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8
357화.
미소를 띤 채 케일에게 다가가던 고룡 에르하벤은 상당히 띠꺼운 케일의 모습에 멈칫했다.
케일은 그러거나 말거나 에르하벤 앞에 손을 내밀었다.
“…뭐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에르하벤은 케일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에 답하듯 케일의 입이 열렸다.
“시치미를 떼겠다 이거지요?”
말투마저 띠껍게 변했다.
평소와 다른 말투에 슬슬 고룡의 미간도 찌푸려질 쯤 케일의 입이 다시 한 번 더 열렸다.
“유물 내놓으십쇼.”
희한하게 불경한 말투였다. 하지만 케일과 눈이 마주친 에르하벤은 그 말투를 꼬집지 않았다.
대신 그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유물이라니? 방금 전에 부서지는 소리 못 들었나?”
“하아.”
깊은 한숨 소리였다.
에르하벤은 그 한숨에 남들 모르게 멈칫했다. 그런 그에게 연무장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천천히 그를 응시하는 케일 헤니투스의 눈빛이 보였다.
“에르하벤 님.”
그의 이름을 담담하게 부른 이가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지금 속은 얼굴입니까?”
케일은 제 질문에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에르하벤을 마주 물끄러미 바라봤다.
유물 항아리.
그 항아리에서 차오르는 생명력이 담긴 물은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나온다고 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 하지만 그 필요를 채워주지 못할 때는 깨진다고.
용병왕이 말했었다.
“왜 항아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냐에 대해서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케일의 표정은 갈수록 차분해졌고 반대로 에르하벤의 표정은 갈수록 찌푸려져 갔다.
“하아, 너-”
에르하벤의 입이 열렸지만,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케일이 말을 이었기 때문이다.
“항아리에서 차오르는 물은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나온다고 했죠.”
한 걸음, 한 걸음.
케일은 눈앞의 고룡에게로 다가갔다.
“어차피 지금 유물을 에르하벤 님 손에 쥐여줘 봤자, 소용이 없을 겁니다.”
천 년. 그 긴 세월을 살아온 존재. 오만하고 독선적이라 알려진 용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이 용이 케일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에르하벤 님이 지금 더 살기를 원하지 않으시니까요.”
한 걸음.
딱 그 정도를 남겨두고 케일이 걸음을 멈췄을 때, 에르하벤의 입이 열렸다.
“그래.”
그는 케일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시 유물을 내 손에 쥐여도 그 항아리에선 물이 조금도 안 차오를 거다.”
에르하벤은 스스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케일은 하얀 별과의 싸움 후 창백해졌던 에르하벤의 안색이 다시 평소처럼 돌아온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한 일 년 됩니까?”
바람 정령이 말해주었다.
한 모금의 물만 마셨다고.
케일은 그 한 모금의 생명력이 얼마인지 물었다.
“…그래. 일 년 정도 더 살아갈 것 같구나.”
일 년.
하얀 별과의 싸움으로 기력을 잃기 전, 그에게 남은 삶의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에르하벤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 안에 하얀 별을 잡을 것이다.”
일 년, 고룡은 그 안으로 하얀 별을 잡을 것이라 단정 짓듯이 말했다. 그만큼 반드시 그리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것이지?”
에르하벤은 말없는 케일에게 자신이 유물을 덜 사용한 것을 어찌 알았는지 물었다.
분명 이 연무장 철문 밖에서 어떠한 마법의 기운도, 고대의 힘이 움직이는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중요합니까?”
케일은 퉁명스럽게 답하고는 잠시 뒤 말을 이었다.
“바람 속성 고대의 힘을 강화하고 얻은 게 있습니다.”
케일은 일행에게 바람 속성 고대의 힘을 강화했다고는 말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행도 굳이 궁금해하지 않았고, 다들 그저 케일이 쉬고 먹게만 만들어 제대로 말해줄 틈도 없었다.
