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73
372화.
어두웠다.
거대한 바위 돔 안에 감싸인 하얀 성은 그저 까맸다.
마치 밤이 찾아온 듯했다.
“보이지 않는데 괜찮겠어?”
용병왕이 다급한 얼굴로 케일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 버드는 거대한 돔이 형성되는 것을 보며 안도감이 일었다.
그리고 돔을 감싸던 거대한 나무줄기, 물, 회오리바람, 불벽을 보며 더 안도했다.
그러나 바위로 만든 돔이 완성되자, 그제야 이 돔 안에서는 밖의 상황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얀 별과 적들이 무엇을 할지 우리가 알 수가 없잖아. 괜찮을까?”
버드는 재차 이어진 제 질문에 고개를 까딱이는 케일이 보였다.
“어. 굳이 보이지 않아도 돼.”
케일은 지금 시끄러웠다,
‘벼락이 떨어지려고 해!’
‘으아! 무서워!’
‘가면 쓴 녀석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우리가 만든 방어막을 보고 있어!’
손에 들린 팽이채를 통해 바람 정령들이 쉴 새 없이 건네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들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게끔 케일에게 바깥 상황을 알려주었다.
“케일!”
에르하벤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가장 외곽은 내가 맡으마.”
동시에 바람 정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벽 바깥에 백금빛 실드가 둘러졌어!’
라온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도 한다!”
이어 정령이 또 새로운 변화를 알려주었다.
‘백금빛 실드 안에 검은색 실드가 생겼어! 불벽, 다음은 검은색 실드! 그다음은 백금 실드!’
‘나 이렇게 강한 보호막은 살면서 처음 봐!’
‘드래곤 님들 두 분이서 실드라니!’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가장 바깥은 나다.”
‘우아! 하얀 방패가 하늘을 향해 펼쳐졌어!’
쉐리트와 정령들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케일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의 로드 쉐리트가 보였다. 그녀는 케일에게 뭐라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달싹였지만, 케일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벼락이, 벼락이 곧 내리칠 거야!’
정령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입이 열렸다.
“곧 벼락이 내리칠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 일행의 시선이 모였다.
“버팁니다. 최대한 버팁니다.”
정령 중 겁먹은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흑, 벼락은 무서워.’
‘무섭긴! 너 바보냐? 그냥 멍청하게 처맞고 소멸당할 거냐? 그리고 저건 우리 소멸 못 시켜! 다치게 할지는 몰라도.’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기절하는 것도 피를 토하는 것도 불가하니, 적당한 때에서 보호막이 깨져도 물러납니다. 알겠습니까?”
세 용은 뭐라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케일을 쳐다봤다.
특히 에르하벤은 케일이 웃으면서 말하는 꼴에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저, 저 박복한 놈!’
지금 고대의 힘을 다섯 개나 동시에 사용하는 놈이 남 건강 걱정하는 꼴에, 그는 속이 쓰리려야 안 쓰릴 수가 없었다.
“너-”
하지만 그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하얀 별이 벼락을 움직였어!’
정령의 말을 들은 케일이 다급하게 외쳤기 때문이다.
“옵니다!”
우우우우웅- 우우웅-
케일은 거대한 돔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케일과 세 용.
그들 주위를 나머지 일행이 감쌌다.
몇 초도 안 될 짧은 시간. 그 시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일행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움츠러든 이들은 없었다.
펄럭. 펄럭.
그들에게 펄럭이는 케일의 셔츠 자락 소리가 들렸으니까.
어두운 이 공간.
오로지 세 용의 마나 빛만이 보이는, 꼭 이 세상이 아닌 것만 같은 공간.
“온다!”
케일의 그 말과 함께 정적은 끝이 났다.
콰아아아앙!
콰앙!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돔을 뒤흔들었다.
“으윽!”
비크로스의 발이 순간 중심을 잃었다.
땅이 흔들렸다.
그는 땅을 향해서 내리꽂히는 수많은 벼락들의 힘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 론이 황급히 온과 홍을 품에 안아 들고 있었다. 버드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지 못한 채 진동하는 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그사이 최한이 보였다.
