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1
350화.
정글, 북부, 중앙, 사막.
모두 천장 벽화에 있었다.
오로지 로운 왕국이 있는 자리. 대륙의 동북부만 유일하게 따로 그려져 있지 않았다.
‘이상해.’
케일은 분명히 부서지지 않는 방패의 먹보 신녀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은 결코 틀릴 리가 없다.
대리석으로 유명한, 돌이 많기로 유명한 헤니투스 영지.
그곳에서 죽었던 먹보 신녀가 한 말.
‘난 정화는 할 수 없어.’
‘그래서 난 정화도 못 하고, 먹기만 하면서 검게 물든 채 죽어야 했어. 땅이 검게 변한 걸 그냥 볼 수가 없었거든’
‘난 살이 쪄도 이 맛을 포기 못 할 것 같아. 흙 파먹고 죽은 게 너무 억울해!’
헤니투스 영지 빈민가. 그곳에서 먹보 신녀는 검게 변한 흙을 파먹으며 죽어갔다.
“먹보의 말대로라면 헤니투스 영지의 땅도 검게 변했다.”
정글, 북부처럼 검게 변한 땅이었어야 할 헤니투스 영지, 그리고 로운 왕국.
그런데 그곳은 천장 벽화에 조금도 표현되지 않았다.
‘왜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도둑이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짱돌. 그의 목소리였다.
-지금의 로운은 과거 바위의 나라였으니까.
순간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바위의 나라.
익숙한 표현이었다.
그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테일러 스텐!’
미친 신관 케이지의 친우이자, 로운 왕국 서북부 귀족들을 대표하는 스텐 후작가의 주인.
한때는 버려진 장남이기도 했던 그.
케일은 미친 신관 케이지와 테일러 스텐 두 사람과 함께 마차를 타고 처음으로 로운 왕국 수도로 향하던 때를 떠올렸다.
테일러 스텐은 케일과 대화를 하며 말했었다.
‘로운 왕국은 ‘바위’의 나라죠.’
그건 하나의 신화와 연관되어 있었다.
을 5권까지 읽었던 케일은 처음 듣는 신화.
‘고대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 로운 왕국이 존재하기 전부터 이 땅은 ‘바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죠. 그중에 하나로 이 땅 위에는 그 ‘바위’와 같은 수호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위와 같은 수호신.
‘어떠한 공격이 와도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었던 수호신. 대륙에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그 어둠을 가장 앞에서 막았던 존재.’
지금 이 순간, 케일은 이 검은 신전에 유일하게 표시되지 않은 서대륙 땅과 그 신화가 머릿속에서 어우러져 갔다.
‘수호신은 온몸이 부서져도 바위처럼 굳건히 서 있었다고 해. 그래서 바위로 둘러싸인 이 동북부 땅을, 사람들을 지켜냈다고 하지.’
케일의 입이 열렸다.
“…너야?”
그리고 짱돌의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온몸이 부서져 죽었다.
케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빌어먹을.”
희생하지 말라더니, 아주 제대로 희생하고 죽었다.
케일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뭐 이리 박복한 인간들이 널렸어?
그는 기억 속에 묻혀 있던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테일러 스텐.”
그는 이 바위 수호신에 대해 언급했었다.
‘아마 유명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고대 서적이나 고대의 힘에 대해서 조사하다가 알게 된 신화거든요.’
케일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를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그가 했던 말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케일 주위에서 가장 고대의 힘과 고대 신화에 대해서 박식하고 다양하게 알고 있는 이가 테일러 스텐일 것이다.
그는 제 다리를 고칠 힘을 절박하게 찾아 헤맸으니까.
‘테일러를 만나야겠어.’
하나씩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갔다.
그럼에도 케일은 한 가지,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 있었다.
결과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렇게 강하다고 말하는 그 사람을, 하늘 속성을 지닌 자를 어떻게 이겼던 거지?”
우우웅- 우우웅-
그 순간, 케일은 금빛의 팽이채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휘이이이- 휘이이-
섬 밖의 사람들도, 신전 안의 케일도 알 수 없는 바람 소리. 바람섬 안의 바람들이 점점 더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를 모르는 케일에게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대의 힘을 지닌, 셀 수 없이 수많은 이들이 뭉쳐 그자에게 덤볐다. 물론 그자의 편이 된 고대의 힘 소유자들도 어느 정도 있었지.
