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3
352화.
“…피곤하네.”
케일은 손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해리스 마을.
케일이 도착한 곳이었다. 홀로 급히 오느라 영주성에 난리가 났을 수도 있지만.
“허구니까. 상관없어.”
상관없다.
허구니까. 이건 가짜니까.
케일은 이를 반복해서 중얼거리며 정면을 바라봤다.
그의 시야에 거대한 석벽이 보였다.
어둠의 숲과 해리스 마을을 구분하기 위해, 그리고 어둠의 숲 돌연변이 괴물들로부터 헤니투스 영지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석벽이었다.
만약.
만약에 이곳에 라온이 있었다면.
‘인간, 인간! 우리 집에 가나? 다 보러 가나? 다 보고 싶다!’
케일의 입가가 찡그려졌다.
“애플 파이나 사줘야겠네.”
케일은 이 시험을 끝내고 난 뒤 하고 싶은 일을 머릿속에 새겨두며 석벽의 바로 앞에 섰다.
화르르.
케일은 제 손바닥에 피어오르는 적금빛 작은 벼락을 가만히 응시했다.
“…희한하네.”
짠돌이. 파괴하는 불의 적금빛이 분명 케일의 손바닥 위에 맴돌건만, 아무리 불러도 짠돌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도, 무서운 짱돌도, 바람의 소리도.
모두 케일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휘이이- 휘이이-
그의 발끝에 바람이 맴돌았다.
곧 그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석벽을 일직선으로 타고 오르자, 석벽 너머 광활한 숲이 보였다.
어둠의 숲.
푸르른 숲이 보인 순간, 케일은 실소를 흘렸다.
“여긴 여기서도 여전하네.”
케일의 기억과 거의 흡사한 어둠의 숲이 보였다.
그의 몸이 빠르게 한 장소로 이동했다.
동굴 입구.
그곳에서 바람의 소리를 거둔 케일은 천천히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책이 들려 있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하얀 별이 최후의 전투에서 직접 등장한 첫 번째 장소는 헤니투스 영지였고, 그리고, 그리고-”
에이씨.
케일의 입에서 짧게 욕이 흘러나왔다.
그는 책을 펼쳤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페이지를 펼쳤다.
케일은 전 팀장 이수혁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야, 신입. 넌 어째 네가 기억하고 싶은 건 한번만 봐도 기억하더니, 기억하기 싫은 건 아주 젬병이다 싶을 정도로 기억 못 하는구나?’
케일은 마법 전등으로 빛나는 동굴 통로 안을 걸으면서 책을 뒤적였다.
이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이 책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바스락.
페이지가 다시 구겨졌다. 케일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친 도둑.”
이딴 시험을 만들다니.
케일의 눈빛이 한껏 가라앉았다.
타닥. 타닥.
동굴 안에는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렸다.
그리고 그 걸음 소리는 갈수록 느려졌다.
분명 영주성에서 어둠의 숲까지, 이 동굴의 입구까지 달려오는 길은 누구보다도 빨랐다.
그러나 동굴의 끝에 있을 그곳. 짱돌 저택으로 향하는 케일의 걸음은 점점 느려져만 갔다.
저곳에 있을 것이 무엇인지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케일도 알고 있었다.
이 시험을 빨리 끝내야 함을.
지금 현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 있음을 케일도 알았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케일의 걸음이 멈춰졌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건 아니라고.”
케일은 주먹을 쥐었다. 그의 얼굴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는 꽉 쥔 주먹을 들고 아래로 내려쳤다.
퍽!
케일은 멈춘 제 다리를,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건 아니지.”
걸음이 느려진다니.
지금 한시가 급한데.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데. 여기서 멈춰 있다니.
이건 케일 헤니투스가, 김록수가 보여야 할 행동이 아니었다.
퍽, 퍽!
그는 계속해서 지쳐 있는, 더 이상 걷지 않으려는 제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표정은 담담했다.
‘김록수, 나는… 나는 말이야.’
전 팀장 이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싫어하는 것인데 기억하는 목소리였다.
‘입 닥치죠?’
‘뭘 닥쳐? 조금 있으면 영원히 입 닥칠 것 같은데, 뭐.’
‘…헛소리도 하지 마십시오.’
‘싫다. 김록수, 록수야.’
‘…왜요?’
‘부탁한다. 알지?’
‘…백수 하라면서요?’
‘야, 세상살이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걸 봤냐? 안 그, 쿨럭! 여하튼… 부탁, 부탁한다. 록수야. 네가 내 뒤를 맡아주라.’
빌어먹을.
케일은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점점 느려지며 멈췄던 걸음이 이전과 달리 일정한 속도로 나아갔다.
언젠가 제가 있는 줄 모르고 속삭이던 타 부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허상처럼 들려왔다.
‘야. 김록수, 독종 그 새끼는 제 생명의 은인이 죽었는데도 울지를 않더라? 무슨 그놈은 표정이 없냐?’
‘…모르지. 그래도 이수혁 팀장이 후임은 제대로 정하고 갔어. 김록수가 일은 엄청 잘하잖아?’
‘괜히 독종 김록수겠냐?’
