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4
353화.
뚜욱. 뚝.
여전히 신전 천장에서 검은 액체가 떨어졌다.
파지직. 파직.
반대로 케일의 손에는 불벼락이 점점 더 모여들며 힘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불바다!
열기에 가득 찬 짠돌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바람 정령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은 마나가 점점 더 많이 새어 나와! 곧 펑! 펑! 터질 거야!’
‘한계야! 일주일 버티는 것도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거라고!’
‘큰일이야! 큰일!’
한두 방울 천천히 떨어져 내리던 죽은 마나는 점점 더 빈도가 잦아지며 이제는 하나의 물줄기가 되어갔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시끄러운데?”
‘우아! 우리 말이 정말 들리나 봐! 시끄럽대!’
‘우리가 시끄럽긴 해! 그렇지? 미안해. 얘들이 원래 좀 이래.’
‘크하하하! 더 시끄럽게 해주자! 우리 목소리 들리는 인간이라니, 오랜만이다!’
‘… 목소리… 들린다… 친구다… 친구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어준다…….’
하아.
케일의 얼굴이 찡그려져 갔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제단이 있던 장소, 그리고 출구와 이어져 있는 통로.
그 통로는 이미 반 이상 죽은 마나 액체로 잠겨 있었다.
투둑. 투둑.
검은 대리석들이 조각나며 떨어져 내렸다.
‘부서진다! 다 부서지고 말거야. 크흑, 너무 슬퍼! 다 죽을 건데, 어떡해!’
‘옆에 술 냄새 나는 섬사람들 다 죽을 거야. 물고기들도! 해초들도! 크허허허헝! 물고기들 불쌍해! 흐어어어엉!’
“…환장하겠네.”
바람 정령들 중 몇몇이 울기 시작했다.
시끄러움이 장난 아니었다.
케일은 긴급한 상황에도 제 손에 들린 팽이채를 쳐다봤다.
쓸데없는 걸 주웠나?
강력한 아군은 무슨, 짐덩이만 생긴 것 같은데?
케일의 표정이 슬슬 평소의 뚱한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그때, 다급한 도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큼! 팽이채를 손에서 놓으면 바람 정령의 목소리가 안 들릴 거다!
도둑이 어색하게 말을 붙였다.
-부수진 말자!
호오.
케일은 제 손에 들린 팽이채를 내려다봤다.
그의 입이 열렸다.
“부술까?”
‘헉!’
‘허엇! 부, 부순대!’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봐!’
‘아이들아, 그러게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부, 부수지 마! 나 인간이랑 대화하고 싶어!’
호오.
케일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이상하게 이 바람 정령들은 케일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케일, 이 정령들은 너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거다!
아군이라.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사뭇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동안 여기서 날 보살펴 준 게 바람 정령, 너희들이겠지? 고마워.”
마치 알베르 크로스만이 귀족들을 보고 짓는 미소처럼 화사한 미소가 케일의 입가에 걸렸다.
‘…아니, 뭐!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우아! 고맙대! 우리보고 고맙다고 했어!’
‘다행이다… 팽이채 안 부술 건가 봐. 여하튼 좀 조용히 해!’
그 순간이었다.
콰지직.
콰직, 콰직!
신전 천장에 큰 금이 갔다.
‘헉! 천장 구멍 생겼다!’
정령의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케일은 기이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우우웅- 우우웅-
신전이 흔들리고 있었다. 거대한 진동에 케일은 공간이 잘게 떠는 것을 느꼈다. 그 덕에 확신이 들었다.
곧 무너진다.
이제 검은 산이 터진다.
이 죽은 마나 저장고가 폭발한다.
그 사실을 뜻하는 명백한 전조 반응이 카운트다운처럼 신전 안을 뒤흔들었다. 바람 정령들이 더욱더 호들갑을 떨었다.
‘어떡해! 우린 죽은 마나를 정화할 줄은 몰라!’
‘…슬퍼. 흐흑.’
그러다 몇몇 정령들이 침묵하며 한 인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 바람섬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인간.
