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5
364화.
“마법 폭탄을 던지려고?”
론은 저를 향해 질문을 던진 이를 응시했다. 모르는 이였다. 하지만 론은 그에게 상냥히 답했다.
“최초 지부와 인명부 보관소는 이 세상에서 오늘 사라질 거다.”
그리고 곧바로 론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콰앙!
지붕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늘었구나.”
“크윽!”
크록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여유롭게 한 걸음만으로 피하고는 칭찬을 내뱉는 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대검은 곧바로 론에게로 향했다.
“궁사들은 론 몰란과 비크로스 몰란의 팔을 노려라! 주변에 같은 편인 마법사가 있을 것이다! 당장 찾아라!”
크록은 목청껏 명령을 내렸다.
“네!”
“네, 대장!”
최정예라는 이름에 걸맞게 궁사 용병들은 순식간에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임만 제어해라!”
섣불리 화살 시위를 놓았다가 마법 폭탄을 건드리거나, 혹은 저들에게 위기감을 주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용병 길드 마법사들이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일반 마법 폭탄은 주변에 마법사가 있어야 폭발이 가능했으니까.
“…물러난다.”
“조장님?”
“물러난다. 더 말하게 하지 마라.”
그리고 암 2조의 조장인 아투레스는 후퇴를 택했다.
그는 저를 향한 조원들의 의문 어린 시선들을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를 잊지 마라.”
첫 번째 목표.
용병왕의 행방을 찾아라.
자유 도시 리브엔시에서 사라진 용병왕의 흔적을 찾아야 했다.
조원들은 조장의 말에 따라 대번에 뒤로 빠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누구 마음대로?”
그 순간, 그들은 대검을 등에 매달고 저들을 내려다보며 웃는 남자가 보였다. 비크로스는 품 가득 마법 폭탄을 든 채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었다.
암 전투 2조 조원들을 내려다보는 비크로스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십오 년 전.
아직 소년이라고 부를 시기. 그때 그는 불타오르는 집과 죽어가는 가솔들, 그리고 제 앞에 서서 검을 휘두르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 론 몰란의 분노도 컸지만, 비크로스라고 해서 마음속에 분노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더 컸다.
그 덕에 어머니를 더 닮았다는 말을 듣던 소년은 웃음이 사라졌고, 아버지처럼 냉막한 인상의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는 언젠가를 떠올렸다.
짱돌 저택에 머물렀던 때, 최한이 주방 뒤편 후원으로 그를 찾아와 했던 말이 있었다.
‘넌 대검보다 은신술이나 비도술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최한은 비크로스에게 비도를 한 개 툭 던졌다.
비크로스는 건방지게 너라고 칭하는 놈의 말을 무시하며 손에 잡힌 비도를 나무 쪽으로 던졌다. 비도는 정확하게 정중앙, 타깃에 박혔다.
비크로스는 이를 쳐다보며 답했다.
‘신경 꺼.’
그리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화마로 뒤덮인 가문.
죽어가는 가솔들의 비명 소리로 불길이 더 높이 타오르는 것만 같던 순간.
‘비크로스, 기다리렴. 아버지가 곧 올 거야.’
아직은 키가 덜 자라, 작고 왜소하던 비크로스.
그의 앞에 자리한 어머니의 손에 들린 대검을, 비크로스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비크로스가 대검을 들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비크로스가 대검을 선택했다.
그도 스스로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문술과 은신술에 재능이 있었다.
옆에서 아버지가 행동하는 것만 봐도 ‘조금만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다른 케일 일행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상황. 소드 마스터와 상급 마법사, 네크로맨서까지 나타난 와중에도, 비크로스는 그들에 비해 성장이 더뎠다. 아마도 대검술로 소드 마스터까지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요리에 집중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검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에 달했지만, 대검을 포기할 수 없었다.
“비크로스 몰란.”
비크로스는 저를 노려보는 암 조장 아투레스 퍼프가 보였다. 저를 향한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발을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그의 귓가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작하지.”
그 말이면 충분했다.
“안 돼!”
론의 말을 들은 크록 대장이 최대의 속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론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비크로스는 대검을 뽑아 들었다.
챙!
거대한 검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비크로스의 검에 시선을 두지 못했다.
“저, 저런!”
대검을 쥔 두 손.
검을 쥐기 전 비크로스의 두 손에 있던 물건들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마법 폭탄들이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자, 잡아!”
“피해라! 폭탄을 피해야 돼!”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바로 전.
바로 그 긴박한 상황.
