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6
365화.
라온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쿵. 쿵. 쿵.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통증은 아니었다.
긴장감? 두려움? 기쁨?
라온은 왜 자신의 심장이 뛰는지 그 연유를 알 수가 없었다.
“뭐 해?”
라온은 가슴을 두드리는 제 앞발을 잡는 케일이 보였다.
“막내, 왜 그러는지 궁금한데!”
어느새 홍도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라온의 바로 아래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라온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아니다! 그냥 심장이 쿵쿵거린다! 위대한 라온 미르라서 그런 거다!”
그 순간 라온은 케일의 뚱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감기냐?”
라온은 그 물음에 꽤 오래전 고래족 마을에 찾아갔다가 감기가 걸렸던 일을 떠올렸다. 위대한 용이지만 감기는 걸렸다.
라온은 가슴을 당당히 내밀며 말했다.
“아니다! 아프지 않다! 감기 아니다! 위대한 나는 감기는 한 번만 걸린다!”
허이구.
케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라온은 온과 홍, 그리고 자신과 일행에게 체온 유지 마법을 펼쳤다.
“오! 하나도 안 추운데!”
“나는 위대하다!”
라온과 홍이 내리는 눈 사이로, 하얀 알갱이들을 밟으며 방방 뛰어다니고 날아다녔다. 케일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음!”
그리고 멈칫했다.
“…에르하벤 님?”
케일 바로 코앞까지 에르하벤이 다가와 있었다.
에르하벤은 케일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케일의 어깨 너머 라온을 묘한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이내 케일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툭 던지듯 말했다.
“…이상해.”
“네? 이상하다고요?”
케일은 방금까지 에르하벤의 시선이 라온에게로 향했음을 알고 황급히 입을 열었다.
“라온 말입니까?”
“아니. 너.”
“…네?”
멍하니 되묻는 케일에게 고룡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손에 들린 그 왕관 말이다.”
그 순간 용병왕 버드 일리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동료인 최상급 마법사 그렌 퍼프는 뒤처리를 위해 남겨두고 홀로 케일 일행과 함께 이동해 온 상태였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도 에르하벤 님 말씀처럼 네 손에 들린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그게 뭐냐?”
호기심 가득한 버드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케일은 그 표정을 보자 저도 모르게 기분대로 답했다.
“말해주기 싫은데?”
괜히 저놈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 대답해 주기 싫었다.
히죽. 버드는 웃었다.
“그럼 말고!”
…이런 이상한 놈.
케일은 버드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일행이 모여들었다.
“사실 네가 여기에 드래곤 슬레이어의 마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왔잖아? 그렇죠, 에르하벤 님?”
“그렇지.”
에르하벤이 고개를 끄덕이자, 버드는 더 흥이 난 듯 텐션을 올리며 말했다.
“여기는!”
그는 하얀 알갱이들을 두 손에 담아 올렸다. 하얀 알갱이들이 손 틈새로 빠져나갔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
…뭐?
케일의 시선이 버드의 눈동자로 향했다.
“여기는 이 하얀 모래알과 하얀 나무, 그리고 하얀 눈만이 존재하는 공간이야.”
가만히 있던 론도 대화에 참여했다.
“생명이 자랄 수 없는 땅입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죽은 마나가 번뜩 스쳐 지나갔다.
“죽은 마나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나 론의 이어진 말에 케일은 제 생각을 지워내고 의문을 가졌다.
“왜 생명이 자랄 수 없지?”
그 물음에 론과 버드는 쉬이 답했다.
“모릅니다.”
“몰라!”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해졌을 때, 버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모르니까 3대 금지 중 하나지! 여긴 모르는 이가 잘못 들어섰다간 방향도 길도 잃어버리고 굶어 죽기 딱 좋은 환경이거든.”
버드의 손가락이 케일의 왕관으로 향했다.
“그래서 이렇게 빛줄기를 뿜어내면서 방향을 가리키는 이 물건이 신기하네? 아무것도 없는 땅에 정말로 뭐가 있는 건가? 응?”
호기심이 왕성한 눈동자가 왕관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케일이 그 눈동자가 왠지 찝찝해 어디 술이라도 구해서 버드의 손에 쥐여줘야 하나 생각하던 순간.
“또 하나 없는 것이 있지,”
에르하벤의 목소리에 케일은 고룡을 쳐다봤고,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볼 수 있었다.
“아.”
케일은 곧바로 에르하벤이 말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한 고룡의 손가락. 하늘을 쳐다본 케일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눈이 내리는 하늘.
구름과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그래서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귓가로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낮도, 밤도 없다.”