최한은 오로지 케일과 세 용들을 살피고 있었다.
이어 라온과 에르하벤, 케일도 보였다.
그들은 오로지 돔 천장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천장 너머 하얀 별의 하얀 벼락들이 그들을 파괴시키기 위해 하늘에서 땅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을 터.
‘…이걸 겪었다고?’
비크로스는 동대륙에 있었기에 제국 수도에서 벌어진 하얀 별과의 싸움을 그저 영상으로만 확인했다.
론도, 온과 홍도 하얀 별의 공격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비크로스는 발에 힘을 주었다.
푹!
그의 대검이 하얀 알갱이로 가득 찬 땅에 박혔다.
그는 대검 손잡이를 잡고서 등을 곧게 폈다.
콰아아앙! 콰아앙!
그도 최한처럼 일행만을 살폈다.
그 순간, 그는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아앙! 콰아앙!
콰앙! 콰아앙!
커다란 파괴음 사이로 목청을 한껏 높인 케일의 고함 소리였다.
“쉐리트 님!”
동시에 작은 신음 소리가, 집중하지 않았다면 놓칠 만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윽.”
쉐리트의 입에서 흘러나온 신음 소리였다.
비크로스는 반투명한 여인의 잔상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마법으로 만들어졌다는 허상이 잠시 두 개로 나뉘었다가 한 개로 다시 합쳐졌다.
‘방패가 부서지려고 해!’
‘곧 부서질 건데! 자꾸 방패를 다시 이어 붙여!’
케일은 정령들이 전하는 바깥 상황이 들렸다.
쉐리트가 부서지려는 방패에 계속 힘을 주며 하얀 벼락들을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케일은 제 부름에도 힘을 더, 더 쏟아붓는, 소멸을 각오한 존재 때문에 다시 입을 열었다.
“라온! 네 엄마 좀 말려라!”
그 순간이었다.
흔들리던 쉐리트의 반투명한 몸이 흠칫 떨렸다.
동시에 그녀의 어깨를 잡는 손길이 있었다.
“쉐리트 님.”
최한이었다.
쉐리트는 검은 머리칼의 노인도, 소년도 아닌 인간의 눈동자가 보였다.
“케일 님의 판단이 맞습니다.”
그녀는 최한이 그 말을 내뱉고는 라온 쪽을 힐끗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차마 최한처럼 라온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저를 쳐다보고 있을 아이가 느껴졌다.
그녀의 손에 힘이 빠졌다.
그 순간, 흔들리던 그녀의 잔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동시에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첫 번째 방어막이 부서졌어! 방패가 부서졌다고!’
‘벼락들이 아직도 내리쳐!’
케일은 정령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옮겼다. 에르하벤이 씨익 웃어 보였다.
그 반응에 케일도 따라 입꼬리를 올렸다.
콰아아앙! 콰아앙!
백금빛 실드와 하얀 벼락들이 부딪쳤다.
벼락들은 백금빛 실드를 가루라도 만들어 버릴 듯 거칠게 표면을 두드렸다.
콰아앙! 콰앙!
그리고.
쩌저적-
백금빛 실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빛의 성 영토가 초토화될 것 같아!’
‘사방이 다 뒤집히고 있어!’
‘벼락이 다 태워 버려! 우리 정령들도 태울 것 같아!’
‘백금빛 실드도 부서진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두 번째 막 통과.”
허.
에르하벤은 헛웃음을 흘렸다.
쩌저저적-
일행은 몰랐지만, 그는 제 실드가 부서지고 있음을 느꼈다. 힘을 더 쓸까, 조금 무리를 할까 싶었다.
그러나 귀신같이 알아채고 막아내는 케일을 보며, 그는 힘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쩌저저적- 쾅!
두 번째 보호막이 망가졌다.
“라온.”
“안다, 인간!”
라온의 두 앞발이 천장을 향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로드 쉐리트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여섯 살.
작은 앞발이 거대한 돔을 떠받친 듯이 굳건하게 하늘을 향해 있었다.
콰아아앙!
돔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했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하얀 별이 뭐 하고 있어?”
“어?”
멍청한 목소리로 버드가 되물었지만 케일은 시선 하나 두지 않았다.
