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9
368화.
케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백룡의 섬뜩한 눈빛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다.
갈기갈기 찢겨 상처 입은 자의 소리 없는 울음이 그 눈동자에서 비치는 듯했다.
꽈악.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제 옷깃을 꽉 잡은 채 부들부들 떠는 라온의 앞발이 보였다.
그는 라온의 분노에 가득 찬 눈동자가 보였다.
백룡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소리 없는 울음을, 비명을 토해내는 이는 백룡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케일은 라온을 꽉 껴안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네,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케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놀람 때문이 아니었다.
분노.
케일의 몸속은 끓어오르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들끓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빌어처죽일 새끼!”
분노에 가득 찬 외침이 들렸다. 일행의 시선이 움직였다.
쿵! 쿵!
용병왕 버드 일리스가 바닥을 연신 발로 차며 분통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일부러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사람이면, 아니, 그냥, 그냥 살아 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어?”
도저히 버드 일리스는 하얀 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백룡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얀 별은 일부러 드래곤 슬레이어와 백룡 간의 맹세를 깨기 위해 성 내부를 망가뜨리고 알을 훔쳤단 소리가 아닌가?
그 결과 자신의 가족들, 소중한 이들이 죽고 앞으로 지독한 저주에 빠져 살아야 하는 것을 알 텐데.
그럼에도 다시 태어나 또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웃었다고?
그 저주를 기다렸다고?
버드는 케일의 눈을 마주하며 외쳤다.
“이해가 안 돼! 도저히, 내 머리로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했단 말인가?
강해지는 것?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단 말인가?
버드는 마음이 갑갑해지며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순간, 버드는 저를 쳐다보는 케일의 눈동자가 보였다. 실핏줄이 터졌는지 충혈된 눈동자였다.
케일의 입에서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해할 필요 없다.”
칼같이 단호한 대답이었다. 그 말에 백룡이 웃으며 이어받았다.
“그래. 이해라는 그런 귀한 감정을 그놈에게 쓸 필요 없다.”
이해할 필요가 없는 놈이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놈이 한 짓이 없던 일이 되는가?
오히려 지금 백룡에게 필요한 것은 그 녀석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한 파악이었다.
“내 시선은 이 성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
냉정하다시피 담담한 어조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백룡의 분노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에르하벤이 백룡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앞으로 나서며 라온의 등을 쓰다듬었다. 여섯 살. 아무리 똑똑한 용이라고 해도 어린 나이다.
분노하는 것은 중요했지만, 분노에 잘못 휩쓸리면 안 되었다.
‘그걸 알기에… 로드도 냉정하게 대응하려는 것이겠지.’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는 백룡의 마음을 에르하벤은 충분히 이해했다.
에르하벤은 반투명한 허상의 존재와 케일 사이에 서서 백룡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야 제대로 보였다.
‘나’라는 허상의 존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함께 성장하는 존재다.
백룡의 그 말은 사실이었다.
백룡이 지닌 힘은 딱 라온 정도였다. 속성에 대한 힘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마법은 그랬다.
라온의 마법 실력은 에르하벤에 버금갔으니까. 백룡의 마법도 딱 라온이랑 같았다.
아까 전 성안으로 이동시켰던 그 눈바람에 놀라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에르하벤도 레어 안에서는 그 정도는 가능한 일이었다.
이 백룡에게는 이 성이 레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전 에르하벤이라고 합니다.”
에르하벤은 저를 백룡에게 소개했다.
“제가 지금까지의 일을 알려 드리지요.”
그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으로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라온이 감정을 가라앉혀야 하니까.
그리고 온, 홍, 라온 꼬맹이들이 들어봤자 좋을 얘기가 아니었다.
그 순간이었다.
피식.
에르하벤은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의 주인공은 백룡이었다.
“됐다. 네가 나설 필요가 없다.”
백룡은 에르하벤을 보며 물었다.
“넌 안 보이느냐?”
“네?”
