이 보일 만큼 가까워진 순간.
케일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저기가 내 고향 섬이야!”
거대한 섬이 보였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 인간! 왠지 술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술 냄샌데!”
“술 냄새가 엄청 나는데!”
이미 용병왕에게 묘족임이 밝혀진 온과 홍, 그리고 라온까지 평균 9세가 코를 찡긋거리며 선착장에서부터 풍겨져 오는 냄새에 대해서 열심히 말을 토해냈다.
케일은 뱃머리가 선착장에 닿는 것을 보며 평균 9세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뭐 마실 때는 비크로스한테 물어보고 마셔.”
비크로스가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그제야 평균 9세들에게 용돈으로 골드를 하나씩 추가로 더 주며 선착장으로 내려섰다.
-인간! 역시 착하다! 용돈 말고 또 줬다!
“같이 사 먹을 건데!”
“맛있는 냄새도 나는데!”
케일은 신난 온과 홍을 따스히 쳐다보는 최한에게 다가가 물었다.
“얼마면 돼?”
“네?”
케일은 금화 열 개가 든 주머니를 건넸다.
박복한 놈. 맛있는 거라도 많이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안 그래도 살도 빠졌는데, 도로 찌워야지.
“너 가져.”
최한의 입이 꾹 닫히며 황당함으로 물들어갔지만, 흡족한 얼굴로 온과 홍을 품에 안은 채 앞서 걸어가는 케일에게는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흐뭇한 얼굴로 걸어가던 케일의 표정이 점점 더 묘하게 바뀌어져 갔다.
“오! 버드 왔나? 최고의 술꾼이 왔구먼!”
“와, 버드 언제 왔어? 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던데?”
섬 위쪽으로 향하는 버드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섬사람들.
“그렌, 자네도 오랜만이야. 건강하게 잘 지냈지?”
그렌 퍼프. 사람들은 버드 옆에 있던 마법사에게도 살갑게 인사를 했다.
보라색 머리칼의 마법사는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버드가 이상한 겁니다.”
“역시, 그렇군요.”
케일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 그렌 퍼프가 이어 말했다.
“술을 만드는 일은 굉장한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죠.”
케일은 그 말을 들으며 앞서가는 버드 주위의 섬사람들을 바라봤다.
이방인인 케일 일행에게 밝게 웃어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술기운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케일은 섬에 위치한 산으로 향하면서 주위에 세워진 여러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양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상당히 부지런하고 활기찬 섬이었다.
“선별한 곡류 혹은 과일들, 이를 발효하고 숙성시키는 환경, 습도, 환기, 온도. 모든 것들이 하나의 어긋남도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렌 퍼프의 잔잔한 설명에 케일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술 냄새는 사방에서 나지만, 지게에 술독을 짊어진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들은 모두 양조라는 하나의 과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렌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술은 예술입니다.”
음?
케일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마법처럼 아름답고 예술적이죠. 한 사람이 담근 술이라도 그날, 시간과 온도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점점 그렌의 얼굴에 열기가 서린다.
“술은 삶을 닮았습니다. 예술입니다, 예술! 그래서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하죠!”
짝짝짝.
섬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역시 우리 그렌이 생각하는 바가 멋지다니까.”
“똑똑한 사람은 표현도 멋져! 암, 술은 예술이지!”
-오, 술이 예술이라니, 신기하다, 인간!
냐아아옹
냐아옹
평균 9세들이 신기한지 섬 이곳저곳과 섬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케일은 걸음을 서둘러 버드에게로 다가가 그의 등 뒤에서 속삭였다.
“야.”
“응?”
“빨리 안내해.”
버드는 살벌한 케일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빨리했다.
버드는 점점 더 섬의 산꼭대기로 향했다.
험준하지 않고 언덕처럼 완만한 산은 그렇게 오르기 힘들지 않았다. 물론 케일은 바람의 소리를 발끝에 매달고 수월하게 올랐다.
‘이상한데.’
높이 오를수록 술 냄새는 사라졌다.
하지만 케일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휘이이잉- 휘이이-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더 거센 바람 소리가 케일의 귓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마침내 산꼭대기에 올라 섬의 반대편을 보았을 때.
