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8
367화.
용 혼혈.
그놈이 용의 심장을 몇 개 먹었다고 했었지?
그의 암갈색 눈동자가 낮게 가라앉으며 한곳을 응시했다.
그러나 케일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도 기록의 바닷속을 뒤집어엎고 있었다,
마침내 케일은 기록을 찾아냈다.
용 혼혈이 스스로에 대해서 언급했던 말.
‘그러나 나는 결국 만들어진 존재라 구백여 년간 2차 성장이 한계였다. 그리고 나는 2차 성장까지 그 사람이 준 용의 심장을 총 네 개 먹었어. 몸에 새겨진 심장까지 합치면 나는 총 다섯 용의 목숨으로 만들어진 존재지.’
용 다섯의 목숨과 다섯의 심장.
쿵. 쿵. 쿵.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평소와 달리 유독 거세게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자신이 아닌 라온의 심장 박동이었다.
케일은 거세게 뛰고 있는 라온의 심장에서 이 녀석이 지금 긴장했고 혼란스러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도리어 정신이 들었다.
툭. 툭.
케일은 라온의 등을 토닥였다.
그 와중에도 백룡의 목소리는 들려왔다.
“두 아이가 있었지.”
검은 알 하나. 그리고 붉은 알 하나.
“하나는 아주 크고 기운이 엄청났어. 알 상태인데도 주변의 모든 마나를 뒤흔들게 할 정도로 강인했어.”
백룡과 케일의 눈이 마주쳤다.
“마치 홀로 두 용의 기운을 모두 머금고 태어난 듯했지.”
흐릿한 미소가 백룡의 입가에 맺혔다.
“그리고 다른 한 아이는 작았어. 알 크기도 보통 알보다 작았지. 그 알은 참, 약했어.”
백룡의 작은 앞발이 둥그렇게 모였다. 마치 소중한 것을 두 앞발 위에 올렸다는 듯.
“나는 그 안의 아이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 느껴졌단다.”
텅 빈 앞발을 내려다보던 백룡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꽈악.
최한은 저도 모르게 검집에 손을 올렸다. 서늘한 기운이 그에게 위협감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백룡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툭. 툭.
라온은 제 등을 토닥이는 케일의 손길을 느끼면서도 귀를 활짝 열었다.
저 백룡은, 저 존재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한 아이는 너무 약해서, 그리고 또 다른 한 아이는 너무 강해서.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
한 아이는 용이라고 하기에는 알이 품은 힘이 너무 터무니없이 약했다.
그리고 한 아이는 로드인 자신의 어릴 적보다 더 막강한 힘을 품고 태어났다.
어떤 의미로든 이 둘은 태어나려면 아주 오래 걸리겠다는 판단만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이백여 년가량의 삶만이 남아 있었지.”
멈칫.
라온의 몸이 크게 떨렸다.
라온은 케일의 품 안임에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백룡은 자신에게 등 돌린 라온을 서글픈 얼굴로 바라봤다.
시간이 얼마 없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말해야 했다.
“이백 년, 그 안에 태어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나는 주어진 남은 시간 동안 미래를 준비해야 했어.”
작은 백룡의 날개가 움직였다.
용은 케일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가늠할 수 없는 무수히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마법이 필요했고.”
백룡은 케일의 품에 안겨 자신에게서 등 돌린 라온의 등 위에 자신의 앞발을 올렸다.
그리고 속삭였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언제라도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했어.”
결국 라온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분명 어린 모습인데, 눈동자에 세월의 현기가 담겨 있었다. 그 눈동자는 라온과 눈이 마주치자 환한 웃음을 그렸다.
백룡의 입이 열렸다.
“그 작고 연약했던 아이가 내 눈앞에 있구나.”
검은 알.
붉은 알에 비해 턱없이 연약한 기운을 품고 태어났던 아이.
혹여나 태어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까 봐 걱정이 되었던 작은 아이.