“저는 원할 때, 바람 정령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
에르하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건 마법도 아니었고, 고대의 힘을 움직여야 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들리는 일일 뿐이었다.
“정령들이 가르쳐 줬나 보군.”
“그런 셈이죠.”
별다를 것 없다는 듯 대꾸하는 케일을 보며 에르하벤은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룡은 일부러 화제를 돌리고 이 상황을 넘기려 했건만, 에르하벤을 향해 펼쳐진 케일의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항아리를 내놓지 않으면 절대 손을 거둬들이지 않을 기세였다.
고룡의 입이 열렸다.
“하얀 별과의 싸움을 너도 겪었으니 잘 알 거다.”
결국 그는 제 본심을 내뱉기로 했다.
“나름 용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으나, 하얀 별은 아주 강하다.”
몇 번 부딪쳐 보면 안다.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내가 이길 수 있는지.
“그리고 하얀 별을 따르는 자들이 아직 많지.”
‘암’과 사자족, 곰족 등이 아직 하얀 별의 수족을 자처하고 있었다.
케일 일행은 단지 하얀 별하고만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면 전투에서 다치는 이가 나올지도 모른다.”
전쟁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고 상대를 이긴다?
에르하벤은 그런 생각이야말로 허황된 가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유물을 보존해 두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어.”
에르하벤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내가 이 유물을 모두 다 쓰면 보너스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본래 주어진 삶보다 더 살게 되는 것. 그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너희는 본래 주어진 인생도 다 살지 않았잖아.”
케일도 라온도 다른 이들도. 본래 주어진 만큼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전쟁 때문에 자신의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그 안에 아무리 숭고한 정신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슬픈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끝으로 에르하벤은 여전히 자신에게 손을 뻗고 있는 케일에게 항아리를 꺼내 건넸다.
케일은 그 항아리를 바로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에르하벤은 실소를 흘렸다.
케일은 손에 항아리를 들고 있어도 그 안에 물이 차오르지 않았다.
아직도 창백한 안색에, 분명히 체력적으로 힘들 것인데.
또한 앞으로 고대의 힘을 자주 사용할지도 모르기에 누구보다도 건강한 신체가 필요할 것인데.
그럼에도, 케일은 항아리를 아무리 들고 있어도 물이 생겨나지 않았다.
케일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 나한테 삐딱하게 나와?’
에르하벤이 기가 찰 수밖에 없는 이유였고, 함부로 자신에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였다.
“에르하벤 님.”
그 순간이었다.
에르하벤은 항아리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빈손이 된 케일이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보였다.
“아마 제가 다시 에르하벤 님께 유물을 드리는 날이 올 겁니다.”
씨익.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아마 항아리는 가득 찰 겁니다.”
에르하벤은 실소를 흘렸다.
항아리가 가득 찬다는 소리는 에르하벤이 더 살기를 원한다는 의미였다.
“…그럴 날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는 케일의 단호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있습니다.”
케일은 그럴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이 더 살고 싶을 때는 죽음을 목전으로 두었을 때, 그리고 지금이 정말 행복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얀 별을 잡은 순간.
모든 것이 끝난 순간.
평화가 찾아오고, 편안함이 주위를 감싸고, 마침내 마음의 빈 공간에 행복이 시작되려는 순간.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케일은 모두가 살아서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할 작정이었다.
“글쎄.”
케일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에르하벤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입구로 향했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들에게 좋은 안색을 내비쳐야 했다.
“에르하벤 님.”
하지만 아직 대화를 끝내기 싫어하는 이가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야기나 좀 더 하죠.”
케일은 에르하벤과 둘만인 상황을 조금 더 유지하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
에르하벤이 되묻자, 케일은 철문을 가리켰다.
“혹시 모르니 방음 마법 좀 해주십시오.”
“방음 마법?”
“네.”
에르하벤은 그제야 미소가 사라진 케일의 얼굴이 보였다.