케일 헤니투스.
그가 뻥 뚫린 천장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야.”
대리석이 깨져 떨어진 신전 천장.
그 위에 드러난 것은 투명한 유리였다.
케일은 그 유리 안이 보였다.
죽은 마나가 일렁였다. 끝이 없는 죽은 마나 호수. 그 밑바닥에서 호수 위를 올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 위치가 어디지?”
케일이 물음을 던졌다.
‘여긴 검은 산 중심이야!’
‘마나 저장고 중앙 관리처다. 네가 보았던 검은 산의 가장 아래이자 중심이지.’
케일의 입이 열렸다.
“좋네.”
그는 도둑이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선명하게.
저번에 파괴하는 불을 강화했을 때, 그녀가 해줬던 말.
‘불이 본래의 힘을 찾아야 나도 내 진짜 힘을 쓸 수 있다.’
‘자유로운 바람은 단지 이동과 소용돌이가 다가 아니야. 바람은 어디든 존재한다.’
‘그래서 홀로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지.’
바람과 불.
케일의 입이 열렸다.
“나는 지금부터 이 죽은 마나들을 정화할 거다.”
쏴아아-
바람이 케일의 곁을 계속 맴돌았다. 그는 오른손을 천장을 향해 내밀었다.
“나랑 같이할 정령?”
신전 안은 고요한 와중에 바람이 조금씩 불었다.
그러나 케일에게는 이 공간이 조금도 고요하지 않았다.
‘나, 나!’
‘나 할래! 착한 일 할래!’
‘여기 정화하면 이제 자유야, 자유라고!’
‘으아! 드디어 이제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한 정령이 크게 외쳤다.
‘파! 괴!’
그 순간, 케일은 웃음과 함께 온몸 안을 가득 채우는 힘을 한곳으로 몰았다.
파지직, 파직.
몸 안을 가득 채운 불꽃들이 서서히 케일의 손으로 향했다.
“바람을 몰아와 줘.”
케일은 바람 정령들에게 부드럽게 부탁하듯이 말했다.
바람 정령은 이곳을 지키기도 했지만 바람칼로 생명체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기도 했던 존재들이었다.
마냥 착하고 순수한 존재들은 아니었다.
자연이기에 더 잔인한 부분도 있었다.
“바람칼.”
이 바람섬을 공포의 존재로 만들었던 그것.
“그걸로 이 산을 찔러줘.”
케일은 부드럽게 이 산을 베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동시에, 바람으로 만든 보호막에 감싸인 그의 몸이 천장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콰지지직!
그에 응하듯, 그의 앞을 가로막은 유리 너머의 죽은 마나를 향해서 바람이 칼날이 되어 눈앞의 어둠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챙그랑!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죽은 마나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그 순간, 케일은 입을 열었다.
“솟아올라라.”
스스스-
아주 작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온통 검게 변한 공간.
그곳을 꿰뚫을 거대한 적금 창이 위를 향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
케일이 바람섬으로 들어간 지도 7일째.
밤이 지나고 어느새 태양이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제길.”
비크로스 몰란, 그는 흰 장갑을 꺼내 양손에 꼈다. 그는 등에 매달려 있던 검집에서 대도를 꺼내 들었다.
“버드 일리스, 이랬던 적이 있었는가?”
용병왕 버드는 론 몰란의 눈빛에 멈칫하며 입을 열었다.
“…기록에도, 제 기억 속에도 없습니다.”
바람섬 앞바다에 일주일째 자리한 배.
그 배 갑판에 자리한 버드 일리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동대륙 3대 금지 중 하나인 바람섬에 고정되어 있었다.
타닥.
그때, 갑판 난간 위에 올라서는 이가 있었다.
최한이었다.
“바람 소리가 아주 희미해졌군요.”
현재 시각 오전 10시.
케일을 찾기 위해 바람섬에 진입하기로 한 시간보다 두 시간 이른 지금.
일주일간 바람섬의 바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약 10분 전부터 바람섬을 감싸던 회오리바람들이 급격하게 사라져 갔다.