비크로스도 지붕을 박차며 공중으로 떠올랐고, 그의 대검이 거대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비크로스의 눈에 대장 크록과 조장 아투레스가 보였다.
당황한 얼굴의 크록과 경악을 머금은 아투레스.
비크로스는 웃으며 대검을 휘둘렀다.
“아, 안 돼!”
누군가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그리고 대검의 검면이 마법 폭탄의 옆면을 때렸다.
쾅!
한 번이 아니었다.
콰앙! 콰아앙!
대검은 몇 번 더 거대한 곡선을 그리며 마법 폭탄들을 때렸다.
그리고 부딪친 마법 폭탄은 흔들리며 한곳으로 향해 던져졌다.
“이, 이럴 수가!”
용병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쿵! 쿠웅!
마법 폭탄들이 꽤 큰 충격음을 터뜨리며 처박혔다.
그 장소는 최초의 길드 지부가 있던 그 무너진 구덩이 안.
“내 것도 옮겨야겠어.”
투둑. 툭.
론의 손에 있던 마법 폭탄들도 살포시 구덩이 안에 떨어졌다.
그 순간, 론은 다른 지붕으로 내려서며 두 손을 펼쳤다
“자, 이제.”
짝!
두 손이 맞부딪친 순간, 론은 나직이 말했다.
“폭발.”
다정한 목소리의 끝.
콰아아앙-!
사람들은 귀를 막으며 바닥으로 납작 엎드렸다.
콰아앙! 콰아앙!
폭발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이들은 거대한 진동에 온몸이 속절없이 떨려왔다.
소리가 잦아들어 고개를 들자 거대한 불기둥이 보였다.
“…아.”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동대륙 최대, 최고 기록서가 있던 지하 공간. 그 무너진 구덩이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모든 것을 다 태울 듯한 시뻘건 불길이었다.
몇몇은 고개를 돌렸다.
론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이제 기록은, 역사는 사라졌군.”
용병은 물론이거니와 암, 그리고 숨어 지켜보던 시민들까지.
모두 그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말은 인명부가 저 불덩이와 함께 타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어느새 비크로스와 함께 있던 론은 텔레포트 마법진 스크롤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잡아! 무조건 잡아야 돼!”
대장 크록이 벌떡 일어나 몰란 부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정신을 차린 용병들도 울분을 토해내며 달려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외쳤다.
“마법사들은 당장 불을 꺼!”
다급하게 외친 그는 론을 향해 던지기 위해 대검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는 순간 망설였고 결국 그 대검은 론이 아닌, 그가 있는 바로 앞을 향해 던져졌다.
“여전하구나.”
그 순간, 크록은 저를 보며 차가운 미소와 함께 스크롤을 완전히 찢어버리는 론이 보였다.
찌이익!
찢어진 스크롤과 함께 몰란 부자는 서서히 몸이 투명하게 변해갔다.
콰앙!
그리고 크록의 대검은 론의 한 발자국 앞에 꽂혔다.
“제기랄!”
크록은 뛰어가던 것을 멈추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다.
사라졌다.
론과 비크로스. 그 둘은 순식간에 텔레포트를 해 떠나 버렸다.
크록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십오 년.
자그마치 십오 년 만에 마주한 광경이 이런 끔찍한 상황이라니!
그러나 그는 이어지는 마법사의 보고를 듣고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출 수가 없었다.
“대장님! 물 마법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불길을 꺼야 돼! 안 그러면 모두 없어진다고!”
크록은 목소리를 높이며 마법사를 채근하려다가 마법사의 등 뒤로 보이는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뭐, 뭐야?”
그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자유 도시 외곽을 무너뜨릴 정도의 충격파를 포함한 마법 폭탄이었다.
소리만 들으면 분명히 그 정도 규모였다.
그런데 멀쩡했다.
진동으로 무너지는 기반도 없었고 불이 들러붙어 타오르는 주택가도 없었다.
그리고 폭발로 무너진 곳도 없었다.
모두 그대로였다.
“대장님. 보호막, 실드입니다.”
하얀색의 거대한 실드가 보였다.
실드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았다.
“저 실드 때문에 불을 끌 수가 없습니다. 자연히 꺼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실드는 거대한 불기둥을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 불기둥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그리고 누구도 불길을 인위적으로 끌 수 없도록 만들었다.
용병 중 한 명이 이 모든 상황을 보며 입을 열었다.
“…천 년의 기록이 사라졌어. 다, 다 타올랐어.”
동시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몰란.”
잊혀진 이름이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나타났다.