‘하얀 별이 한 번 더 하늘을 향해 손을 움직였어!’
‘더 내리쳐라, 라고 말하는구나!’
‘벼락이, 검은 하늘이 한 번 더 울어!’
더 내리치라 명령을 내렸다고?
‘아무래도 공격 시간을 늘리려는 것 같아!’
‘벼락이 조금 더 오래 내리칠 것 같아!’
그 말은 케일에겐 제국 수도 공격 때보다 벼락 공격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는 말이었다.
‘하얀 별이 이번에는 파괴시켜 주마, 라고 했어!’
‘사자족이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 말에 하얀 별이 지금은 무리해야 할 때라고 답해!’
동시에 몇몇 정령들이 말했다.
‘검은 실드에 금이 간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라온!”
“안다!”
라온의 대답과 함께 바람 정령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별이 비틀거렸어!’
‘피를 토했어! 묘족이 부축했어!’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피를 토했다고?
하얀 별의 그릇이 흔들린다는 소리였다.
그가 무리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2차 벼락 공격이 내려!’
정령이 말하는 순간, 케일은 라온을 쳐다봤다.
“라온, 이제 그만-”
그러나 케일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정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부서지던 실드가 복구됐어!’
‘검은 실드가 또 생긴다!’
‘하나 위에 하나 더 생겼어! 이중이야, 아, 아니야! 삼중이야!’
‘삼중 실드다! 우아! 엄청나!’
그는 정령들의 말에 채 반응하기도 전, 라온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라온은 두 앞발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날개를 파닥이며 순식간에 돔 천장으로 향했다.
위로 올라갔다.
“라온!”
케일의 부름을 듣지 않겠다는 듯 라온이 더, 더 위로 올라갔다. 라온의 검푸른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안다! 나도 안다!’
라온도 알고 있었다. 하얀 별이 강하며,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우우우웅-
라온의 주위를 검은 마나가 감싸 안았다.
다 안다.
다 아는데, 너무 억울하다.
화가 난다.
그리고 슬프다.
라온은 흔들리던 쉐리트의 잔상이 떠올랐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쉐리트가 하얀 별을 죽이거나 월등한 힘으로 이긴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 당당한 모습은 연기라는 것을.
그걸 모를 만큼 라온은 어리지 않았다.
라온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탁.
거대한 바위 돔 천장에 라온의 두 앞발이 닿았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더 크고 막대한 공격이 쏟아졌다.
“크윽!”
라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쉐리트는 말했다.
지킬 것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힘이 있다고.
그런 힘도 있다는 걸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다고.
사실 쉐리트는 라온에게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라온은 그런 힘을 여태껏 아주 많이 보았다. 오히려 그런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무수히 많은 시간 속에서 배워왔다.
동굴에 갇혀 있던 4년.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긴 2년.
그 2년의 경험이 라온에게 어떤 힘이 진짜 강한 힘인지 가르쳐 주었다.
자신은 그런 힘을 배웠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앙!
돔 천장 바위에 닿아 있는 라온의 두 앞발이 잘게 떨렸다.
라온은 자신이 만든 삼중 실드가 부서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버텼다.
버텨야 했다.
“…왜냐면… 위대한 나는…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라온은 두 앞발을 천장에서 떼어야 했다.
“뭐 하는 거야!”
라온은 저를 끌어당기는 힘에 고개를 돌렸다.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라온의 동그란 눈동자보다 얼굴과 등 가득한 식은땀이 보였다. 잘게 떨리는 통통한 두 앞발도 보였다.
“너 혼날래? 어?”
라온의 동공이 흔들렸다.
처음이었다.
케일이 라온에게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라온은 금방 케일의 손에서 벗어났다.
“꼬맹이, 적당히 해야지.”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라온은 등 뒤로 굳은 몸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올린 라온은 저를 안고서 굳어 있는 쉐리트가 보였다.
라온이 천장을 향해 날아간 순간, 다들 동시에 그 뒤를 따른 것이었다.
차갑다.
라온은 반투명한 허상의 존재 품 안이 차가웠다.