에르하벤은 무엇이 보이냐고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백룡은 에르하벤에게 다른 말을 해주지 않은 채 케일에게 다가갔다.
최한이 그 행동에 멈칫했다.
툭.
백룡의 앞발이 케일의 머리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용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너.”
이어진 말에 케일은 흠칫 어깨를 들썩였다.
“특별한 눈을 지녔구나.”
에르하벤도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백룡은 로드로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의 백룡은 그저 봉인된 허상이라도 만 년 가까이 존재해 왔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도 어쭙잖게 반씩 가지고 있고.”
신기하다는 듯 케일을 바라보던 백룡은 담담하게 물었다.
“내 기억을 보겠는가?”
로드, 그리고 이 허상으로서의 모든 기억.
고대의 끝자락부터 지금까지. 만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담긴 기억.
백룡은 이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넌 기록할 수 있을 터.”
암갈색 눈동자는 백룡을 지금도 기록하고 있었다.
“기록자여. 고대 이후의 진실을 너에게 전해주마.”
드래곤 슬레이어가 세운 마을.
그 모든 것들을 모두 본 백룡이었다.
“그리고 넌 나에게 지금을 알려주거라.”
케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마지막 드래곤 로드의 기억.
케일의 입이 열렸다.
“좋습니다.”
귀한 기억일 것이 틀림없었다.
하얀 별과의 싸움에서, 몰랐던 진실을 알 수 있음에. 하나하나가 중요한 기억일 터.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리라.
케일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기억해 두었다가 라온에게 전해주겠습니다.”
그 말에 백룡은 진심으로 미소를 그려보였다. 백룡은 라온의 감정을 쉬이 가늠할 수 없는 말간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준다면 더 고맙-”
하지만 그 말은 뚝 끊겼다.
백룡의 시선이 빠르게 딴 방향으로 향했다.
“인간!”
“이런!”
에르하벤과 라온이 목소리를 높였고, 최한이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그 일련의 행동들과 동시에 터져 나온 목소리가 있었다.
“이상한 게 맞았는데!”
온이었다.
드물게 격앙된 목소리로 온이 온몸의 털을 곧추세우며 외쳤다.
케일은 이를 모두 보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성 밖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그의 눈동자는 통로 밖까지 향했다.
통로 밖. 열린 거대한 성문 너머. 그곳에 이질적인 존재들이 보였다.
“…저게 뭐야?”
열린 성문 밖.
하얀 알갱이로 뒤덮인 땅 위에, 안개로 뒤덮인 존재들이 보였다.
총 셋이었다.
그들은 안개로 감춰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케일은 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치채지 못했는데.”
론은 다급한 얼굴로 품에서 비수를 꺼내 들었다. 그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비수를 쥔 손에 땀이 났다.
론 정도의 암살자는 예민한 기감을 지녀 누군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는 편이었다.
그런 그의 기감을 속이고 성문까지 다가왔다.
그것도 라온, 에르하벤, 최한, 그리고 온이 아니었다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저 안개로 뒤덮인 셋이 그만큼 론을 뛰어넘는 은신술을 지녔다고 보아야 했다.
“하. 이렇게 가까이까지 기척을 허용했다니.”
고룡 에르하벤이 실소를 흘렸다. 동시에 그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아앙!
땅이 흔들렸다.
내성 밖으로 빠져나간 그는 성벽과 성 사이 땅, 백룡이 처음 케일 일행을 맞이했던 그 지점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착지했다.
그는 성벽 밖 사람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안개로 뒤덮여 정확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셋을 보며 말했다.
“묘족이구나.”
바람의 소리를 일으켜 그 뒤를 따라가던 케일은 묘족이라는 단어에 멈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런 그의 옆에 론이 섰다.
묘족.
론은 묘족에 대해서 꽤 잘 알았다. 온과 홍을 바로 알아보았지 않았던가.
서대륙에서는 묘족이 낯선 존재였지만, 동대륙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수인족이었다.
그들의 은신술과 은밀한 공격은 호족이나 곰족들만큼 무섭고 공포 어린 힘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묘족의 은신술을 못 알아챌 정도는 아니다.’