허상이지만, 모든 기억을 품은 백룡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울 수는 없었으니까.
딱 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내 아이다.
그건 용이라도 왜 그러한지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분명 명백한 확신이었다.
백룡은 저를 바라보는 말갛고 검푸른 눈동자를 향해 환히 웃어 보였다.
라온은 결국 고개를 돌려 케일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케일은 제 품이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은 어찌하여 이런 모습이 된 겁니까?”
고룡 에르하벤이었다.
케일은 그가 누군가에게 말을 높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에르하벤은 꽤 진중한 태도였지만, 의문은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망가지고 부서진 성 내부.
그러나 실제로 던진 질문에 내포된 뜻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찌하여 라온과 붉은 알을 잃었습니까?’
그 뜻을 알아챈 백룡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너무 믿어서 그렇게 되었어.”
백룡은 태어난 후로, 쭉 대대로 드래곤 슬레이어들과 친우 혹은 가족으로 지내왔다.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와 친우가 된 후, 두 번째 드래곤 슬레이어, 네 번째, 열 번째… 그 후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관계였다.
“내가 죽기 전, 나의 친우였던 그 대의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부탁했다. 대대로 이 성을 지켜줄 수 있냐고.”
백룡은 자신이 죽기 전, 그 대의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이 성을 부탁했다.
물론 정말로 지켜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외부 적으로부터의 보호는 자신의 힘이면 충분했다.
다만 백룡이 부탁한 것은 이 성안의 물건들, 오랜 세월 동안 보존 마법으로 유지가 되겠지만 혹시 모르니 이에 대한 관리를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난 후에도 좋은 친우가 되어달라고, 이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것의 기쁨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드래곤 슬레이어는 대대로 약속을 지켜 나가겠다고 나에게 맹세를 했어.”
그 대의 드래곤 슬레이어는 그 부탁을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백룡의 앞발이 케일의 손에 들린 하얀 왕관으로 향했다.
“그 왕관은 대대로 내 친우였던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소유하는 물건이었지. 그 왕관과 또 다른 힘을 소유하면 이 성의 문이 열렸다.”
오로지 저 왕관과 또 다른 힘을 같이 소유한 자만이 이 성에 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까지 그 약속은 잘 지켜졌다.”
고룡과 최한, 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천 년 전.
하얀 별의 삶이 시작되었을 때쯤이다.
“천 년 전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약속을 어겼고, 결국 이런 상황이 되었어.”
그 드래곤 슬레이어가 하얀 별이리라.
그때, 한 사람의 입이 열렸다.
“왜-”
최한이었다.
최한은 케일 품 안의 라온을 바라보다가 이내 굳은 얼굴로 백룡에게 말했다.
“왜 하얀 별이, 그 드래곤 슬레이어가 그런 일을 저지르도록 두고 보았습니까?”
최한은 슬픔을 눈빛에 담아 백룡을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는 백룡이 드래곤 로드라는 사실보다 그때 방관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당신은 강하잖습니까? 충분히 힘이 있으면서 왜-”
그러나 그의 말은 끊겼다.
백룡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봉인된 존재였으니까.”
최한은 말문이 막혔다.
백룡의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최한은 그 표정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라온과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 외양의 백룡. 그 백룡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라온이 정말로 슬프고 분하고 절망할 때 저런 표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최한은 라온이 케일의 품에 얼굴을 묻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백룡의 목소리는 표정과 달리 담담하고 조심스러웠다.
“‘나’라는 허상의 존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함께 성장하는 존재다.”
외롭지 않게, 그리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
왜냐면 이 허상의 존재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노려질 위협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만큼 로드의 ‘보호’는 막강했다.
“그리고 오로지 이 성만이 내 영역이지. 이 밖을 벗어나면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어.”
봉인되어 있어도 눈과 귀는 열려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다 보았다.
그러나 백룡은 천 년 전 그때를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뒷모습만 보였지만, 울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검은 등이 보였으니까.