하지만 곧 라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으이그, 꼬맹이. 저 박복한 놈 말대로 하지. 왜 그랬냐?”
에르하벤의 말에 라온은 우물쭈물하다가 쉐리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우리 집은 지켜야 한다…….”
그 말에 결국 에르하벤과 쉐리트는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어막을 하려면 돔 안에 해두세요. 아니면 그냥 쉬시든가요.”
에르하벤은 결국 입을 열었다.
“너는! 너는 쓰러지려고 환장을 했나? 나한테는 너도 꼬맹이다, 이 녀석아!”
흐.
그 순간 고룡은 실실 웃는 케일이 보였다.
“저 이번엔 안 쓰러집니다.”
“뭐?”
우우우웅.
에르하벤은 케일이 품 안에서 꺼내 드는 물건이 보였다.
그 물건을 본 에르하벤의 표정이 묘해졌다.
분명 케일의 손에 들려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품 안에 넣어두었던 물건인 하얀 왕관.
지금 케일의 왼손에는 팽이채, 오른손에는 하얀 왕관이 들려 있었다.
왕관이 하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케일은 묘한 눈빛으로 왕관을 쳐다봤다.
‘이걸 기대한 건 아닌데.’
이 성과 쉐리트, 일행을 지키기로 마음먹고 고대의 힘 5대 속성을 모두 사용한 순간.
왕관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관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이… 이, 힘을 써라. 내… 친우의… 집을 지켜줘…….
그리고 왕관으로부터 막대한 힘이 케일에게 전해져 왔다.
케일은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와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클로페 세카는 말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재해검과 더불어 하나가 더 있어야 완전해진다.
그것은 대대로 내려져 오던 유물인 왕관.
드래곤 슬레이어는 용의 피를 마시는 왕관을 손에 얻어야 용과 같은 몸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이 말했었다.
‘이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다! 지배하는 아우라를 지녔다면 왕관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너도 왕관을 알지? 그걸 너에게 내가 가져다주마! 그리고 우리 쪽 비밀도 다 말하지! 맹세할게!’
케일은 언젠가 몸의 균형이 잡히면 이 왕관의 힘을 가지고 왕관을 부수고자 했다.
그러나 5대 속성이 모인 뒤, 왕관의 힘을 가질 틈은커녕 정신없이 바빴다.
그런데 지금 왕관의 힘이 케일에게로 밀려왔다.
아주 막대한 해일과 같은 힘이었다.
“…무슨 이런, 힘이-!”
에르하벤이 놀람을 감주치 못했을 때.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검은 실드가 깨지고 그 너머 첫 번째 방어막인 불의 벽과 하얀 벼락이 부딪쳤다.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손끝을 타고 하얀 왕관에게서 전해져 오는 막대한 힘.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쿵. 쿵. 쿵.
케일은 심장이 뛰었다.
그 막대한 힘을 잡아먹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와 하나가 된 후, 잘 표도 나지 않았던 힘.
심장의 활력.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도, 자연의 5대 속성의 힘도 아닌, 그저 재생력만이 좋았던 한 인간이 가졌던 힘이.
바로 그 힘이 몸으로 전해지는 하얀 왕관의 막대한 힘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었다.
쿵. 쿵. 쿵.
케일은 심장이 어느 때보다도 거칠게 뛰었다.
살아 있음이 느껴졌다.
심장.
그 붉은 뜀박질이 케일에게 확신을 주었다.
‘버틸 수 있다.’
쓰러지는 것은 내가 아니다.
케일은 두 손바닥을 뻗었다.
돔 천장이 손에 닿았다.
파직. 하얀 왕관에 박혀 있던 보석에 작은 실금이 생긴 순간.
우우우우-
케일의 온몸에서 거대한 자연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거대한 돔을, 이 공간을 받치기 시작했다.
‘하얀 별이 말했어. 몰아쳐라, 라고 말이야!’
‘부하에게 이게 마지막이래!’
‘벼락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릴 거야!’
불, 바람, 물, 나무, 땅으로 뒤덮인 거대한 돔.
그 위로 수많은 하얀 벼락들이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돔을 집어삼킨 하얀 벼락들에 의해, 세상은 순간 하얗게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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