힘 대 힘. 대규모 전투가 펼쳐졌다.
-지금은 고대의 힘이라 칭하는 그 힘을 지닌 대부분이 그때 싸웠다. 수만의 사람들이 그에게 덤벼들었지.
싸우고 또 싸웠다.
-수십여 년에 걸친 싸움이었다. 그 결과로 우리도 죽고 그자도 겨우 죽었다. 내 몸도 부서졌고.
짱돌이 담담하게 말했다.
-결국 그를 죽였으니 비겼다고 말하고 싶지만, 희생이 너무 컸다.
다 죽은 싸움이었으니까.
-그 후 고대는 끝났다.
케일은 아득히 오래전 펼쳐졌을 수십여 년의 전투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얀 별과의 싸움도 그러해야 할까?
케일은 서대륙을 떠올렸다.
안 그래도 올 초부터 북부의 전쟁부터 여러 전쟁으로 서대륙인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십여 년을 더 싸워야 한다?
“하아, 이 미친 새끼.”
하얀 별에 대한 욕이 한숨과 함께 절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케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그자는 하늘 속성과 함께 자연 속성 5가지를 모두 모았다.
뭐?
케일은 고대의 그자가 하늘 속성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말에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바람, 물, 불, 땅, 나무, 그리고 하늘. 여섯 가지를 다루는 그는 정말 자연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하긴 그러니 수많은 이들과 대적할 수 있었겠지.’
그러나 곧 케일의 얼굴 위로 묘한 표정이 자리했다.
하얀 별.
그는 현재 땅의 힘이 없었다.
웃음기 담긴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대에 땅의 힘을 지닌 자는 그자와 나뿐이었다.
케일은 하얀 별이 뭘 찾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그자의 땅의 힘을 찾아야겠네?”
짱돌이 나직이 웃으며 답했다.
-역시 똑똑하구나.
이어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걸 부숴야 해.
어렵게 가는 길.
그 길은 두 가지를 함께해야 하는 길이었다.
-또한 하늘 속성을 지닌 하얀 별이라는 놈을 찾아 막는다.
그 두 가지는 고대 때 자연이 되려던 자가 가졌던 ‘땅의 힘’을 찾아 부수는 것과 하얀 별을 막는 것이었다.
짱돌은 하얀 별을 막는 일에 대해 이어 말했다.
-그의 그릇은 불완전하니까 가능하다.
하얀 별은 여러 개의 고대의 힘을 소유했지만 자연의 5대 속성을 모두 지니지 못해 그릇이 불완전했다.
케일과 다른 점이었다.
-케일, ‘우리’가 잡을 수 있다. 물론 조금 힘들고 괴로울지도 모른다.
케일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몸이 부서지냐?”
짱돌이 호탕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진실했다.
-이번엔 희생시키지 않는다.
그 대답에 케일도 결국 소리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곧 사라졌다.
-내가 죽던 날, 하얀 별도 무너졌지.
짱돌의 몸이 부서졌던 날.
동시에 그의 수많은 동료들이 세상을 떠났던 날.
-그 최후의 전투에서 단 한 명, 살아남은 소년이 있었다. 내가 동료 중 유일하게 지킨 아이였지.
짱돌의 등 뒤에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소년.
-그 소년이 가진 힘과 비슷한 힘을 케일 네가 지니고 있다.
살아남은 자가 있다고?
나랑 비슷한 힘?
케일의 머릿속에 번뜩 스쳐 지나가는 정보가 하나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지배하는 아우라.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짱돌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아이가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었던 것 같군.
짱돌이 지켜낸 소년이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부탁했다. 후대에 하늘 속성을 지닌 또 다른 자가 나타나면 이 땅을 지켜달라고. 강자들을 양성해 달라고.
케일은 팔에 소름이 돋았다.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리고 그가 일군 마을. 그 마을에는 대륙의 강자들이 모여들어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했다고 했다.
동시에 그는 기가 찼다.
“…너도 알잖아. 하얀 별은 지금 최후의 드래곤 슬레이어다.”