무표정한 얼굴의 케일이 동굴 통로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케일은 알았지만, 그렇지만 이번엔 허구였다.
“그러니 상관없다.”
케일은 그 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타닥. 타닥.
일정한 속도로 내디뎌지는 걸음이 막힘없이 앞을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케일은 통로의 끝이 보였다.
통로 중간중간 걸려 있던 조금 덜 밝은 마법 전등에 비하면 환한 빛이 통로 끝에서 빛나고 있었다.
케일은 그 빛 속으로 걸어갔다.
“그대로네.”
그대로였다.
케일이 기억하는 짱돌 저택의 마지막 모습과 일치했다.
그래서 그는 이전보다는 조금 더 편한 걸음으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저택 방문을 열었다.
“하, 하하-”
그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 정말이지.”
정말 우스워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속이 텅 빈 웃음소리였다.
성자 잭의 기도실 겸 방.
소드 마스터 하나의 침실.
네크로맨서 메리의 연구실 겸 침실.
로잘린의 연구실.
달칵. 달칵.
문고리를 돌리고 문을 열 때마다 케일은 점점 더 웃음이 짙어져 갔다.
그대로다.
케일이 기억하는 이들의 방이 그대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조금씩 달랐다.
성자 잭의 책상 위에는 ‘태양의 단죄’. 깨진 거울의 신물이 놓여 있었다.
소드 마스터 하나. 그녀의 침대 위에는 그녀의 검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고.
메리의 연구실에는 그녀가 가진 여러 개의 검은 로브 중 하나가 검은 와이번의 뼛조각과 함께 있었다.
로잘린의 책상 위에는 그녀의 마법 스태프와 케일이 줬지만 다 못 쓴 최상급 마정석이 존재했다.
케일은 잠시 멈춰 서서 책을 뒤적였다.
“하, 하하-”
케일의 텅 빈 웃음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져 저택을 가득 채웠다.
그의 입이 열렸다.
“여기가 무덤이네.”
어둠의 숲 지하에 위치한 이 거대한 공동. 이곳이 무덤이었다.
달칵.
케일은 다른 방의 문을 열었다.
늑대 소년 라크와 그의 형제들이 머무는 방들이 쭉 이어지며 나타났다.
케일은 자신이 라크에게 주었던 늑대왕의 일기장을 슬쩍 쓰다듬고는 걸음을 옮겼다.
달칵. 달칵.
비크로스, 론.
이 무서운 부자의 방도 보였다.
“하!”
론의 침대 위. 팔이 한쪽 남아 있었다. 메리가 달아준 가짜 팔. 그건 사라지지 않고 남았나 보다.
케일은 결국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움직였다.
달칵.
그다음에는 에르하벤이 머물던 방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은.
달칵.
케일이 문을 열자 제가 최한에게 주었던 검이 보였다. 검은 부러져 검 손잡이 부근만 남아 있었다.
사락. 사락.
케일은 책장을 넘겼다.
툭. 툭.
케일은 주먹으로 제 허벅지를 작게 두드렸다.
속이 갑갑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이거 누가 썼어?
이런 빌어먹을 표현들은 뭐야?
케일은 말을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아.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것을 확인한 케일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탁.
케일은 책을 거칠게 닫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방은 하나 남았다.
‘내 방.’
케일은 짱돌 저택 가장 위층으로 향했다. 한 층 전체를 제 침실로 사용했었기에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방과 마주했다.
“하아.”
케일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툭. 툭. 주먹으로 허벅지를 두드리며 걸음을 옮겼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자신이 바센과 릴리에게 선물했던 만년필과 검이었다.
그다음으로 보인 것은 데르트 백작과 바이올란 백작 부인의 물건들이었다.
이들도 참 처절하게 싸운 것 같았다.
그러니 남은 흔적이 유품뿐이리라.
이곳의 케일은 가족들의 유품도 여기에 가져다 둔 것 같았다.
케일은 그 심정을 이해했다.
이제 이 세상에서 오로지 그만 아는 공간에.
모든 게 끝난 후 같이 지내기로 한 이 공간에.
이 공간을 무덤으로 만든 자신의 심정을 이해했다.
“하! 이것도 여기에 있네.”
케일은 알베르 크로스만과 연락을 나눴던 영상 통신구가 탁자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실소를 흘렸다.
툭. 툭.
케일은 제 허벅지를 두드렸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걸음은 멈췄다.
케일은 제 침대 위를 쳐다봤다.
“…미치겠네.”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
침대 위에는 저금통이 세 개 놓여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
라온과 온, 홍.
세 아이들의 저금통이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허벅지를 두드리던 손이 허공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빌어먹을.”
케일은 제 심장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것을 꾹 눌러 삼켰다.
저금통은 반쯤 채워져 있었다. 케일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왜 돈이 없어.”
저금통을 채워주고 싶은데, 돈이 없다.
케일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툭. 툭.
케일은 이번에는 책의 표지를 두드렸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나가지?”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는 덤덤했다.
하지만 케일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어깨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가장 두려운 순간.
그 순간을 마주하면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헤니투스 백작가와 짱돌 저택까지 왔다.