“…이게 바람섬이라니.”
버드의 친우이자 퍼프 가문의 생존자인 마법사 그렌이 오전 10시의 바람섬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끔찍하군.”
섬을 감싸는 바람이 사라질수록 검은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모습이야말로 금지(禁地)다웠다.
하지만 그는 그 모습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용병왕 버드 일리스의 코앞으로 한 존재가 빠르게 다가와 내려섰다.
‘…용.’
마법사 그렌은 버드를 매섭게 응시하는 고룡 에르하벤이 보였다. 이미 파충류의 동공으로 변한 눈동자가 매섭게 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드 일리스, 저기가 그냥 죽은 마나로 감염된 땅이라고?”
“…네?”
멍하니 되묻는 버드의 모습에 에르하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르하벤 님?”
론이 조심스럽게 고룡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이었다.
“라온!”
최한이 라온을 불렀다. 곧바로 하늘에 있던 작고 검은 점이 급속도로 아래로 내려오며 점점 커져갔다. 라온은 최한을 보며 외쳤다.
“나도 안다!”
그 대답에 최한이 배 난간을 박찼다.
동시에 그의 몸에 비행 마법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론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우우우우-
바람의 소리가 아니었다.
이미 바람섬을 감싸던 바람 대부분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잔잔해진 상황.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우- 우우웅-
론의 시선이 서서히 드러나는 검은 섬으로 향했다.
섬이 진동하고 있었다.
“울고 있다!”
론은 라온을 바라봤다.
서서히 검은색의 마나를 자신의 주위에 두르는 라온이 보였다.
“저 섬 안에서 울고 있다!”
울고 있다고? 무엇이? 케일이?
의문에 가득 찬 론에게 낮게 읊조리는 고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섬은 그냥 죽은 마나에 감염된 것이 아니다.”
바람에 꽁꽁 감싸여 있어서 몰랐다.
섬 밖도, 섬 안도. 모두 바람이 몰아치며 꽁꽁 감싸고 있어서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에르하벤은 바람이 사라질수록 점점 더 짙게 퍼져오는 기운을 느꼈다.
그걸 제대로 느낀 이는 라온, 최한, 그리고 에르하벤. 세 명뿐이었다.
고룡의 손가락이 검은 산을 가리켰다.
“저 검은 산. 저 안에서 엄청난 양의 죽은 마나 기운이 느껴진다.”
듣고 있던 론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지금 저 섬이, 아니, 저 산이 진동한다. 마치 화산처럼. 이 말의 의미를 알겠나?”
가만히 있던 비크로스가 입을 열었다.
“저 검은 산 아래 신전에 공자님이 계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아무도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제길.”
용병왕 버드가 갑판을 박찼고, 그렌은 그런 그에게 곧바로 비행 마법을 펼쳤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비행 마법을 펼치며 위로 솟구쳤다.
그보다 빠른 이가 에르하벤이었다.
에르하벤은 빠른 속도로 검은 섬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른 이들이 있었다.
“라온.”
“안다! 지금 빨리 간다!”
라온이 은빛 실드로 최한과 온, 홍을 감싼 채 검은 섬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우우우우-
섬으로 진입하자 더욱더 심한 진동이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땅이 엎어지고 무언가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상황에 최한은 입술을 깨물었고 그의 귓가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인간 안다! 인간은 분명히 여기에, 저 산에 죽은 마나 없애려고 못 나온 걸 거다! 분명하다! 인간은 착하니까!”
최한은 위퍼와 제국과의 전쟁 때 케일이 골렘과 검은 절망을 정화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케일에게는 저 죽은 마나를 정화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케일이 어떻게 되었던가?
최한은 분명히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케일은 그때 정화를 하고 난 후, 쓰러졌다.
“거기다가 인간은 식량도 떨어져서 굶었을 거다!”
“…진짜 바본데!”
“답답한데!”
평균 9세는 애써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간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가 없었다.
우우우웅- 우우우-
섬이 진동하는 소리가 너무 컸다.