-얄궂지.
허.
케일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대. 그로부터 아득한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수많은 운명이 뒤바뀌었다.
-그 아이는.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 아이는 분명 3대 금지인 빛의 성에 터를 잡았을 거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마을이 서대륙이 아니라 동대륙이었단 말인가?
하긴 서대륙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케일은 실소를 흘렸다.
“바람섬 다음은 빛의 성인가?”
빛의 성.
그곳이 어떤 곳인지 케일은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곳엔 햐얀 별, 혹은 드래곤 슬레이어와 마을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케일은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기억해 두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우웅- 우우우-
팽이채가 점점 더 크게 진동하고 있었다. 케일은 항아리를 쥐지 않은 제 한쪽 손을 내려다봤다.
휘이이- 휘이이-
작은 회오리바람이 손바닥 위에 일어났다.
바람의 소리였다.
“이 팽이채를 쥐면 바람 정령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가?”
그는 도둑의 대답이 들려왔다.
-맞아. 하지만 바로 들리는 건 아니고, 조금 힘들 거다.
“…조금 힘들다고?”
그냥 얻는 게 아니었어?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냥 가서 찾아오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이거 말이 다르잖아?
슬금슬금 케일의 입꼬리가 찡그려져 갔다.
그러나 도둑은 말이 없었다. 그 순간, 짠돌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둑이 말하기 겁나나 봐! 그냥 불바다 만들자! 크하하하!
…점점 광기에 가득 차고 있는데?
케일은 짠돌이를 무시했다. 그때 도둑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네가 이걸 가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도둑은 그녀답지 않게 변명하듯 횡설수설이었다.
-음, 그때 말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 팽이채를 얻으면 큰 아군을 얻는 걸 알게 되니까 그걸 가질 자에게 시험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어.
케일은 일단 그 부분은 납득했다.
“그래서?”
절로 뚱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말이지. 크흠, 음. 가장 필요한 시험이 인성 시험이 아닐까 했지. 그런데 그때 내가 약간 절박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도 쌓이고 해서 조금 미쳐 있는 상태였거든?
“…그래서?”
-그, 그래서 말이지.
케일은 점점 더 불안감이 밀려왔다.
인성 시험.
그 단어도 불길하건만. 미친 상태에서 만든 시험이라고 하니까 뒤통수가 싸했다.
-음, 아무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 나와 비슷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힘을 좋은 쪽으로 쓰지 않을까 싶더라고.
“쓸데없는 설명은 그만하고.”
케일은 물었다.
“시험 내용은?”
-…미안. 그걸 가르쳐 줄 순 없어. 그게 규칙이야.
그의 입이 열렸다.
“빌어먹을.”
도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케일은 도둑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고,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 그녀가 미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떠올렸다.
아마도 그게 시험의 내용일 터.
케일은 항아리를 한쪽에 내려두었다.
그의 두 손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시험 내용이 짐작되었다.
-우리도 함께한다. 그걸 기억해라.
짱돌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케일은 팽이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팽이채를 잡는 순간, 시험이 시작될 거야.
케일의 손이 팽이채에 닿았다.
파아앗!
금빛이 케일의 시야를 덮쳤다. 그 와중에도 케일은 팽이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세상이 어두워졌다.
동시에 케일에게 감정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도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몸속에 머무는 도둑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한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이 너를 맞이할 것이다.”
케일 헤니투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
케일의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바람의 소리. 그 힘의 주인은 가족과 친구, 이웃을 잃고 도둑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인 죽은 마나 저장고에 그들의 목숨으로 만든 유물을 가져다 놓았다.
그런 그녀가 극한에 달해 미친 상태로 만든 시험.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케일의 입이 저도 모르게 열렸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인성 시험이야!”
화를 쏟아내던 케일은 멈칫했다.
음?
케일은 제 얼굴에 닿는 따스함에 괜히 눈가가 간지러웠다. 마치 아침 햇살과 같았다.
‘햇살이라고?’
그때였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 아침입니다.”
영주? 누가? 내가?
케일은 눈을 떴다.
그러자 헤니투스 백작가에 있는 그의 침실 천장이 보였다. 그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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