론 역시도 실력이 뛰어난 자였다. 묘족이든 아니든 웬만한 은신술과 그와 관련된 힘은 론의 감각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묘족 중에서도 최상위를 다투는 자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묘족이 무서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들은 강자를 노리지 않았다.
가장 약한 자.
그러면서도 적 일행의 마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자를 골라서 은밀히 공격했다.
비열하다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그들의 전투 방식이었다.
‘그리고-’
론은 더 떠오른 생각이 있었지만 일단 비크로스, 케일, 아이들을 면밀히 살폈다.
케일은 하나둘 모여드는 일행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묘족이라.’
영웅의 탄생 5권까지 읽으며 그가 보지 못했던 수인족 중 하나가 묘족이었다. 그는 이곳에 와서 묘족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안개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다니.”
“그러게. 놀랍네.”
안개로 뒤덮인 세 명에게서 구분할 수 없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그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케일 헤니투스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
그 뒤를 이어 다른 두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그러니까. 신기해!”
“생각도 못 했던 상황이군.”
태평한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케일 일행의 반응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챙!
최한의 검이 세 명을 가리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케일은 그 세 존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를 어떻게 알지?”
어떻게 동대륙의 묘족들이 케일의 이름을 안단 말인가.
“글쎄.”
상대는 말꼬리를 늘렸다. 놀리듯이.
케일은 그런 이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우리 뒤를 감시한 건가?”
“에이, 그럴 리가!”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안갯속 목소리가 당당하게 말했다.
“여긴 우리 부족의 감시 영역 중 하나거든. 그래서 당번인 우리가 감시하고 있었지. 그리고 여기에 침입자가 뜬금없이 나타났길래, 당연히 조심히 뒤따라와 지금 상황을 보았을 뿐이야.”
상대는 어린아이 대하듯 케일에게 물었다.
“그게 궁금했니? 케일 헤니투스?”
케일의 입이 천천히 열리며 그 물음에 답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물음에 답하기도 전.
크아악!
케일의 눈이 커지며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온의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나운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온은 송곳니를 한껏 드러내며 발톱에 날을 세웠다.
우우우웅-
케일은 작은 은빛 고양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개가 보였다.
그리고 이내 그 안개는 안개로 뒤덮인 세 명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케일은 그 안개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흐흑.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홍이 오들오들 떨며 온의 뒤에 몸을 숨겼다.
붉은 아기 고양이는 한껏 제 몸을 웅크렸다.
콰아아앙!
그 순간, 온이 쏘아 보낸 안개와 세 명의 안개가 부딪치며 굉음을 토해내었다.
어느 누가 안개끼리 부딪쳐 이런 소리가 나겠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그 굉음보다 케일의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가 저 세 명에게서 들려왔다.
“…돌연변이.”
세 명을 덮고 있던 안개가 사라졌다.
그리고 안개가 걷힌 자리, 중심에 서 있는 자의 입이 열리며 중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쓰레기들이 여기에 있었구나.”
크아악!
그에 응하듯 온이 최대한 몸집을 부풀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케일은 그 모습을 보며 온과 홍의 부족을 떠올렸다.
안개 묘족.
온과 홍이 도망쳐 온 부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대륙의 존재였다.
그 순간, 케일의 귓가로 용병왕의 경악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놈들도 ‘암’이야?”
안개가 걷힌 자리.
세 명의 검은 복면인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팍에 새겨진 문양.
하얀 별 하나에 붉은 별 다섯 개.
암의 문양이었다.
세 명 중 왼쪽의 묘족이 어깨를 으쓱이며 버드의 물음에 답했다.
“뭐, 우린 암 소속이라기보단, 협조 사이라고 해야 하나? 왜? 우리의 정체가 암이라니 무섭나? 응? 그런 거야?”
그 순간, 그 묘족은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야, 이 쓰레기들아.”
버드는 흠칫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상당히 냉정한 표정의 케일이 보였다.