고룡은 이미 문밖에서 어떠한 이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케일의 뜻에 따라 연무장 안에 방음 마법을 펼쳤다.
“이제 이 공간 밖의 이들은 우리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에르하벤은 제 말에, 그제야 천천히 열리는 케일의 입이 보였다.
“용은.”
케일은 세계수를 떠올렸다.
그가 해줬던 말들.
심판하는 물을 찾아라.
고대의 힘을 3개 지닌 자가 있다.
지나고 보니 어느 하나 쉬이 넘길 수 없는 조언이었다. 그래서 케일은 세계수가 그에게 말해준 세 가지 중 남은 한 가지를 계속해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검은 용의 부모가 남긴 흔적을 찾거라.’
검은 용. 라온 미르.
“용은, 용의 부모는 어떻게 찾아야 합니까?”
케일은 라온의 부모, 혹은 그 부모가 남긴 흔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용의 부모?”
“네.”
에르하벤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일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 가지 더 물어볼 것이 있었다.
“빛의 성을 아십니까?”
“…3대 금지 중 하나 말인가?”
에르하벤은 갑작스럽게 빛의 성 이야기를 꺼내는 케일을 더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는 아직 동료들에게 고대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내용의 일부를 말해야 할 때였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마을이 빛의 성이라고 하더군요. 알고 계셨습니까?”
케일은 에르하벤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기가 드래곤 슬레이어 마을이라고? 거기가?”
그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인 고룡의 모습에, 이상하게 뒤통수가 시려왔다. 그냥 몰랐던 사실에 놀라는 자의 반응이 아니었다.
케일은 무서운 짱돌이 알려줬던 사실을 바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은 아니고, 그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허.
에르하벤이 탄성을 흘렸다.
케일은 고룡이 그의 뒷목을 문지르는 모습에 점점 더 뒤통수가 서늘해져 왔다.
고룡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그 예감에 답하듯, 고룡의 입이 열렸다.
“빛의 성은.”
바람섬이 사라져 이제 2대 금지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빛의 성.
그곳은 에르하벤이 잘 아는 곳이었다.
“그곳은, 인간들은 잘 모르겠지만.”
인간, 엘프, 드워프, 모든 종족이 모르겠지만.
적어도 에르하벤은 아는 한 가지 사실이 담긴 장소였다.
케일과 에르하벤의 눈동자가 서로를 향했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뭐?
케일의 눈동자가 커졌다.
빛의 성.
드래곤 슬레이어의 마을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
그곳은 마지막 드래곤 로드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는 고대와 그 이후의 세계를 모두 겪은 분이셨지.”
에르하벤은 과거 고룡에게서 들었던 내용들을 떠올렸다.
고대 시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마지막 드래곤 로드.
그는 고대와 그 이후의 세계까지 모두 겪은 용이었다.
“그리고 그분 후에 드래곤 로드 자리는 끊겼다.”
하지만 그 뒤로, 드래곤 로드라고 칭할 존재는 나타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고대 이후에 드래곤 로드가 사라졌다고 말하지.”
고대 이후의 세계에서는 드래곤 로드가 된 용이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케일은 문득 에르하벤이 이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 그리고 오래전부터 드래곤 로드의 유일한 친구가 용잡이라고 하더군.’
케일은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대대로 이어진 드래곤 로드가, 마찬가지로 대대로 이어진 용잡이와 친구로 지냈다고 알아들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고대의 끝자락에 태어난 마지막 드래곤 로드.
그리고 고대가 끝나는 시기인 최후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소년,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지금으로부터 만여 년 전.
고대의 끝자락.
케일은 무언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에르하벤이 이전에 했던 말은.
드래곤 로드와 드래곤 슬레이어가 친구로 지내왔다는 그 말은.
‘오로지 그 둘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와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오로지 그 둘의 이야기가 만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잘못 전달된 걸 수도 있었다.