그 등장은 어떠한 단체보다 파격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암과 용병 길드.
그들 중 전령으로 배정받은 이들이 빠르고 은밀하게 먼저 몸을 움직였다.그들은 곧 각자의 지부로 돌아가 지금 이 상황을 알릴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켜보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허, 참.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암과 용병 길드, 그리고 몰란 가문이라.”
중얼거리며 자리를 옮기는 수많은 이들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의도치 않은 힘. 권력 단체가 하나 등장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야, 이거 왕실에 알려야 하나?”
“알려야지! 암한테 당한 암살 가문 놈들 중 처음으로 돌아왔다고! 이런 모습으로. 이게 무슨 말인 줄 알아?”
특히 인근 왕가의 정보통이었던 자는 동료의 급박하면서도 은밀한 목소리에 그에게로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런 그에게 동료는 급박하게 말했다.
“시작이란 말이야! 분명 5대 가문에 살아남은 놈들이 있을 거라고. 아니면 암한테 당한 놈들이나! 그들이 나올지도 몰라! 몰란이 자신들의 힘을 내보이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말을 내뱉는 그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야, 원래 몰란 가문은 밤에만 나타나는 존재야. 그들이 낮에, 양지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어?”
그는 론 몰란에 대해서 알았다.
“최소한 론 몰란은 용병 길드를 건들 만큼, 대놓고 싸우자고 할 만큼 준비를 끝냈단 소리야.”
용병 길드.
지금 암과 세력을 두고 다투고 있지만, 여전히 동대륙에서 수위를 다투는 전력 단체였다.
“한두 명으로 저리 나서겠어? 분명, 분명 몰란 가문이면 최소한 수백, 수천 명의 전력을 거느렸을 거야.”
물론 론은 케일이 여관 일을 시킨 산적들 몇 명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그걸 몰랐다.
작고 날카로운 비수.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이들은 그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라고 열심히 예상 중이었다.
“…이건 정말 큰일이야.”
심각한 얼굴의 정보통들이 각지로 흩어졌다.
그리고 이내 동대륙 권력자와 강자들의 귓가에 몰란 가문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덤으로 동대륙 사람들에게 용병 길드 인명부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함께 퍼져 나갔다.
***
파아앗!
케일은 환한 빛과 함께 한 장소에 도착했다.
“제대로 도착했군.”
그는 고룡의 목소리에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간아! 여기 하얗다!”
“사막인 것 같은데! 바닥에 알갱이들이 다 하얀데!”
“저기 나무 하얀데! 다 하얀데! 그리고 추운데!”
투둑, 투둑.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하얀 눈이 내리며 그의 뺨에 닿았다.
사막의 모래알처럼 하얀 알갱이들로 뒤덮인 땅. 그곳에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하얀 나무들이 자라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말도 안 되는 공간.
자연의 법칙이 사라진 듯한 공간.
“케일.”
그는 고룡 에르하벤을 바라봤다.
론, 비크로스와 함께 텔레포트를 한 케일 일행. 그들은 최초 용병 길드 지부에서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왔다.
고룡은 제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빛의 성이 있는 곳이다.”
모든 것이 하얀 공간.
“동대륙에서 가장 추운 곳이지.”
3대 금지 중 하나인 빛의 성.
그리고.
-왔구나.
케일의 머릿속으로 한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짱돌이었다.
-그 아이.
짱돌이 말하는 그 아이는 그가 지켜주었던 자로,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였다.
-그 아이는 분명 이곳에 마을을 세웠을 거다.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가 만든 마을.
그때였다.
“크윽!”
케일은 순간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인간아!”
“왜 그러나?”
“케일 님!”
그는 다가오는 일행에게 손을 들어 올리며 괜찮다고 말하곤 다른 한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우우우웅-
그의 손에 하얀 왕관이 나타났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지녔던 물건.
용의 피를 좋아하는 왕관.
그 하얀 왕관이 격렬하게 울고 있었다.
파아아앗!
동시에 하얀빛이 대기를 갈랐다.
왕관에서부터 흘러나온 빛.
그 빛이 하나의 선이 되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케일은 빛줄기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고룡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입을 열었다.
“가죠.”
드래곤 슬레이어.
그가 만든 마을.
왠지 이 빛을 따라가면 그 마을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케일은, 일행은 그 빛에 순간 정신이 팔려,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라온이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작게 중얼거리던 라온은 코를 찡긋거리며 작고 통통한 앞발로 제 심장을 두드렸다.
쿵. 쿵. 쿵.
라온은 이상하게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