휘이이-
작은 바람 소리가 일행을 감쌌다. 고룡의 바람 마법이 일행에게 전해졌다.
에르하벤은 발끝에 머문 백금빛 바람과 함께 바닥을 박찼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며 케일과 일행에게 말했다.
“따라오너라. 이 길은 내가 아는 길이니.”
그가 향한 방향은 하얀 왕관이 가리킨 방향과 같았다. 그는 살짝 뒤돌아보며 툭 던지듯 내뱉었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의 무덤으로 가는 방향과 왕관이 가리키는 길이 같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
그 말에 버드, 론, 최한, 비크로스 네 사람의 발도 바닥을 박차 그 뒤를 따랐다.
“빛의 성. 그곳의 진실을 보여주마.”
그 말을 끝으로 에르하벤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케일은 라온과 홍에게도 어서 가라는 듯 눈짓했다. 그 둘도 신나게 뒤를 따랐다. 그리고 몸을 숙였다.
“온.”
그는 어딘가 복잡한 표정의 온을 품에 안아 들었다.
“왜 그러지?”
아까 라온과 홍이 신나게 돌아다닐 동안에도 온만은 조용했다. 그녀는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닌데. 별것 아닌데.”
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케일의 품에서 뛰어내려 저도 달리기 시작했다. 케일은 그 옆에서 달렸다. 그의 귓가로 온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상한데.”
케일은 아무런 말 없이 앞만 보고 나아갔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라온과 온.
두 아이가 여기에 들어선 순간 이상하다고 말했다.
케일은 두 아이의 말을 상당히 신뢰했다. 그의 암갈색 눈동자가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또 다른 이상한 점을 내려다봤다.
우우우웅-
아까부터 강하게 진동하는 하얀 왕관.
그 왕관을 보는 케일의 표정이 묘했다.
울부짖고 있었다.
-…죽인다.
케일의 머릿속에 울부짖으면서 내뱉는 단어들.
-반드시… 죽인다… 내 소중한 모든 것을 앗아간 그 녀석을. 반드시… 죽인다.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왜냐고?
지배하는 아우라.
케일에게 이 허세 가득한 힘이 사기 치기 좋은 힘이라고 가르쳐 준 그 목소리와 똑같았으니까.
케일은 일행의 뒤를 따르며 손에 움켜쥔 왕관을 제 입 가까이로 가져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입 닥쳐. 부숴 버리기 전에.”
왕관은 조용해졌다.
케일은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속도를 높였다.
왕관이 무슨 소리를 하건 알 바 아니었다. 이미 라온을 노리던 순간부터 이 왕관은 케일에게 쓸데없고 언젠가는 부숴야 할 물건일 뿐이었다.
쏴아아-
빠르게 공기를 가르는 그에게 시원한 바람이 뺨을 감싸고 지나갔다.
***
그렇게 한 시간 내내 달렸다.
마침내 일행은 왕관에서 쏟아져 나온 빛줄기가 끝나는 곳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에르하벤은 걸음을 멈췄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버드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한과 비크로스도 고개를 돌리며 사방을 살폈다.
여전히 하얀 알갱이들과 눈, 군데군데 자라난 하얀 나무들만이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그렇게 보이겠지.”
에르하벤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주위를 대충 훑어보았다.
“드래곤은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는 스스로를 가리켰다.
“나는 아마 죽으면 가루가 되어 이 세상에 흩어질 거다. 그게 내가 바라는 죽음이지.”
“죽을 때 멀었는데! 장수하는데!”
붉은 아기 고양이 홍이 주위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제 의견을 내뱉었다.
“크흠.”
에르하벤은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용들은 그런 죽음을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용은 타살로 죽은 시체가 썩지도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슬퍼하고, 또 분노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냉소였다.
“여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용의 죽음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져 있단 말이지.”
최한이 물었다.
“그 용이 마지막 드래곤 로드입니까?”
이어 묘한 표정의 버드가 물음을 던졌다.
“…모두의 눈앞에요?”
에르하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래, 모두의 눈앞에. 너희들도 보이잖아?”
에르하벤은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으로 하얀 알갱이들이 치솟아 올랐다. 에르하벤은 그 알갱이들을 움켜쥐었다.
손 틈새로 흘러내리는 하얀 알갱이들.
“마지막 드래곤 로드.”
에르하벤의 눈동자가 검은 용에게로 향했다. 꼬맹이의 동글동글한 눈이 그를 향해 있었다.
“그 화이트 드래곤의 속성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였던 백룡.
“아주 유명했거든.”
자연의 어떠한 속성을 담게 되는 드래곤.