모든 흔적들을 되짚어왔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케일은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야 했다.
그때였다.
휘이잉- 휘이이잉-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저택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였다.
케일은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휘이이이- 휘이이-
바람의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그의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바람이 불었다.
위에서 아래로.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피곤한 얼굴의 케일이.
마치 팀원들이 걱정하던 김록수의 피곤한 표정을 지은 케일이 말했다.
“따라오라고?”
그 순간이었다.
‘들려?’
케일은 멈칫했다.
처음 듣는 이의 목소리였다.
‘들려?’
‘들린대?’
‘들려야 하는데!’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갑자기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목소리들이었다.
그들은 케일에게 들리냐고 묻고 있었다.
케일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탁.
그의 발이 창문틀을 밟고 그 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휘이이- 휘이이-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불었다.
마치 케일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케일은 뒤를 돌아보았다. 여러 가지 흔적들이, 유품들이 보였다.
“이건 내 미래가 아니야.”
그는 여기에 있는 흔적이 아닌, 이 시험이라는 꿈 밖에 있을 이들을 떠올렸다.
‘들려요?’
‘들리는가?’
여전히 그에게 말을 거는 존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더 많아졌다.
케일은 이 목소리의 주인들이 누구일지 알 것 같았다.
“바람의 정령.”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케일은 다시 고개를 돌려 창 아래를 내려다봤다.
꽤 높은 저택 아래 땅이 보였다.
“하, 귀찮게 하네.”
낙법 못하는데.
업어줄 최한도 없었고.
그렇다고 비행 마법 해줄 라온도 없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손에 들린 책을 뒤로 던졌다.
툭.
책은 침대 위로 떨어졌다.
동시에 케일은 창틀을 박찼다.
휘이이- 휘이이-
동시에 그의 몸을 바람이 감싸기 시작했다.
아래로.
빠르게 아래로 떨어지는 그의 몸을 ‘바람의 소리’가 감쌌다.
케일은 눈을 감았다.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그 목소리가 들린 순간, 케일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
-들리나, 케일?
-들리지? 응? 대답해 봐.
도둑. 짱돌. 짠돌이.
케일은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에 미소를 그렸다.
“들려. 아주 잘.”
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가벼웠다. 그러나 케일은 이내 눈을 뜨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이런 쓰레기 같은 시련을 만들면- 어?”
도둑에게 불평을 쏟아부으려던 케일은 눈을 뜨자마자 멈칫했다.
‘눈 떴다!’
‘시험 통과했나 봐!’
‘우리가 지키고 있었어!’
목소리들이 들린다. 목소리의 주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케일은 제 손에 쥐어진 금색의 팽이채가 보였다. 이전처럼 빛나지는 않았다.
‘반가워! 정말 반가워!’
‘아싸! 대화할 인간 생겼다! 아싸!’
시끄러웠다.
마치 시장통 한복판에 선 기분이었다.
‘내가 널 지키는 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아?’
하지만 케일은 한 정령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아까부터 정령들은 그들이 케일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케일은 뭔가 제 자세가 이상함을 느꼈다.
반투명한 원이 보였다.
바람으로 만든 구가 항아리와 그를 감싸고 있었다.
뚜욱. 뚜욱.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라온이 만든 화염구가 아직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제기랄.”
케일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신전 천장이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다.
뚜욱. 뚜욱.
그 천장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아래로 떨어졌다.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꽤 큰 공간이었던 신전.
그 신전의 절반까지 차오른 검은 액체.
죽은 마나로 신전 안이 잠기고 있었다.
‘우리가 막고 있는데 곧 터져!’
바람 정령들이 말했다.
‘지금 이 신전이랑 검은 산을 보호하고 있기는 하는데, 곧 검은 산이 터질 거야!’
‘그러면 바다가 시꺼멓게 변할걸?’
‘그게 문제냐! 다 죽으니까 문제지!’
3일. 용병왕 버드는 유물을 3일 안에 제자리에 두면 된다고 했다.
순간 케일의 입이 저도 모르게 열렸다.
“내가 며칠?”
내가 며칠 시험을 봤지?
-일주일이다! 이놈아!
짱돌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이리 오래 걸릴 줄이야. 참고로 시험과 현실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단다.
도둑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뜻을 전했다.
…일주일이라고?
케일은 짱돌의 대답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큰일 났다.”
라온, 최한, 온, 홍, 론. 모두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맞아! 큰일이야! 검은 산이 터질 거야!’
‘죽은 마나 저장고가 터지면 안 되는데!’
바람 정령들의 목소리가 곧 이어 들려왔고, 그에 반응하듯 케일은 생각난 것을 툭 내뱉었다.
검은 산. 죽은 마나 저장고가 곧 터진다.
그렇다면.
“불바다.”
곧바로 짠돌이가 케일의 말에 호응했다.
-역시! 눈 뜨자마자 불바다라니, 넌 미친놈이야!
뭐래?
케일이 짠돌이의 헛소리에 정색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마주한 현실에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텅 빈 웃음이 아닌 꽉 찬 웃음이었다.
파지직. 파직.
케일 그의 손 위에 적금빛 전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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