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4
363화.
“저들은 누구지?”
최초 용병 길드 지부 주위를 둘러싼 이들은 갑작스럽게 지하에서부터 치솟아 오른 이들을 보며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용병 길드 최정예 단원들만큼은 다른 이들과 반응이 달랐다.
“아, 안 돼!”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들의 눈동자는 경악과 혼돈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너지고 있었다.
용병 길드에서, 아니, 어쩌면 동대륙에서 가장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꼽을 만한 인명부가 보관되어 있는 비밀 장소가.
그 귀중한 곳이 무너지고 있었다.
“대장!”
용병 길드 최정예 단원들을 이끄는 대장은 저를 부르는 부하의 절박한 외침에도 어떠한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말이 돼?’
그의 머릿속을 잠식한 의문 때문이었다.
‘여길 무너뜨린다고? 저들이?’
적이 침입한 것을 알고 급하게 여기로 왔다.
그러나 이곳을 무너뜨리란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명부를 이렇게 매장시킨다고? 없앤다고? 저 사람들이?”
왜?
막대한 가치를 지닌 귀한 문화유산이자 강력한 권력, 혹은 힘의 결정체라 여겨지는 인명부.
용병 길드는 인명부가 노려지는 것을 늘 경계했다.
왜냐면 수많은 타 세력이 이 기록서들을 탐냈으니까.
그러나 없어질 것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어떤 미친놈이 천 년에 가까운 기록이 담긴 이 막대한 양의 기록서를 없애겠는가?
그것도 몽땅.
“…대장! 인명부가, 인명부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미친놈이 나타났다.
“아냐.”
단원의 말에 부대장이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것과 달리 눈동자는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부, 분명 다른 공간으로 옮겨두고 무너뜨리는 걸 거야.”
부대장의 시선이 대장에게로 향했다.
“그, 그렇겠죠?”
하지만 대답은 다른 이에게서 들려왔다.
“그 많은 책들을 흠집 없이 옮기려면 최소 반년, 아니, 일 년은 잡아야 할 겁니다!”
인명부로 가는 길은 용병왕만이 알지만, 대략적인 위치와 가는 형태 정도는 용병 길드 수뇌부들도 알고 있었다.
힘이 권력이나 다름없는 용병 길드.
그곳의 최정예 단원들도 그 수뇌부 집단 중 하나였다.
“…아니면 마법으로 옮겼다는 건데. 그렇지만 우리가 탐지한 마법 횟수는 네 번입니다. 네 번 만에 그 많은 책들을 텔레포트, 아니면, 아니면 아공간으로 이동시킬 실력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이 자리의 최정예 단원들이 모두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동자엔 경악과 혼란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혼란은 용병 길드 쪽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조장님,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암 소속 전투 2조에 속한 조원이 상관인 아투레스 퍼프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조원은 용병 길드 쪽 전력들과 반대편으로 몸을 옮기면서도 주변을 끊임없이 관찰했다.
‘…무너지는 최초의 용병 길드 지부라니.’
그는 무너지는 최초 지부를 보며 경악과 허무함으로 가득 찬 용병 길드원들을 묘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최정예 단원들뿐만 아니라, 후발로 뛰어오던 용병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상징이었던 건물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때였다.
상관 아투레스 퍼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자가 어떻게 여기에?”
“조장님?”
아투레스 퍼프.
과거 동대륙 5대 암살 가문 중 하나인 퍼프 가문에서 꽤 높은 자리를 차지했던 막강한 실력의 암살자.
조원은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처음으로 아투레스 퍼프의 당황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 당황보다는.’
겁먹은 목소리였다.
‘그 냉철하고 잔혹한 조장님이?’
그는 저도 모르게 아투레스 퍼프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투레스만이 그쪽으로 시선을 둔 것이 아니었다.
이 근방을 감싼 수많은 전투 인력들이 모두, 무너지는 목조 건물과 함께 그들을 시야에 담고 있었다.
머리칼이 하얗게 센, 중년에서 노인이 되어가는 남자.
그리고 그 곁에 대검을 손에 쥔, 30대로 보이는 남자.
‘일단 우리 쪽은 아니야.’
조원은 주변을 관찰했다.
‘…용병 길드 쪽도 아니다.’
그렇다면 저 두 명의 남자는 다른 세력이란 말인데.
어느 누가 용병 길드 최초 지부를 무너뜨리는 대담한 짓을 벌이고 이렇게 당당히 모습을 드러낼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순간이었다.
조장 아투레스 퍼프의 입이 열렸다.
동시에 용병 길드 최정예 단원들을 이끄는 대장 크록의 입도 열렸다.
그들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몰란.”