“저기다.”
버드의 손가락이 안개 낀 바다 너머 한 곳을 가리켰을 때.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인간아! 저기 너무 위험해 보인다! 가지 마라!
다급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이- 휘이이-
안개 낀 바다 한가운데. 유일하게 안개조차 물리치고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 섬.
그럴 수밖에 없었다.
휘이이-
바람.
사방에서 소용돌이, 혹은 칼날과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섬을 감싸고 있었다.
사실 섬 자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충돌하고 터지고, 서로를 할퀴는 바람의 소용돌이 수천, 수만 개로 인해 저기가 섬이 있는 곳임을 눈치챌 뿐이었다.
“케일 님.”
최한이 심각한 얼굴로 케일에게 다가갔다.
‘…인위적이지가 않다.’
최한이 심각한 이유였다.
오러도, 마나도 아니었다. 저 섬에 존재하는 것은 자연적인 바람이었다.
그런 바람이 재해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3대 금지. 그 이름에 어울리는 곳이었다.
고룡 에르하벤이 케일에게로 다가갔다.
“여기도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는 고개를 돌려 케일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들은 늘 그렇듯 한결같은 케일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가야죠.”
덤덤한 어조.
그런 그의 머릿속에 짱돌이 말했다.
-어려운 길로 가보자꾸나.
-네 삶을 희생하지도,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길. 다만 네 몸이 고단하고 힘들 것이다. 다칠 수도 있다.
-그래도 마음은 편할 거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마음이 편한 길.
“그게 쉬운 길이지.”
***
“여기부턴 혼자 가야 돼.”
케일은 갑판에 서 있었다.
그는 매서운 바람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아, 실눈을 한 채로 정면을 응시했다.
바람섬.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이 파도가 되어, 다가오는 배를 섬 멀리 밀어내려 했다.
“같이 가고 싶은데!”
“나돈데!”
-나도다!
평균 9세들이 케일의 몸에 치댔다.
마법사 그렌 퍼프가 팔짱을 낀 채로 입을 열었다.
“곤란해. 저 섬은 바람 속성을 지닌 자에게만, 한 번에 한 명에게만 그 유물을 보여줘.”
버드 일리스는 케일에게 바람으로 둘러싸여 그 내부조차 자세히 보이지 않는 섬의 한 곳을 가리켰다.
“저곳이 입구다.”
그러고는 꽤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 말 다 기억하지?”
어젯밤.
버드 일리스는 케일에게 저 바람섬에서 살아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케일은 그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바람섬 가장 깊숙한 곳에 신전이 하나 있어. 그곳 제단에 항아리가 하나 있다.’
‘그 항아리를 아프거나 죽어가는 이에게 건네면 그 안에 액체가 차오른다. 그걸 마시면 치유가 돼.’
항아리 모양의 유물.
‘하지만 그 항아리는 한계가 있는지, 아니면 세월 때문인지, 사용할 때마다 표면에 금이 간다고 해. 아무래도 영구한 유물이 아니라 사용 한도가 있는 유물인 듯싶다.’
항아리의 금이 심해지면 결국 깨져서 사라질 터.
‘우리 가문이 알기로 지금껏 저 항아리의 사용 횟수는 세 번이다.’
‘그리고 항아리는 사용 후 일주일 안으로 도로 그 자리에 돌려놔야 돼.’
케일의 시선이 버드에게로 향했다.
바람섬. 어느 순간부터 그 옆의 섬에 정착해 처음으로 양조장을 만들고 여태까지 일구어온 가문. 그곳이 버드의 집안이라고 했다.
‘우리 가문 사람들은 2대에 걸쳐 한 명씩 바람 속성 고대의 힘을 이어오지.’
버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었다.
‘저 바람섬의 문지기가 나다.’
‘섬에 처음 터를 잡은 조사의 뜻이지. 그런데 조사께서는 왜 우리가 바람섬의 문지기가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설명해 주지 않았어. 다만.’
케일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진지한 버드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다만, 저 유물을 못된 인간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지켜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뺏길 것 같으면 파괴하라고 하셨지.’