백룡은 이미 찢어져 더 이상 이어붙일 수 없는 마음이 다시 한 번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성 앞에 아이가 나타난 순간, 봉인이 풀렸지.”
백룡이 세상 앞에 반투명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라온이었다.
“왜냐면 난 여기가 아이들의 고향이었으면 했거든. 그래서 밖으로 떠나도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죽음보다 백룡이 원한 것은 아이들이 언제라도 가족이, 고향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돌아왔으니 성문이 열렸고, 내가 나타날 수 있었다.”
백룡은 그 말을 끝으로, 라온만큼 작은 앞발을 들어 라온의 등을 토닥였다. 비록 반투명해 제대로 촉감이 전해지지 않겠지만, 백룡은 라온의 등을 토닥이고 쓰다듬었다.
최한은 뭐라 말을 건네지 못한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시종 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여기서 유일하게 자식을 키운 이였다. 그렇기에 그는 라온의 등을 쓰다듬는 저 백룡의 표정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구 하나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적막이 이어졌다.
온과 홍은 케일의 발밑에서 라온을 올려다봤고, 에르하벤과 버드는 생각에 빠진 표정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저 침묵을 택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침묵이 깨졌다.
“…아무리 사람을 믿었다지만, 후대에 어떻게 될 줄 알고서 성 출입을 자유롭게 허락했다니-”
버드였다.
용병왕 버드는 갑갑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답답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백룡을 책망하는 투였으나, 어느 누구도 그를 쉬이 탓할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이 그만큼 슬펐기 때문이다.
그 순간, 다른 이가 입을 열었다.
“방금 드래곤 슬레이어와 맹세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케일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라온이 멈칫하며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케일을 향했다.
그러나 케일은 백룡만을 바라보았다.
분명 백룡은 말했다.
‘내가 죽기 전, 나의 친우인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부탁했다. 대대로 이 성을 지켜줄 수 있냐고.’
‘그 드래곤 슬레이어는 대대로 약속을 지켜 나가겠다고 나에게 맹세를 했지.’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부탁을 했고, 그와 백룡은 맹세를 통해 그 약속을 지켜 나가기로 했다고.
얼핏 들으면 그냥 서로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약속 같아 보였다.
하지만 글쎄?
자신의 삶보다, 아름다운 죽음보다 더 귀이 여겼던 아이들에 대한 일이었다.
그냥 말로만 그런 약속을 했다고?
후대까지 내건 약속을?
케일의 입이 열렸다.
“무슨 맹세입니까?”
그 순간, 백룡은 한 줄기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죽음의 맹세.”
백룡이 죽음의 신에게 부탁해서 만든 아주 막강한 맹세.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자격과 맹세를 했다.”
후대의 드래곤 슬레이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독하고 강력한 맹세.
그 내용이 백룡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 성과 그 안의 모든 것들을 해하지 마라. 방해하지도 마라. 나쁜 영향을 주지 마라. 무엇보다도 나의 아이들에게 조금의 해도 끼치지 마라. 단, 나의 아이들이 너희들에게 살심을 가지고 대한다면 함께 싸워도 좋다.”
이를 백룡의 친우였던 드래곤 슬레이어는 받아들였다.
그만큼 백룡이 그와 그의 마을에 큰 것을 해주었으니까. 그리고 어기지만 않는다면 나쁠 것 없는 맹세였다.
케일은 백룡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맹세를 어기면 어찌됩니까?”
그의 물음에 백룡은 담담하게 읊조렸다.
그 나직한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닿았다.
“이 맹세를 어기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나타나는 순간.”
죽음의 맹세.
그 강력한 맹세를 어겼을 때 내려지는 벌.
하얀 별은 무슨 벌을 받았을까?
“너의 가족과 일족, 소중한 이들은 모두 죽고 말 것이다.”
케일의 어깨가 살짝 멈칫했다.