에르하벤은 가루, 먼지였고 라온은 현재였다.
“화이트 드래곤은 이 빛의 성을 만들었다. 이 하얀 땅과 하얀 눈. 그 모든 것들이 그의 흔적이지.”
그의 발이 살짝 들렸다가 아래를 눌렀다.
쿠우웅!
거대한 진동이 에르하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으악!”
버드의 몸이 흔들렸다.
이미 최한은 온과 홍을 품에 안고 중심을 잡고 있었다. 론과 비크로스도 살짝 비틀거린 순간,
그들은 에르하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백금빛 소용돌이를 볼 수 있었다. 백금빛의 가루들이 휘몰아치며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쿠웅!
에르하벤이 한 번 더 발을 굴러 땅을 두드렸다.
“…어?”
“아.”
버드와 비크로스, 두 사람이 탄성을 흘렸다.
휘이이이-
백금빛의 소용돌이가 사그라들었다. 어딘가에 부딪쳐 없어져 갔다.
그리고 그 없어진 자리.
일행의 눈동자에 거대한 방패가 보였다.
아니, 성문이었다.
방패 모양의 거대한 하얀 성문.
그리고 그 성문 너머로 드러난 광경이 시야에 담겼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의 속성은 보호였다.”
에르하벤은 웃으며 말했다.
“방패가 보이는가?”
그의 손이 정문을 향했다. 그리고 그 너머를 가리켰다.
“저 높고 아름다운 성도 보이지?”
하얗게 반짝이는 성이 일행의 눈앞에 나타났다.
“…빛의 성.”
버드는 이 장소의 이름을 새삼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는 비로소 빛의 성이라는 명칭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았다.
아름답고 신성해 보이는 하얀 성.
마지막 드래곤 로드가 남긴 흔적.
버드는 그 아름다움에 넋이 빠져나가 저도 모르게 천천히 하얀 성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걸음은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정문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못 들어가.”
버드는 고개를 돌렸다.
“드래곤 로드가 죽은 후, 모든 용들이 저 성에 들어가려고 했다. 왜냐면 다음 대 드래곤 로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에르하벤은 저에게 그때의 상황을 전해주었던 고룡을 떠올렸다. 그때의 상황은 대대로 용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 성은 어느 드래곤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성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어떠한 용도 저 성문을 부술 수없었다.
드래곤 로드의 힘은 그 정도로 강했다.
이를 바탕으로 용들은 대번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저 성안.
“보호 중인 거다.”
드래곤 로드는 분명히 무언가를 보호하고 있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는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 이 성을 만든 거다.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성을. 죽어서까지 말이야.”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용들이 이 빛의 성을 부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침입할 수 없었다. 저 방패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마지막 로드는 스스로 죽었어. 이 빛의 성을 남겨두고.”
그때였다.
“케일 님!”
“막내야!”
최한과 온, 홍의 목소리가 일행 사이를 가로질렀다.
나머지 일행의 고개가 황급히 케일과 라온에게로 향했다.
“크윽!”
케일의 왼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떨림을 제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튀어나온 것은 거친 목소리였다.
“이, 이 망할 왕관!”
그는 오른손으로 제 왼손을 잡았다.
하지만 왕관을 쥔 그의 왼손은 케일의 의지를 벗어나 마음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하얀 왕관이 그의 왼손을 조종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케일은 머릿속으로 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배하는 아우라, 그리고 하얀 왕관.
-성문을 열어라. 친우의 마지막 부탁을 지켜야 한다.
처음은 지배하는 아우라가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다음은 하얀 왕관.
-성문을 열어라.
그 목소리는 비통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저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니.
결국 케일의 왼손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 점점 머리로 향했다. 왕관이 그의 머리 위에 얹히려고 했다.
그때였다.
“막내!”
“라온!”
홍과 온의 외침이 들린 순간.
케일의 고개가 다급하게 돌려졌다. 라온이 보였다.
“…으으… 으…….”
제 가슴께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라온이 보였다.
“라온!”
퍽!
케일은 오른손으로 제 왼손을 내려쳤다. 그리고 라온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끼이이익-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여기서,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소리였다.
일행은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리고 있었다.
빛의 성.
그 거대한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케일은 보았다.
성문 안.
반투명한 존재가 보였다.
라온 정도 몸집의 작고 하얀 용.
검푸른 눈동자의 그 용은 문 너머를 향해 말했다.
“어서 오거라, 나의 아이야. 그리고 나의 친우의 뜻을 이은 자여.”
어린 백룡의 눈동자는 케일과 라온이 있는 방향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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