그들은 단 두 글자만을 내뱉었다.
40대 후반의 아투레스, 그리고 30대 초반의 크록. 그들은 저 두 사람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두 단어를 내뱉는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네? 몰란?”
젊은 나이의 사람들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몰란? 설마, 론 몰란?”
반대로 십 년 이상 이 바닥에 있던 이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비로소 두 남자 중 나이가 든 이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때였다.
“헉! 뒤로!”
지붕 위의 두 남자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뒤로 물러서!”
“물러나라!”
그리고 대장 크록과 조장 아투레스가 각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먼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굉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으악! 어, 엎드려!”
“저, 저건 무슨!”
땅이 흔들렸다. 후방에 있던 이들은 황급히 엎드렸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던 이들은 침을 삼키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쿠구구궁-
삼켜지고 있었다.
단어 그대로 최초 지부가 지하로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단순하게 무너진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용병 길드는 최초 용병 길드 지부 근처의 땅을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사들였다.
그렇게 주변에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만들며, 용병 길드 주변을 빈터로 만들었다.
“…대장님, 더 뒤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장 크록은 수하의 말에도 아무 대답을 못 한 채 앞만 응시했다.
목조 건물과 빈터.
그 공간이 있던 자리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무너져 내렸다.
“…어?”
암 소속 전투 2조 단원은 그 거대한 원 안을 들여다보다가 멈칫했다.
“…가구? 책장?”
최소 10미터 아래. 목조 건물 잔해들과 함께 뒤엉킨 흙과 돌. 그 사이로 책장처럼 보이는 아주 큰 가구 최소 몇백 개가 뒤엉켜 있는 것이 보였다.
새로이 만들어진 구덩이는 태양 아래에서 모습을 숨기지 않고 모두에게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였다.
“설마? 조장님!”
암 조원은 이곳이 어디인지,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대략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렇군.”
조원들의 시선을 받고 있던 조장 아투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가 인명부 보관소였어.”
그래서 용병 길드 사람들이 다급했던 것이고, 저 무너뜨린 자들을 잡을 생각은커녕 충격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아투레스 퍼프의 시선이 움직였다.
“론 몰란.”
그를 따라 시선을 움직인 조원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언제?’
아투레스를 따라 파견되었던 전투 2조 일부가 무너지는 땅을 피해 물러선 곳.
그곳에 위치한 평범한 집.
그 집의 지붕 위.
정말 얼마 떨어지지 않는 위치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가 암 조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주님은 여전히 은밀하시군요.”
조장 아투레스는 60대의 남자를 보며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말없이 저를 내려다보는 노인의 시선에 그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주 은밀해서 잘 도망쳤나 봅니다? 쥐새끼처럼.”
15년 전.
몰란 가문의 가솔들은 대부분 죽었다.
오로지 가주인 론 몰란과 그의 아들인 비크로스 몰란의 사체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잘 도망쳤는지, 쥐 잡듯이 찾아도 안 보이더니.”
아투레스는 비웃음을 그렸다.
“겁먹어서 숨어든 줄 알았죠.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서 뵙습니까? 살날이 다 됐나 봅니다?”
투둑.
그때, 한 사람이 옆 지붕을 건너 론의 뒤로 자리했다. 아투레스는 그를 보면서도 말했다.
“아들은 아직 살날이 많아 보이는데. 오랜만이구나. 네가 어릴 적에 몇 번 네 가문에 놀러갔었는데. 이 삼촌을 기억하니?”
아투레스는 이까지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그렸다.
그런 그에게 인자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그래, 아투레스. 그래서 네가 네 가문 사람들을 모조리 죽인 것인가?”
아투레스의 미소가 사라졌다.
아투레스 퍼프.
5대 암살 가문 중 하나였던 퍼프 가문의 사람.
용병왕의 친구인 그렌 퍼프의 가족을 모두 죽이는 데 앞장섰던 자.
“대답이 없구나.”
아투레스는 저를 내려다보는 인자한 미소의 론이 보였다.
하지만 서늘한 눈동자는 조금도 인자해 보이지 않았다. 그 차가운 눈동자는 지붕 아래, 자신보다 밑에서 그를 올려다보는 아투레스를 향해 말했다.
“겁먹은 쥐새끼는 내가 아니라 너구나.”
그때였다.
론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이 움직였다.
“크윽!”
동시에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투레스의 시선이 움직였다.
“…조, 조장님.”
아투레스가 이번 임무에서 부조장 대신 데리고 다니는 이였다.
그의 발 바로 앞에는 작은 단검이 땅에 박혀 있었다.
은밀하게 론이 있는 건물로 다가가던 참이었다.