마치 검은 절망이 되어 목숨을 잃었던 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최한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물러서라.”
최한과 평균 9세는 멈칫했다.
검은 산 아래, 신전 입구가 있다는 곳으로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들던 그들의 옆에 한 존재가 나타났다.
에르하벤이었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백금구를 휘두른 에르하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최한은 그의 창백한 얼굴과 함께 무시무시한 전류를 품고 있는 수백 개의 백금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금 용아!”
하지만 라온이 빨랐다.
“내가 한다! 할배는 쉬어라!”
라온이 다급하게 이어 말했다.
“내가 인간도 구하고 이것도 부순다! 실드도 쳐서 다 막는다! 걱정 마라! 나 위대하다!”
최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은 코웃음을 치는 에르하벤을 볼 수 있었다.
에르하벤이 나직하게 말했다.
“안 느껴지나?”
“네?”
최한이 되물었고, 에르하벤은 라온에게 말했다.
“물러서라. 그리고 실드를 펼쳐.”
그 말에 라온은 뭐라 반응을 하려고 했다.
왜냐면 지금은 케일을 구해야 해서 물러설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라온의 동그란 눈이 더 커지며 동그랗게 변했다.
우우우웅- 우우웅-
진동하는 섬.
그 중심인 산.
그 산을 쳐다보는 라온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이내 점점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은 앞발이 저도 모르게 짝 박수를 치듯 서로 맞부딪쳤다.
우우우우- 우우웅-
진동이 점점 더 극에 치달아갔다.
그리고 바람섬을 감싸던 회오리바람은 이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용은 외쳤다.
“…인간!”
검은 산.
그 산 아래.
쿵. 쿵. 쿵.
마치 심장 박동과 같이 일정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라온은 느껴졌다.
저 죽은 마나로 가득한 산.
그 아래,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익숙했다.
왜냐면 항상 함께하고 지켜보는 이가 가진 힘이었으니까.
쾅! 쾅! 쾅!
굉음이 더욱더 커졌다.
그리고 평균 9세들은 보였다.
검은 산에 금이 가고 있었다.
산의 검은 돌들이 부서지고, 산의 땅이 갈라졌다.
쾅! 쾅! 쾅!
그 굉음은 점점 더 위로 향했다.
라온은 느껴졌다.
희미하던 뜨거운 기운이 점점 더 뜨거워지며 산 아래에서부터 위로 솟구치고 있음을.
저도 모르게 작은 앞발을 맞댄 용은 외쳤다.
“인간!”
인간이다!
이건 인간이 가진 불의 힘이다!
검은 절망을 없앤 그 힘이다!
케일이 무사함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하러 가던 라온은 케일의 기운이 느껴지자 벅차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이 검은 산 꼭대기에서 터져 나왔다.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산꼭대기가 갈라지며 액체가 솟구쳐 올랐다.
화산의 용암이 아니라 검은 액체, 죽은 마나였다.
그러나 라온은 환하게 웃었다.
“우리 인간이다!”
순식간에 잡아먹혔다.
솟아오른 검은 액체들은 삽시간에 적금빛 불길에 잡아먹혔다.
검은 것은 사라지고 거대한 적금의 불길이 검은 산을 뚫고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불길을 감싸고 있는 존재들이 보였다.
휘이이이- 휘이이-
바람이었다.
사라졌던 회오리바람이 불길에 숨을 불어넣었다. 점점 더 거세지는 불길이 죽은 마나를 집어삼켰다.
불길이 더 넓게, 더 격렬하게 타오를 수 있도록 바람이 곁에서 받쳐주었다.
타오른다.
검은색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붉게 변한 산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을 뚫고 올라온 한줄기의 회오리바람.
그 바람에 감싸인 사람이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그는 유물 항아리와 팽이채를 쥔 채로 산 아래를 내려다봤다.
세상과의 단절.
그런 것은 여기 없었다. 케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살았다.”
케일은 지금 여기에 내가, 그리고 모두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찡그린 것인지. 무엇인지 모를 표정이 지어졌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하는 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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