일행의 시선이 백룡의 입으로 향했다.
그러나 백룡은 그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가족과 소중한 모든 것들이 죽으리라.
“그리고 오로지 너만이 홀로 살아남아, 소중한 이들이 없는 세상을, 더 이상 소중한 것을 만들 수 없는 세상에서.”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세상. 그 세상에서 영원히, 다시는 소중한 것을 만들 수 없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무엇이든 소중한 것은 만들 수 없는 세상.
“평생 영원한 죽음이 주는 평안을 겪지 못한 채,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수없이 겪으며, 절대로 쉴 수 없는, 살고 또 살아야 하는 괴로움을 겪게 되리라.”
아.
케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환생자 하얀 별.
그가 어떻게 계속해서 환생을 할 수 있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문득 한 가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용 혼혈에 대한 기억을 맹렬하게 되새기고 있었기에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의문.
바람섬에 갔을 때, 팽이채를 찾아 신전 통로를 걸어가고 있는 와중에 짱돌과 나눴던 대화.
‘내가 죽던 날, 하얀 별도 무너졌지.’
만 년 전.
고대가 끝난 그때.
짱돌은 고대의 힘 소유자들과 함께 하얀 별과 싸웠다고 했다.
그때는 만 년 전이다.
그러나 하얀 별은 천 년 동안 환생을 반복해 왔다. 본인도 그렇게 말했고, 지금 상황을 보면 명확하다.
그렇다면, 짱돌이 싸운 ‘그 하얀 별’은 누구지?
짱돌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자는 하늘 속성과 함께 자연 속성 5가지를 모두 모았다.’
하지만 하얀 별은 현재 땅 속성 고대의 힘이 없었다.
순간, 짱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케일.
이어진 말에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고대의 ‘하얀 별’과 지금의 ‘하얀 별’은 다른 존재다. 이름은 같지만.
…이름은 같지만 다른 존재다?
-고대의 하얀 별은 영혼까지 부서졌다. 그리고 그가 가졌던 고대의 힘들은 세상 속으로 흩어졌지. 이건 확실해.
고대의 하얀 별과 지금의 하얀 별은 다른 존재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둘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케일, 내가 보기엔 지금 ‘하얀 별’이 ‘고대의 하얀 별’을 흉내 내는 것 같구나.
케일의 머릿속에 그 말이 크게 다가와 틀어박혔다.
그 순간, 백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드래곤 슬레이어. 너희들이 하얀 별이라 부르는 그놈은 이 성을 부수고 알들을 훔쳤다.”
백룡의 말은 이어졌다.
케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와중에도 백룡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백룡은 자세한 이야기는 라온을 위해 참으며 천 년 전 일의 일부를 내뱉었다.
성 내부를 부수고 알을 훔친 그놈.
“그 녀석에게 죽음의 맹세가 내려졌지.”
백룡은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소중한 것을 모두 잃게 될 놈이.
앞으로 소중한 것을 무엇도 만들 수 없는 놈이.
죽음이 주는 평안도, 삶의 휴식도 평생 겪을 수 없게 된 놈이.
오로지 가장 지독한 죽음의 고통과, 휴식 없는 괴롭고 피로한 삶만을 반복해야 하는 놈이.
“웃더구나.”
그놈은 웃었다.
“이걸 기다렸다고. 이 맹세를 기다렸다고 웃었어.”
부서진 성과 훔친 두 알을 품에 안은 채 그 녀석은 아주 환하게 웃었다.
“이것으로 자신은 용보다 강한 존재가 되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성안이 울리도록 웃어댔다.
백룡의 입꼬리가 잘게 떨렸다.
“나는 그것을 봉인당한 채 지켜보았지.”
케일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일그러진 얼굴의 백룡이 보였다.
그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그놈, 살아 있지?”
케일은 백룡의 눈동자에 깊이, 아주 깊이 박혀 있는 섬뜩한 분노를 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