아투레스의 눈에 놀란 조원이 보였고, 귓가에는 론의 부드러운 웃음소리만이 들렸다.
“네 수하들이 더 쥐새끼 같구나.”
아투레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론을 본 순간 알아챘다.
아니, 그의 몸을 본 순간 알아챘다.
60대임에도 건장한 몸.
그리고 그를 감싼 날카롭게 벼려진 기운.
한시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적을 노리기 위해 단련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세였다.
“아투레스, 그렇지 않나?”
그래서 아투레스는 론을 보자마자 달려들 수 없었다.
“응? 겁대가리를 상실한 쥐새끼. 그런 조원을 곁에 두어서야 되겠는가?”
아투레스의 시선이 다시 론에게로 향했다.
론은 눈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서늘했다.
“너희 모두 덤벼들려면 덤벼들어도 좋다.”
암 조원들 일부는 아투레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투레스는 론의 도발에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는 그와 함께 오랜 시간, 최소 십오 년 정도 손발을 맞추었던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론 몰란.
그가 누구던가?
마음만 먹으면 5대 암살 가문을 없애고 오로지 1대 가문만이 존재하도록 만들 실력을 지닌 자였다.
그래서 그 가공할 암의 공격에도, 당시 ‘하얀 별’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그들을 피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도 암살이나 은신은 배우지 못한 소년이었던 아들까지 데리고.
그런 자가 돌아왔다.
그리고 말했다.
“나를 잡을 수 있다면.”
나를 잡을 수 있다면 덤벼라.
“그리고 기대해야 할 거다.”
대신 나에게 덤비는 순간.
“밤이 되면 우리가 너희들에게 죽음을 선물해 주러 갈 테니.”
밤마다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인자한 말과 다른 잔인한 내용이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투레스의 신경을 자극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밤이 되면 ‘우리’가-’
우리.
그 단어가 아투레스를 자극했다.
아니,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라니?”
그의 의문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고, 부드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십오 년, 그건 너희들만의 시간이 아니었단다.”
아투레스는 등골이 서늘해져 오며 저도 모르게 다급하게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튀어나올 수 없었다.
“론 몰란!”
론은 시선을 돌렸다.
그를 향해 핏대를 세우며 달려오는 자들이 보였다.
당연히 용병 길드 최정예 단원들이었다.
특히 조장 크록은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토해내며 그를 향해 달려왔다.
“오랜만이구나, 꼬마야.”
크록은 저를 향해 론 몰란이 내뱉는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금은 최정예 단원들을 이끄는 대장이지만, 십육 년 전의 그는 뒷골목에서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일 년간 검을 가르쳐 준 자.
“오랜만.”
크록은 론의 뒤에서 고개를 까딱이는 비크로스가 보였다.
함께 일 년간 검을 배웠던 자.
크록은 대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일 년간 대검술을 배우고 용병 길드 최하 길드원으로 입단했다. 그래서 십오 년 전, 그 참혹한 현장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케도 대장 자리까지 갔구나.”
누가 들으면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저 사람이 론 몰란이었다.
크록은 인자한 척하는 론이 아닌, 저것이 진짜 론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크록은 대검을 그에게 겨눴다.
그는 현재 용병왕이 없는 길드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었다.
“론 몰란! 당신이 최초 지부를 무너뜨린 것인가?”
그는 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따라서 크록의 대응이 달라질 터.
대검을 세게 쥐는 그의 손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십오 년, 크록도 그 시간 동안 책임과 의무를 아는 단단한 어른으로 자라 있었다.
“하하-”
그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는 론이 보였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했다. 저 서늘한 비수와 같은 분위기는.
론은 아투레스, 크록, 그리고 그 둘을 따르는 사람들을 보며 천천히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너뜨렸다니?”
그 순간, 비크로스에게로 사람들이 시선이 옮겨졌다.
그럼에도 론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덜 무너뜨렸는데?”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비크로스 몰란.
그의 손에 들린 마법 폭탄들이 보였다.
“설마-!”
“…저, 저!”
당황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던 론의 머릿속에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모네이드 할배! 인간이 신호하면 마법 폭탄 던지라고 한다! 인간이 하려면 제대로 다 흔적도 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나도 동의하고 우리 가족들이 다 동의했다!
라온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실드 펼쳐서 다른 사람들 안 다칠 거다! 위대한 라온 미르만 믿어라! 착한 할배야!
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자함과는 거리가 먼 서늘한 미소였다.
-다 부순다! 나만 믿어라!
론은 저를 올려다보는 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몰란이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구나.”
몰락했던 몰란 가문.
새로운 시작을 펼치기에 지금 이 상황은 꽤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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