만 년은 용에게도 긴 시간이었으니까.
빛의 성.
케일은 입을 열었다.
“일단 빛의 성으로 가죠.”
그리고 하나 더.
“라온의 부모님의 흔적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그 순간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던 에르하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탈하다는 표정이었다.
“케일.”
“네.”
“너 용 어떻게 태어나는지 모르지?”
네?
“모르지?”
…어떻게 태어나긴?
케일은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는 에르하벤에게 담담히 답했다.
“알에서 태어나죠.”
용은 알에서 태어났다.
에르하벤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나는 알에서 태어나는 데 오십 년이 걸렸다고 하더군.”
“네?”
갑자기 뭔 소리야?
케일의 표정이 요상해져 갔다.
뜬금없는 말도 이상했지만, 알에서 태어나는 데 오십 년이나 걸린다고? 그게 말이 되나? 아무리 판타지 세계라지만 그게 가능해?
“올리엔 알지? 그 녀석은 5년 걸렸지.”
갑자기 또 다른 용은 5년 걸렸다고 한다.
케일의 눈동자에 의문이 드리웠고, 그 의문을 보며 에르하벤은 말했다.
“용은 말이야. 부화 기간이 다 달라.”
하루 안에 태어나는 용도 있고, 한 달, 일 년, 몇십 년이 걸리는 용도 있었다.
에르하벤이 지금 동서대륙의 모든 용들을 다 아는 것은 아니기에 확신할 수 없지만, 용들은 모두 부화 기간이 달랐다.
“물론 그리되는 이유가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화 기간이 오래 걸릴수록 강한 용이야.”
케일은 그제야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라온 부모의 흔적을 찾고 싶다.
“꼬맹이는 아주, 아주 강한 용이 될 재목이야.”
에르하벤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쩌면 백여 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거야. 꼬맹이의 부모를 찾으려면.”
그는 꽤 냉정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살아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강한 용이라도 제 자식은 소중한 법이니까.”
만약 부모 중 한 용이라도 살아 있었다면 라온은 그렇게 동굴에 갇혀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꼬맹이 부모의 ‘흔적’을 찾고 싶다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것 또한 쉽지 않을 거다.”
용은 죽으면 대부분의 경우 자연으로 돌아가니까.
그렇게 되면 흔적을 찾기가 아주 힘들어진다.
케일은 한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다 해보죠.”
바람의 소리 시험 후, 케일은 백수에 대한 욕구가 조금 더 강해졌다.
짱돌 저택은 살아 있는 존재들로 가득 차야만 한다.
“하나씩.”
그러니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죠. 같이할 거 아닙니까?”
케일이 에르하벤을 보며 퉁명스럽게 물었고, 에르하벤은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구나, 박복한 놈아. 당연히 같이해야지.”
그 대답에 케일은 손을 휘둘렀다.
바람의 회오리가 철문을 두드렸다.
벌컥!
거대한 철문이 활짝 열렸다.
평균 9세들이 케일과 에르하벤에게 달려들었다.
“할배! 인간아!”
“할아버지, 안색 좋은데!”
“나은 것 같은데! 우아!”
케일은 기쁜 얼굴로 고룡에게 다가가는 평균 9세들을 지나쳐 철문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응?”
“인간?”
라온과 온, 홍이 그런 케일을 쳐다봤지만, 이미 케일은 한 존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비서님.”
“…응?”
버드는 갑자기 사근사근한 케일의 표정에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 순간 케일은 화사하게 웃었다.
“할배! 인간이 왕세자처럼 웃는다!”
라온의 말을 무시하며 케일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명부 내놔.”
용병 길드에 있는 강자들에 대한 기록. 인명부.
그리고 그 뒤에 방문할 빛의 성.
고대, 그리고 하얀 별. 그 모두에 대한 진실을.
나아가 하얀 별의 뒤통수를 후려칠 순간을 향해 다가가는 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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