하지만 분명 방금 전 묘족 셋을 향해 ‘야, 쓰레기들아’라고 말한 목소리는 케일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맞다는 듯 케일의 입이 열렸다.
덤덤한 질문이었다.
“하얀 별에게 보고했나?”
“당연하지.”
묘족 셋은 경쾌하게 케일의 말에 답하며 신나게 말을 나눴다.
“그럼 이 대사건을 보고 안 하게? 직통으로 바로 연락했지!”
“맞아. 어느 때보다도 빨리 연락했지. 뒤쫓아 오는 것보다 연락을 먼저 했으니까! 자그마치 케일 헤니투스를 본 건데! 거기다가 하얀 성까지 열렸고!”
중앙의 묘족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 곧 올걸?”
제길!
에르하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정 반경 가까이 오기 전까지 기척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묘족들이었지만, 물론 이 정도야 쉬이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얀 별이 온다면.
그리고 그 하얀 별이 혼자서 올까?
분명 다른 묘족이나 무언가를 데리고 올 것이다.
여긴 그냥 흔한 도시가 아니라 빛의 성. 하얀 별의 고향이었으니까.
하얀 별은 진실을 찾아가는 케일 일행을 당연히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터.
‘이런!’
에르하벤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지금은 로잘린, 메리도 없는 상태였다. 원거리 공격을 할 자가 별로 없었다.
라온은 지금 감정이 요동치고 있는 상태이고 근접 공격을 주로 하는 최한, 론, 비크로스는 묘족까지 있는 상황에서 하얀 별과 싸우기에 그리 좋지 못한 상태였다.
‘…백룡도 지금은 라온의 수준이다.’
백룡이 있지만 그 백룡의 수준도 라온 정도다.
‘하얀 별과 그 무리를 이길 수 있을까?’
물론 이길지 질지는 싸우기 전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에르하벤은 한 가지는 확신했다.
다칠 것이다.
일행이 많이, 심하게 다칠 것이다.
그리고 에르하벤이 여기서 큰 힘을 사용해 버리면, 그의 수명은 다시 줄어들 것이다. 그것도 문제였다.
오늘 전투에서 끝장을 보긴 힘들 터. 추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하얀 별과 최후의 결전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에르하벤은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방법을 택했다.
“케일!”
그는 케일과 시선이 부딪쳤다.
도망가자.
일단 지금은 피하자.
라온의 뿌리를 찾았지만, 그것보다도 소중한 것이 라온과 일행이 다치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지금은-”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하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에르하벤은 고개를 돌렸다.
작았던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 성 깊숙한 방 안에서부터 조금씩 밖으로 나오는 존재가 보였다.
“하하하하하!”
백룡이었다.
주변 공간이 울릴 정도로 백룡은 웃고 있었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눈가에 눈물까지 맺힐 정도로 웃던 백룡이 끅끅 웃으며 케일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그러니까.”
케일의 눈이 커졌다.
“지금 그 드래곤 슬레이어 놈이 온단 말이지?”
쏴아아아-
하얀 알갱이를 머금은 바람이 백룡을 감싸고 있었다.
꽈악.
라온은 케일의 옷깃을 움켜잡고선 동그랗게 눈을 뜬 채 하얀 바람을 바라봤다.
휘이이이이-
거대한 바람이 백룡을 지나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놈에게 어서 오라고 하거라.”
하얀 마나를 휘감은 반투명한 여인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인상의 여인의 왼손에 거대한 방패가 들려 있었다. 주근깨투성이의 얼굴은 꼭 천진난만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쾅! 쾅! 쾅! 쾅!
하얀 성을 두르고 있던 성벽의 방패 모양 문을 제외한 하얀 성의 모든 문들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콰앙!
여인의 손에 들린 거대한 방패가 땅에 박혔다.
라온은 제 앞에 자리한 여인의 등과 거대한 방패가 보였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놈에게 어서 오라고 하거라.
“나, 로드 쉐리트가 홀로 맞이할 테니.”
하얀 성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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