케일은 어젯밤의 회상을 끝내고 버드가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용병왕은 케일의 손에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한 신호탄을 쥐여주었다.
“안 되면 신호탄을 쏴. 유물은 다음 기회에 만나도 되니까. 그리고 오래 걸려도 3일 안에는 나올 수 있을 거다.”
3일.
오래 걸려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케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케일이 멈칫했다. 시종 론이 케일의 옷매무새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식량과 물품을 잘 사용하시면 됩니다. 아시죠?”
“어, 어. 그럼 잘 알지. 론이 말한 건 다 알아.”
케일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아! 안 되면 신호탄 쏴라! 내가 섬 부순다!
살벌한 용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케일 님, 섬 밖에서,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굳이 배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필요 없는데.
최한의 말을 케일은 못 들은 척했다.
“케일.”
“장수시켜 드릴게요.”
케일은 에르하벤의 뭐라 말하기 전에 끊어낸 후, 가볍게 배 난간을 박차고 위로 솟아올랐다. 그는 일행을 뒤돌아보며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다.
“갔다 올게.”
휘이이-
바람섬의 바람에 비하면 작은 소리였지만, 바람의 소리가 케일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몸은 화살처럼 섬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휘이이이- 휘이이이-
케일의 로브와 그 안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하지만 그는 용병왕 버드 일리스, 그가 가리킨 지점을 향해 주저없이 몸을 날렸다.
‘혼자 움직이는 건 오랜만인데.’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얻을 때 이후 혼자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다.
-위험할 거다.
-조심해.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대의 힘 주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는 아니네.’
따지고 보면 혼자는 아니었다,
휘이이이- 휘이이-
용병왕이 가리킨 곳에 도착하자, 거대한 회오리바람 둘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사아아-
하지만 케일은 그 사이 좁은 틈새가 보였다.
‘케일 헤니투스, 내가 말한 길로만 가. 그래야 바람칼에 베이지 않아.’
용병왕.
그가 알려준 길, 그리고 건네준 지도를 떠올리며 케일은 그 좁은 틈새로 전진했다.
그 순간 케일의 머릿속에 바람의 소리 주인, 도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어.
허스키한 목소리에 서글픔이 묻어 나왔다.
-하지만 가족들이 죽고, 우리 가족의 터전이 무너졌을 때.
그 슬픔은 점점 분노가 되어갔다.
-나는 도둑이 되었다. 그리고 서대륙 최고의 도둑이 되었지.
-신전의 유물을 훔쳤으니까.
휘이이이-
거대한 두 회오리바람을 뚫고 들어가는 케일의 시야에 섬이 보였다.
3대 금지 중 하나인 바람섬.
‘바람섬에는 생명체가 하나도 없어.’
용병왕은 말했다.
‘왜냐면 죽은 마나에 감염된 땅과 돌만이 존재하거든.’
케일의 시야에 검은 섬이 보였다.
도둑이 말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바람을 다룰 줄 알았고, 하나 더 특별한 힘이 있었지.
그녀가 가진 힘.
바람의 소리.
바람, 그리고 소리.
-나는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내는 소리.
-바람 정령들의 소리가 들린다.
자연 속에 깃든, 가장 자연과 가까운 존재인 정령.
엘프도 아니었고, 정령과 계약도 할 수 없어 정령사도 될 수 없었지만, 희한하게도 바람 정령의 ‘소리’만은 들렸던 여인.
바람 정령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고 오직 ‘소리’만 들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원래 보이지 않았으니까. 소리만 있으면 되었거든.
고대 최고의 도둑은 원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을 느끼고 들을 수 있었다.
-내 팽이채를 찾아라.
-너에게 가장 강인하면서도 다정하고, 영악한 변덕쟁이 아군을, 막대한 수의 아군을 안겨다줄 거다.
허스키한 음성의 여인이 케일에게 다정히 말했다.
-난 네 선택이 좋다. 어려운 길 쉽게 가자구나. 함께하마.
검은 섬을 응시하는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일주일째. 케일이 섬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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